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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339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5.12 20:10
조회
3,928
추천
65
글자
11쪽

나 혼자 네크로맨서(2)

DUMMY

까앙, 깡깡!

팅!

팅팅.

깡!


허연 뼛가루를 날리며 뼈창은 차츰 깎여나갔고 적들도 하나둘 모가지를 꺾으며 쓰러졌다.

핏물이 쏴, 상쾌한 소릴 내며 그들에게서 솟구쳤다.

나를 에워싼 이들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제기랄! 저 새끼는 왜 안 죽는 거야? 어이, 방패! 돌진해. 전사면 전사답게 굴라고. 내 등 뒤로 숨지 말란 말이다.”

“어디서 명령질이야! 돌진은 너나 해!”

“나는 추적자야. 모르겠어? 기습이 내 전문이라고! 너 같은 전사가 앞에서 바람을 잡아줘야 기습 타이밍이 나올 것 아냐!”

“지랄한다. 쳐맞기는 내가 쳐맞고 처먹기는 네가 처먹겠다 이거냐?”


전투가 생각보다 길어지자 적들은 내분에 휩싸였다.

아니지, 애초에 뭉친 적이 없으니 처음부터 오합지졸이었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떡 줄 놈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은.


“처먹긴 뭘 처먹어!”


있는 힘껏 뼈창을 집어 던졌다.

자신을 추적자라 지칭하던 놈의 목에 정확히 꽂혔다.

그의 목에서 뼈창을 뽑아내자마자 바로 뒤에 있던 방패 전사를 찔렀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반사 신경이 꽤 괜찮은 놈이었다.


“제법이네?”

“이 새끼가! 죽고 잡냐!”


뼈창 찌르기를 방패로 막아낸 전사가 포효하며 내게 돌진했다.

바윗돌처럼 육박해오는 그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목표물을 잃어버린 방패가 내 뒤에서 검을 휘두르던 무명의 전사를 덮쳤다.


쾅!


“윽, 어딜 공격하는 거야! 미쳤냐? 눈깔 똑바로 안 뜰래? 같은 편인 거 몰라?”

“닥쳐, 같은 편은 개뿔!”

“악!”

“컥.”


저들끼리 칼부림하는 소릴 듣다보니 이 급박한 와중에도 실소가 새어나왔다.

아비규환이라는 지옥이 있다던데 지금이 딱 그랬다.

아군과 적군도 구별 못하고 수틀리면 죽여 버리겠다는 마음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아수라.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피곤이 몰려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전투가 계속될수록 적들이 영악해지는 것.

싸움이 소강상태에 이른 틈을 타 그들이 소리쳤다.


“야! 기다려. 이대로는 저 새끼 못 죽여. 우리만 당한다고.”

“어쩌라고? 저 자식, 지친 거 안 보여?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대가리가 돌이냐?”

“뭐?”

“저놈 눈깔이 어? 살아 있잖아! 지쳤을지는 모르지만 포기하진 않았어. 무턱대고 덤빈다고 잡을 것 같아!”


······하.

무식하게 힘만 센 놈보다 무서운 건 똑똑한 새끼들.

똑똑한 녀석들보다 더 무서운 건 함께 싸우는 법을 익힌 자들.

지면을 박차올라, 임시로 연합할 것을 제안하는 자의 목을 단번에 꿰뚫어버렸다.


“컥.”


느닷없는 공격에 그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운 좋게 한 놈을 더 죽였다.


<하급 각성자를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하급 각성자를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들어오는 코인은 전부 생명력 스탯으로 전환했다.


<전체 생명력이 57로 증가했습니다. 현재 생명력은 37/57입니다.>


40까지 이제 3정도 남은 건가?

뼈창을 그어 바닥에 원을 그렸다.


“······이 선을 제일 먼저 넘는 놈부터 죽인다.”


핏발선 경고에 적들이 움찔했다.

다들 물러서며 서로 눈치를 살폈다.

격렬한 전투의 후유증으로 숨 몰아쉬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났다.


“이대로 물러서라, 1분이라도 더 살고 싶으면.”

“하, 새끼. 존만한 게.”


나와 몇 번이나 창칼을 맞댔던 전사 한 놈이 다시금 검을 치켜세웠다.


“어디서 이빨을 까? 너는 내가 먹는다. 현상금은 내 꺼야!”


