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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겸

은퇴 후 괴물 플레이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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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겸]
작품등록일 :
2024.07.22 18:38
최근연재일 :
2024.08.11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797
추천수 :
94
글자수 :
107,324

작성
24.08.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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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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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화. 특성(2)

DUMMY

[레벨 : 9 - 99%]


불곰 한 마리 더 잡았더니 이제 진짜 숨만 쉬어도 레벨이 오를 것만 같았다. 표시는 99%이지만 느낌으로는 99.9999% 다.


이젠 나도 체념했다. 호랑이 나오랬더니 호랑이 대신 성가신 인간들이 나오질 않나. 이젠 그냥 뭐라도 나와서 이 지긋지긋한 튜터리얼을 끝내고만 싶다.


“그럼 우리 사천에서 보는 거예요?!”


나만 끝나가는 게 아니었다. 남은 세 사람도 거의 다 끝나갔다. 물론 함께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나머지 파티원들도 뿔토끼 몇 마리만 더 잡으면 끝날 레벨이고 경험치여서 튜토리얼이 끝나는 시점은 그리 다르지 않을거 같았다.


“굳이 사천으로 오지 않아도 된다니까?”


다들 베일에 쌓인 허은하 한 번 보겠다고 무림맹이 있는 하남성이 아닌 사천으로 오겠다고 한다. 가끔 보면 이것들도 제정신이 아니다.


“아니에요! 어차피 지금은 정무학관 입학 기간도 아니고!”


“맞아요. 그리고 무림맹 근처에서 시작한다고 해서, 무조건 고수의 제자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스승 만나는 건 다 인연이 있어야 하는 거야. 인연이 있다면 어디서든 못 만날까?”


말은 그렇게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이것들은 BJ 허은하를 보는 것보다, 나름 동대륙 선배인 허은하한테 내 인연을 핑계로 뭘 좀 뜯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BJ라는 것 때문에 보고 싶어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이거 너무 뻔히 보이는 속셈이라 속아줘야 할지 고민이다.


‘뭐 허은하가 알아서 하겠지.’


여자애들은 허은하가 좀 챙겨줄 거 같고 도훈이 형은 얄짤 없을 것 같았다. 허은하가 평소에 남자를 돌같이 봐서 대놓고 무시할 가능성이 높았다. 상처 받을 도훈이 형이 걱정 됐다.


“동생도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도움을 줄 수 없을지도 몰라.”


내 말에 다들 그게 무슨 말이냐고 괜찮다고 필요 없다고 손사래 친다.


“네? 도움이요?! 저는 도움 안 주셔도 되는뎅?! 저는 그냥 BJ 여동생분 뵙고 싶은 건뎅?”


“저두요. 저도 아는 사람 통해 구해둔 것들이 있어서 굳이 안 주셔도 돼요. 저도 하니랑 같아요. BJ에 관심있어서 뵙고 싶은 거예요.”


“난. 좀 주면 좋긴 한데······ 아니다. 나도 안 줘도 돼. 나도 같이하자고 했던 녀석들이 구해준다고 해서. 괜찮아.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야. BJ에 관심 있거든. 그것도 에덴 여캠에! 흐흐흐-!”


의심스런 얼굴로 바라본다. 만약 저 모습들이 연기라면 저 사람들은 진짜 연기자를 해야 한다.


근데 진짜 아닌 걸까?


진짜 단순하게 BJ를 보고 싶어 하는 걸까?


왜?


‘뭐지? BJ가 그렇게 영향력이 있나?’


이 음흉한 사람들 나 닮았다고 할 때는 관심도 없더니만 BJ라고 하니까 이렇게 달라진다고?


진짜 혹시나 만에 하나 정말이지 뭘 뜯어내려는 게 아니라 단순 BJ라고 보고싶어하는 거라면, 요조숙녀인 척 하는 가식덩어리 허은하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크허어엉-!


“?!”


