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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겸

은퇴 후 괴물 플레이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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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겸]
작품등록일 :
2024.07.22 18:38
최근연재일 :
2024.08.11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794
추천수 :
94
글자수 :
107,324

작성
24.07.28 00: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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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정체(2)

DUMMY

‘삿갓이라도 쓰면 낫겠지.’


삿갓 쓰면 못알아 볼까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다가오지 말라고 눈치를 주기 위해서였다. 예전 선수 때도 호동생들이 알아보면서도 나름 날 생각해서 날 못알아 본 척 지켜줬을 때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내게 ‘난 널 알고 있지만 널 위해 모르는 척 하는 거다.’라는 걸 티 내기 위해 꼭 윙크를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막 내 이야기를 하면서도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고 있었다. 윙크하면서.


그래서 나도 그들의 의리를 믿고 의식하지 않은 척 하면서 곧바로 의복 전포로 가 삿갓 하나를 사서 쓴다.


그걸 뒤에서 다 보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사자 따라 사는 호동생들도 있었다.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삿갓이 유행해야 더 못알아 볼 테니.


‘나름 괜찮은 듯?’


그리고 이 삿갓이 마치 외로운 무림 고수처럼 보이게 하는 듯했다. 따라 산 호동생들도 나름 만족하는 듯했다. 서로 고수 같아 보인다면서 칭찬하고 난리다.


눈 앞을 가려 솔직히 불편하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어야 하는 법.


‘와 앞머리로 가리고 다니는 애들은 어떻게 다니는 거야?’


현실에서 어린 애들 보면 유행이라고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다니던데, 그만큼 삿갓도 불편했다.


간신히 보이는 시야로 커뮤니티에서 말하던 그 무공 가르쳐 주는 훈련소 무관으로 간다.


***


레벨 10까지 이 SP4412에서 기본 무공을 배울 수 있었다. 기본 무공을 배우면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동대륙을 선택한다고 생각하고 이후 대륙 선택 시 서대륙을 선택하지 못하게 했다. 반대로 서대륙의 마나 공법을 익히면 동대륙을 선택 못하게 막았고 말이다.


무공 배우러 가면 가장 먼저 심법부터 알려준다고 했다. 이곳 뉴비 도시에서 배우는 심법은 심법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심법으로 이후 그 어떤 심법을 배워도 잘 융합되는 심법이라고 했다.


뉴비 도시 SP4412에 있는 무관, 정무관正武官에 도착했다. 쫓아왔던 호동생들과 플레이어들은 굳이 무관까지는 들어가기 싫었는지 알아서 뿔뿔이 흩어졌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삿갓을 들어 제대로 왔나 확인했다.


“와-”


어마어마하게 컸다. 경복궁보다 더 커 보였다. 전각들이 끝도 없이 뻗어나갔다. 그 시작에 [正武官]하고 현판이 떡하니 붙어있었다.


‘하긴 뉴비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세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게임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만들었다보니 일단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다 보면 됐다. 그렇다보니 이렇게 문전성시를 이루는 게 이해는 갔다.


줄도 한 10줄 정도로 길게 서 있었다. 나는 제일 짧아 보이는 줄에 가서 선다.


“저 사람 허은호 아냐?”


아까 잠깐 삿갓을 들었을 때, 그때 눈치 깠나 보다. 삿갓과 물아일체가 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허은호? 축구 선수?”


“그래. 그 비운의 축구 선수. 애기 피하다가 사고 나서 은퇴한 사람.”


“정신병원에 있는 거 아니었어? 미쳐가지고?”


“에이 미쳤다니. 설마.”


“야 너 같으면 안 미치냐? 진짜 인생 절정기에서 한순간에 나락 갔는데. 나라면 미친다.”


“그런가? 진짜 미쳤나? 그럼 저 사람은 누구지?”


“닮은 사람이겠지.”


이 짜식들이 멀쩡한 사람을 그냥 병신 만드네? 웬만한 말은 그냥 넘어가는데 미친놈은 심했다. 그놈들을 살벌하게 노려본다.


내 살기 넘치는 눈빛에 깜짝 놀라 눈을 내리깐다. 그리고는 또 속삭이는데.


“······맞는 거 같지?”


“응응······ 맞는 거 같다······ 그리고 소문대로네······”


“소문?”


“개싸가지라고 하더니······”


“아 맞네. 그렇네.”


부들부들-!


마음속에 참을 인을 세 번 쓴다. 오늘도 난 그렇게 사람 두 명 살린다.


