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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최근연재일 :
2020.09.04 10:0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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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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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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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Story. 2 Inaccurate

DUMMY

"...월영."




시간이 천추와도 같이 무겁게 흘러가던 도중. 사벨레인은 무게감에 짓눌린듯한 입술을 겨우겨우 떼어내며 월영의 이름을 불렀다.

조심스럽게 읆조리는듯한 목소리엔 망설임이 섞여있었다.




"예, 사벨레인님."




그 말마디에 담긴 망설임을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는 월영이었다.

그는 사벨레인이 무슨 말을 할려고 그러는지 잔뜩 긴장했기에 그걸 감추기 위해 일부러 고개를 깊숙하게 숙이며 나름 자기 딴엔 부드러운 목소리를 (긴장 때문인지 결국 딱딱하긴 매한가지였다.) 내려고 노력하며 대답했다.

사벨레인은 무언가를 더 망설이는듯 연신 바닥과 월영은 번갈아 흘겨보았다.





"...그래, 월영."





이윽고 그녀의 눈빛에서 결연함이 감돌기 시작할때즈음, 사벨레인은 다시금 입을 열어 말했다.

아직까지 목소리에 여전히 망설임의 잔재가 남아있었으나, 한번 세워진 결연함이 잔재 따위에 멈춰세워질리가 없었다.





"내가...믿어도 되는걸...까."




그녀가 내뱉은 말은 딱히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 말이 누구를 가리키며 말하는 것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를리가 없었다.

월영은 사벨레인의 말을 듣자마자 한치의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여보이며 즉각 대답했다.





"믿어주시든, 안믿어주시든, 그 어떤 선택을 하신다고 해도 저는 단 한가지만은 확언드릴 수 있습니다. 바로, 제가 충성을 바치는 것은 오직 저의 상관이신 사벨레인님 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에게 사벨레인이 던진 물음은 생각하고 말 것도 없는 것이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물음이었으니까 그저 입만 움직여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 또한, 그 답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진심이기도 했으니 망설임은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 월영의 시원시원한 대답을 들은 사벨레인의 표정은 어딘가 오묘해보였다.




"...으음."




대답하는데 단 한치의 유예도 없었기에 그런지 가슴의 답답함이 여전히 남아있는듯 보였다.

딱히 믿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믿어보기는 망설여진다고 보는듯한 그런 우유부단한 태도였다.

월영은 그런 사벨레인의 태도를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되려 사벨레인이 자신의 뒤를 미행했다는 이유로 격노하거나 적대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들어주었다는 점에서 감사하고 있었다.

그는 다 이해한다는 어투로 (역시 딱딱했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사벨레인님, 다시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저를 믿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사벨레인님 입장에선 갑자기 나타난 제가 충분히 의심스러울 수 있다는 것은 저 또한 알고있는 사실이니까요. 그런 것정도는, 기쁜 마음으로 제 1 군단의 간부되는 이로써 얼마든지 감수하겠습니다."





월영은 자신의 시원한 진심을 다시 한번 사벨레인에게 내보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벨레인은 여전히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는듯한 태도였다. 월영은 필히 자신은 상상도 못할만큼 바쁘게 머리를 굴리며 수많은 경우의 수를 종합하는 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저 조용히 사벨레인을 바라보며 그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를 묵묵히 기다리고만 있었다.





"....좋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월영 너를, 어느정도는...믿어보도록 할게."





이내 사벨레인은 입술을 떼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는 투가 섞여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기색이 내보여지고 있었다. 허나 그것만으로도 월영은 충분히 만족할만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만족을 넘어서 기쁘기까지 한 결과였다. 아직 자신이 정말 믿을만한지 명확한 해답은 내리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신뢰는 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지난 십년간 모셔왔던 것에 비해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섬기는 이가 그 사벨레인이다 보니 별다른 서운함 따위보다는 되려 감사하는 마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컸다.

월영은 기쁜 나머지 뚜렷하게 호선을 (자신 기준이다) 그리는 입꼬리를 감추려는 듯이 재차 고개를 숙여 말했다.





"여러모로 어려운 선택을 하신것에 깊게 감사드립니다. 사벨레인님."




"...그래."




그의 말을 들은 사벨레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보이곤 들고있던 책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것이 불필요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행동임을 모를 월영이 아니었기에, 그는 다시금 고개를 숙이곤 사벨레인에게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걸음, 두걸음, 이윽고 거의 지척까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뒤를 돌아볼 생각은 안하고 있었다. 지금껏 자신이 가면을 쓰고 거짓말을 해왔던 것일수도 있는데도, 품속에 비수를 숨긴채 접근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그녀가 뒤를 돌아보려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어디 해볼테면 해보라는 뜻이 틀림없으시겠지.'