호랑이 울음 소리였다. 놀란 것보단 잔뜩 흥분해서 소리친다.


“들었지?!”


“네! 들었어요!”


“드디어?!”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겠네!”


다들 흑호 쯤은 누워서 떡먹기라 생각하고 대단히 좋아했다.


“그럼 바로 갑시다!”


난 소리 난 곳을 향해 지체하지 않고 뛰었다.


촤악-!


수풀을 검으로 헤치며 뛰쳐나간다. 그렇게 수풀들을 다 헤치고 드디어 소리의 진원지에 도착해서 본 것은.


그르르릉-


흑호黑虎


그 튜토리얼 끝판왕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우걱우걱 씹어 먹는 장면이었다. 입가에는 인간의 피로 번들거렸다. 그리고 심지어 주변엔 여렷 플레이어들의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다시 말해 일대일로 싸운 것도 아니라는 소리였다.


“와 등장씬 지리네.”


그 끔찍한 장면을 봤음에도 내 머릿속엔 두려움 대신 기쁨이 빠르게 번져나간다.


내 SSS급 [특성]의 마침표로 제격이었다. 그래. 진짜 저것은 그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파티원들은 나와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이제 곧 끝나겠다고 너도나도 좋아했었는데 저 장면이 충격이긴 충격이었던 것 같다.


“저거 플레이어 맞겠죠······?”


“여기까지 들어온 플레이어들이라면 분명 레벨 9나 적어도 8일텐데······”


“우리 조진 거 아닐까······? 여기서 죽으면 레벨 1 다운이지······?”


본게임과는 다르게 튜토리얼에서 죽으면 겨우 레벨 1 다운이 다였다. 본게임에서 죽으면 무려 레벨 10 다운이었다. 물론 이제 막 튜토리얼 끝내고 10에서 재수없게 죽으면 그땐 그냥 봐줬다. 하지만 11만 되도 가차없었다. 그냥 레벨 1이 되는 거였다.


아니. 그것보다 이 사람들이 당연히 이길 생각을 해야지 죽을 생각부터 하나.


뭐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이해는 갔다.


‘팔다리 하나는 내주자.’


이 녀석은 끝판왕이니까 그냥 이기는 건 불가능 할 수도 있다는 걸 순순히 인정하기로 한다.


“걱정말아요. 여기서 팔 하나, 다리 하나 잃어도 튜토리얼만 끝나면 다시 만들어 주니까. 나만 믿고 기다려요.”


튜토리얼 끝나면 아무리 몸이 망가져 있어도 그땐 새로운 몸으로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었다. 완벽한 몸으로 [특성]을 받아 게임을 하라는 시스템의 배려였다.


퉷!


흑호는 다 먹었는지 먹다 남은 시체를 뱉고는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번들번들 거리는 노란 눈을 마주친다. 저 눈을 오래 보면 두려움에 미칠 수도 있다고 하던데, 다행히 난 절대 고수라 괜찮은 듯했다. 오히려 흥분으로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심지어 엔돌핀마저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다. 미소가 멈추질 않는다.


오소독스 자세를 잡으며 흑호가 오길 기다린다. 중단세 보다는 아직은 격투기 자세가 더 잘 맞았다.


‘그럼 놀아볼까?’


때마침 흑호가 갑자기 날아서 덮쳤다.


앞발을 휘두르기 보다는 한 방에 물어뜯으려고 했다. 나는 침착하게 옆으로 뛰어돌아가 흑호의 얼굴에 검을 찔러넣는다.


깡!


다른 몬스터였다면 눈알과 함께 머릴 터트릴 공격이었다. 하지만 흑호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엄청난 속도로 머릴 움직여 그 거대한 이빨로 쳐냈다.


“제법인데?!”


살짝 빠졌다가 땅을 박차고 다시 한 번 선인지로를 쓴다. 이번엔 내 공격을 막기 위해 그 솟아 오른 이빨 대신 앞발을 휘두른다.


깡!


