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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최근연재일 :
2020.09.04 10:03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23,159
추천수 :
811
글자수 :
407,100

작성
19.07.09 06:00
조회
306
추천
13
글자
10쪽

Story. 1 어그러지기 시작한

DUMMY

***





크리스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검지 손가락을 펴서 정확하게 사벨레인을 가리켰다.





"바로 사벨레인, 너다."





그가 그렇게 통보한 순간, 좌중엔 깊은 침묵이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당사자인 사벨레인은 그의 발언에 아무런 대답도 않고 그저 얼굴 표정만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모두가, 발언을 한 크리스조차도 머뭇거리며 지금 이 상황을 어찌해야하나 줄곧 당사자의 눈치만 보고 있었기에 침묵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 * *

'하나를 더 보낸다고? 그게 뭐지?'





크리스가 손을 천천히 들어올리더니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사벨레인, 너다."





크리스의 말을 듣는 순간 사벨레인은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온갖 불안한 생각들과 빠져나갈 타개책으로 가득 차있어 혼란하기만 하던 그녀의 머릿속이 단 한마디에 의해 빗자루로 쓸어서 갖다 버린듯이 깨끗한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두근- 두근- 두근-....삐------삐이------...-----삐-----....





정신이 가출함과 동시에 힘차게 뛰면서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던 그녀의 심장이 듣기싫은 한순간에 비명을 내지르며 박동을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금안이 생기를 잃었다.





..-두근 -두근




하지만 언제 그런 비명을 내질렀냐는 듯이 얼마지나지 않아서 다시 박동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엄청난 충격을 한번에 받아버린 나머지 일시적으로 심장에 마비가 왔던 것이었다.





'....이상한 여자와 하얀 빛이 보이네.... 어...멀어진다... 헉!'





가출했던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하얀 빛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시야에 회의실의 풍경이 들어왔다.

잠시였지만 생사의 경계를 넘었던 그녀가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곧 금안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반짝거렸다.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생존본능에 의해서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었던 뇌가 팽팽 세차게 돌아가며 그녀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온갖 지혜를 쥐어짜내기 시작했다.





'아깐 뭐였지...? 아니지, 그런 생각은 집어치워야지, 우선 내가 살아남는게 더 중요하니까... 후우... 침착하자, 침착하자 사벨레인...'





아까 보았던 영문을 알 수가 없는 여인이 대체 누군지, 뒤에서 어른거리던 하얀빛이 몹시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런 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 사벨레인은 그 즉시 머릿속에서 잡념을 비워내었다.

그리고 그로인해 생긴 생각의 여유에 생존이라는 두 글자의 짧고도 간결한 생각만을 꽉꽉 채워넣었다.





'후우... 우선 어째서 날 선택한걸까...?'





그녀는 자신의 강력한 생존본능이 이끄는 대로 지극히 이성적이고도 침착하게 천천히 생각을 해나갔다.

어째서 마왕이 자신의 측근인 데카르트도, 무력이 입증되어 있는 카를라일도, 아니면 성격은 능글맞아도 실력은 확실한 무영도 아니라 자신을 선택한 것일까.

그동안의 경험과 핑곗거리들을 세세하게 분석하여 가장 높은 생존률을 이끌어낼만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그녀는 평소의 신중함에 신중함을 더해서 생각했다.





'으음, 우선... 데카르트는 왜 제외시킨거지? 자신의 친위대라서 그런건가?'





사벨레인은 혹시 크리스가 자신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그런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지만 금방 그 가설 자체가 말도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대 최강의 마왕이라고 불리우는 그가 친위대 전력이 조금 빠진다고 스스로의 안위를 걱정할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데카르트를 선택하지 않은 것일까.


분명 그가 기병대와 함께 창을 들고 적진에 뛰어들면 그야말로 유린하고 다닐텐데, 자신보다야 전쟁에서 훨씬 더 활약하기 쉬울텐데도 선택하지 않은 특별하거나 심오한 어떤 이유가 있을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조금 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 맞다.'





이윽고 사벨레인은 그가 어째서 데카르트를 선택하지 않은 것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어찌보면 전쟁에서 적들을 유린하고 짓밟고 다니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한 일이 그에게 맡겨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맞아, 데카르트는 마왕군 훈련담당이기도 했지.'





어찌보면 그녀가 단번에 기억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자고로 누구나 더 강렬한 것을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었으니, 뭔가 있어보이는 친위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있는 것이 훈련담당이라는 직함을 달고있는 것보단 더 기억에 잘 남을게 분명하니까 말이다.





'그러면 데카르트는 어쩔 수 없이 제외겠고.. 그렇다면 무영은 왜일까...'





어느정도 해답이 나왔다고 생각한 사벨레인은 데카르트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고 무영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영, 조금 늘어지는 말투에 얼핏 만만하게 보이는 성격을 가졌지만 맡은 일은 물론이요 시키지도 않은 일을 심심하다고 해오고, 숨쉬듯이 적진에 들락날락거리는 무시할 수 없는 실력자.

데카르트가 전쟁에서 활약할 여지가 충분하듯이 무영 역시 활약할 여지가 차고 넘쳤다.





