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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겸

은퇴 후 괴물 플레이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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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겸]
작품등록일 :
2024.07.22 18:38
최근연재일 :
2024.08.11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795
추천수 :
94
글자수 :
107,324

작성
24.07.24 00:05
조회
359
추천
9
글자
12쪽

2화. 시작(2)

DUMMY

“캡슐 그거 얼마나 하지?”


에덴을 하려면 캡슐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관처럼 생긴 게 가상현실게임의 핵심이라고 했다.


“너는 돈 많으니까 제일 비싼 거 사. 한 5억 할 거야.”


“5억?”


무슨 억이 애들 이름도 아니고. 게임 주제에 무슨 시작만 하는데 5억이나 필요하단 말인가?


좀처럼 이해가 안 됐지만 전세계가 열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못해서 안달 난 게임이라고 하니까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노력한다.


“어. 5억. 근데 장난 아니래. 반응속도가 미친다더라. 현실 보다 더 현실 같데.”


“흐음–“


예나는 내 망설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듯이 매미처럼 매달린다.


“같이하자~ 은호야. 응? 같이하자~~”


“······”


두 사람 다 '드디어 넘어오나?' 하는 기대가 잔뜩 들어간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다.


‘진짜 한 번 해볼까······’


점점 사라져가는 근육들과 듬직해진 뱃살을 본다.


아무것도 안 해도 평생 먹고 사는 덴 지장 없겠지만 누워서 잠만 자면서 살 수는 없긴 했다.


***


주문한 캡슐을 설치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허은호. 나도 저거 사줘.”


내가 아플 때 어머니와 함께 항상 옆을 지키며 도와줬던 동생이었다. 당연히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츤데레 기질은 쉽게 버리지 못했다.


무심한 척 말한다.


“네가 벌어서 사.”


그러자 서운하다는 듯이 내 팔을 툭툭 친다.


“하나밖에 없는 예쁜 동생한테 이러기야?”


솔직히 허은하는 얌전한 고양이 같은 외모와 늘씬한 몸매에 객관적으로 예쁘긴 했었다. 심각한 가식덩어리라 그렇지.


“공부나 해. 근데 넌 졸업 안 하냐?”


나름 머리도 똑똑해 서울 상위권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미래에 내 에이전트가 돼서 꿀 빨고 살 거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던 녀석이었다.


작년에 은퇴한다고 할 때만 하더라도, 자기가 어떡해서든 에이전트 돼서 끝까지 오빠를 책임질테니 제발 은퇴하지 말아달라고 울고불고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적 전혀 없었다는 듯이 뻔뻔하고 당당하게 고개 쳐들고 말한다.


“나 에덴 BJ야. 나 앞으로 그걸로 먹고 살 거야.”


인터넷방송이라는 게 있다고 듣긴 들었었다. 거기서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BJ라고 했었고.


허은하는 어릴 때부터 연예계 쪽에서 명함을 좀 많이 받긴 했었다.


“뭐? BJ? 대학은?”


아무리 그래도 잘 다니고 있는 대학을 그만둔다는 건 꼰대 중에 꼰대인 나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그 비싼 학비를 내가 내주고 있지 않았던가? 돈줄인 나로선 쉽게 허락할 수 없었다.


“하아참! 오빠 요즘엔 대학 안 나와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구! 그리고 오빠도 대학 안 나왔잖아! 자기도 안 나와놓고선!”


성인이 되자마자 맨유로 이적했었다.


“야. 나랑 너랑 같냐? 이게 어디서.”


꿀밤을 먹이려고 하자 휙 하고 피하고는 성을 낸다.


“아니! 어디 다 큰 처녀의 머리를!”


피식–


네가 피해 봤자다.


콩!


결국 그 작은 머리를 따라가 때린다.


“다 크긴. 넌 아직 애기야. 애기.”


물론 23살을 애기라고 하긴 좀 그랬다. 하지만 내가 초딩 때부터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훈련도 줄여가며 업고 다니면서 키운 동생이었다. 그러니 내 눈엔 여전히 애기였다.


“흥! 애기는 무슨! 아무튼 난 BJ이 할 거야!”


예나에게 듣기로는 본인들이 초반에 버스를 잘 태워줘서 이젠 혼자서도 알아서 잘하고 있다고 하기는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머리가 커져도 너무 커져 있었다.


휴–


저 고집불통 뻔뻔한 얼굴을 보니 누가 막을까 싶다.


소파에 깊숙이 등을 기댄다. 어차피 저 황소고집을 꺾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냅두고, 훗날 후회할 때 그때 도와주기로 한다. 그때까진 일단 방치하기로 했다.