전사가 검으로 날 내려치려는 찰나였다.

우르릉, 우릉! 하늘이 새카맣게 물들며 울었다.


“낙뢰?”


저놈들 중에 뇌전 계열 스킬을 획득한 법사가 있다고?

이건 예상외였다.


<멸‧개‧법>에서 낙뢰를 다스리는 마법사는 주요 인물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을 만큼, 강하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오천분의 일 확률로도 나올까 말까 하는 게 뇌전 계열 법사인데.


“어떻게 된 거지?”


지난 생에서도 튜토리얼 단계에선 만난 적이 없을 텐데.

골고딘을 죽여 버리는 바람에 스토리가 비틀렸나?

특이점이 벌써?

미간을 찌푸리는 찰나였다.


주변의 공기가 지지직, 정전기로 변하면서 머리털이 곤두섰다.


쾅!


메마른 허공을 찢으며 번개가 떨어졌다.

시퍼런 빛이 한 획의 갈지자를 그리며 그야말로 순식간에 전사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콰앙!


전사가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쓰러졌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뒤로 향했다.


“건들지 마! 저 아저씨는 내 꺼야. 내가 잡을 거라고! 알겠어? 내 꺼 건드리기만 해봐!”


양손에 뇌구 두 개를 소환한 마법사가 긴 머릴 휘날리며 걸어 나왔다.

겨우 스무 살은 넘었을까?

볼살에 앳된 티가 남아있는 여자였다.


“까불면 다 태워버린다? 전기통구이 되기 싫으면 짜져!”


그녀의 양팔에서 지지직, 정전기가 튀었다.

근처에 있던 각성자 두 명이 감전되어 쓰러졌다.


상당한 위력이었다.

그럴밖에.

마법사로 각성하자마자 뇌전 계열의 스킬을 획득했다는 건 각성자의 등급이 남다르다는 것.


다들 알고 있는 눈치였다.

겁에 질린 각성자들이 후다닥 비키며 그녀에게 길을 터주었다.


이 날카로운 기운.

가시덤불 같은 포스.

마법사 중에서도 달인 등급의 각성자인가?


“아니.”


위력이 강한 만큼 마나 소모가 극심한 뇌전 계열 스킬을 연달아 쓰는 걸 보면······.

천재급일지도.


<멸‧개‧법>에서 모든 직업은 ‘미련, 평범, 달인, 천재, 마스터’의 등급을 가진다.

설정상 각성자 대부분은 ‘미련’이나 ‘평범’에 속하며 약 10%만이 ‘달인’ 이상의 등급을 소유할 수 있다.

특히 ‘천재’ 등급으로 각성할 가능성은 1% 미만이며 ‘마스터’는 천재 등급의 각성자가 상당 시간 수련을 통해서만 이를 수 있다.


그 말인즉슨.

튜토리얼이 막 끝난 이 시점에 이 구역의 최상위포식자는 다름 아닌 저 여자애라는 뜻.

우쭐거리며 나서는 꼴을 보아하니 그녀도 자신의 강함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와, 목숨값으로 스탯을 10이나 준다길래 얼마나 세나 했더니 진짜 꽤 하네?”


그녀가 실실 쪼개며 턱으로 주변을 가리켰다.


“이딴 쓰레기들 죽여 봐야 겨우 3코인. 셋을 죽여도 1스탯을 못 올려요. 근데 아저씨를 죽이면 10이나 올릴 수 있네? 이걸 어떻게 양보하겠어, 안 그래요?”


주변이 싸늘해졌다.

하지만 누구도 감히 덤벼들진 못했다.

낙뢰의 기운에 휩싸여 아직도 검은 연기를 내뿜는 전사의 시체 때문인지.


“내 목숨값이 10스탯이라고 했나? 그걸 알고도 왜 죽이지 않은 거지?”

“네?”

“낙뢰 스킬로 전사 대신 날 쳤으면 됐을 텐데.”

“그야 아저씨가······, 좋아서?”

“뭐?”


살짝 당황했다.

어디서 뜬금없는 개소릴······.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와, 눈치도 빠르네? 좋아요, 거두절미하고 말할게요. 아저씨, 나하고 한 편 할래요?”

“······편?”