막아내길래 나도 다시 휘두른다.


깡! 깡! 깡!


몇번의 공과 수를 나눈다. 그러고는 그 큰 몸으로 날 한 번에 뒤덮겠다는 듯이 덮어버려서 삼재보로 순식간에 옆으로 피하며 앞차기로 몸뚱아리를 밀어낸다.


퍽!


하지만 밀려나는 건 오히려 나였다.


‘역시 흑호!’


당연히 이정돈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정도도 못해주면 그건 끝판왕 몬스터라 하면 안 됐다.


‘동대륙에 이런 게 많을까?’


본게임에선 이런 동물이 마물화된 것들도 있었지만, 마경이라는 지옥문에서 흘러나온, 우리가 판타지에서 많이 봐왔던 고블린이라던가, 오크, 오우거 같은 것들도 있다고 했다. 그 중 튜토리얼 몬스터는 진심 하下에 하下급이라고 했다.


‘하긴 튜토리얼일 뿐인데.’


여기서나 끝판왕이지 본게임에선 그냥 잡몬일 거다.


다시금 온몸이 끓어오른다. 이런 것들이 본게임에는 잔뜩 있다니.


예전 선수 때가 떠오른다. 나는 빅클럽들과의 빅게임을 특히 더 좋아했었다. 항상 이기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항상 더 강한 상대와 맞붙기를 원했었다.


이 에덴에는 레벨 제한이 없다고 했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크아아아앙–!


깜찍한 표호와 함께 다시 한번 앞발을 쳐들고 날아오지만.


쾅–!


그 앞발이 마저 내리긋기 전에 검을 올려쳐 앞발을 밀어냈다.


흑호는 자신의 앞발이 뒤로 튕김과 동시에 다른 앞발을 휘둘러 내 다음 공격을 막으려고 하는 듯했지만.


“어딜!”


나는 뒤늦게 휘두르는 앞발을 신경 쓰지 않고, 그래서 그 앞발에 가슴에서부터 배꼽까지 길게 그어져 빨간 선들이 수 놓았었지만 그대로 흑호의 품으로 들어가 그 댓가로 턱주가리에 검을 꽂아 넣는다.


콰직!


검이 완전히 들어가진 못했다. 하지만 턱 뼈를 박살냈다는 건 확실했다. 흑호는 고통스러워하며 새빨간 피를 토해냈다. 그런데 피를 토하면서도 그냥 후퇴하진 않았다. 휘청거리며 뒤로 피하면서도 견제를 위해 다시 앞발을 휘두른다.


촤아아악!


‘제길!’


그 공격을 왼쪽 팔로 막았었는데, 그 팔이 너덜해졌다. 뼈까지 보일 정도였다. 아까의 공격으로 가슴에서 시작해 너덜해졌었는데, 이번엔 왼쪽 팔이다. 고통에 뇌가 녹아버릴 것만 같다.


‘시발! 그래! 이 정돈 해야지!’


당장이라도 기절해버릴 것만 같았지만 역시 흑호를 이기려면 이정도는 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인정한다.


육참골단肉斬骨斷.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그것 밖에 없었다.


이 튜토리얼 끝판왕에게 이길 방법은.


“꺅! 은호 빠! 괜찮아요?!”


“오빠! 안 될 거 같으면 그냥 돌아와요!”


“그래! 은호야! 다음에 도전해도 되니까! 일단 안 죽는 게 우선이야!”


아니. 다음이란 없다. 또 언제 만날지 모르는데.


‘그리고 이건 게임이야. 죽어도 진짜 죽는 건 아니야.’


그 사실이 날 안심시킨다. 그래서 더 과감하게 싸울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정도 고통은 버틸만 했다.


전에 무릎이 박살날 때보다는 훨씬 더 기분 좋은 고통이다. 찌릿찌릿 온몸이 감전된 듯 희열이 번져나간다.


탓!


