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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최근연재일 :
2020.09.04 10:03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23,176
추천수 :
811
글자수 :
407,100

작성
19.07.09 09:00
조회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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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Story. 1 어그러지기 시작한

DUMMY

* * *







말에 포함된 적의를 알아차린 것인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크리스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움직이며 벌어진 입술 틈새 사이로 말이 흘러나왔다.





"그래, 너라면 그렇게 나올줄 알았지."





크리스는 체념섞인 어조로 허심탄회하게 대답했다, 이럴줄 알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리곤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말을 잇어나갔다.





"뭐, 아주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니... 그래, 무슨 생각이냐고 물었지?"




그는 사벨레인의 금안을 마주 응시했다.





"내가 무슨 생각인거 같지? 사벨레인."





속마음을 떠보려는 셈이었는지 그가 역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사벨레인은 약간 당황한 듯이 보였지만 금세 침착함을 되찾더니 이내 신랄하게 대꾸했다.





"...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건가요."





분명히 그녀의 말투는 경어였으나 살벌하긴 어디 이를데가 없었다.

표정은 여전한 무표정이었으나 눈에 어려있는 약간의 노기와 슬금슬금 흘러나오는 기운이 충분히 사벨레인이 어떤 기분인지 눈치챌 수 있게 해주었다.

크리스 또한 더이상 떠보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는지 약간 고심하다가 변명하듯 말했다.





".... 난 최선의 선택을 했을뿐이지, 그런데 사벨레인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것 같은데."





그의 대답에 사벨레인은 약간 어이없어하는 기색을 보이며 대꾸했다.





"어째서 그러는건지 눈곱만큼도 이해할 수가 없으니 당연한거 아닌가요."





얼핏 듣지 않아도 충분히 가시돋친듯이 들리는 대답은 충분히 기분 나쁠수도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입술을 달싹이며 감정하나 실리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말 그대로 화도 한점 없고, 그렇다고 짜증도 없는 순수히 무감각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눈곱만큼도 이해할 수 없다라...."





문득 그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제서야 크리스의 눈동자에 약간의 노기가 섞여들기 시작했다.

연둣빛 광택을 번뜩이는 눈동자가 찬란한 금안을 마주했다, 그는 꿰뚫는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매섭게 쏘아붙였다.





"지금 나보고 그 소리를 믿으라는건 아니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너가 이해하지 못했을리는 없잖아."





그의 입가에는 자조적인 웃음이 걸려있었다.

무어라 반박하려던 것이었는지 사벨레인은 입을 열다가 그 웃음을 본 순간 다시금 입을 꾹 다물었다.





"...."





그녀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보였다.

한 1분여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사벨레인은 어쩔 수 없이 납득하겠다는 뜻으로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거두었다,

크리스 역시 잠깐 고개를 떨궜다가 이내 시선을 제자리로 돌렸다.

그는 마음이 조금 착잡한지 마른세수를 하며 말했다.





".... 후우... 아무튼, 그럼 솔레스엔 사벨레인이 가는걸로 알테니, 미리 준비해두도록.... 이제 별다른 안건이 더 없다면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다."





듣는 이들의 기운을 쫙 빼버릴듯한 힘없고 자조적인 웃음이 섞인 목소리가 회의실의 얼어붙은 공기 속에 녹아들었다.

그런걸 눈치챈 것인지 무영이 살짝 손을 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의 다른쪽 손에는 검고 네모난 물체가 들려있었다.





"저기이, 크리스니임, 아무래도 카를라일도 짐쌀 준비 해야할거 같은데요오..."





"...? 갑자기? 내가? 무슨 일인데...?"




무영의 갑작스런 발언에 카를라일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그러자 무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으음, 충격받을거 같으니까 심호흡 한번 하고 잘 들어어.."





무영은 한번 뜸을 들인뒤에 말을 잇어 붙였다.




"방금 정보부에서 전해온 소식인데에, 북쪽에 있는 얼음협곡에서 마수 지즈드 하고 사스콰치가 교전을 시작했다고오..."





그의 말을 절반쯤 들은 순간 카를라일은 뒷목을 잡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 제대로 좆됐네, 씨발...."




보통 마수가 출현하면 카를라일 그녀가 맡아서 처리하러 파견되는 것이 보통이었기에 실로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얼굴에 깊은 수심이 가득해뵈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그럼 크리스님, 전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는 듣는둥 마는둥하며 침묵한채로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카를라일은 약간 멋쩍어하면서 "아무래도 안좋은 직감은 이거였나...?" 하고 중얼거리며 회의실을 나섰다.





끼익- 탁.

문이 열렸다가 다시 어설프게 닫혔다.





[...그럼 저도 이만 훈련을 감독하러 가보겠습니다.]





카를라일이 문 밖으로 사라지자, 데카르트도 슬쩍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렇게 말하고는 회의실을 나섰다.

무영은 언제 사라졌는지 이미 보이지도 않은 상태였다.

이제 회의실에는 크리스와 사벨레인 단 둘만 남아있게 되었다.





"...."





"...."





어색하고 무거운 침묵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속 흘러만 갔다.

먼저 침묵을 깨고 파문을 일으킨 것은 사벨레인이었다.





드르륵-




그녀는 의자를 거칠게 밀면서 일어섰다.

