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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253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5.11 07:05
조회
4,646
추천
88
글자
13쪽

2회차 시작(4)

DUMMY

일곱 장의 직업 카드.

전사, 추적자, 마법사, 사제, 성기사, 드루이드, 그리고······.


“네크로맨서.”


심장이 탁, 튀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걸 다 경험한 나였으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당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 카드 두 장을 찾고 있습니다.>

<분석 결과 당신은····.>


일곱 가지 직업 카드 가운데 카드 두 장이 환하게 빛나며 앞으로 튀어나왔다.


<성기사/추적자>

<이 둘 중 하나의 직업 카드를 선택하면, 당신의 생존율이 3배 이상 급상승합니다.>

<특히 성기사를 선택하는 경우 달인 이상의 직업 등급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하.”


까먹고 있었는데,

생각났다.


<멸·개·법>을 쓰면서 나는 시스템이 생존자의 직업을 추천하도록 설정했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주인공이 왜 성기사를 선택하는지, 그 이유를 독자에게 설명하기 싫어서?


아무튼 그 바람에, 생존자의 상당수는 시스템이 추천하는 직업만을 선택했다.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보다 추천 직업을 선택했을 때 생존율이 더 높아진다는데 어찌 거절하겠나?


이상한 건, 시스템이 그 누구에게도 네크로맨서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거다.

<멸·개·법>의 주요 인물 중 누구도 네크로맨서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아서였을까?

덕분에 이전 생에서 나는 네크로맨서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겠지.”


즉, 내가 저 직업 추천을 거절하고 네크로맨서를 선택한다면.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는 오직 나만이······.


“네크로맨서.”


삐!


경고음을 울리며 메시지가 떴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성기사와 추적자입니다.>


삐!


<강령술사를 직업으로 선택할 경우 당신의 생존율은 소수점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묵시록의 세계에서 1개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삐!


<이것은 강령술사 직업 카드입니다.>

<한 번 선택한 직업은 절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정말로 이 카드를 고르겠습니까?> (Y/N)


‘예’를 선택하려고 하는데 시스템이 재차 메시지를 보냈다.


+++


<직업 설명>


개요: 네크로맨서는 제 영혼을 제물로 바쳐 죽음을 부르고 시체를 태우며 골탑을 세우는 직업입니다.

특징: 마력 대신 생명력을 사용하므로 각 스킬의 위력이 여타 직업의 스킬보다 강력합니다.

약점: 강령술의 근원으로 생명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킬을 사용할수록 생명이 급격히 소모됩니다.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면 하단의 상세보기를 확인하세요,>


+++


<직업 설명>을 읽으며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제 생명력을 소모해야 한다는 저 약점.


“······그래.”


저 설정 때문에 나는 네크로맨서가 최약체일 거라고 착각했다.

<멸·개·법>의 작가였으면서도 <멸·개·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거다.


솔직히 말해 네크로맨서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초대박 작품이어도 네크로맨서 물에는 눈길 한 번 줘본 적이 없다.


그러니 어찌 설정이 어설프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어설픈 설정 덕분에 <멸·개·법> 최강의 직업이 되어버렸다면, 이해할까?

지난 생에서 나는 분명히 깨달았다.

네크로맨서보다 더 강한 직업은 없다는 것을.


<이 카드를 고르겠습니까?> (Y/N)


경고등처럼 점멸하는 메시지를 응시하다 대답했다.


“어.”


이윽고 네크로맨서 카드가 음습하고 어둔 빛을 발했다.

카드 중앙에 돋을새김으로 박혀있던 해골 문양이 스르르 번지며 무형의 기운으로 화했다.

독을 한 사발을 들이켠 것처럼 온몸이 뜨거워졌다.

피가 들끓다 못해 식은땀으로 기화하였으며 사신의 날개가 먹물 번지듯 펼쳐졌다 무너졌다.


이 기운, 이 느낌.

익숙했다.

멸망한 세계에 나타나는 마물들, 그래. 그놈들이 하나같이 이런 기운을 내뿜었지.


“큭.”


각성의 고통 속에서도 웃었다.

악을 때려잡는 악이 되라는 건가?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

뭐든 하겠다.

싸그리 조져버릴 수만 있다면 악마와 계약을 해서라도 아니, 내가 악마가 돼서라도.


직업 각성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내 심장에선 싸늘한 겨울바람이 휘몰아졌다.

두 손바닥에는 한기가 고였으며 귓가에는 망자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검게 물든 시스템 메시지가 도착했다.


