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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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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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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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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26. 창고에서 (1)

DUMMY

한참을 찾아도 송시현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이강현은 카메라 관리실로 갔다.


관리실 직원들은 이강현을 알아보지 못하고 외부인은 들어오면 안 된다고 쫓아냈다.


이에 화가 난 이강현은 이렇게 말했다.


“지배인 불러!”


지배인은 이강현의 부름에 바로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이강현은 지배인에게 귀중 물품을 도난당해서 CCTV를 봐야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물론입니다. 도련님.”


지배인은 이강현의 거짓말에 넘어가 CCTV 관리실 직원들에게 따지듯 물었다.


“자네들, 뭘 하나? 방금 도련님이 한 말이 들리지 않은 거야?”


그제야 직원들은 허둥지둥 이강현이 원하는 영상을 보여 주었다.


동영상을 앞에 두고 이강현은 지배인과 직원들에게 잠시 나가 있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호텔 규정상, 저희는 관리실을 나갈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융통성이 없네. 내가 이 호텔의 주인이고 이 호텔이 곧 나인데, 감히 그런 말을 한다고?”


드라마 대사 같은 말을 끝으로 지배인과 직원들이 관리실을 나갔다.


이강현은 송시현이 빠져나간 창문 쪽 영상을 틀었다.


송시현이 창문을 열고 주위를 살피더니 아무도 안 볼 때 2층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미친 새끼.”


이강현은 영상 속 송시현을 보며 나지막이 욕을 했다.


“몸도 성치 않은데 다짜고짜 뛰어내리면 어쩌자는 거야.”


이강현은 송시현이 걱정되는 듯 반복 재생되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근데 그게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어.”


나는 이강현의 생각을 끊고 조심스레 말했다.


“몸 상태가 좋지는 않으니까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야. 송시현이 걱정이 되는 건 알겠지만 일단 걱정은 그만두고 찾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겠어? 찾고 나서 화를 내든, 걱정을 하든 그건 네 마음대로 하면 되잖아.”


나는 내가 말을 조금 공격적으로 했나 싶어 이강현의 반응을 살폈다.


이강현은 몇 초간 말없이 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지금은 송시현을 찾는 게 먼저지.”


이강현은 영상을 조금 더 살펴본 후에 송시현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 근처에서부터 수색을 시작하자고 했다.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세 명이서 찾으면 충분히 찾을 수 있어.”


나와 박정후는 그 말에 힘을 얻었다.


티를 내지는 않아도 박정후는 송시현의 실종에 자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얼굴이 어두웠다.


나는 그런 박정후에게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송시현은 원래 그런 애잖아. 갑자기 사라졌다가 또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그럴 거야.”


내 말에 박정후는 약간 기운을 되찾은 듯 보였다.


어쨌든 나와 이강현, 박정후는 각각 다른 방향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강현이 호텔 앞쪽, 내가 오른쪽, 박정후가 왼쪽을 맡았다.


우리는 송시현을 찾는 것만을 목적으로 이곳저곳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



열심히 찾아다녔으나 찾지 못했다.


아침부터 계속 송시현을 찾아다녔는데도 찾지 못한 건 우리가 미숙하기 때문일까, 송시현이 잘 숨어서일까.


“안 돼, 없어······.”


송시현을 찾아다니느라 모든 체력을 소진한 박정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렇게 찾았는데도 안 나오면 이미 이 근처에 없는 거야.”


나는 그 말에 의아함을 느꼈다.


‘왜지? 송시현은 몸 상태도 안 좋고 멀리 못 갔을 것 같은데. 우리가 뭘 놓친 거지?’


그때까지 나와 이강현, 박정후는 호텔 주변을 돌면서 송시현이 어디에 있나 찾아다녔다.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나는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가를 깨달았다.


“······여기가 아니야.”


나는 왜 진작 이걸 못 깨달았지, 스스로를 바보라고 생각하면서 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 둘에게 말했다.


“송시현은 창고에 있어! 거기로 간다고 했잖아!”

“뭐?”


박정후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강현은.


“······창고?”


바로 이해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송시현은 이미 여기에 없어. 그놈은 창고로 갔어! 왜냐하면 거기에 김남운이 있으니까! 김남운에게 가면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니까!”

