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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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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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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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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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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시즌2 28. 창고에서 (3)

DUMMY

“허억······! 윽······.”


이강현은 왼손으로 오른팔을 감싼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고통 때문에 저절로 비명이 나오는 것을 입술을 꽉 깨물고서 버텨 냈다.


그러나 입에서 작은 신음이 나오는 것만큼은 참지 못했다.


“으으······.”


이강현은 바닥에 주저앉아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쿵!

쿵!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고개도 들지 못하고 저러나 걱정이 되었다.


“아까 했던 말 다시 해 봐.”


김남운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이강현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물었다.


“내 마사지가 시원하다고? 지금도 그래?”


이강현은 고통에서 헤어나오느라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자 김남운은 이강현의 머리를 잡아서 몸을 들어올렸다.


“대답 안 하지?”


전에 나는 이강현이 학교 폭력 가해자고 김남운이 피해자라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지금은 아무리 봐도 이강현이 피해자고 김남운이 가해자였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세계.


김남운은 그 세계에서 왕이자 곧 법이었다.


“······그건 그냥 한 말이었어.”


김남운이 두피를 전부 뜯어낼 것처럼 머리를 꽉 잡아서 이강현은 통증을 참고 겨우 한마디 했다.


“네가 박정후를 죽일까 봐 죽이지 못하게 하려고 한 말이었을 뿐이야······.”


이강현의 힘없는 목소리에 김남운이 반응을 보였다.


“물론 그건 나도 알지. 난 네 생각만큼 바보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김남운은 이강현의 머리를 더 세게 잡았다.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으윽······!”


결국 견디다 못한 이강현이 오른팔에서 손을 떼 김남운의 팔을 잡을 즈음에야 김남운은 머리를 잡아당기는 것을 멈추었다.


“내가 궁금한 건 네가 어떻게 나에게 말을 걸었느냐야. 난 그때 분명 네가 나에게 대들지 못하도록 손을 봐준 것 같은데―.”


말을 하던 중에 김남운이 예고도 없이 손을 놓아서 이강현은 바로 바닥에 얼굴을 박았다.


쿠웅!


이강현은 많이 아픈지 몇 초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 나중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코와 입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게 약했나 봐?”


김남운은 고개를 든 이강현을 하찮은 벌레 보듯이 경멸하는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이강현은 김남운과 눈이 마주치자 놀라서 시선을 내렸다.


눈을 마주치면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아니야.”


이강현은 김남운의 기분을 풀어 주려고 애를 썼다.


아니, 진심을 말했다.


“난······. 난, 그때 일로 충분히 네가 무서워······.”

“그런데 어떻게 감히 나에게 말을 걸지?”


이강현은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김남운의 화가 풀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니까 트라우마가 약해진 모양이야. 오늘 내가 다시 그날의 기억을 꺼내 줄게.”

“아니. 아니야. 그러지 마, 김남운. 제발 부탁할게······.”


이강현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김남운은 이강현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비는 이강현을 보며 비웃었다.


“그러고 있으니까 1년 전 상황이 생각나네. 그때도 넌 그렇게 날 올려다보았지. 너는 지금처럼 바닥에 있는 게 어울려.”


김남운은 웃는 얼굴로 이강현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우선, 양팔부터 시작하자.”


양팔부터라니.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왜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을 알아버린 기분.


“난 분명 양팔을 잘랐는데 다시 달려 있는 걸 보니까 신기해서. 또 자르면 또 날까 궁금하잖아!”


그 순간 그 자리에서, 김남운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송시현이 있었다면 아마 유일하게 김남운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박정후는 이미 전의를 상실했고 이강현은 김남운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며 나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설령 몸에 마법이 걸려 있지 않아 다리를 움직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김남운을 말리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김남운을 말려 내 죽음의 순간을 재촉하는 게 아니라 조용히 숨 죽이고 있는 것으로 최대한 김남운의 눈에 띄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 김남운이 이강현 때문에 느끼는 분노를, 나에게 오기 전에 알아서 이강현에게 다 풀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었다.


“김남운. 제발······.”


이강현이 사정했다.


김남운에게 팔이 뜯긴 것이 처음도 아니고 이번이 두 번째인지라 더더욱 그런 상황을 두려워했다.


이강현은 자기에게 벌어질 일에 집중해 오른팔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것도 몰랐다.


극한의 두려움이 심한 고통마저도 잠재워 버린 듯했다.


“네가 그래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냥, 내가 널 더 가지고 놀기 쉬워질 뿐이야.”


김남운은 이강현의 왼쪽 팔을 잡았다.