“그래. 좋아. 학교는 그렇다치고 무슨 BJ인데?”


내 물음에 언제 얼굴을 찡그렸나는 듯이 두 눈은 초롱초롱, 입은 뭐가 그리 좋은지 입꼬리가 귀에 닿을듯 승천한다.


“여행 BJ! 에덴 속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소개하고 있어!”


여행 BJ?


그건 맨날 놀러만 다니겠다는 거 아닌가?


“그걸로 생활이 가능해?”


“당연하지. 얼마나 많이 버는데.”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럼 이제 용돈 안 줘도 되겠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암튼! 캡슐 주기 싫음 마라! 그거 없어도 되니까!”


그러면서 삐진 척 하는데 귀엽기 그지업다.


피식– 그래. 어차피 사주려고 했으니까.


“야야. 알겠어. 사줄게. 근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에덴에, BJ래? 너 원래 안 했잖아?”


현준, 예나는 에덴이 출시하자마자 시작했었다. 하지만 은하는 형준, 예나가 그렇게 도와주겠다면서 같이 하자고 만날 때마다 꼬셨음에도 계속해서 거절해왔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부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에덴도 하고 그 안에서 방송도 한다고 한다.


내 물음에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한다.


“다들 하니까 그렇지. 이거 안 하면 대화를 낄 수가 없더라고. 그리고 해보니까 재밌기도 하고.”


조금 설명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납득이 되는 대답이다.


“남자 때문은 아니고?”


그 말에 펄쩍 날뛴다.


“남자는 무슨! 나 남친 없는 거 알면서!”


“아니. 생겼을 수도 있지. 네가 뭐가 부족해서. 그리고 좀 만나라. 내가 너 나이 때는 날라다녔다고.”


“날라다니긴 개뿔. 내가 오빠를 아는데. 아무튼 다들 하니까 하는 거야. 진짜 다른 이유 없어.”


반응을 보니 진짜 남자 때문은 아닌 거 같고.


“하긴. 애들도 이거 얘기만 하더라.”


“그렇다니까? 그런데 오빠야 말로 웬일이래? 그 언니 때문에 쳐다도 안 봤잖아?”


확실히 전 여자친구인 김주연 때문에 쳐다도 안 본 건 사실이었다. 지금 에덴에서 아나운서 및 플레이어로 맹활약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진심 TV에서 안 보이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나도 너랑 같아. 어딜 가나 다 이것만 얘기하기도 하고. 걔 때문에 안 하는 것도 웃기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나도 뭐라도 해야지.”


내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 팔을 토닥토닥 두드린다.


“잘 생각 했어. 우리 이제 남 신경 쓰지 말자.”


그러면서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이.


“아무튼 고마워. 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라니까? 히히–“


애기처럼 안기려고 하길래 밀어내며 묻는다.


“더워. 그것보다 이것만 있으면 돼?”


내가 매몰차게 밀어내자 삐진 듯이 두 볼에 바람을 불어넣고서는.


“뭐 아이템도 사주면 좋고.”


“무슨 아이템?”


“에덴에서 쓸 아이템. 현질 가능하거든. 흐흐–”


철없는 여동생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캡슐이야 그렇다쳐도, 무슨 게임을 하는데 돈을 써? 게임이면 게임만 하는 거지.”


그런 내 모습을 오히려 비웃는다.


“풋- 과연 그럴까? 그리고 오빤 축구 할 때 축구화 비싼 거 안 사? 이것도 똑같아. 잘하려면 적당히 돈도 써야 한다구.”


“난 스폰 받았는데? 안 사고?”


“아무튼! 아무튼 오잘알 내가 봤을 때, 오빤 딱 한 달이야. 한 달 뒤면 답답하다고 현질 할 게 분명해.”


“아니거든? 게임쯤이야 그런 거 없어도 가능하거든?”


“진짜 내기할까?”


“좋아.”


“그럼 내가 이기면, 음– 아이템은 됐고. 나중에 내 부탁 하나 들어줘.”


“왜? 아이템도 사줄게. 그거 얼마나 한다고.”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하! 하고 콧방귀를 뀐다.


“진짜 몰라도 너무 모르는 구만.”


“뭐가?”


“여기서 비싼 아이템은 오빠 전재산으로도 못 사.”


“?”


“조금 비싸다는 아이템들도 100억은 그냥 넘어간다고. 이 바보야.”


“?!”


솔직히 정말 놀랐다. 허은하가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아서 더욱더.


“그렇다니까? 안 되겠다. 오빠 동대륙에서 할 거야, 아님 서대륙에서 할 거야?”