한낱 암살자 따위가 휘두르는 칼날은 별다른 위협조차 되지 않는다고, 그것도 기척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모를까 대놓고 다가오는 비수에게 당할만큼 나약하지 않다고, 어디 공격해볼거면 공격해보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고보니...평소 주위에 느껴지던 물리적인 압박감 같은 것이 조금...덜한 것 같군. 아니, 평소처럼 주변에 어른거리는 황금빛조차 없는 것을 보니 아예 갈무리하고 계신 것인가.'




현재 사벨레인은 기세를 전혀 내뿜지 않고 있었다. 마왕성에 있던 때와는 달리 현재는 완벽하게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깊게 생각해보면 지금 딱히 힘을 쓰고싶지 않다는 얘기였으니 월영보고 알아서 처신을 잘하라는 뜻으로 밖에 비치지 않았다.

필히 약간의 살심이던지, 허튼 짓거리를 시도한다던지, 조금이라도 눈밖에 날 행동을 한다던지, 적개심을 드러내는 그순간부터 사벨레인이 방출한 기세에 한껏 눌려 압사당할 것이었다. 또는 압박감에 숨이 막혀 질식해 죽어버린다던지. 어느쪽이던지 딱히 편안한 죽음을 맞아들이진 못할 것이 분명했다.




'...원래도 과묵하신 분이었지만, 도무지 행동을 종잡을 수가 없어서 그런지...이런 상황에선 그런 과묵함이 너무나도 두렵게 다가온다.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으셨는지는 몰라도, 일단 가만히 있어야겠군.'




월영은 그리 생각하며 어느정도의 거리를 둔채 사벨레인이 책을 읽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만 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손에 들린 책을 그만 덮을때까지 그렇게 가만히 서있을 작정이었다.




"...월영."




그런 그가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사벨레인은 잠깐 옆을 흘겨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이 근처에서 좀 많이 오래된 책 같은게 있으면 가져와줄래?"




"받들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월영은 허리를 굽히며 대답하곤 근처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묵은 먼지와 퀴퀴한 종이 냄새가 풍기는 책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빼곡하게 꽂혀있는 도서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명 사벨레인이 원하는 것은 흔히 봐오거나 이름쯤은 들어본 책, 또는 저번에 들어왔던 고서들이 아닌 전혀 새로운 종류의 고서가 틀림없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책장을 뒤졌다.




'이건 저번달에 무영님께서 슬쩍해오신 고서, 저건 꽤나 고급 재질에다 상당히 낡아보이긴 하지만 그냥 흔한 마법서...아무래도 이 근처에서 고서라고 불릴만한 것들은 죄다 사벨레인 님께서 빼가신 것 같은데...음?'




이 책 저 책을 골라서 표지부터 속까지 너무 자세하게 살펴보던 월영의 시야에 문득 한가지 책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 책들은 다 낡긴 했어도 나름 우아한 장식이 있었고, 군데군데 벗겨지긴 했어도 금박과 은박을 바른 화려한 무늬들도 종종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눈에 들어왔던 것일까. 그건 너무나도 단조롭고 너무나도 낡아보이는 책이었다. 겉에는 광택이 잠시라도 흘렀었던 과거조차 없었던지 흠과 바늘로 꿰인 가죽표지가 장식하고 있었고, 그나마도 속은 품질조차 좋지 않은 종이로 만들었는지 색이 누렇게 바래고 이가 빠진 것처럼 살짝 뜯겨나가 있었다.




"흐음...?"




월영은 의문섞인 침음성을 내뱉으며 손을 뻗어 책을 뽑아들곤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낡아있었다. 먼지때가 묻어있는 누런 종이에는 확실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고 있었다.




팔랑-




습기와 먼지를 듬뿍 먹어 눅눅한 질감의 종이가 몇 장 무겁게 넘겨졌다.

그렇게 어느정도 훑어보았지만 책에는 그와 별개로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글자라던가, 무늬라던가, 혹은 특별한 표식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책은 글자 하나 없는 완벽한 백지와 가죽표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만 그는 책을 덮고 앞표지를 살펴보았다.




"책 이름이...책?"




가죽표지는 낡고 여기저기 기워지기는 했어도 새겨진 제목만은 명확하게 알아볼 수가 있었다.

표지에 새겨진 제목은 '책'이었다. 혹시라도 앞부분이 지워진 것인지 가까이에 대고 살펴보았지만 분명히 제목은 책이 틀림없었다.

월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을 들곤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너무나도 특이한 제목이었기에 자신이 잘못 본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그것이 제목이 맞다는 확신밖엔 더 들지 않았다.




"어쨌든지 고서인것 같기는 하니, 일단 가져다 드려볼까..."




나름의 판단을 끝마친 월영은 그대로 책을 챙겨 사벨레인에게로 돌아갔다. 사벨레인이 그 책을 환영했음은 두말하면 입이 아픈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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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Story. 2 Inaccurate +2 19.07.13 24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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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외전1 - 다르칸의 스승님 +1 19.07.11 268 7 8쪽
26 외전1 - 다르칸의 스승님 +2 19.07.10 322 7 12쪽
25 Story. 1 어그러지기 시작한 +1 19.07.10 329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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