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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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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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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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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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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17. 안재호의 묘 (2)

DUMMY

송시현은 김남운을 데리고 안재호의 묘로 갔다.


“너에게 그 일을 당하고 안재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안재호의 묘에 도착해서 송시현이 입을 열었다.


“너도 알 거야, 안재호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이었다는 거. 그런데 그 잘난 놈의 날개를 꺾어 지상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지 이미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도 방치하고 모르는 척을 했지. 알아서 될 대로 되라고 생각했지. 결국 안재호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어. 네가 그렇게 만든 거야, 위상우.”


김남운은 대꾸 없이 안재호의 묘비에 적힌 글씨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너 때문에 한 아이가 고통을 받다가 고통스럽게 죽었어. 이런데도 죄책감을 못 느끼는 거야?”

“사인이 뭐였지?”


김남운은 송시현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했다.


송시현이 뭐? 하는 표정을 짓자 다시 한번 말했다.


“사인이 뭐였냐고.”


송시현은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지만, 김남운이 하도 부담스럽게 쳐다봐서 할 수 없이 말해 주었다.


“······수면제를 먹고 자살했다.”


전혀 웃을 일이 아니었는데, 김남운은 그 말을 듣고 푸흡 웃었다.


송시현은 웃어? 눈으로 욕하며 김남운의 멱살을 잡았다.


“사람이 죽었어. 그런데 어떻게 웃을 수 있는 거야? 넌 지금 이 모든 게 다 장난―.”

“―부럽네.”


김남운이 송시현의 말을 끊었다.


“뭐?”

“성공했잖아. 수면제 먹고 자살하는 거, 쉽지 않던데.”


나는 김남운의 말투가 자기가 직접 경험해 보고 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안재호는 대단해!”


그건 누가 들어도 죽은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말이었다.


송시현은 이 새끼를 한 대 때릴까, 말까 진심으로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김남운을 잡고 있던 손을 떼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네가 반성 같은 걸 할 리가 없지.”


따라와.


송시현이 다시 걸음을 뗐다.


“이걸로 볼일은 다 끝난 거 아니었나? 난 그만 집에 가고 싶은데.”


김남운이 따라오지 않자 송시현이 한마디 했다.


“잔말 말고 따라와. 아직 안 끝났어. 넌 나랑 같이 한 군데 더 들러야 해.”


오늘의 송시현은 조금 진지했다.


평상시에는 송시현이 가볍고 김남운이 무거웠는데, 오늘은 송시현이 무겁고 김남운이 가벼운 느낌이었다.


‘탐정, 이라고 했지. 그래서 이런 일에 책임감을 느끼는 걸까?’


나와 박정후, 허인범은 또 한 차례 송시현을 따라갔다.



***



송시현이 김남운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안재호의 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정신병원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그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왜 여기에 온 거야?”


김남운은 연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에 네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으니까.”

“누구?”


김남운은 혼자 묻다가 혼자 답을 알아냈다.


“······혹시 신민철?”

“맞아.”


송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남운을 데리고, 정신병원 복도 맨 끝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안재호는 죽었지만 신민철은 죽지 않았어. 하지만 제정신인 상태로 살아 있는 건 아니야.”


송시현이 김남운에게 똑똑히 보라고 고갯짓을 했다.


김남운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교도소처럼 문에 구멍이 뚫린 부분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김남운의 뒤에서 병실이라고 해야 할지, 독방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방 안에 갇혀 있는 한 남자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는 세수를 자주 안 하는지 얼굴이 더러웠고, 정리하지 않은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왔다.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방 안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며, 불안한 듯 몸을 떨거나 주변 사람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소리로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남자아이의 팔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는데, 하얀 붕대의 끝은 뭉뚝했다.


양손이 없는 것이었다.


‘뭔가 많이 아파 보여······.’


이강현의 집에서 송시현이 설명을 할 때, 나는 신민철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 사진을 보고서 신민철은 말이 많고 까불거릴 것 같은 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도 그럴 것 같았는데,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신민철은 그때 그 사진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놈이 올 거야, 그놈이 올 거야······.”


신민철은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더니 갑자기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아니, 손가락질이라고는 해도 손이 없어서 손 없이 팔로 허공을 가리켰다.


