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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최근연재일 :
2020.09.04 10:0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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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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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Story. 1 어그러지기 시작한

DUMMY

[주의] 무영 시점에서 서술되는 거라 스토리 진도를 거의 빼진 않았습니다!

* * *





잘 가공되어 희미한 빛을 뿜어내면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정교한 마법진이 새겨진 석재 벽돌.

그리고 그 옆에 방향감을 잃고 비틀거리는 희미한 빛을 품은 마정석 한 조각이 공명하고 있었다.

모두 겉면에는 피가 흩뿌려지듯이 튀어 있었다.





"끄르르륵..."





바닥에 주저앉아 꿈틀거리는 병사의 입가에 낮게 피거품이 인다, 연신 바닥을 축축하게 적시는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그의 목에는 날카로운 흑색의 단검이 깊숙하게 박혀있었다.


수축된 두 눈에는 엄청난 공포와 후회와 같은 감정들이 깊숙이 박혀있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에는 바로 온통 검은색으로 도배된 인영이 이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나다, 설득에 실패하자마자 곧장 단검을 목에다 꽂아넣어버렸다.

조금의 측은함이나 일말의 동정심 따위는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야, 그것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었으니까.





스륵- 스륵-





발걸음을 내딛을때마다 천이 서로 스치는 소리가 났다, 따라서 눈동자에 비춰보이는 인영도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그 병사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이유야 당연히 내 단검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그외엔 다른 이유는 없었다.





"...아."




문득 단검을 뽑았을때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피가 여기저기에 튄다면 처리하는데 조금 귀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검을 회수하지 않을수는 없는일, 그러므로 나는 그의 숨통을 단숨에 끊어버리기로 결정했다.

나는 허리춤에 달려있는 묵직한 마법 철퇴를 빼들었다.

쇠뭉치에 새겨진 침묵 마법이 나의 체내에 있는 아주 극소량의 마나에 반응하여 빛나고 있었다.





"끄륵! 끄르르르...!"





아름답게 빛나는 철퇴를 보고 병사의 동공이 아주 작은, 개미보다도 더 작게 줄어들었다.

줄어든 동공의 면적만큼 그것을 채우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겠지만, 그것보다는 눈앞의 철퇴를 향한 두려움이 더 클 것이다.

보통 인간은 멀리있는 것보단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니까, 그런것이다.

나는 그런 두려움에 질린 병사에게 허리를 숙여, 음성을 변조시킨뒤 귀에다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러니까아, 제가 비켜달라고 했을때 순순히 비켜주셨다며언... 이런 일은 없었을거 아니에요오... 저도 불필요하게 피를 보는건 딱히 좋아하지 않는답니다아."





그렇게 말한 후에, 허리를 다시 꼿꼿하게 피고 그 눈을 바라보았다.

후회막심한 풀린 눈이 나를 천천히 응시하고 있었다.





"...하."





도무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는 공허한 기분이 날 서서히 먹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짜증나네요오오."





철퇴를 휘둘렀다.

우우웅-

쇠뭉치에서 빛이 은은하게 퍼져나왔다.

파착-






침묵 마법이 발현되면서 공기를 가르는 소리도, 골통이 깨부숴지는 소리도, 피가 벽면에 흩뿌려지는 소리도 전부 묻혔다.

공허한 기분은 가라앉았다, 목에 꽂혀있던 단검도 회수했다, 이제 처리할 일만 남았다.

두개골이 으깨져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이 시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흔적과 함께 불태워 없애버릴까, 아니면 이곳 근처의 쓰레기 처리장에 갖다버릴까, 내가 갖고있는 선택지는 많았다.





"으음... 비명을 지르지 않아준 착한 인간이니 시체정돈 남겨줄까나아..."





하지만 그렇게 처리하기에는 나의 일말의 양심이 조금 찔렸다.

따지고 보면 이 인간은 자신의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다가 그저 운이 없어서 자신에게 걸려 죽어버린 것이 아니던가.

