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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겸

은퇴 후 괴물 플레이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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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겸]
작품등록일 :
2024.07.22 18:38
최근연재일 :
2024.08.11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799
추천수 :
94
글자수 :
107,324

작성
24.08.10 00:05
조회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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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17화. 수련(2)

DUMMY

아침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난 다른 사람들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 허은하가 준 무공들을 수련했다. [특성]의 등급이 떨어진다는 말은 즉 오성이 떨어진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걸 아직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증명하고 싶었다. 내가 다른 누구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서 오성이 훌륭하다는 것을.


다행히 나는 회사나 학교에 나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간이 좀 있었다. 그리고 그 노력에 보답 받듯 [특성]에 비해 빠르게 성장했다.


휴-


그렇게 2시간쯤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둘렀을까? 이제 슬슬 수련하러 나올 거라고 생각해 검을 멈췄다.


"음- 이 무공들은 마치 암살이나, 아니면 뭐 은밀히 움직여야 할 때나······ 꼭 그런 데에 특화된 것 같다. 은호야. 진성 호동생으로써 하는 말인데 은하 씨의 무공이 너한테 정말 맞을지는 잘 모르겠다."


고개 돌려 바라보니 이미 모두 다 마당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방금의 말은 하준 형님이 한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각한다.


‘오 역시 천무지체.’


나한테 맞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한 것 말고는 정확히 내 생각과 일치했다.


나 역시 아무리 봐도 허은하를 백화白花로 만든 이화신보 빼고는, 나머지 무공들은 살수 나부랭이나 도둑놈의 무공 같다고 생각했었다.


“은하 언니 무공이 암살자 무공이라고요?”


“말도 안돼. 우리 언니가 얼마나 착하신데, 설마.”


“은호 빠. 은하 언니가 자기 무공 말고 다른 거 준 거 아니에요?”


“맞아요. 꼭 자기 무공을 줄 필요는 없잖아요? 언니가 그리고 은밀히 움직일 필요가 있나요? BJ이신데?”


우리 여성 플레이어들은 무림오화 중 백화의 무공이 암살이나 은밀히 움직이는 데에(그게 도둑질이라고는 생각 못 하는 것 같지만) 특화된 무공이라는 것에 적잖이 충격 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오히려 은하에게 썩 괜찮은 무공이라 생각했다.


은하처럼 겉과 속이 다른 가식쟁이들은 항상 뭐든 은밀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이 무영검과 무영장, 무영보는 결코 약한 무공이 아니었다. 최소 A급 초절정의 무공이었다. 은밀하고 대단히 효율적이며 심지어 빠르기까지해서 적에게는 굉장히 까다로운 무공이었다.


이 거칠고 비열한 무림에서 살아남기에 딱 좋은 실용적인 무공이라 하겠다.


‘하지만 방송 중에는 이화신보 빼고는 잘 안 쓴다고 했었지.’


방송 중에 전투는 거의 안 했다고 했었다. 레벨과 무공 수련은 스승과 함께 있을 때 마경魔境에서 충분히 올려놨기에 굳이 방송에서까지 레벨과 무공 수련을 위한 전투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 BJ로써 시청자에게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이화신보를 쓸 뿐 전투를 위한 다른 무공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리고 방송만 키면 허은하 친위대가 어떻게 알고 나타나는 건지 나타나 찍쩝대는 벌레들에게서 허은하를 지켜주었기에, 사실 딱히 그렇게 위험한 적도 없어서 전투와 관련된 무공을 쓸 상황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 뿐만 아니라 NPC들 모두 무림오화 백화 허은하의 무공으로 이화신보만 알고 있었다. 무영검, 무영장, 무영보에 대해서는 지금 이 수련 장원에 있는 사람들만 허은하가 내게 무공서를 준 덕분에 알게 되었다.


허은하가 딱히 숨길 생각이 없던 것 같아 나도 그냥 그러려니 오픈했다. 숨겨 달라고 했으면 무공명이나 내용들은 알아서 숨기려고 했었다.


‘그건 그렇고 이 무영보가 마음에 드네.’


나는 그 무엇보다 그림자가 사라져 보일 만큼 빠르다는 이 무영보라는 경공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 경공은 허은하가 친위대도 모르게 신출귀몰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하는 핵심 무공이었다. 나중에 나에게도 엄청나게 도움이 될 무공 같았다.


