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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250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5.11 18:10
조회
4,507
추천
76
글자
11쪽

2회차 시작(5)

DUMMY

송장유혈목이가 골고딘의 사체에서 솟구치자 내 팔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손날로 뱀의 모가지를 끊어버리려 했으나······.


“큭.”


헛웃음을 터트려버렸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큭크.”


멍청하긴.

지금의 나는 성기사도 뭣도 아냐.

성배의 가호 따윈 쓰레기통에 처박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성스러운 빛의 기사인 줄 착각하다니.

수십 년간 성기사로 전투를 치르며 생긴 버릇이 아직 남은 건가?


“······정신 차려, 이강한. 너는 네크로맨서다.”


지독하기 짝이 없는 독과 저주를.

그야말로 죽음을 밥 먹듯이 집어삼키는 존재란 말이다.

이윽고 독니에 손목이 꿰뚫렸다.

눈앞이 아찔해졌고 저절로 한쪽 무릎이 꿇렸다.


<최하급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지금부터 5분간 생명력 회복 속도가 소폭 증가합니다.>

<전체 생명력(53)이 모두 회복되면 효과는 사라집니다.>


피가 부글부글 끓는 걸 느끼며 숨을 몰아쉬는 내게 망량이가 실실 비웃었다.


― 아무것도 아닌 게 까불고 지랄이야, 지랄은! 어? 이참에 네 주인이 누군지 내가 확실히 가르쳐줄게.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녀가 쾌활하게 떠들었다.


― 내가 장담하는데 너, 5분 내로 뒈져. 송장유혈목이한테 물리면 있지? 제일 먼저 혈관이 박살나거든? 그다음엔 살덩이가 좔좔 녹아. 오죽하면 산채로 슬라임이 된다고 하겠니.


뒤늦게 내 상황을 알아차린 유인나가 다급히 달려왔다.


“강한 씨!”


적응 속도 향상 버프 덕분인지 나를 부축하는 손길은 꽤 안정적이었다.

그녈 쩔쩔 매게 만들던 공포, 두려움, 혼란 따위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모양이다.


“내가 정화해줄게요. 조금만 참아요, 정신 잃지 말라고요!”


개진산도 달려왔다.


“야, 일어나! 엄살 부리지 말라고. 네가 저 꼬리 달린 년한테 당할 리가 없잖아?”


개진산이 꼬리 운운하자 망량이도 발끈했다.


― 이것들이! 다 죽고 싶니? 한 놈씩 돌아가면서 슬라임으로 만들어줘? 글구, 그거 정화 안 되거든. 송장유혈목이 독은 E급이야! 이제 막 각성한 사제 따위가 정화한다고 그게 되겠니? 죽는 시간을 늦출 순 있어도 결국 뒈지게 돼 있어.


망량이가 뻐기며 내게 다가왔다.


― 야, 살려주까? 죄송합니다, 해봐. 무릎 꿇고 감동적으로 빌어보라고. 혹시 알아? 이 귀한 몸께서 친히 아량을 베풀어 해독제라도 던져줄지?

“직접 개입하겠단 거냐?”

― 뭔 상관이야. 나는 이미 엿 됐어! 시말서 한 장 쓸 거, 두 장 쓴다고 뭐가 달라져? 그러니까 당장 빌어, 말종놈아!


하, 두통이 몰려왔다.

온몸이 불덩이 같아서 미칠 지경이었다.

왜냐고? 생명력이 펄펄 끓어 넘치니까.


······그래, 이거였어.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


서슬 퍼런 눈빛을 발하며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유인나가 걱정스런 눈길로 날 바라봤다.

혹시 싶어서 내 등을 꼭 쥐는 그녀 뒤에서 개진산이 비아냥거렸다.

손목에 매달린 뱀을 떼어 주겠다나 뭐래나.


“인나 씨, 저 자식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저거 다 구라예요. 꽃뱀은 독이 없거든. 야, 이강한이. 거, 뱀은 좀 떼라. 뭐냐, 흉측하게.”

“개진산.”

“왜!”

“뭐하냐? 안 달리고.”


유인나의 등을 떠밀며 냅다 포탈 쪽으로 달렸다.

개진산은 어벙벙하게 있다가 뒤늦게 따라붙었고.

망량이가 픽 쪼개며 “미친놈.”이라고 비꼬았으나 신경 쓰질 않았다.