딱히 인간이라는 종족은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건 충분히 본받아야만 하는 자세다.

조금 고민하던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피유우우.. 어쩔 수 없네요오, 적어도 시체정돈 수습하게 해드리지요오."





나는 허리춤에 매달고 있던 검은 천을 풀러서 그대로 시신에 갖다대었다.

그러자 검은천이 반응을 보이더니 시신과 뼛조각, 핏물을 꿈틀거리며 흔적도 없이 잘도 먹어치웠다.

정확하게는 이 아티팩트에 담은 것이지만, 난 그저 보이는 것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헤에, 완벽하네요오."





흔적이 전부 완벽하게 처리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 나는 검은천을 다시 끈으로 동여매었다.

그리고 잘 매었는지 몇 번 확인을 거친 뒤에 다시 그 병사가 서있던 곳으로 곧장 걸음을 옮겼다.

아주 단단해 보이는 벽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벽처럼 보이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자...어디 한번 이 병사님이 지키려던게 뭔지 보자구요오..."





들고 있던 무기들을 전부 허리춤에 되돌려 놓고 나서, 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며 그 벽에다 손을 슬며시 대었다.




파스스스...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가 미약하게 귓가에 들려왔다, 벽과 내가 하나가 되는것만 같은 기분이 느껴져왔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때, 나는 그 벽과 동화되어 있었다.




'쓸때마다 느끼는거지만 기분은 정말 나쁘네요오~'




이것이 내가 가진 고유능력, 물질동화(物質同化)다.

얼추 물아일체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진짜 물질과 하나가 되는것은 아니다.

그저 나의 몸을 이루던 것을 손에 댄 물질로 일시적으로 바꿔버리거나, 물질이라는 바다에 내가 풍덩 빠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움직이는데 불편함은 없다, 다만 움직이려면 내가 동화된 물질과 반드시 같아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또 하나 장점이라면, 이 벽에는 고도의 암호화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데.

내가 물질동화를 한다면 이런 암호따윈 어렵게 풀지 않아도 이렇게 손쉽게 침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행히 이 안에 벽들은 밖하고는 다르게 문하고 똑같은 물질이네요오.'





내가 방금전까지 있던 곳은 황궁이었다.

제국연합의 심장부임과 동시에 유일하게 내가 물질동화라는 고유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유가 뭐냐면 황궁에 있는 벽들은 전부 대리석이나 금, 잘 가공된 석재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무슨 짓을 해놓은 것인지 금으로된 벽에서 금으로된 벽으로 넘어가려니까 안넘어가졌었다, 황궁에 존재하는 다른 벽들도 전부 마찬가지로 똑같았다.





마치 내 고유능력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벽을 이루는 물질에 다른 물질이라도 하나이상 섞어서 만든 것처럼 벽으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 예정에 없던 피를 손에 묻히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고 치고, 꽤 오랜 시간을 벽을 타고 가다보니 어느새 눈앞에 수많은 금고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광경이 보였다.

중앙에는 탁자가 하나 놓여져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중요해 보이는 서류가 하나가 위에 올려져 있었다.





'어쨌든 제 여가시간을 대신해서 여길 들른 값은 확실하게 챙겨가겠네요오.'





최근에 전례가 없던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과 곧 있으면 군단장 회의가 소집된다는 소리를 전해듣고 마침 가지러 갈 것도 있겠다, 겸사겸사 동향이 어떤지 조사라도 해볼겸 해서 들른 것이었다.

그리고 어찌저찌 귀동냥과 함께 마왕군 직속 정보부와 접촉하여 얻어낸 정보로 지금 여기에 오게된 것이었다.





"아무리 같은편의 정보부라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무섭단 말이죠오.."





푸념 아닌 푸념을 하며 나는 벽면에서 스르륵 빠져나왔다.