‘이 자식들이!’


딱 봐도 어려 보였다. 이 급식이 녀석들.


내가 그땐 진짜 안하무인이기도 했었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놈이기도 했었기에 한 번만 봐준다.


그러던 중 차례가 돼서 접수처 NPC 앞에 도달했다.


“이름.”


“허은호.”


“무공 배운 적은 있나?”


“없습니다.”


“7번 수련장으로 가라.”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가는데.


“저 실례지만.”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서 고개 돌려 보니 예쁜 여성 플레이어였다. 친절하게 대답한다.


“네. 무슨 일로?”


“저기 혹시······ 맨유 허은호 선수 맞으신가요?”


허은호하면 맨유가 떠오르긴 했다. 발롱도르도 있는데 보통은 맨유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같았다.


“아닌데요.”


“방금 이름이 허은호라고······”


“발롱도르 허은호 아닌데요? 이름만 같을 뿐.”


“거짓말 같은데······”


“많이 오해 받긴해요.”


밖이면 몰라도 여기서 맞다고 하면 엄청 귀찮아진다. 여기 줄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대한민국 사람들이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이 예전 내 팬이었다는 말이었다.


정무관 안에서 만난 호동생들 몇몇이 알면서 윙크하면서 모르는 척하는 거 보니 아마 맞을 거다. 삿갓 쓰고 왔음에도 이정도였다. 하 이놈의 인기.


최대한 빨리 배우고 필드로 나가야겠다. 여기서 수련하면서 능력치 좀 올릴까도 했는데, 그냥 나가서 올려야겠다. 어디에 머무르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많을 듯하다.


뿔토끼에게 당한 부상이 다 나았음을 느낀다. 역시 뉴비 도시 답다. 그러니 여기서 시간 낭비해선 안 된다. 그리고 난 이젠 프로 축구선수도 아니었다. 굳이 팬 관리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후-


“아무튼 진짜에요. 그건 그렇고 님은 몇 수련장이에요?”


내 물음에 두 눈을 초롱초롱 밝힌다. 두 뺨은 기대로 붉어진다.


“······왜요?”


“그냥요. 혹시나 같을 까봐요.”


다르길 바랐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붉으진 뺨을 양손으로 수줍게 가리면서 말한다.


“전 4번 수련장이에요······”


“아- 아쉽네요. 전 7번이라서. 그럼 이만.”


또 말 걸 까봐 얼른 후다닥 7번으로 갔다. 7번 수련장도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서도 날 보고 웅성웅성 거린다. 삿갓의 효용이 없어졌다.


“저기 혹시 허은호 선수?”


돌아보니 이번엔 형처럼 보이는 남자였다. 남녀는 평등해야 했다. 예쁜 여자가 물어볼 때도 부인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아닙니다.”


“진짜요? 예전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봤을 때랑 똑같은데요? 심지어 목소리도 같고.”


올드 트래포드까지 온 팬이면 찐팬이라는 건데. 올드 트래포드에서 조금 망설여졌다.


내가 망설이자 그제야 내 상황을 이해했는지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이해한다는 듯이 말한다.


“아쉽게도 아니셨군요. 제가 허은호 광팬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랬나봅니다. 곤란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역시 찐팬. 형처럼 보이지만 이 사람도 호동생이었다. 역시 배려심이 장난 아니다.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인정하면 무공 못 배운다. 나도 그렇고 저 사람들도 그렇고.


다가가 그에게 손을 내민다.


“?”


“착각해줘서 고맙다구요. 저도 허은호 좋아하거든요. 같은 팬끼리 악수나 하자구요.”


재빨리 내 손을 잡으며 해맑게 웃는다.


“하하! 같은 팬이셨군요! 그럼 우리 친추 할까요?! 같이 에덴하시죠! 하하하!”


단호히 고갤 젓는다.


“그건 아닌 듯요.”


잠시 적막이 흐르더니.


“······네······”


“일단 우리도 들어가죠. 뭐라도 좀 배워야 하잖아요?”


“네······”


7번 연무장에 들어갔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교관들이 각 자리에 서서 뉴비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입구에 있던 교관들이 막 들어온 뉴비들을 다그친다.


“어서어서 빈 자리에 가 앉아라! 어서!”


다들 어리버리 타면서 자리에 앉는다.


“누가 그렇게 앉으래! 가부좌 몰라! 가부좌 못 트는 놈들은 그냥 나가!”