“죽이기는 아까워서 그래요. 아저씨하고 나하고 편 먹으면 얘들, 한입거리도 안 될 거야. 어때요?”

천재 등급의 각성자라 그런가?

적응 속도 버프의 영향력이 장난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무엇이 자신에게 더 유리한지 본능적으로 안다.


허나 살아남는다는 건 말이다.

적당히 계산하는 걸로는 턱도 없는 일이다.

예상치 못하게 변수라는 놈이 늘 끼어들거든.

이를테면······.


“가르쳐줄까?”

“······뭘요?”

“진짜 살아남는 게 뭔지?”


여자애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저씨가 날 가르치겠다고요? 이봐요, 꼰대씨. 나는요, 편을 먹자고 했지······.”

“나도 네가 좋아서 그래.”

“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둬. 이게 다 너한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니까.”

“하, 아저씨! 그러다 진짜 내 스탯 된다?”


쓸데없이 조잘거리는 그녀의 말을 흘려들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죽음을 먹는 자로서 명하니······.”

“주금, 뭐라고요? 뭘 먹어요?”

“호명되는 자여. 나의 기사로 서라.”

“미치겠네, 증말. 내가 왜 아저씨 기사를 해요! 나는 아저씨 흑기사할 생각이 쪼금도 없고요.”


지면이 죽음의 기운에 휩싸여 들썩였다.

이로써 명확해질 것이다.

이 구역의 최상위포식자가 누구인지.


“골고딘!”


내 입에서, 넋 나간 고블린의 왕 골고딘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하늘과 땅을 거꾸로 세운 듯 지면이 뒤흔들렸다.

썩은 냄새 섞인 바람이 돌풍처럼 일었고 누런 흙먼지가 요동치다 높이 솟구쳤다.


슈우욱.


검은 기운이 양손에 어렸다.

아주 무거웠다.

육중한 쇳덩이가 들린 것처럼 두 팔이 정체모를 기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 처졌다.


되살린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나?

지옥문이 열린 건지 내 귀는 온통 비명에 휩싸여 있었다.

비명인지, 갈구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되는 귀곡성이 내 숨소리마저 적의로 바꾸어버렸다.


“일어서라!”


양팔을 들어 올리자 이윽고 골고딘의 울부짖음이 전장의 북소리보다 더 크게 내 혈관으로, 심장으로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


그림자 속에서 명계를 아홉 번 휘감으며 돈다는 스틱스의 강물이 넘쳐흘렀다.

그 강물을 헤치며 거대 낫을 쥔 뼈가 불쑥 솟구쳤다.


<신이 죽은 자의 부활을 허락하였습니다.>

<정예 등급의 해골기사 골고딘이 죽음의 강을 세 번 건널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고 다시 태어났습니다.>

<죽음의 고통에 단련되어 골고딘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D급에서 C급 정예 등급으로 향상됩니다.>


크어, 허연 증기를 내뿜으며 골고딘이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이 아까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새빨갛게 뒤덮고 있던 송장아귀지렁이가 사라지고 대신 굵다란 쇠사슬이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사슬 갑주 아래 뼈는 검게 빛났으며 간간이 쇳소리를 냈다.

족히 4미터는 될 거대 낫은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을 무신의 깃발 같았다.

무엇보다 서쪽 고블린 왕의 징표라 불리는 이마의 뿔이 위엄 어린 살기를 뿜어냈다.


철컹! 철컹!


골고딘의 시선이 제일 먼저 가닿은 곳은 적들이었다.

고개를 돌리며 슥, 훑어봤을 뿐인데도 단칼에 베인 듯 그들의 숨소리가 고요해졌다.


“죽여.”


내 말에, 나를 둘러싼 모든 자가 새하얗게 질렸다.

규빈.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89 skyecho
    작성일
    23.05.22 23:22
    No. 1

    뭐 몇년이나 지낫다고 끽해야 1시간도 안됐는데 전투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천재들만 모였냐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글방개
    작성일
    23.05.23 09:30
    No. 2

    적응 속도 버프의 영향이라고 적어두었는데, 설명이 조금 부족했나 봅니다. 그래서 적응 속도 버프를 받으면 전투 능력이 상승한다는 설정을 추가했습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묘한인연
    작성일
    23.05.27 14:19
    No. 3

    내 꺼야..거= 것의 구어체
    허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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