― 와, 완전 또라이네. 야! 지금 뛰면 독이 훨씬 빨리 퍼지거든. 포탈 근처도 못가고 슬라임 되거든! 야! 야아! 어디 가? 어딜 토껴? 시, 씨, 씨이벌놈아! 빌어, 빌라고!






저것 봐, 죽을까봐 쫄아서 졸라 토끼는 거.

이강한의 꽁무니를 노려보며 망량이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 야이 인간 같지도 않은 놈아, 돌아오라고! 해독제는 나한테 있어. 모르겠어? 나만 널 살릴 수 있다고! 야! 지금 나, 까는 거니? 너 그러다 진짜 슬라임······.


쳐다도 안보는 놈한테 바락바락 고함을 지르다보니 하, 요샛말로 현타가 왔다.

이게 무슨 망신인가?

팔공산 갓바위에서 무려 수천만 번이 넘는 절을 받아먹으며 살아온 내가, 고작 인간 따위한테.


― 미쳤어. 아니, 왜 내가 구걸해야 해? 살려주겠다고 애걸복걸하는 거냐고. 걍, 뒈지라고 놔두면 될걸.


그녀는 일부러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하지만 아무리 웃어 봐도 웃는 것 같지 않았다.

어째 찝찝한 것이.


― 저거 설마 안 죽는 건 아니겠지? 에이 그럴 리가. 송장유혈목이가 얼마나 독한 놈인데.


망량이는 아랫입술을 단물 빠진 껌처럼 씹어댔다.

저 멀리 뛰어가는 이강한의 뒷모습은, 뭐랄까?

새까만 갈기를 휘날리며 너른 들판을 맘껏 질주하는 흑마 같았다.

아주 그냥 힘이 넘쳐서는.


― 왜 안 뒈지냐고! 물린 지 3분이나 지났잖아. 그러면 개거품을 물고 쓰러져야 정상 아냐?


도저히 답을 알 수 없는 물음을 곱씹다가 망량이는 아, 하는 탄성과 함께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뒤통수가 얼얼했다.

당했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 죽음을 먹는 자!


그랬다.

이강한의 직업이 네크로맨서라면 그 어떤 저주도, 독도 안 통한다.

도리어 스킬의 위력을 증폭시키고 초당 생명력 회복률을 상승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면 모를까.


― 저거 고인물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고.

이제 겨우 튜토리얼이 끝났는데, 세계가 멸망한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 다 알고 있는 것 같잖아. 저걸 보라고, 포탈로 뛰고 있어. 그게 무슨 뜻이겠어? 다음 퀘스트가 뭔지 눈치챘다는 거야.


와, 그녀의 꼬리가 돌돌 말려들었다. 뒤이어 소름이 파르르 돋았고 머리털마저 주뼛 섰다.


― 설마 선착순이라는 것까지 꿰뚫어본 건 아니겠지?


그때였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망량이가 눈깔을 희번덕거렸다.


― ······선착순.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이다음 퀘스트 클리어 조건이 선착순인 이상, 퀘스트를 개봉하면 각성자끼리 전투가 벌어질 터.

거기에 현상금 퀘스트까지 이강한 저 자식한테 걸어버리면!


― 각성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거야. 혹시 알아? 저놈 옆에 붙은 두 떨거지들이 제일 먼저 배신을 때릴지?


이럴 때가 아니다 싶어서 망량이는 벌떡 일어나 시스템에 접속했다.


― 코드 001.


<이매먕량 고유 시스템에 접속했습니다.>


― 계룡.


<KR 지역관리자와 연결합니다.>


한국 지역을 총괄하는 이매망량 총괄 매니저, 계룡이 그녀의 요청에 화답했다.


― 왜! 또 사고 쳤어?

― 그런 게 아니라요, 계룡니임.

― 닥쳐. 지금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곤란한 줄 알아?


계룡이 버럭 소릴 질렀다.

시스템에서 삭제 권유까지 내려왔다며 으름장을 놓는 그에게 망량이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그래도 욕은 피할 수 없었다.


― 죄송하다고 하면 문제가 해결돼? 어쩔 거야? 너, 다시 돌땡이 될래? 팔공산 갓바위에서 갓으로 살아온 세월이 아까워서 현신을 허락했더니 뭐냐, 이게!

― 죄송해요, 계룡님!