<축하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죽음을 먹는 자, 네크로맨서입니다.>

<세 개의 스킬을 얻었습니다.>


<스킬:되살리기 Lv.1>

<스킬:원한갑 Lv.1>

<스킬:뼈창 Lv.1>


<강령술의 매개인 생명력 스탯 10을 보상으로 부여합니다.>

<이 세계에 대한 적응 속도 향상 버프를 부여합니다.>

<적응 속도 버프의 영향으로 전투 수행 능력이 비약합니다.>

<경고: 다른 각성자 또한 전투 수행 능력이 향상되었으니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상태창을 확인하고 싶었으나 그전에 할 일이 있다.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역시 포탈이 열렸어.”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 1080개의 계단이 허공으로 솟구쳐 있었고 그 끝자락에 빛이 맴돌았다.

시간을 확인했다. 직업을 선택하라고 시스템이 준 10분의 시간 중 3분이 지났다.

그렇다면 7분 뒤에 메인 퀘스트가 뜰 것이다.

저 포탈을 타고 ‘이름 모를 안개 지역’으로 이동하라는 퀘가.


“······선착순이었지, 아마.”


나는 개진산과 유인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직업 고유의 오라가 발하지 않는 걸 보니 아직도 직업을 선택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유인나 씨.”


몇 번을 호명하였으나 그녀는 얼굴을 좀처럼 들지 못했다.

뭐가 뭔지 혼란스러워 하는 티가 역력했다.

저런 적응 문제는 직업만 선택하면 쉽게 해결된다.

직업 선택 시 부여되는 적응 속도 향상 버프가 그녈 진정시켜 줄 테니까.


“······유인나 씨, 이럴 때가 아닙니다. 직업을 선택해야 해요.”


그녈 설득할 시간이 없었다.

다그치는 수밖에.

웅크려 떠는 그녀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동생 안 찾을 겁니까?”


유인나의 유일한 혈육, 네 살 터울의 남동생. 이름은 모른다.

여섯 살이 되던 해 헤어졌다고 들었다.

철이 든 후부터 동생을 찾아다녔으나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그래도 고아로 살아온 터라 남동생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남다른 면이 있었다.


“살아야, 동생을 찾을 것 아닙니까? 이대로 죽을 거예요? 유인나 씨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요?”


저 말이 꽤 아플 거라는 건 잘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일.

효과는 상당했다.

북받치는 울음을 틀어막으려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유인나가 고갤 들었다.


“······이강한 씨.”


이다음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깨달은 유인나의 생존본능이 스스로를 빠르게 진정시켰다.


“사제를 선택하세요, 그러면 됩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할 테니, 날 믿어요.”

“······고마워요. 강한 씨.”


그녀는 망설임 없이 사제 카드를 선택했다.


슥!


신성한 빛의 고리가 유인나의 머리에서 떴다가 사라졌다.

적응 속도 향상 버프도 떴고.

허면······.


“개진산! 뭐하냐? 직업을 선택해.”


윽박 질렀더니 녀석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야이씨, 놀랐잖아. 왜 남의 귓구멍에 못을 박고 지랄이야! 근데 강한아.”


개진산이 무릎으로 기어와 내 팔을 잡았다.


“이거 뭐 어째야 되나? 이거 진짜 선택해야 해? 선택하면 뭐가 달라져?”

“너, 꿈이 뭐였어?”

“어?”

“꿈이 뭐였냐고?”

“씨바. 이 차판에 꿈은 개뿔! 곰 되는 거다, 왜! 사람들은 미련곰탱이라고 욕하지만 곰이 얼마나 힘이 쎄냐, 어? 내가 곰이었으면 씨바! 유도판에서 짱 먹고 세계 선수권에서도 짱 먹고, 어!”


개진산.

다른 건 몰라도 유도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 못지않았다.

머리가 나빠서.

시합의 승부가 갈리는 결정적 순간마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바람에 더 성장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그럼, 곰이 되라.”

“······어?”

“직업으로 드루이드를 선택해!”


개진산의 두 눈이 번뜩였다.

더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나뭇잎 흩날리는 자연의 기운이 녀석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됐다. 이제 남은 건······.”


시선을 망량이한테로 옮겼다.

한심했다.


소금물의 독성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 녹아내리는 골고딘의 머리맡에서 그녀는 발을 동동 굴렀다.

나한테 박살 난 녀석의 오른 다리를 끼어 맞추려 낑낑대는 것도 잠시.

가슴팍에 박힌 칼이라도 뽑아보겠다며 아주 용을 쓰는데······.


― 야! 해골! 네 심장에 박힌 칼 말야, 이것 좀 어떻게 해봐.


크으.


― 아니이! 대답을 하라는 게 아니라 직접 칼을 뽑아보라고오! 지금 내 힘으론 택도 없다고.


크르르.


― 어쭈, 너까지 나 무시하니? 내가 이래봬도 소싯적엔 팔공산 갓바위로 응? 신통이 어마어마했어! 내가 점지해준 아가들이 몇이나 되는 줄 아니? 뭐? 지금은 왜 이러냐고? 그야 봉인 당했으니까.


크크.