“그거야! 우리는 여기에 더 있을 이유가 없어. 당장 창고로 가서 송시현을 빼내야 돼.”

“가자!”


이강현이 앞장을 서서 나와 박정후를 이끌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아······.”


눈앞에 김남운이 있었다.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자기를 데리고 있으면 김남운이 찾아올 거라는 송시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김남운은 정말 우리를 찾아서 왔다.


“안녕.”


갑자기 나타난 김남운은 맨 앞에 선 이강현을 보고 물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그냥 질문을 한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나와 이강현, 박정후는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두려움이 이성을 잡아먹었다.


나는 김남운이 사람들을 죽이는 장면을 보여 주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강현은 1년 전 김남운에게 팔과 다리를 잃었던 기억을 떠올렸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있잖아, 얘들아. 내가 너희에게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김남운은 앞에 선 이강현이 자기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송시현, 어디에 있어? 너희는 알고 있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나는 두 눈을 질끔 감았다.


‘언젠가 이런 상황이 올 줄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나와 이강현은 창고에서 송시현과 한 약속을 떠올리며 말을 아꼈다.


그때 나는 더는 송시현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정후도 그랬었나?’


살짝 걱정이 되어 박정후 쪽을 돌아보았다.


때맞춰 박정후가 입을 열었다.


“실은 우리도 송시현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박정후!”


나는 당황하여 소리를 질렀다.


송시현이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도록 몰라도 아는 척을 하며 최대한 말을 하지 않고 버틸 생각이었는데, 박정후가 눈치도 없이 멋대로 말해 버린 것이었다.


박정후는 내가 소리를 지르자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그럼에도 꿋꿋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창고에서 송시현을 빼낸 건 맞아. 송시현을 구해서 이 호텔로 데려왔어. 어제까지만 해도 송시현은 우리와 같이 있었어. 그런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송시현이 사라졌어. 그 녀석이 창문에서 뛰어내려서 도망을 쳤거든. 그래서 우리도 지금 찾고 있는 중이야.”


박정후는 아마 사실대로 말할 테니 조금 봐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김남운은 절대 그렇게 마음씨가 넓은 아이가 아니라고.


“그래?”


김남운이 박정후에게 다가갔다.


박정후는 김남운이 자기를 봐줄 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 송시현과 아무 상관이 없―.”

“―상관이 있고 없고는 내가 판단해.”


김남운의 말에 박정후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아니, 왜? 송시현을 구한 건 맞지만 송시현이 여기를 떠났으니 우리는 이제 그놈과 관계가 없잖아.”

“송시현을 왜 구했어?”


김남운이 따지듯 물었다.


박정후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은이가 구하자고 해서······.”


저 의리 없는 새끼!

김남운한테 나를 팔아 넘기네?


나는 박정후의 비겁함에 화가 났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난 잘못한 거 없어! 도와 달라고 해서 잠깐 도와준 것뿐이야. 안 그래도 금방 집에 가려고 했어.”


박정후의 변명에 김남운은 가소롭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 도와 주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안 해? 왜 너는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내 눈에 너는 엄청나게 많은 잘못을 한 것 같은데.”

“아니야! 사실 나는 송시현이 죽든 말든 관심 없었고―.”


박정후와 김남운은 서로 할 말을 열심히 했다.


나와 이강현은 그 사이에 시선을 교환했다.


‘도망가자.’

‘그게 될까?’

‘일단 해 보는 거지. 배신자는 놔두고.’


의리로 똘똘 뭉친 성격의 소유자인 이강현은 송시현을 배신한 박정후가 도저히 용서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 해 보자. 가만히 있으면 죽으니까 뭐라도 시도해 봐야 돼.’


나는 김남운이 나를 두 번 봐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저번에 김남운이 나를 죽이지 않은 것은 나에게 이용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 이용 가치가 자기를 불쾌하게 만들면 죽이고도 남을 인간이 바로 김남운이었다.


아니, 위상우.


나와 이강현은 입 모양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지금.’


김남운이 박정후와 대화하는 틈을 타서 둘 몰래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참. 그러고 보니.”


김남운이 박정후에게서 시선을 떼 나와 이강현을 보는 바람에 우리는 둘 다 멈칫했다.


김남운은 짧은 순간, 나와 이강현이 몸을 움직였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싱긋 웃었다.