나도 그 육중한 허벅지 때문에 가부좌가 쉽지 않았지만 가부좌가 안 되면 심법을 배우지 못한다는 말에 미리 연습해 왔다.


NPC 교관들은 혹독했다. 설마 했던 녀석들은 진짜로 엉덩이 차이고 쫓겨났다.


“네녀석들이 처음으로 배울 것은 육합공六合功으로 하늘과 땅, 그리고 동서남북의 여섯 방위의 합일合一을 이루는 절대신공絕對神功이다! 다시 말해 육합은 우주를 뜻하니 대성을 이루면 우주를 아우를 수 있다!”


우주는 개뿔.


그냥 기본 중에 기본이구만.


시장 저잣거리에서 닷 푼에 팔리는 걸로 알고 있다.


“앉아서 기다리면 교관이 다가갈 거다! 교관이 등에 손을 대고 진기도인眞氣導引을 해줄 테니 그때 이 위대한 심법을 깨달아라.”


처음이라고 시스템이 체득을 도와준다.


내게도 교관이 다가왔다. 내 태평양 같은 등에 손을 얹더니 속삭이듯이 말한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여라.”


별거 없었다. 그냥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된다. 그러면 교관이 알아서 그 숨에서 자연의 기운을 이끌어 탁한 것과 정한 것을 나누어 알아서 하단전에 쌓아줬다.


얼마 안가 정한 것들이 배꼽 및 아랫배에 쌓여 콩알만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단전丹田을 생성하셨습니다.]


[육합공六合功을 익히셨습니다.]



그 반투명 창이 뜨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익혔습니다.”


“오 대단하군. 재능이 있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갤 끄덕인다.


“감사합니다.”


“그래. 좋다. 그럼 8번 연무장으로 가라. 나가서 바로 오른쪽에 있다.”


오른손은 주먹을, 그걸 왼손 바닥으로 포개고 가슴에 모아 무림식 인사인 포권을 한다.


교관의 말대로 나가서 바로 옆 연무장으로 간다. 거기도 똑같았다. 교관들이 돌아다니면서 검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쉽네.’


삼재검법三才劍法


세 가지 형태만 익히면 된다.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 진짜 별거 없었다. 이거 엄밀히 보면 검도 배울 때 다 배운 동작이어서 여기도 3분 컷 가능할 것 같다.


“이쪽으로 와라! 빨리 와라!”


어차피 저 자리는 내 자리였기에 느긋하게 갔다. 도착하자 휙 하고 목검을 던진다.


“잡아라! 자세를 봐주겠다!”


그래서 검을 파지하고 중단세 자세를 잡는다.


“흐음- 어디서 배워온 놈이군.”


그러더니.


“삼재검법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혼합된 조화의 검법. 모든 검법은 삼재로 시작되어 삼재로 끝이난다. 그만큼 위대하고 대단한 검법이다. 삼재검법만 통달해도 초절정고수가 될 수 있다.”


거짓말이다. 커뮤니티에서 알아본 바 1,000% 불가능이다. 어디 웹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구라를 치다니.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네.”


“자 그럼 날 보고 따라해라! 태산압정太山壓頂!”


세로 베기다.


“횡소천군橫掃千軍!”


가로 베기다.


“마지막! 선인지로仙人之路!”


단순 찌르기.


슉- 찌르기 하는데 솔직히 좀 없어 보인다.


“어떠냐?! 대단하지 않더냐?! 이거야 말로 모든 검술의 총집합체! 해봐라! 이 몸이 친히 봐주마!”


따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보였다.


휙! 휙! 슉!


다 하고 나서 쳐다보니 멍하니 입 벌리고 있는 교관이 보였다.



[삼재검법三才劍法을 익히셨습니다.]



“잘 했나요?”


끄덕끄덕.


“그럼 권법 배우러 가도 되나요?”


끄덕끄덕.


“감사합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들어오자마자 나가는 날 보고는 멍하니 바라본다.


‘역시 선행학습 하길 잘했어.’


뭐 물론 이거 빨리 끝냈다고 [업적] 그런 거 나오진 않는다고 했다. 재능충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기에 시스템이 여기서 주진 않는 거 같았다.


‘뭐 한 달 배운 나도 금방 배우는데.’


물론 나도 재능충이었다. 괜히 관장님들이 내가 검도나 격투기를 했으면 세계 챔피언이 됐을 거라고 한 게 아니었다.


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작가의말

전에 말한 대로 오늘은 연참 가겠습니다!

한 오전 8시 30쯤에 올리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_ 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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