그리곤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곧장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끼익-

문이 열렸다.




탁.




문이 닫혔다.

그렇게 회의는, 끝났다.


* * *


"...하하하.."




이제 자신 빼고 아무도 없는 회의실 안에서 홀로 앉아있던 크리스는 실없고 힘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는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그리고 다시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





그저 계속 웃었다.

그는 크게, 점점 더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비어버린 회의실이 그의 웃음소리로가득 채워지며 떠나갈 것만 같았다.

그가 무엇 때문에 웃을까,지금 이 상황이 웃겨서?

아니다.





"하하하하하.. 하하.. 하.."





이것은 비웃음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 스스로에게 보내는 비웃음이었다.

자조섞인 웃음은, 텅빈 회의실을 가로질러 돌아다니다 다시 그에게로 돌아와 들려왔다.

이윽고 그는, 웃음을 멈추었다.




...





떠나갈듯했던 웃음소리가 사라지자 회의실은 이제 텅빈 공허함만이 남게 되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




새까맸다, 어쩐지 더 새까맣게 보였다.

하지만 잘 닦여져 있어서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




문득, 천장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





천장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은, 웃고있었다.

분명, 비웃고 있었다.

저 스스로에게 날리는 자기혐오와도 같은 감정이 아니었다.





"...하."




완벽한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얼굴에 유감없이 드러나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비웃고 있었다.





"....그런건가."





지금의 '나' 와, 허상인 것이 분명한 비쳐보인 '나'.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다른 타인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실소가 넘쳐 흐를듯이 크리스의 입가에 맺혔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부정하나, 완벽하게 서로를 타인을 보고 있다라... 웃기지도 않는 일인데, 웃기는군."





지금 어느쪽이 진짜인걸까, 과연 어느쪽이 허상일까.

만일 그런 질문을 듣는다면 크리스는 그런것도 구별하지 못하냐며 주저없이 그 스스로가 이쪽이 진짜라고 말할 것이었다.





허나, 지금 과연 어느쪽이 가장 자신답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럴만도 하지만."





아마 대답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는 스스로가 자신답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금전의 일은, 절대로 자신답지 않았다는 것을 뼛속깊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젠 군주로써는 완벽히 불합격인건가, 아니, 그전에 이미 불합격이었나...?"





그는 스스로의 잘못을 잘 알고는 있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약간의 적의가 섞인 그 말들에 담긴 가시들이 너무나도 뼈아프게 다가왔기에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경위를 거슬러 올라가서.

사벨레인을 솔레스로 보낸다, 그런 결정을 단독으로 내리는 그 순간 그녀 본인의 반발은 분명 마땅히 감수했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러질 못하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가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건가.





분명히 하면 안되는 생각이었다, 들면 안되는 감정이었다. 현명한 그녀라면 당연히 내 선택을 이해할거라고, 존중할 것이라는 성급한 오류였다.







물론, 그건 정말로 큰 실수였다.

처음은 아주 작은 불씨에 불과했지만, 그런 작은 불씨가 피어났다는 점에서 분명, 크고도 넓은 바람구멍처럼 감춰지기 힘든 실수임은 틀림없었다.





게다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불씨를 키워버렸다.





-내가 무슨 생각인거 같지? 사벨레인.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건가요.





이때 그녀가.

사벨레인이 얼마나 어이없어 했을지 안봐도 짐작이

갔다.





마왕인 나, 크리스가 제 1군단장인 그녀를 솔레스로 보낸다는 것은. 마왕군 전력의 가장 큰 축이자 어찌보면 마왕인 자신의 대행자를 보냈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쉽게 말해서, 덤빌거면 각오를 단단히하고 덤벼보라는 도발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뜻으로 얼마든지 해석이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누구도 아닌 용사를 이미 격살한 전적을 가진 존재를 보낸 것이니 일부러 서로간의 감정의 골을 격앙시키는 뜻으로 내비치는 셈이었다.





-어째서 그러는건지 눈곱만큼도 이해할 수가 없으니 당연한거 아닌가요.






하지만 자신은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되도않는 변명을 지껄이며, 오류를 범하고선 회피했다.

그러니 사벨레인이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는 인간이다.

나와는 다른 순수한 인간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인 그녀를 인간과의 전쟁에 보내놓고 최선의 선택이라는 개지랄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인간과의 전쟁뿐만이 아닌 전쟁 그자체를 싫어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벨레인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참여한 전쟁은 단 한번, 그조차도 우리가 밀리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출병한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적 지휘관인 용사 단 한명만을 죽였다, 가진 힘이라면 죄다 쓸어버리고도 남을텐데도 오로지 단 한명분의 피만을 손에 묻혔다.





- ...눈곱만큼도 이해할 수 없다라...






이런 빼도박도 못하는 정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만 순간에 휘둘렸다.





-지금 나보고 그 소리를 믿으라는건 아니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너가 이해하지 못했을리는 없잖아.






그런 정황을 잘 알고있는데도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오류를 지껄이며 내 선택에 그녀가 동조하기를 바랬다.





-....





그러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싫어하고, 평화를 바란다는 나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인간을 싫어하던 나는..






"...위선자인건가...."





어쩌면, 그동안 난 동족혐오를 해온 것일지도 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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