‘내가 모를 줄 알았어?’

하고 비웃는 듯한 얼굴.


“아직 이동을 안 했네.”


이동?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설마 우리를 데리고 다른 데로 갈 생각인 거야? 그러면 그 전에 얼른 도망을 쳐야―.’


잠깐 생각을 한 것뿐이었다.


장소는 이미 바뀌어져 있었다.


나와 이강현, 박정후가 아는 장소였다.


‘창고!’


나는 황급히 창고 안을 둘러보았다.


송시현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다행이야. 곧 도착하더라도 김남운에게 잡힌 우리를 보고 도망을 가겠지. 그러면 돼. 송시현을 구하고 죽으면 내가 송시현에게 잘못한 부분이 알아서 사라지는 거니까.’


나는 죽음으로 용서를 받으려고 했다.


그때의 난 죽음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진정한 죽음을 눈에 앞둔 순간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굉장히 많아.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부터 하려고 해.”


우리를 데리고 창고로 순간이동을 한 김남운은 제일 먼저 박정후에게 시선을 보냈다.


“일단 박정후.”

“어?”


박정후는 가만히 있다가 김남운에게 지목되자 깜짝 놀랐다.


김남운은 웃으며 박정후에게 다가갔다.


“너, 전에 나 때렸지?”


나는 긴장했다.


시끄럽다는 이유 하나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대뜸 죽여 버리는 상상을 하는 인간이, 자기를 때린 사람에게는 무슨 짓을 못할까?


“내가 너한테 당한 게 좀 많아서 말이야. 은근히 뒤끝이 있는 성격이거든, 나.”

“잠깐만······!”


자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대충 눈치를 챈 박정후가 그러지 말라고 양손을 저었다.


김남운은 웃었다.


웃으면서 손을 올렸다.


“우선 좀 맞자.”


김남운이 박정후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파앙!


박정후는 김남운에게 맞자마자 공중에 몸이 뜨더니 뒤로 2미터를 날아갔다.


‘괴물이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괴물을 제외한 다른 단어는 생각나지가 않았다.


박정후는 김남운에게 맞아 날아간 뒤에 신음을 내며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다.


“와······.”


엄청난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는 박정후의 앞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박정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앞에는 김남운이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누군가의 웃는 얼굴이 그렇게까지 소름 끼칠 줄은 몰랐다.


“엄살 피우지 말고 일어나. 99대 남았어.”


충격적인 숫자에 박정후의 얼굴이 굳었다.


“······99대? 농담이지?”


박정후의 얼굴이 충격과 공포로 일그러졌다.


“날 건드렸으면 그에 따른 벌을 받아야지. 안 그래?”


김남운이 대뜸 이강현에게 물었다.


이강현은 김남운이 자기를 보자 두려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김남운은 다시 박정후에게 시선을 돌렸다.


“기다려. 네 차례는 박정후 다음이야. 이 새끼를 처리하면 그다음에 너를 상대해 줄게.”


박정후가 첫 번째고 이강현이 두 번째라면 나는 세 번째였다.


‘무서워······.’


죽게 될 거야.


이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살려줬을 때 얌전히 있었어야 했나 봐······.’


이제 나는 내가 송시현을 구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었다면 죽는 일은 없었을 거야.’


그러나,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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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시즌3 1. 전학생 전설 24.09.11 16 0 13쪽
63 시즌3 0. 협박 편지 24.09.11 13 0 7쪽
62 시즌2 32.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24.09.10 15 0 11쪽
61 시즌2 31. 해산 24.09.09 16 0 15쪽
60 시즌2 30. 백일하의 세계 24.09.08 16 0 11쪽
59 시즌2 29. 송시현의 정체 24.09.07 17 0 11쪽
58 시즌2 28. 창고에서 (3) 24.09.06 19 0 13쪽
57 시즌2 27. 창고에서 (2) 24.09.05 18 0 11쪽
» 시즌2 26. 창고에서 (1) 24.09.04 20 0 12쪽
55 시즌2 25. 호텔에서 24.09.03 19 0 12쪽
54 시즌2 24. 사라지다 24.09.02 19 0 16쪽
53 시즌2 23. 구출 24.09.01 20 0 12쪽
52 시즌2 22. 결정 24.08.31 2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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