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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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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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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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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22. 결정

DUMMY

토요일 아침이었다.


원래 주말에는 집에서 열두 시까지 푹 자는데, 오늘은 여섯 시에 일어났다.


그것도 새벽에!


이유는.


‘송시현······.’


김남운을 미행하기 위해서였다.


어제 나는 송시현 대신 내가 죽었어야 했다는 이강현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나 몰라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을 조금 진정시킨 후에는 한 발자국 뒤에서 이성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가능해졌다.


그때 내 모습이 얼마나 꼴사나웠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이강현이 그런 말을 한 것도 이해가 가.’


친한 친구를 친하지도 않은 여자아이 때문에 잃었으니, 그 심정이 오죽할까.


‘내 눈에도 내가 꼴보기 싫은데 이강현 눈에는 어떻겠어? 하지만 나보고 죽으라고 한 건 너무했어. 그 일은 나중에 제대로 이강현에게 사과를 받을 거야.’


물론 지금 상황에서 이강현이 나에게 사과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나도 사과를 받을 자격을 가진 인간은 아니었고.


그러니 당장 뭐라도 해 봐야 하는 것이다.


‘김남운이 송시현을 데려가기는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데려간 것뿐이야. 김남운은 송시현에 대해 알고 싶어 했잖아. 아직 죽이지 않았을지도 몰라.’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송시현은 나에게 항상 잘해 줬는데 나는 그 은혜를 원수로 갚았구나. 이제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확실하게 깨달았어. 나는 친구로서, 인간으로서 실격이 되는 행동을 한 거야. 이번 기회에 만회해야지.’


생각해 보면 나는 송시현에게 매번 받기만 했다.


그게 너무나 당연해진 나머지, 내가 배신을 해도 송시현은 괜찮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생각까지 했다.


‘그러면 안 돼. 송시현도 사람이고 상처를 받을 테니까. 나는 조금 더 그 아이 입장에서 생각을 했어야 했어.’


송시현을 만나 미안하다고 진심을 다해 사과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송시현이 있는 위치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김남운의 집으로 갔다.


송시현, 박정후와 함께 김남운의 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던지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언제쯤 나올까?’


나는 김남운이 송시현을 죽이지 않고 어딘가에 감금해 놓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 김남운의 집 앞으로 갔다.


‘나오면 조용히 따라가야지.’


저번에 한 미행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형편없었다.


이번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써서 제대로 얼굴을 가렸다.


김남운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로 간단히 요기를 한 다음에는 김남운의 집이 훤히 내다보이는 골목 안에 숨어, 문이 열리는 때를 기다렸다.


‘김남운을 미행해서 송시현을 구하고 사과를 한 다음에 이강현에게 사과를 받자.’


그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했다.



***



‘나왔다!’


김남운은 11시 정각에 집에서 나왔다.


“갔다 올게요.”


어깨에는 가방을 멘 상태였다.


“다녀오렴. 공부 열심히 하고.”

“네.”


김남운은 자기 엄마를 보며 싱긋 웃고는 현관문을 닫았다.


‘주말에도 공부를? 지독하다, 지독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교 1등의 삶은 고달프구나. 난 절대 저렇게 못 살아.’


아마 독서실에 가지 않을까 생각하며 김남운을 따라갔다.


‘응? 여기는 독서실 가는 방향이 아닌데.’


어째서인지 김남운은 산으로 들어갔다.


산에 독서실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


나는 천천히, 김남운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깨달았다.


‘송시현에게 가는 거야.’


독서실에 가는 줄 알고 실망했더니, 실망을 할 게 전혀 아니었다.


김남운은 송시현에게 갔고 나는 그런 김남운을 뒤에서 조용히 미행하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좋아. 계속 그렇게 나를 안내해.’


김남운은 점점 더, 숲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



숲 깊은 곳에 작은 창고가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김남운이 창고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나는 창고 뒤쪽으로 돌아가서 작은 창문을 찾았다.


마침 창문 아래에 발 디딤대가 있어 그 위에 올라가 까치발을 서니, 겨우겨우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송시현이야!’


창고 기둥에 몸이 묶인 채 묶여 있는 송시현을 발견했다.


김남운은 송시현이 도망치지 못하게끔 녹색 테이프로 몸을 칭칭 감아 놓았다.


숨은 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꽉 묶어 놓아서 처음에는 죽은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김남운이 창고에 들어가자 숙였던 고개를 드는 송시현이었다.


송시현은 김남운에게 폭행을 당했는지,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에 뺨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래도 일단 살아 있는 걸 확인해서 안도감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다행이야, 살아 있어서.’