다시 땅을 박차고 달려나간다. 남은 팔로 검을 휘두른다. 횡소천군이다.


흑호는 내 횡소천군에 맞서 앞발을 휘두른다.


쾅!


큭!


두 손으로해도 밀렸는데 한 손으로 하니 확실히 힘이 딸렸다. 그래서 내 팔이 올라가고 호랑이 새끼가 열린 내 몸을 물어 뜯으려고 하는데.


“으아아아아아아악-!”


지켜만 볼 것 같았던 도훈이 형이 적절한 타이밍에 흑호의 뒤통수를 공격한다.


텅!


그 전심을 다한 검이 강철 호랑이 뒤통수를 뚫지 못한다. 하지만 덕분에 내가 살았다.


크허어엉-!


포효하며 자신을 공격한 적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지금이다.


‘찌름!’


모든 몬스터들의 공통된 약점. 그 샛노란 눈을 다시 한 번 옆에서 노리고 찌른다.


푸욱!


크허어어어어어어엉!


이번엔 성공이다. 하지만 역시 흑호랄까 다른 몬스터들이었으면 즉사였는데 들어가다 말았다. 고갤 세차게 흔든다. 나는 손아귀가 찢어지기 전에 검을 놓았다. 흑호는 고갤 흔드는 걸로 꽂혀있던 검을 날려버린다.


그때 나는 두 다리를 움크린다. 그리고 두 다리에 모은 힘으로 튀어오르며 승룡권昇龍拳으로 흑호의 박살난 턱을 다시금 쳐부순다.


빠각!


커컥!


뒤로 넘어질까말까 하는 걸 내가 몸통박치기로 완벽히 넘어트린다.


쾅!


그리곤 마운트 자세를, 아니 그냥 목을 허벅다리로 누른다. 검이 없으니 팔꿈치로 대가리를 찍는다.


쾅! 쾅! 쾅!


“은호 오빠!”


그때 은서가 내게 자기 검을 던졌다.


“나이스 은서!”


그걸 받아 미친 듯이 파운딩을 하듯 검을 꽂아 넣는다.


푹! 푹! 푹! 푹!


커어어헝–


앞다리랑 뒷다리를 이리저리 마구 흔들며 고통에 정신을 못차렸다.


덕분에 내 몸도 갈수록 만신창이가 된다.


“우리도 도와요!”


그때 하니와 은서, 도훈이 형이 뛰어와 흑호의 앞다리는 하니와 은서가, 뒷다리는 도훈이 형이 잡는다.


"은호 빠! 어서 저 새끼 죽여버려요!"


하니의 과격하지만 시원스런 응원을 받으며 정신없이 검으로 흑호의 대가리를 난도질한다.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 난도질하고 있었는데.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 10에 도달해 튜토리얼을 종료합니다.]


[플레이어 허은호의 플레이와 본연의 특성을 평가합니다.]


[특성 – 고통내성(D)를 부여합니다.]


예상치 못한 때에 레벨이 올라 튜토리얼이 끝났다는 소릴 듣는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특성을 받는다.


잠시 멍때린다.


“······”


뭐?


내가 잘 못 들은 거 아니지?


근데 진짜 아니지?


진짜 잘 못 들은 거 맞지?


그런 불길한 생각을 하며 빛이 온 세상을 감싸는 걸 느낀다.


***


빛이 온 세상을 감쌌지만 보이는 세상은, 게임 시작 할 때의 그 우주 공간에 있는 듯한, 검은 공간에 은은한 별빛이 있는 곳이었다.


[축하합니다. 허은호 님. 허은호 님께서는 동대륙을 택하셨습니다. 동대륙에서 원하는 곳을 선택하십시오.]


그러면서 눈앞에 동대륙의 지도가 나타났다.


“아니! 그것보다! 다시 말해봐! 내 특성이 뭐라고?!”


아무 반응 없었다.


딱 자기 할 말만 하겠다는 것 같았다. 이기적인 놈. 아니 년인가?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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