― 하, 진짜. 직업 각성도 안한 인간 놈한테 골고딘을 잃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골고딘이 튜토리얼 이후에 사라지도록 되어 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음 너, 삭제됐어! 알아?


계룡은 화를 삭이느라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적당히 눈치를 살피던 망량이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 제가요, 급해서 그런데요, 계룡님.

― 뭐?

― 계룡님 권한으로 현상금 퀘스트 하나만 개봉해주시면 안 될까요? 보상은 스탯 15로 해서요.

― 이런 썅! 네가 지금 부탁이 나오냐? 하, 수배 대상이 누군데?

― 그게, 저놈 이름이 뭐더라. 아, 이강한.

― 이······강한?


약간의 침묵이 흐른 끝에 승낙이 떨어졌다.


― 일단 진행해!

― 감사합니다, 계룡님!

― 대신 보상 스탯은 10으로 한다. 더는 안 돼!


KR 지역을 총괄하는 상급 이매망량 계룡의 허락이 떨어지자 망량이는 단숨에 메인 퀘스트를 개봉했다.

히든 퀘스트도 함께.


― 죽어쓰.


하지만 기대에 부풀었던 망량이의 계획은 여지없이 박살났다.

그리고 다시금 깨달았다.

이강한인지 뭔지 하는 놈이 골고딘을 죽이지 않겠다 했던 약속,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를.


― 어! 어어!


이강한을 지켜보던 망량이한테서 감탄인지 한탄인지 모를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 골고······, 내 골고!






그 일이 일어나기 몇 분 전.


“이강한, 이거 뭐야? 퀘, 퀘스트가 떴어!”뒤따르던 개진산이 다급히 소리쳤다.

사실이었다.

포탈과의 거리 약 80미터를 앞둔 시점에 느닷없이 메인 퀘스트가 시야를 가리며 등장했다.

메인 퀘스트가 뜨려면 2분가량 남았는데······.


+++


<이름 모를 안개 지역으로>


분류: 제1의 메인 퀘스트

난이도: 생존 확률 45%

내용: 1080개의 계단 끝에 생성된 포탈을 타고 메인 퀘스트 시작 지점으로 이동하시오.

클리어 조건: 포탈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수는 각 이매망량 당 9명이며, 선착순으로 카운팅 됩니다. 지금부터 15분이 지나면 포탈지기가 나타나 이동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보상: 식량 3일치 포만감 버프


<튜토리얼 지역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식량 3일치의 포만감 버프가 적용됩니다.>


+++


무엇보다 선착순, 저게 문제였다.

직업을 각성하면서 적응 속도 향상 버프를 얻은 생존자들한테 선착순은 전쟁의 신호탄, 그 자체.


“하, 망량이 이 자식. 머릴 좀 굴렸구나.”


아직 메인 퀘스트가 뜰 때가 아닌데도 뜬 걸 보면, 목적은 분명했다.


“끝까지 날 죽여 보겠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메인 퀘스트보다 더 골 때리는 퀘스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경고등처럼 점멸하며.


+++


<현상금 퀘스트>


분류: 히든 퀘스트

난이도: 미정

내용: 이강한을 죽이시오.

제한 시간: 7일

보충 설명: 수배 당한 플레이어는 퀘스트 제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기분 나쁜 기운을 내뿜습니다.

보상: 스탯 10


+++


불에 달군 쇳덩이 같은 게 허공에서 내 왼편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인두로 지지듯 살이 타며 현상금 수배자 특유의 문양이 새겨졌다.

동시에 주변의 살기가 모두 나를 향했다.


“이것들 봐라?”


포탈로 오르는 1080단의 계단 입구를 다수의 각성자가 틀어막았다.

실소가 나왔다.

저들도 메인 퀘스트를 분명 보았을 터.

9명의 생존자만 포탈을 탈 수 있다는 걸 알 텐데, 그런데도 포탈로 뛰지 않고 내 목에 걸린 현상금부터 노린다?


“······얕보는 거냐?”


나 하나쯤 죽이는 건, 물에 밥 말아 먹는 것보다 쉽다고 생각하는 거냔 말이다.

하긴.

각성 직후 전투 수행 능력을 비약시키는 적응 속도 향상 버프를 받았으니 살짝 맛이 갈밖에.


“보자. 하나, 둘, 셋······, 일곱이라. 1인당 3코인씩이면 총 27코인.”


티끌 모아 티끌이지만, 어쩌겠나? 제 발로 굴러들어오겠다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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