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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최근연재일 :
2020.09.04 10:03
연재수 :
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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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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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
글자수 :
407,100

작성
19.07.10 06:00
조회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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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3쪽

Story. 1 어그러지기 시작한

DUMMY

* * *





온갖 감정이 버무려진 한숨을 내뱉은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크리스를 똑바로 응시했다.

금안과 녹안의 시선이 서로를 교차하듯 마주 응시하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가요."





찬란한 금안이 흔들림없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내뱉었다.


* * *




'아, 실수했다.'





사벨레인은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내뱉듯이 나온 신랄한 어조의 대답에 그만 얼굴을 굳혔다.

원래는 이렇게 가시돋친듯한 어조로 말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스스로의 목숨이 연관되어 있다보니 무의식적으로 감정이 조금 실려버린데다가 긴장하는 바람에 말에 너무 힘이 실린 경향도 있었다.





'어, 어쩌지...?'





어쨌거나 그럴 의도가 없었든지 사실은 있었던지 이유가 어찌되었든지 해도 물은 이미 엎어져 버리고야 만 것.

핏기가 가신 창백한 얼굴로 굳어버린 크리스의 표정에 사벨레인은 따라 자신의 머리도 굳어져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쉽게 말해서 머릿속에서 이럴땐 뭘 어찌해야하는지 괜찮은 생각이 단 한움큼조차도 떠오르지 않았다.






"...."





너무 어이가 없어진 나머지 표정의 미동조차 없는 것일까.

녹빛의 시선이 미동도 없이 자신을 그저 꿰뚫듯이 바라만 보고 있자 그녀는 괜스레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느껴졌다.





'...일단 변명이라도 해봐야하나?'





딱히 떠오르는 방안이 그거밖에 없었던 나머지 일단 해보기라도 해야하는 것일까, 오히려 더 분위기가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다행스럽게도 크리스가 먼저 느릿하게 입을 열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 너라면 그렇게 나올줄 알았지."





무뚝뚝하고 차가운 어조와 대조되는 매우 충격적인 발언에 사벨레인은 크게 놀랐다.

이미 온몸이 긴장으로 인해 깊게 경직되어버린 나머지 딱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곧이어 (빠지면 섭섭한) 머릿속의 필터링이 재작동하면서 순식간에 그녀는 공황상태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나라면 그렇게 나올줄 알았다고... 이미 내가 반발할줄 예측하고 있었던건가?'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마치 읽었다는 듯이 크리스는 곧바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확인사살을 가했다.





"뭐, 아주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니... 그래, 무슨 생각이냐고 물었지?"





뚝-

말을 듣게된 순간, 이성과 그녀를 연결하던 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사벨레인의 머릿속에서 고요하게 울려퍼졌다.

진정한 의미의 공황상태가 지금 실시간으로 뇌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뭐, 뭐라고... 그럼 진짜로 이게 다 고도의 계획이었던건가? 진짜로 날 죽이려고 그런거였어? 진짜? 아니 잠시만요, 저 아무런 잘못...을 안한건 아니지만 딱히 눈에 띌만한건 안했는데! 어쩌지? 여기서 다 엎어버린 다음에 방에 틀어박혀 있을까? 아 젠장, 억울해죽겠네! 내가 뭘 처했다고! 한거 없단 말이야! 으아아아아아! 마왕 개자식 으아아아아! 저주할테다! 니 새끼 대가리에 마구니까 낄 정도로 저주할테다! 으오오! 죽을때까지 따라다니면서 저주할테다아아악!'





더욱이 사벨레인의 뇌내에 옵션으로 장착되어있는 최신형 부정필터는 리미터가 해제되어버리는 바람에 그야말로 혼돈, 파괴, 망각의 총집합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머릿속은 쑥대밭 그이상이 되어있었다.


아마 그녀의 머릿속을 누군가가 단 1초라도 들여다 본다면 똑같이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마치 인지하기만 해도 미쳐버린다는 어딘가의 신들이 떠오를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억울하다! 약자에게 마왕은 자비를 베풀어라! 약한것도 죄냐! 누군 약하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거냐! 횡포가 이루 말할데가 없구나!

-으하하하 혼란하다 혼란해! -크하하하하! Little pig! Don't go away! -내 머릿속에 고대어가 빗발친다! 으하하하하! -크하하하하! 으하하하하! 하하하하!'