'무영정도의 실력자라면 밤에 슬쩍 지휘관을 죽이고 나오는 짓도 무리없이 가능할텐데... 어찌보면 데카르트보다 더하잖아.'





분명 사벨레인의 생각에는 하나 틀린것이 없었다.

전쟁에서 가장 활약하는 것에는 분명 뛰어난 지휘관과 특출난 맹장과 용장들, 그리고 훌륭하게 길러낸 일당백의 정예병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격렬한 전투가 일어나는 낮 시간때에서 보여주는 활약, 해가 떨어지는 밤 시간때는 저들이 아니라 암살자들이 활약한다.





지휘관이든, 검 한자루를 들고 홀로 병사 수백을 베어버린 용장이든 뛰어난 암살자에겐 그저 단칼에 목숨을 잃는 희생양일 뿐이었다. 실제로 여러 전투에서 지휘관이 암살자에게 당해 패배한 전적은 옛적부터 수도 없이 많았다.

아무튼 그런 것을 놓고 보았을때 전투가 아닌 서류 처리하는데만 쓸모있는 자신이 아니라 활약할만한 판이 깔려있는 무영이야말로 크리스가 선택해야 마땅했다.





"으음...."





사벨레인으로썬 크리스가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에 입 밖으로 침음성을 내뱉었다.

늘 그랬듯이 슬슬 그녀의 뇌에서 온갖 부정적인 기운과 상상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문득 그녀의 뇌리에 크리스가 했던 말 한마디가 스쳐지나가듯 떠올랐다.





'... 그러고보니 도중에 무슨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했었지.'





크리스의 말을 기억해낸 사벨레인은 그가 일부러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날 엿먹이기 위해서 그런게 분명해...!'





지극히 이성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볼때 그럴 확률은 거의 0 에 가까웠으나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부정적인 필터가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르도록 만들었다.

또한 그녀는 문득 지금 이 상황이 어디에서 봤던 상황과 묘하게 겹쳐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금방 그에 관련되어있는 기억이 수면 위로 점차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억나... 이거 전에 재미있을거 같아서 골랐는데 지루하기 짝이 없던 역사책에서 읽어본 적이 있어... 거기서 라디미르 황제가 자기 말 안듣는 신하들을 죽일때마다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 명목으로 자주 쓰던 방법이었는데...?'





사벨레인은 그때 읽었던 책의 내용을 어렴풋이나마 떠올렸다.

선혈대제라고 불리울만큼 자신의 뜻에 반하는 자들을 숙청하며 살아온 라디미르 황제는 자신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훗날에까지 피에 굶주린 폭군으로 굳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많은 애를 썼었는데, 그중 하나가 숙청대상에게 부러 상을 내리는 척을 하면서 저런 식으로 죽이는 것이었다-.





'거의 똑같잖아...!'





처한 상황이 역사서에 기록된 내용하고 거의 99%똑같다면, 이제 막연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뀔 차례.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을 끝마친 그녀는 확신과 걱정 대신 오히려 의문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내가 딱히 잘못한건 없는데...?'





최근에 했던 일들 중에서 딱히 잘못했다고 할만한 것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뭐, 힘도 약한 주제에 군단장 자리에 뻔뻔하게 앉아있다는 것이 죄라면 딱히 부정은 않겠지만, 그녀를 이 자리에 앉혀놓은 것은 크리스 였으니 만일 그것 때문에 그런다고 해도 할말은 있는 셈이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고 치고, 잘못한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날 죽이겠다는거 아냐...?'



* * *


꽂혀버린 배드엔딩 플래그에 사벨레인은 불안감이 증폭되어버린 나머지 저도 모르게 다시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행동에 주변의 모두가 잠깐 움찔하면서 그녀의 눈치를 서서히 살피기 시작했지만, 이미 극심한 불안감과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기에 시야가 좁아진 사벨레인은 그것을 미처보지 못하였다.





툭- 툭-





고목으로 만든 책상과 사벨레인의 손톱이 맞부딪히며 기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소음이 규칙적으로 회의실에 울려퍼졌다.

그녀는 계속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몇초고 몇분이고.




툭- 툭-




시간이 흐르면서 긴장감은 아래로 떨어지는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천천히 쌓여만 갔다.





툭- ㅌ-...





멈칫.

소음이 멎었다.

그에 따라 사벨레인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회의실을 잠식하던 긴장감이 가속화된다.

그에 따라 사벨레인의 감긴 눈꺼풀이 서서히 들어올려졌다.




"..."




눈꺼풀 안에선 그녀의 금안이 매서운 기세를 품은채 예사롭지 않게 번뜩이고 있었다.

다시 몇초간의 침묵이 또 흘렀다.

금안이 움직이며 모두의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후우...."





갑자기 사벨레인은 한숨을 내뱉었다.

온갖 감정이 버무려진 한숨을 내뱉으며 그녀는 시선을 크리스에게 돌려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곤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내뱉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가요."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는, 약간이지만 적의가 섞여있었다.

크리스의 얼굴이 허여멀건해지며 딱딱하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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