“으아악! 날 죽이지 마! 죽이지 마,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아무도 없는데, 신민철은 앞을 보고 두 손을 싹싹 빌었다.


팔과 팔이 닿을 때마다 감겨 있는 붕대가 조금씩 풀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왜 저 아이는 저렇게 망가진 걸까?’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정상인이 비정상인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게.


“네가 신민철을 저렇게 만들었어. 신민철이 저렇게 된 건 다 너 때문이야.”


송시현은 김남운을 원망하는 투로 말했다.


김남운은 독방 속 신민철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말없이.



***



“안재호에게는 죽을 용기가 있었지만, 신민철에게는 그럴 용기가 없었어.”


송시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나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강현의 모습이 보이자 놀란 것과 동시에 기뻤다.


“이강현!”


송시현과 화해를 하고 나서 기운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이강현은 나를 보고 살짝 미소 짓더니, 이내 김남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김남운은 갑자기 나타난 이강현을 보고 당황해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송시현이 그런 김남운의 팔을 잡았다.


“도망치지 마. 네가 저지른 짓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봐.”

“놔. 안 놓으면 죽인다.”


김남운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나는 죽인다는 말에 겁을 먹었는데, 송시현과 이강현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해 봐.”


송시현이 웃으며 말했다.


김남운은 말을 멈추고 송시현을 응시했다.


나는 김남운의 눈빛에서 레이저가 나와 송시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그건 상상일 뿐,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어?”


김남운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말했잖아. 넌 날 죽이지 못한다고.”


당황한 김남운이 송시현에 이어서 나와 박정후, 허인범, 이강현을 응시했다.


그러나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왜 안 죽는 거야······.”


김남운은 순진한 얼굴로 무서운 말을 했다.


나는 그 순간에 소름이 돋았다.


‘죽일 수 있다면 우리를 다 죽일 생각이었구나.’


김남운의 본모습을 확인하고 나자 이제는 김남운에게 아무런 기대로 하지 않게 되었다.


이강현도 무표정한 얼굴로 김남운을 내려다보았다.


“너는 그 일을 저지르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겠지. 피해자는 그날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가해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 그건 사실이었어. 신민철이 저렇게 망가지고, 내가 매일 밤 악몽을 꿔도 넌 너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했지. 난 그게 이해가 안 갔다. 내 세상은, 안재호와 신민철을 포함한 우리의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망가졌는데, 우리를 그렇게 만든 너는 순진한 연기를 하며 정상인처럼 살아가더라. 문득 궁금해졌다. 1년 전에는 내가 가해자이고 네가 피해자였다면 지금은 어떨까? 나는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안재호도, 신민철도, 나도. 다 네가 한 짓 때문에 이렇게 된 거거든.”


이강현은 작은 방에 갇혀 있는 신민철을 건너보았다.


“안재호가 죽고 신민철마저 잘못될까 두려워,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면회를 왔다. 나는 신민철이 원래대로 돌아왔으면 했어.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민철은 너에게 그 일을 겪고 나서부터 정신이 이상해졌다. 내가 아무리 말을 걸고 안심을 시켜도 과거의 신민철은 돌아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날, 네가 신민철의 정신을 죽였으니까.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건 신민철의 빈 껍데기다. 저 안에는 영혼이 없어.”


이강현은 말을 하지 못하는 김남운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전부터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너는 내가 벌을 받아 마땅한 놈이라고 했지. 하지만 난 그 일을 겪고 반성을 하며 후회했고, 새 사람으로 거듭났다. 한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라고 하지. 너는 날 보며 떳떳하게 그 말을 할 수 있나? 내가 이렇게까지 변했는데도, 너는 여전히 네 아픔을 내세우며 내가 죄인이라는 말을 할 거냐? 그게 너의 정의냐?”

“······난 잘못한 게 없어.”


김남운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나는? 난 뭘 잘못했지?”

“넌 김남운을 괴롭혔어. 그래서 벌을 받은 거야.”