1초를 1000개로 쪼갠듯이 정체를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는 수많은 혼돈들이 머릿속에서 차례대로 펼쳐졌다.


머릿속에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하다고 한들 이정도쯤 된다면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릴게 분명한 환상들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미 패닉상태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벨레인이라고 할지라도 그건 예외가 아니었다.





스르륵-





그녀의 찬란하게 빛나는 금안부터 서서히 광기에 진하게 물들여지고 있었다.

이미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가 불가능해진 사벨레인의 뇌는 광기에 서서히 침식되어가고 있었다.


서서히...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제어하기란 불가능한 심각한 광기가 물에 염료를 풀듯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온몸이 광기에 물들어졌을 바로 그때!






-뚝...

무언가가 꺼지는 소리가 뇌내에 차분하게 울려퍼졌다.






'...아니야, 이럴때 일수록 침착해져야해... 이럴때 하는 성급이든, 흥분이든 일단 침착하지 않는다면 전부 독이 되어버릴뿐.'






놀랍게도, 사벨레인은 광기가 퍼져나간 속도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차분해지더니 금방 제정신을 되찾았다.

제아무리 뇌를 포함한 온몸을 침식한 광기라고 할지라도, 리미터가 해제된 부정필터라고 할지라도 그녀에게 하나의 정체성이 되어버리고야만 생존본능을 억누르기란 불가능 그자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사벨레인이 제정신을 거의 다 되찾았을때 즈음, 크리스의 녹빛 눈동자가 그녀의 금안을 또렷하게 응시했다.

그는 입을 열어 꽤나 도발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어투로 말했다.





"내가 무슨 생각인거 같지? 사벨레인."





'..무슨 생각인거 같냐고? 불쌍한 내게 명계행 편도 여행권 하나 강제로 끊어주려는 생각일게 뻔하지! 이 망할 자식아!'





저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이 거의 목구멍 가까이까지 치솟아 내뱉어질뻔 했으나, 귀신같이 다시 작동한 생존본능 덕에 사벨레인은 간신히 말을 삼키고 지금 자신의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답변을 대신 내놓을 수가 있었다.





"...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건가요."





그 한마디 말과 눈동자에는 온갖 설움과 꼼짝없이 사지로 가게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확정이겠지만.) 생겨난 처절한 감정들이 함축되어 어려 있었다.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인지, 크리스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잠깐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더니 말했다.





".... 난 최선의 선택을 했을뿐이지, 그런데 사벨레인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것 같은데."





'....?!'





크리스의 말에 사벨레인은 처음엔 그녀 스스로가 잘못들은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자신을 최전방에 보내는 것이 그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는 크리스의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에 자신이 잘못 들은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대놓고 죽이겠다는 것을 저렇게 포장하는구나...!'





한치의 틈도 찾아볼 수 없이 치밀하기 짝이 없는 크리스의 행동에 사벨레인은 속으로 조용히 분개했다.



비록 분수에는 맞지 않지만 (어디까지나 사벨레인의 생각이다) 어쨌건 간에 그녀는 무려 마왕군 제1군단장이다.

대외적으로 볼때 결국 마왕의 대행자나 다름없는 그런 까마득히 높은 위치에 올라서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이들이 볼땐 당장 제국연합과 용사들이 몰려온다는 솔레스 요새에 그녀를 보내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는, 분명 마왕 크리스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임에 한치의 의심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크리스가 자신을 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입발린 말을 꺼내버린 그 순간부터, 이제 솔레스로 향하는 도중에 어떤 일이 일어나던지, 마수의 습격이건 암살자들의 기습이건 그 모든 것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뭐야 이거... 무서워... 진짜 인정하기 싫은데 너무 기가 막히게 잘들어맞잖아...'





자신이 생각했지만 소름이 돋을만큼 들어맞는 전후상황에 사벨레인은 온몸에 스산한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여전히 마음속 한켠에는 찝찝하리만큼 진한 의문들이 남아있었다.

그가 무엇을 꾸몄는지 대강은 짐작했으나 도대체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할정도라면 분명 내가 마음에 안들만한 행동을 했단건데... 왜 난 기억이 나질 않지?'