“그런데 은하 언니는 진짜 정무학관에 안 들어가세요?”


“응. 돈 버는데 재미 들려서, 그리고 지금 무공도 만족하고 있어서 생각 없다더라.”


아······


둘 다 아쉬움에 어쩔 줄 몰라한다.


“아쉽다······ 같이 다니면 정말 재밌을 거 같은데······”


“맞아······ 뭔가 좋아하는 선배랑 같이 캠퍼스 다니는 느낌 날 거 같아.....”


“그러니까······”


"은호 빠. 은하 언니는 언제 또 와요······?"


"음- 모르겠네. 왜?"


"그때 설득해 보려구요······ 같이 다니자고······ 은호 빠도 좋죠? 그쵸?"


당연히 나는 안 좋았다. 하지만 굳이 그 말을 내뱉지는 않는다. 은하의 본 모습을 아는 나는 그저 씁쓸히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때 하준 형님이 때맞춰 초를 쳐 주신다.


“자자. 그러려면 우선 너네들부터 용봉시를 붙어야겠지? 은하 씨께선 맘만 먹으면 그냥 붙으실 테니까. 그러니까 너희들은 지금 보다 더, 아니 훠얼씬 더, 죽을 똥 살 똥 열심히 해야 해. 이곳 사천에서는 겨우 30명밖에 안 뽑으니까. 알겠어?”


가혹한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는 어깨가 땅에 닿을 듯 축 처진다.


“네······”


“어허! 목소리 봐라!”


“넵!”


하늘을 바라본다. 해가 뜨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됐고 아침 수련이 시작되려 했다. 그것에 맞춰 우리 하준 형님은 슬슬 사이코 교관 모드로 돌입한다.


“좋다! 이제 다들 잠 깼겠지?! 그럼 구보부터 시작한다! 자 하나! 둘!”


“세엣, 네엣······”


***


도훈이 형의 지인들도 우리가 머물던 장원에 오긴 왔었다. 그런데 그들은 하준 형님이나 진섭 형님을 알아보고는 기가 죽어 며칠 안 있고 따로 할 일 있다며 도망치듯 떠났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도훈이 형은 갈수록 그 떠난 지인들처럼 기가 팍팍 죽어갔다.


“난 떨어질 것 같아······”


솔직히 내가 봐도 그랬다. 형이 하니나, 은서처럼 S나 A급의 특성이면 몰라도 겨우 B였다. 게다가 지인이 구해다 준 무공서도 B급 정도로 보였고.


도훈이 형의 어깨를 토닥인다.


“정무학관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나를 빤히 바라본다. 마치 ‘이 새끼야 그게 위로냐?’ 하는 뭔가 불순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음- 위로가 실패했나보다.


“그래서 형은 어쩌게요?”


“······일단 이번에 시도는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뭐 다음에 또 시도해봐야 하나······?”


다음에 다시 도전해도 붙을 거라는 확신이 없는 것 같았다. 하긴 에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동대륙이 탄생 된 그때부터, 용봉시가 플레이어들에게 첫 개시 된 그때부터 지원해서 아직도 합격 못한 플레이어들이 많다고 했었으니까.


하지만 진실보다는 형이 원하는 말을 해주기로 한다. 지금은 위로하는 시간이었으니까.


“맞아요. 다음에 또 시도하면 되죠. 형이라면 분명 붙을 거니까. 아- 그리고 형도 아직 다른 심법은 안 익혔죠?”


도훈이 형은 원래 하남성에서 고수 스승을 곧바로 얻을 생각이었으나, 어찌어찌하다가 이곳에 스승 없이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하니, 은서도 사실 같은 생각이었으나, 걔네들은 지인들이 S급 무공서를 대가 없이 주는 바람에 굳이 스승이 필요 없어진 상황이었다. 도훈이 형하고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 하겠다.


걔넨 이젠 그저 다 같이 정무학관에 들어가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서 스승 그딴 거 다 잊고 사는 것 같았다. 스승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 같다.


‘하긴 나도 꼰대 스승 만나느니, 친구들하고 정무학관 다니는 게 훨씬 낫지.’


이 명나라 때 전통 중국은 얼마나 유교 사상에 찌들어 있겠는가.


이곳은 진심 유교 꼰대들의 천국이라고 표현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형. 느긋하게 생각해요. 그래도 형은 B급 특성이잖아요. 전 D급 특성이라구요.”