나는 창문을 소리 나지 않게 살짝 열어 안에서 김남운과 송시현이 주고받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잘 잤냐?”


김남운의 물음에 무표정으로 있던 송시현이 웃었다.


“잘 잤을 것 같아?”


위기 상황에서도 송시현의 웃음은 빛을 잃지 않았다.


“그래 보이는데.”

“그래? 근데 그건 네 눈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닐까?”


송시현은 여전했다.


빛을 잃어도 별은 여전히 별이라는 걸 일깨워 주는 순간이었다.


“입은 여전히 잘 터네. 어째 넌 어제랑 변한 게 하나도 없냐.”


김남운은 적당히 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자 송시현이 이렇게 대꾸했다.


“꼭 변해야 해? 이게 나인데. 내가 굳이 너에게 맞춰서 내 가치를 낮출 필요가 있을까?”

“넌 항상 그래. 조용히 있지 않으면 죽는 병에라도 걸린 모양이야.”

“응. 그리고 그 병에는 치료제가 없지.”


송시현이 빙긋 웃었다.


“아니. 하나 있어.”


김남운이 창고 구석에 있는 쇠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살짝 긴장한 듯 보이는 송시현이었다.


“이게 네 병을 고쳐줄 거야.”


김남운은 쇠파이프로 송시현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퍽!

퍽!


나는 폭력적인 장면에 바로 까치발을 내렸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그냥 네 정체에 대해 말하고 편해지라니까!”


김남운이 소리를 지르며 쇠파이프를 마구 휘둘렀다.


송시현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냥 바보 같이 맞고만 있었다.


‘쟨 왜 맞고만 있는 거야?’


묶여 있어도 저항은 할 수 있을 텐데, 송시현은 한참 동안 묵묵히 김남운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김남운이 알아서 폭행을 멈출 때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끈질긴 새끼······!”


김남운이 짜증을 내면서 쇠파이프를 바닥에 내던졌다.


쇠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냈다.


“더럽게 입을 안 열어!”


김남운이 숨을 몰아쉬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계속 말없이 있던 송시현이 입을 열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러려고 했어. 내 정체가 딱히 뭐 특별한 것도 아니고, 물어보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할 생각이었지. 나도 좋아서 이렇게 맞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너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어. 네가 내 정체를 궁금해 하니까, 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에게 내 정체를 말하지 않을 생각이야. 내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죽는다면 그게 너에게 있어 더 짜증이 나는 상황이겠지. 안 그래?”


김남운은 대꾸하지 않았다.


이 새끼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고 있는 듯했다.


“괜히 힘 빼지 마. 차라리 지금 그냥 죽여.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쳐, 너.”

“어이가 없네. 누가 누구를 협박하는 거야.”


김남운이 피식 웃었다.


그러나 금세 웃음기 없는 얼굴로 송시현을 응시했다.


“당장 말하고 싶지 않다면 시간을 줄게. 난 시간이 아주 많거든.”


그 말을 하면서 김남운은 의자에 내려놓은 가방을 들었다.


“뭐야, 벌써 가? 조금만 더 있다가 가지. 나 외로운데.”


송시현이 실실 웃자 김남운은 그런 송시현이 거슬렸는지, 예고도 없이 발로 송시현의 얼굴을 걷어찼다.


퍼억!


신발이 얼굴에 닿는 묵직한 소리가 나더니, 송시현이 조용해졌다.


‘어떡해. 많이 아프겠다······.’


나는 송시현을 걱정했다.


송시현은 코피를 흘리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유지했다.


“초조하지?”


송시현은 김남운을 올려다보며 피가 묻은 입 주위를 혀로 한번 핥았다.


“네가 초조하다는 건 내가 이기고 있다는 증거야.”


김남운이 송시현을 응시했다.


눈에 살기가 이글거렸다.


하지만 이내 별 대꾸 없이 몸을 휙 돌려, 창고를 나갔다.


문은 잠그지 않았다.


어차피 도망을 못 칠 테니까.



***



나는 김남운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창고 문을 열고 송시현에게 달려갔다.


“송시현!”


내가 불러도 송시현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송시현이 죽은 건 아닐까 걱정되어 양손으로 볼을 잡고 송시현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송시현은 눈을 뜨고 있었다.


그것도 정확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왔구나.”


그 말은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말로 들렸다.


“네가 올 거라고 예상했어.”

“어떻게? 아니, 왜?”


내가 놀라서 묻자 송시현은 피식 웃었다.


김남운을 보며 웃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진짜 미소였다.


“그야 넌 전예은이니까! 내가 아는 전예은은 친구를 배신하고 그냥 모르는 척할 정도로 매정하지 않거든!”