“동대륙이 무림 있는 곳 맞지? 그럼 당연히 무림 아냐? 아시아인이면 무공 배워야지.”


재활할 때, 현준이의 추천으로 대한민국에서 연재되던 무협 소설이란 무협 소설은 거의 다 읽었었다. 덕분에 멘탈 만큼은 천하제일 고수가 되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의리로라도 무조건 나는 무림이었다.


”또또 오바한다. 무슨 아시아인이면 무공이야? 아무튼 그래. 무림이 더 좋긴 하지. 그럼 동대륙에서 뭐 어떻게 할 건데?“


아직 정하지 않았었다. 일단 처음엔 그냥 애들이 알려주는 대로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직 애들이 알려주지 않았었다. 자기네들은 서대륙에서 시작해서 동대륙을 잘 모른다나?


그래서 좀 알아보고 알려준다고 해서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거야 뭐. 아직 몰라. 애들이 알아보고 알려준다네.“


미간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후– 하긴 언니랑 오빠는 서대륙이긴 했지.”


“뭐야? 넌 그럼 동대륙이야?”


훗- 하면서 재수 없게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하아- 또 시작이다. 귀찮아질 것 같아 소파에 들어 눕는다. 그리고는 손을 훠이훠이 흔든다.


“그냥 가라.”


“아씨! 오빠!”


“뭐 또. 또 무슨 헛소리 하려고.”


“동대륙에선 언니 오빠가 아니라 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어서 안 일어나?! 내가 이렇게 친히 도움을 주려는데?!”


괜히 더 귀찮아질 것 같아 일어난다. 그리고는 눈을 흘기며 삐진 척 불만스럽게 쳐다보는 허은하를 본다. 웃기는 건 눈은 삐진 척 흘기면서도 두 콧구멍을 벌렁벌렁 거리고 있다는 거다. 딱 봐도 뭔가를 꾸미는 수상한 얼굴이다.


“오빤 얼마나 운이 좋은 줄 알아? 내가 누군지 아냐고.”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자화자찬하고 싶은가 보다. 뻔히 그 더러운 속셈이 보이지만 마음 넓은 내가 모른 척 넘어가 주기로 한다.


“그래. 네가 뭔데?”


허리에 두 손을 턱 하니 올리고 오만하기 그지 없는 재수 없는 얼굴로 날 내려다 보더니.


“내가 바로 떠오르는 무림오화武林五花 중 하나인 백화白花 허은하라고. 티 없이 하얀 아름다운 꽃. 동대륙에서 플레이어들이 나 한 번 보려고 얼마나 애들 쓰는지 알아? 어? 아냐고?”


피부가 하얗긴 했다. 저게 다 내 돈으로 만들어진 백옥 피부다. 어머니 데리고 피부 시술받으러 돌아다닌다고 하더니만. 좋아지긴 정말 좋아졌다.


고개를 크게 주억인다. 이럴 때 인정해 줘야 한다. 아니면 곤란하다.


“인정. 역시 내 동생.”


“야! 허은호!”


하지만 돌아오는 건 하늘보다 높은 오빠를 때리는 반사회적 행동이었다.


퍽! 퍽! 퍽!


“알겠어! 알겠다고!”


요 조그만한 것이 손이 맵기는 정말 매웠다. 게임에서 무공을 배워서 그런지 때리는 게 전보다 더 찰져진 것 같았다. 역시 무공을 배워야겠다.


“아무튼! 일로와 내가 제대로 알려줄 테니!”


은하는 뭔가에 꽂혔는지 혼자 의지를 활활 불태우며 컴퓨터 책상으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동대륙에서 한다니까 동대륙 대선배인 내가 제대로 알려줄게!”


자기 옆을 탕탕 치면서 나를 자기 옆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설명을 시작하는데.


“······”


장장 3시간이나 설명을 들었다. 캡슐 값은 하겠다는 듯이 침 튀기며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설명했다. 혼이 나갈 것 같았지만 여동생의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졸음을 꾹 참고 들었다.


에덴의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는 건 정말 다 들은 것 같았다.


특히 동대륙은 내가 하려던 곳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자기가 거기서 무림오화라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 좀 더 열정적이고 세밀하게 설명했다.


’빡세네.‘


그건 그렇고 은하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 ‘에덴’이란 게임은 정말 빡센 게임인 것 같았다. 역시 에덴을 제대로 하려면 시작 전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시작은 가볍게 하려고 했는데 듣다 보니 이놈의 승부욕이 끓어올라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 안에선 무릎이 멀쩡한데 남들보다 뒤쳐진다? 그건 말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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