제일 먼저 빠져나오는 손부터 동화가 풀리면서 서서히 본래의 몸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다리까지 완전히 벽에서 빠져나온 후, 곧장 검은 천을 풀어내어 그 서류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천을 아주 크게 펼쳐서, 빼곡하게 들어찬 금고들도 죄다 안으로 집어넣었다.





"자고로 중요한 것을 가져갔을때 들키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잘한 것들까지 죄다 털어먹는 거죠오."





나, 그러니까 무영은 즐거운 기색이 듬뿍 담긴 눈웃음을 지으며 천을 다시 끈으로 동여매고 허리춤에 묶었다.




"아, 하나 들를데가 더 있었죠오."




비밀 금고에서 빠져나간 그가 다시 데이라크로 돌아오는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그가 1황녀의 침실에 잠시 들렀다는 것은 빼고 말한 것이다.


* * *


간밤에 무영이 수집한 팬티 컬렉션을 하나 추가하는 사이, 목없는 기사 언데드인 듀라한 데카르트는 여느때처럼 재미없는 시간을 보내었다. 언데드라서 잠이 필요가 없는지라 매일 아침과 저녁이 찾아와도 그가 하는 일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순찰- 훈련- 훈련- 훈련- 훈련- 순찰.

그는 식사 또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스케쥴이 정말 끝내줬다.

반복, 반복, 반복, 그는 딱히 지겹다고 느끼지는 않겠지만 어쨌든지 타인이 보기엔 끔찍하게도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당연하지만 딱히 설명할 것도 없었다.

회의 전 날에 그는 몹시도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었기에.


* * *


대망의 군단장 회의 날이었다.

무영은 잠을 자고 있었다, 안그래도 간밤에 컬렉션을 하나 수집해오느라 조금 피곤했었기에 잠은 아주 깊게 들어있었다.





"...응?"





그러다가 문득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슬며시 잠이 깨었다.

지금 무영이 자고있던 곳은 회의실 뒷쪽의 벽면이었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면 때론 잠복해야할 일이 많아서 고유능력을 통해 익힌 테크닉인 것이었다.

어찌되었던지, 말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은 분명 회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할터.

갑자기 잠이 싹 달아나는 것을 느끼며 무영은 슬며시 눈을 뜨고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크리스님, 사벨레인, 데카르트, 카를라일까지... 이러언, 벌써 시작했나보네요오, 아무래도 늦잠 잘 것 같아서 일부러 여기서 잔 거였는데 쓸모없게 되버렸어요오.'





무영은 푸념하면서 슬슬 빠져나올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회의때마다 어딘가에 숨어있거나 자고있으면 늘 그랬듯이 사벨레인이 자신을 발견 해줄테니 오직 그때만을 노리고 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사벨레인이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눈치챈듯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는 바로 지금이 빠져나올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으,응? 가,갑자기?"





'아직까지 크리스님은 눈치채지 못한듯 보이지만, 사벨레인이 저러는 이상 어차피 금방 눈치챌테니 상관없겠네요오.'





그리 생각하면서 그는 서서히 벽면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크리스가 눈치챈 것도 바로 그때였다.





"나와라 무영, 역시나 들켰구나."





크리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벽면에서 순식간에 빠져나왔다.

그리고 사벨레인을 향해 시선을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눈길을 보내면서 말했다.





"오늘도 들켜버렸네에, 역시 사벨레인이에요오, 크리스님도 저의 은신은 좀체 눈치채시지 못하는데에."





물질과 동화된 무영을 찾는것은 가히 기감이 극도의 극도로 발달해 있어야만 할 것이었다.

물질이라는 드넓은 바다에서 티끌만한 위화감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아주 근접해 있을테니까, 더더욱 그랬다.





"아, 이러언."





문득 귓가에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주 듣기 싫었기에 그는 푸는것을 깜박했던 음성변조를 즉시 풀었다.

잠시간의 테스트를 한 뒤에, 무영은 본래의 곱디고운 목소리가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흐느적거리면서 본래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크리스의 주도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흐아암... 역시 좀 지루합니다아아...'