“그렇다면 지금은? 난 그때 일을 후회하고, 내가 김남운에게 잘못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만나서 제대로 사과하려고 했지만, 내 만남을 거부한 건 네 쪽이야. 또 찾아오면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 건 너란 말이다. 그 상황에서 내가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지? 나는 변했고, 변한 모습으로 너와 마주하고 싶었다. 그런데 너는 나를 끝까지 피했지. 만약 내가 송시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너와 만날 일도 없었을 거고, 너는 죽는 순간까지 나를 피해 다녔을 거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 없냐? 네가 정말로 잘못한 게 없고 떳떳하다면 왜 자꾸 나를 피하는 거지? 네가 그렇게 행동하니까, 나는 내가 너에게 그런 짓을 당한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차라리 당당하게 행동을 해. 과거의 피해자였다면 현재에서도 피해자 행세를 하라고. 왜 너는 자꾸 나를 피해자로 만드는 거냐? 네가 피해자라서 가해자인 나에게 그런 짓을 했던 거라면, 피해자인 나도 가해자인 너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개소리야.”


김남운이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개소리라고!”

“왜 내 말이 개소리인지, 설명할 수는 있고?”


이강현의 물음에 김남운은 입을 닫았다.


그러나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김남운의 시선이 신민철에게로 향했다.


나는 그때, 그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송시현만 이해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송시현이 급히 이강현을 말렸다.


“일단 오늘은 이 정도로만 하자. 김남운도 많이 놀랐을 테니까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줘야지. 그리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는 거야.”


송시현은 그 말을 하며, 김남운이 신민철을 보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비켜.”


김남운이 송시현을 옆으로 치우려고 했다.


송시현이 다급히 허인범에게 외쳤다.


“사장, 얘 좀 잡아! 빨리 차로 데려가!”


송시현의 부탁에 허인범이 김남운의 팔을 잡고 끌고 가려고 했다.


“놔!”


김남운은 허인범의 손을 세게 뿌리치더니, 자기 발로 걷기 시작했다.


“너희 모두,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거다······!”


김남운의 경고를 송시현은 웃음으로 넘겼다.


“우리도 이만 가자.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지.”


나는 송시현을 따라 차로 돌아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김남운이 송시현을 노려보았고, 송시현이 김남운을 보며 웃은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넌 내일 이강현과 마저 대화해야 돼.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송시현은 그 말을 하고 김남운을 집 앞에 내려 주었다.


김남운은 대답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쾅!


문이 닫혔다.


송시현은 그 모습을 보더니, 김남운이 화가 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까 뭐였어?”


나는 그제야 송시현에게 궁금해던 것을 물었다.


“뭐가?”

“김남운이 우리를 죽이지 못한 거. 그거 네가 한 거 아니야?”

“아, 그거 내가 한 거 맞아.”

“어떻게?”


내 물음에 송시현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사실 난 신에 대해 굉장히 잘 아는 사람이야. 신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

“전부터 느꼈던 건데, 넌 비밀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 널 보면 신비하다는 느낌이 들어.”


내 말에 송시현은 싱긋 웃었다.


“아마 그 느낌이 틀린 건 아닐 거야.”

“왜, 뭔데? 넌 무슨 비밀을 가지고 있냐?”


박정후가 물었다.


송시현은 나와 박정후와 이강현을 한 번 쳐다보더니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비밀이야~.”


그때는 그냥 송시현이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송시현은 정말로 우리와 다른 존재였다.


그 아이는 평범하지 않았다.


특별했다.


그리고 나는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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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시즌3 1. 전학생 전설 24.09.11 16 0 13쪽
63 시즌3 0. 협박 편지 24.09.11 13 0 7쪽
62 시즌2 32.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24.09.10 15 0 11쪽
61 시즌2 31. 해산 24.09.09 16 0 15쪽
60 시즌2 30. 백일하의 세계 24.09.08 16 0 11쪽
59 시즌2 29. 송시현의 정체 24.09.07 17 0 11쪽
58 시즌2 28. 창고에서 (3) 24.09.06 19 0 13쪽
57 시즌2 27. 창고에서 (2) 24.09.05 18 0 11쪽
56 시즌2 26. 창고에서 (1) 24.09.04 20 0 12쪽
55 시즌2 25. 호텔에서 24.09.03 19 0 12쪽
54 시즌2 24. 사라지다 24.09.02 19 0 16쪽
53 시즌2 23. 구출 24.09.01 20 0 12쪽
52 시즌2 22. 결정 24.08.31 22 0 13쪽
51 시즌2 21. 행방 24.08.30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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