― 하, 비웃니? 안 믿겨? 두고 봐, 내가 상급 이매망량으로 승급만 하면! 원래 이름 딱 찾고! 저 인간 새끼를 아주 보란 듯이······.


다 죽어가는 골고딘한테 침까지 튀겨가며 하소연을 해대던 망량이가 문득 날 노려봤다.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무슨 폭주 기관차 같았다.


― 야! 인간. 어쩔 거야? 얘, 다 죽게 생겼어. 이거 죽으면 나 진짜 끝장이야. 영원히 하급 이매망량으로 이 짓거리나 하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 그래서는! 네가 약속했잖아, 직업 선택 퀘스트를 부여하면 얘 살려준다매? 아, 됐고, 빨리 와서 저것 좀 뽑아. 골고한테 박힌 칼, 저거 안 뽑으면 진짜 큰 탈나. 나는 얘 다리를 붙일게.


속사포처럼 쏘아붙인 망량이는 골고딘의 오른쪽 종아리를 들어 허벅지 관절에 박아댔다.

확실히 호구다웠다.


“살려달라고?”


골고딘을?

그렇게 약속을 하긴 했지.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지? 물론 내 방식으로.


“비켜라.”


지면을 박찼다.

수 미터의 허공을 가로질렀다.

바닥에 널브러져 신음하던 골고딘이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송곳니까지 드러내며 울부짖었다.


“늦었어!”


그의 가슴팍에 박힌 칼 밑동을 사정없이 밟아버렸다.

콱, 하는 소리와 함께 갈비뼈가 으스러졌고 이윽고 칼끝이 심장을 관통했다.


크억!


골고딘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뱉었다.

비쩍 마른 그의 육체가 확 오그라들었다가 마지막 숨소리와 함께 서서히 그리고 힘없이 퍼졌다.

그 순간, 붉은빛이 뼈와 뼈 사이에서 솟구쳤다.


<넋 나간 고블린의 왕, 골고딘을 물리쳤습니다. 보상으로 100코인을 지급합니다.>

<이름 모를 별의 9815번째 꿈속에서 최초로 D급 정예 몬스터를 물리쳤습니다. ‘업적:무모한 도전’을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생명력 10 스탯을 지급합니다.>

<‘아이템:잃어버린 보물 열쇠’를 발견했습니다. 획득하시겠습니까?> (Y/N)


+


<아이템:잃어버린 보물 열쇠>

입수 난이도: A

아이템 종류: 소모품

아이템 설명: 보물 고블린이 숨겨둔 보물함을 열 수 있습니다. 보물함을 열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빛나는 것이면 뭐든 훔쳐가는 고블린이니까요.


+


“아이템 획득.”


피에 물든 열쇠가 손바닥 위로 나타났다가 휙, 사라졌다.


<‘아이템:잃어버린 보물 열쇠’를 획득하였습니다.>

<30칸 한정 개인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저장되었습니다. 인벤토리가 28칸 남았습니다.>


그토록 찾아 헤맨 열쇠를 구했으니 희열에 휩싸여야 했건만 지난날에 대한 회한 때문이었을까?

어금니가 절로 악물렸다.

살포시 떴던 미소가 콱, 일그러지며 거친 숨소리가 대신 흘러나왔다.


“내가 범한 실수들을 바로 잡으려면 한참 멀었어.”


보상으로 받은 코인을 전부 생명력으로 전환했다.


<생명력 스탯이 10만큼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당신의 생명력은 53입니다.>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포탈까지는 약 1킬로미터.

직업을 각성했으니 늦어도 2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개진산! 유인나 씨!”


그들을 호명하며 포탈을 가리켰다.


“저기! 저 포탈로 뛰······.”


하지만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어깨를 붙잡혔다.

망량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 뭐, 뭐, 뭐하니?

“뭐하긴. 보면 몰라?”

― 모, 모, 모르니까 묻지. 방금 얘가 컥, 하면서······.

“죽었지.”

― 야이, 미친놈아! 칼을 빼랬더니 그걸 왜 밟아! 골고가 죽었잖아!

“어쩌라고.”

― 뭐, 어쩔? 약속했잖아! 살려준다며! 근데 왜 이래? 너! 내가 호구로 보이니!


기어이 망량이의 눈깔이 뒤집혔다.

기다랗게 뻗은 검지를 아래에서 위로, 그러니까 골고딘의 해골바가지에서 내 쪽으로 죽 그었다.


“죽여!”


그때였다.

쩍 벌린 골고딘의 입 속에서 혓바닥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해골에 터를 잡고 사는 독사, 송장유혈목이였다.


솔직히 놀라웠다.

이 짧은 타이밍에 권속을 바꾸어버리다니.

긴급 승인을 요청한 건가? 뭐, 상관은 없었다.

호구는 호구다워야 한다는 걸 가르쳐줘야 하는 게 귀찮을 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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