내 말에 다행히?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 같다. 그 모습이 묘하게 기분 나쁘다.


후- 한숨을 내쉬고는.


“······그래. 고맙다. 은호야. 맞아. 좀 천천히 생각해도 될듯해. 그리고 하남성이 아니라 이곳에 온 덕분에, 히든피스 육합공 완공도 얻었고 무엇보다 너희들과 더 친해질 수도 있었잖아? 안 그래?”


솔직히 도훈이 형의 육합공 완공은 하준 형님이 자신의 개인 영약을 몇 개 더 챙겨줬기에 가능한 거였다. 도훈이 형 지인들은 영약을 딱 2개 챙겨왔는데, 그마저도 좀 별로인 것들이었다.


‘영약도 줬는데 그래도 선이 있는 거 같았어.’


하준 형님과 도훈이 형은 제 3자가 봤을 때 살짝 선이 있다고 해야 할까? 둘 다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선 같은 게 그어져 있는 것 같았다.


‘회사원이라 그런 건가?’


나야 게으름뱅이 건물주라 딱히 회사들의 일이나, 기업 간의 문화, 기업 간의 관계 같은 거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뭔가 도훈이 형은 본업이 회사원이라서 그런지, 심지어 같은 기업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눈치를 좀 많이 봤었다.


하니, 은서는 아직 대학생이라 그런지 그 정도까지 눈치 보지 않았지만 하준, 진섭 형님에게는 달랐다. 두 사람만큼은 대단히 눈치를 봤었다.


“아무튼 형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저도 솔직히 조금 걱정 되긴 해요. 이 D급 특성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하지만 플레이 도중 특성이 또 생길 수도 있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희망을 갖고 하잖아요? 그리고 예전 형 말대로 스승은 인연이 돼서 만날 거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거고. 스승 만날 인연이면 만나서 성장하고 그런 후 정무학관 가도 되는 거잖아요?”


내 말에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는다.


“그래. 고맙다. 정말.”


“진짜 고마우면 언제 밥 한 번 쏴요. 진짜로.”


이젠 진짜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듯이 후련한 얼굴로 벌떡 일어서더니.


“오케이! 내가 진짜 한 번 제대로 쏜다!”


“후후 그래요.”


“그럼 은하 님도 데리고 오는 거지?”


“?”


***


장원에서 합동 수련한 지도 벌써 3달이 지났다. 이젠 서로 비무도 하고 마경으로 가서 마물이라 불리는 몬스터들도 잡으면서 실전 경험을 쌓고 있었다.


오늘은 마물 사냥하는 날이었다. 사천성 서쪽 문으로 나가서 한 10km, 무협 단위로 25리里 쯤 뛰어가니 둥글고 붉은 거대한 포탈이 형성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마경魔境 악마들을 내뿜는 문이었다.


그 마경을 주변으로 알림 진법이 형성되어 있었다. 마경에 들어갈 때는 관에 알림이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반대로 마경에서 무언가 나갈 때만 알림이 갔었다. 그리고 황제는 마경은 언제든 제멋대로 생성되는 것이었기에 누구든 마경을 사라지게 하면 무슨 짓을 해도 환영했었다. 그래서 항상 열려있었다. 내 수련 장소 마경 입구는.


마경 옆에는 거대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 정丁 이라 써 있었다. 갑甲 을乙 병丙 정丁에서 정. 바로 난이도 최하의 마경이라는 소리였다.


“그럼 오늘도 한 번 힘내볼까?”


“넵!”


다 같이 마경에 들어간다. 들어가자 또 다른 하늘과 또 다른 땅, 또 다른 숲이 나타난다.


좀 더 거대한 나무들, 사천성 주변에서 볼 수 없는 나무들이다. 주변 풍경이 마치 저 판타지 세계에서나 볼 법한 모습들이다.


‘서대륙에선 동대륙 느낌의 세계로 이동시킨다고 했었지.’


서로 간접 체험 해보라는 듯이 동대륙에서는 마경에서 서대륙을, 서대륙에서는 게이트에서 동대륙을 체험하게 했었다.


그러한 경험은 어서 빨리 강해져서 절망의 사막이라 불리는 라마칸 사막을 넘어 또 다른 대륙을 경험하고 싶게 하는 욕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어마어마한 현질을 하도록 유도했다. 강해지라고. 이거 참 좋은 게임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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