분명 원군을 버림패로 쓸 정도라면 자신이 꽤 크게 거슬리게 행동했다는 것일터.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서류처리와 낮잠, 간식 등으로 늘상 개인 집무실에 틀어박혀 생활하던 사벨레인으로썬 그게 무엇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분명 그런 기억은 없는데... 뭔가 접점이라도 있었어야지...'





쪼잔하게 그럴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옛날에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일이라도 있던건가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딱히 그럴만한 접점부터 찾을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사벨레인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것만 같은 머리를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심정으로 계속 기억을 파헤쳤다.





'...역시 떠오르지가 않는데.'





당연하지만 실낱같은 것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여기서 더 고민해봤자 자신이 그것을 이해하기란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사벨레인은 지금 느끼는 감정 그대로 대꾸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러는건지 눈곱만큼도 이해할 수가 없으니 당연한거 아닌가요."





짐짓 듣기엔 어이없다는 감정이 실려있지만, 그 밑바탕으로 깔려있는 것은 의문과 억울함으로 뒤섞여있는 것이었다.

꽤나 호화로운 감정들이 섞여있는 대답이었으나 크리스는 표정에 한치의 변화조차 없이 가만히 입술을 달싹이며 차갑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눈곱만큼도 이해할 수 없다라...."




'어... 잘못된 대답이었나?'




말꼬리를 흐리는 그의 중얼거림에 사벨레인은 불안함을 느꼈다.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크리스는 꽤나 깊은 생각을 하는듯이 그저 눈을 깊게 내리깔 뿐이었다.

이윽고, 크리스가 다시 시선을 돌려 사벨레인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흡...!"





무심코 크리스와 눈을 마주친 순간 사벨레인은 숨을 급하게 내뱉었다, 머릿속의 경종이 시끄럽게 울리는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두 눈에는 차분함 따윈 온데간데 없이 노기만이 저릿하게 연둣빛의 광택으로 번뜩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뭐야, 저 엄청 무서운 눈빛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눈에는 분명한 노기가 어려있었다, 아니, 이제 그건 광기라고 봐도 좋을정도였다.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치솟는 어떤 감정을 정말 간신히 제어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혼돈적인 광기를 눈에 머금은채로 그는 사벨레인을 응시하고는 입술을 비틀며 신랄하게 말했다.





"지금 나보고 그 소리를 믿으라는건 아니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너가 이해하지 못했을리는 없잖아."





말을 다 끝마친 그의 입가에는 사벨레인으로썬 영문을 알수가 없는 웃음이 걸려있었다.

하지만 사벨레인은 그런 의미심장한 웃음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그것보다는 지금 너무나도 억울하다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녀는 소리없이 그에게 소리쳤다.





'지랄! 아무것도 이해못했다 이 쓰레기야!'





후폭풍이 두려웠기에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지만 만일 꺼냈다면 정말 처량하고도 처절하게끔 들리지 않았을까.





'하...하하...젠장, 뭔지 알기라도 하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하아... 이번생에 편한 삶은 글러먹은거 같네. 곧 찾아올 다음 생에선 제발 편한 삶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아니지, 이미 내 인생엔 불운이 가득하잖아? 안될거야 아마.... 차라리 굴러다니는 돌멩이는 어떨까. 아니면 거미? 슬라임? 오... 슬라임, 그럴리가 없지만 전생한다면 왠지 강할거 같은데? 아냐, 그것보단 오히려 마검이 되는게 나을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쓸데없는 잡념을 이어나가던 사벨레인은 점점 피폐해져가는 자신의 정신상태에 제풀에 지쳐버린 나머지 자연스레 크리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하아, 이게 다 뭐냐...부질없이...'





사벨레인은 슬며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때는 이미 자신의 방 안이었다.


작가의말

다음 세 편은 외전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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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Story. 2 Inaccurate +2 19.07.13 240 9 12쪽
31 Story. 2 Inaccurate +1 19.07.13 257 13 14쪽
30 Story. 2 Inaccurate +2 19.07.12 270 11 10쪽
29 Story. 2 Inaccurate +1 19.07.12 277 10 10쪽
28 외전1 - 다르칸의 스승님 +1 19.07.11 417 6 16쪽
27 외전1 - 다르칸의 스승님 +1 19.07.11 268 7 8쪽
26 외전1 - 다르칸의 스승님 +2 19.07.10 32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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