딱딱한 회의 분위기는 장난기로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한 무영하고는 전혀 맞지 않았기에 그는 시종일관 듣는둥 마는둥했다.

무영은 대충 크리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보는사람 힘빠질 속도로 손을 들어올리면서 지루해 죽겠다는 어투로 늘어지게 말했다.





"저어기이요오~ 마왕니이임?"




그런 그에게 크리스가 답했다.





"음? '웬일로' 너가... 혹시 중요한 할말이라도 있는건가?"




크리스가 한 단어를 유독 강조해서 대답하자 무영은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렇기에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꾸며내고 과장해서 행동하기 시작했다.





"어어어떻게! 마와아앙님이이! 저어어어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셨단 말이에에요오!"




무영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크리스는 짐짓 당황한듯이 보였다.





"아니, 그건 아니고..."




"아무리이 마왕님이라도오오! 너어무하신거어 아니에요오오?!"





"그게 아니라..."




"흐윽, 마왕님은 방금 순수한 한 어른이를 타락시킨거라구요오! 전 이제 방에 가서 아껴놨던 헬파이어 담금주나 진탕 퍼마시고 주사를 실컷 부린뒤에 마왕님 집무실 앞에서 땡깡부리다가 잠에 들거에요오."





충분히 장난기를 해소하자, 무영은 마지막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소리죽여 웃었다, 딱딱한 회의보다야 그냥 지금 이 상황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웃는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후."





그의 뒤통수 너머에서 들려오는 살기와 살의가 담긴 한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곧이어서 아주 낮지만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영, 이제 검은색에 질린 것 같은데, 원한다면 몸뚱아리에 하얀 끈과 붉은 꽃을 내가 손수 피워내주마."




'아 젠장하알, 한번만 더 하면 쳐맞겠네요오..'




두들겨 패기전에 바른대로 말하라는 뜻이 담긴 그 말을 못알아챌리가 없었다.

무영은 자세를 고쳐잡고 잘못했다고 빈 뒤에 곧장 검은색 천을 묶은 끈을 풀러내어 탁자에 펼쳤다.

그리고 손을 슬며시 갖다대었다.




웅웅-




미미한 파문이 일면서 무영은 단숨에 그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물건을 보관하는 귀중한 아티팩트인 밤의 천은 용량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를만큼 넓고 크다는 장점이 있으나 꽤나 큰 단점 또한 가지고 있었다.





"어디보자아... 여기이... 어딘가에... 있을텐데에..."




바로 안에 들어간 물건의 감촉이 전부 똑같은 감촉으로 바뀌어서 오로지 모양을 유추해서 꺼내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무영은 연신 안을 뒤적거리다가 끄트머리가 마치 서류를 포장하는 갈색 포장지와도 비슷한 것을 찾아내었다.

더이상 찾기도 귀찮았던 무영은 그냥 아니면 다시 집어넣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것을 집어올렸다.





"..."





그런데 집어올린 그것은 몹시 노랬다.

무영은 순간 생각을 그만두었다.





"너... 너..."




그때 크리스가 충격받은 듯한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모습에 무영은 정말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곧장 안으로 되돌려 보내버렸다, 분명 컬렉션에 넣어뒀던 것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은 이미 벌어지고야 말았기에 그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말을 내뱉었다.




"어머나아... 이 물건이 아닌데에.... 다시 찾아봐야겠네요오..."




그는 영 어색한 태도로 다시 천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전보다 더 신중하게 그는 천 안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신 손을 놀려 모양새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손에 닿은 무언가가 부스럭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직감도 그렇고 예감 또한 그것이 찾던것이 확실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거다아~"




끌어올린 물건은 분명히 무영이 가져왔던 그 중요해 보이는 문서였다.

그가 문서를 끌어올리자 마자 금새 정체를 눈치챈 듯이 보이는 사벨레인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그거, 기밀문서?"