어떻게 그 말을 이렇게 활짝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송시현의 넓은 마음에 감격하여 눈물이 찔끔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사과는 나가서 정식으로 할게.”


혹시라도 필요한 상황이 올까 봐 가지고 온 커터칼을 꺼냈다.


그런데 송시현의 반응이 이상했다.


“아니, 괜찮아. 날 구할 필요 없어.”


처음에는 장난치는 건 줄 알았다.


내가 자기를 배신해서 그 화가 아직 안 풀린 거라고.


“내가 배신한 것 때문에 그래? 그건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그것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

“그럼 뭐 때문에 이러는 건데?”


송시현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날 구하면 네가 다쳐.”


나는 그 말을 듣고 송시현은 정말 좋은 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서 송시현 한 명뿐일 것이다.


나를 좋아하는 박정후도 이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았다.


“내가 잘못해서 네가 이렇게 된 거야. 그러니까 구할래. 나중에 벌어질 일은 널 구하고 나서 생각할래.”

“안 돼.”

“송시현―.”

“―안 된다고!”


처음으로 송시현이 나에게 화를 냈다.


나는 벙쪄서 가만히 있었고 송시현은 그런 나를 앞에 두고 말을 이었다.


“김남운에게 실 능력이 있어. 그게 뭐냐면, 원하는 상대의 위치를 마음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이야. 하지만 그 능력은 나에게 통하지 않아. 그렇다면 녀석이 뭘 할까? 실 능력으로 위치를 보는 게 가능한 너나 이강현, 박정후를 찾아가겠지. 그렇게 되면 말짱 도루묵이야. 날 구하려고 하다가 너희 세 명이 다 죽는 상황이 온다고.”


송시현이 나를 보며 침착한 태도로 말했다.


“소리를 지른 건 미안해. 그런데 여기서는 내 말을 들어. 난 죽으면 혼자 죽지, 너희를 길동무로 데려갈 생각이 없어. 물론 날 구하려고 하는 네 마음은 존중해. 충분히 고마워. 하지만 날 구하면 네가 다치고, 나는 네가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아. 그러니 그만 가. 괜히 여기 있다가 김남운 눈에 띄면 일이 복잡해져. 그놈은 널 죽이려고 들 거야.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지.”


그 말을 하는 송시현은 무척 어른스러워서 열일곱 살이 아닌 것 같았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차분할 수 있을까.


나는 송시현에게 경외심 비슷한 것을 느꼈다.


“얼른! 김남운이 돌아오기 전에 어서 가. 네가 위험해져도 나는 널 도와줄 수가 없어. 그냥 지금처럼 안전한 채로 있어. 사실 한편으로는 고마워하고 있어, 나 때문에 네가 다치지 않아서. 그러니까 제발 위험해지지 마. 그게 내 첫 번째 소원이자 마지막 부탁이야.”

“대체 왜 너는 그렇게 모든 걸 혼자 감수하려고 해?”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송시현은 이렇게 답했다.


“······더 이상 아무도 잃고 싶지 않아.”


그러고는 말을 아꼈다.


나는 송시현이 정말 내가 자기를 구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걸음을 뗐다.


‘기껏 구하러 왔다니, 왜 자기를 구하지 말라는 거야?’


송시현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잘 가.”


뒤에서 그 아이가 작별 인사를 했다.



***



송시현은 나보고 자기를 구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나는 그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이제 더는 후회할 짓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송시현을 구해 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료가 필요했다.


지금 이 순간, 제일 먼저 생각이 나는 이강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송시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어. 네 도움이 필요해.”


이강현은 금방 답을 냈다.


“내가 뭘 도와주면 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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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시즌3 1. 전학생 전설 24.09.11 16 0 13쪽
63 시즌3 0. 협박 편지 24.09.11 13 0 7쪽
62 시즌2 32.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24.09.10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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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시즌2 30. 백일하의 세계 24.09.08 16 0 11쪽
59 시즌2 29. 송시현의 정체 24.09.07 17 0 11쪽
58 시즌2 28. 창고에서 (3) 24.09.06 18 0 13쪽
57 시즌2 27. 창고에서 (2) 24.09.05 18 0 11쪽
56 시즌2 26. 창고에서 (1) 24.09.04 19 0 12쪽
55 시즌2 25. 호텔에서 24.09.03 19 0 12쪽
54 시즌2 24. 사라지다 24.09.02 19 0 16쪽
53 시즌2 23. 구출 24.09.01 19 0 12쪽
» 시즌2 22. 결정 24.08.31 22 0 13쪽
51 시즌2 21. 행방 24.08.30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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