무영은 사벨레인의 그 놀라운 통찰력에 속으로 다시 한번 감탄했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먼저 기밀문서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은 이미 확신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겉모습은 그저 흔한 갈색 포장지였다, 자신이 또 잘못 꺼낸 것일수도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저리 말했단 것은 이미 무영 그 자신의 심리상태를 꿰뚫었다는 것 또한 의미했다.





"히야~ 역시이 사벨레인이에요오~ 어떻게 겉모습만 보고 물건의 정체를 맞출수가 있는거지이~"




무영은 가면 안에 숨겨진 흑요석과도 같은 두 눈을 반짝이면서 대답했다.

아무래도 하나뿐인 이 목숨을 걸만한 일이 하나 생긴 것 같았다.

어쨌든 그전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하자 우선 그는 말을 잇어나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며언, 이건 소위 말하는 그 기밀서류가 맞습니다아~ 여기에는 제가 심심풀이로 황성에 들러서 가져온 매우매우매우매우 중요한 정보들이 기록되어 있어요오. 그리고 그 정보들 중에는 기억하기론 계약 갱신과 관련된 항목이 있던걸로 기억해요오."





사실 살펴보지도 않았지만 대충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어림짐작하고선 무영은 곧장 갈색 포장지를 찢어내었다.


찢겨진 포장지 안에는 빽빽한 검은 글씨가 가득한 흰색의 종이들이 두툼한 햄덩어리와도 같은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예상이 맞았다, 맨 앞에는 제국 연합에서 최고 등급의 보안을 자랑하는 문서에게만 찍힌다는 황금색의 문양이 박혀있었다.





"혹시나 해서 가져온건데에, 이럴때 도움이 되네에~"





겸사겸사 컬렉션도 수집할 겸해서 가져온 것이니, 그에겐 분명 틀린 말은 아닐 것이었다.

그는 그들을 향해 곱게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아."




그런 무영에게 문득 크리스가 물었다.

그들끼리의 몇번의 대화가 오가고 나서 무영의 몸에 붉은 꽃이 피어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크으리이스으니이이임... 온몸이 너어무우 아파요오오오..."





말 그대로 약간의 해프닝이 일어난 직후, 무영은 앓는 소리를 내며 징징대었다.

그런 무영에게 크리스가 싸늘하게 대꾸했다.





"다른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큼은 잘했으니 여기서 끝내는거다."





"흐에에에... 그건 좀 너무해에에..."





무영이 비음을 섞으며 투정을 부리자 크리스는 가만히 붉은 꽃잎이 묻어있는 주먹을 다시 들어올렸다.





"흡..."




다시 처맞기는 싫었기에 무영은 가만히 입을 다물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가끔씩 아프다고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회의실에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이 가득한 시간이 흘러만 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무영의 귓가에 사벨레인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생각보다 심각한걸..."




심각하다니, 도대체 뭐가? 무영은 흥미가 동하는 것을 느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사벨레인이 심각하다고 입밖으로 내뱉을 정도라면 저 문서에는 뭐가 적혀져 있었다는 말인가.

그는 0.1 무영만큼도 안되는 헛소리를 한번 내뱉고 그저 가만히 귀를 쫑긋거리며 경청하기 시작했다.





다른 대화가 오가기도 했지만 그는 전혀 듣지 않았다, 현재 무영의 흥미를 끄는 것은 오롯이 사벨레인이 문서에서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저러느냐 였기 때문이었다.

그것 외에 다른 것이 귀에 들어올 턱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벨레인이 말할 차례가 되었다.




"이 문서에 써있던 내용은... 후우."




그녀는 약한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었다.




"1주 뒤에 5개 군단과 3명의 용사로 이루어진 대대적인 공격을 솔레스에 감행한다고 써있었어요."




사벨레인의 말에 카를라일이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면서 중얼거렸다.




"솔레스...? 솔레스라고 하면..."




카를라일의 중얼거림에 크리스가 착잡한듯 마른세수를 하며 답했다.




"...11군단장, 베르하토가 지키는 요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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