이강현이 심하게 몸부림을 치자 나에게 그런 것처럼 마법을 걸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김남운, 김남운······!”


이강현이 다급히 김남운을 불렀지만 이미 김남운은 이강현의 왼팔을 양손으로 잡은 상태였다.


“왜 불러?”


뚜두둑!


기게 팔이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 후에는 이강현의 비명 소리만 들렸다.



***



바닥에는 이강현의 오른팔과 왼팔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보고 이강현을 보았다.


양팔을 잃은 이강현은 더 이상 저항을 하지 못했다.


김남운은 그런 이강현을 깔고 앉아서 얼굴에 실컷 주먹을 휘둘렀다.


“넌 말이야. 내 이름을 부를 자격도 없어. 물론 내 이름이 김남운은 아니기는 하지만,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거든!”


김남운은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이강현의 얼굴을 때렸다.


양팔이 없는 이강현은 김남운의 밑에 깔려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강현의 표정이 자기가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알려 주었다.


“야. 야!”


김남운은 약 15분간 이강현을 폭행하다가 주먹을 쥔 손을 풀었다.


“죽었냐?”


이강현은 눈을 뜨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눈을 뜬 채로 기절을 한 것이었다.


“뭐야, 싱겁게.”


김남운이 이강현 몸에서 일어났다.


더러운 먼지라도 만진 것처럼 양손을 털었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전예은.”


김남운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뭐라도 말을 하고 싶었는데 입술이 달싹거리기만 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김남운은 나에게 다가왔다.


내 앞에서 걸음을 멈춘 김남운은 나를 내려다보면서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전예은, 이 씨발 년아!”


나는 김남운이 버럭 소리를 질러서 깜짝 놀랐다.


제자리에 서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김남운이 바로 내 뺨을 때렸다.


찰싹!


드라마에서 자주 들었던 익숙한 귀싸대기 소리가 어째서인지 지금 내 볼에서 났다.


나는 오른쪽 뺨을 맞고 옆으로 쓰러졌다.


김남운이 저벅저벅 다가왔다.


“넌 왜 살려 줘도 지랄이야. 왜 나를 자꾸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건데?”


그제서야 말문이 트인 나는 다급히 김남운의 발을 잡았다.


“나, 남운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데?”


김남운은 발을 뒤로 빼, 내 손이 바닥과 만나도록 했다.


“그, 그······.”


죽을 거라는 공포 때문에 머리가 굳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당연히 나는 입만 벙긋거렸다.


그 모습에 김남운이 화를 냈다.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잘못했다고 한 거야? 와, 이거 안 되겠네.”


김남운은 내 머리채를 잡았다.


나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머리채를 잡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김남운이 처음이었다.


“난 여자라고 해서 봐주는 거 없어. 네가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 주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말라고, 제발 봐 달라고.


김남운은 봐주지 않았다.


김남운은 머리채를 잡아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한 다음에 손으로 뺨을 때렸다.


한 대.

두 대.


그러고 끝났으면 고마워했을 거다.


김남운은 열 대를 넘게 때렸다.


나는 김남운에게 맞으면서 광대뼈가 부러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아파. 아파······.’


아프다고 하면 엄살을 부린다고 할까 봐 말없이 버텼다.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다는 김남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



입에서 피가 나왔다.


내가 기침을 하자 그제야 김남운이 손을 떼고 나에게 자유를 주었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자유일 뿐이었다.


내가 기침을 다 하자 김남운은 날 때리던 손으로 다시 머리채를 잡았다.


“이번에는 반대쪽이야.”


김남운이 반대쪽 손을 들어 올렸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못 피해. 맞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김남운이 나를 때리기를 기다렸다.


맞아야 끝나는 거라면 얼른 맞고 일찍 끝내고 싶었다.


사실 퉁퉁 부운 뺨이 너무 아파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는 저번에 김남운이 나에게 했던, 울면 죽여 버린다는 말을 떠올리며 겨우겨우 눈물을 참았다.


‘울면 날 죽일 거야.’


그 생각에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아서 다른 사람이 날 보면 내가 전혀 아프지 않은 줄 알 정도였다.


“가볍게 30대만 맞자.”


30대.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한두 대도 아니고 30대라니.


오늘 나를 죽이기로 아주 작정을 한 듯했다.


“간다~.”


김남운은 재미있는 게임을 하는 것처럼 밝은 목소리를 냈다.


나는 그 밝음에 충격을 받아 모든 희망을 버렸다.


김남운은 절대 날 살려주지 않을 것이다, 확신했다.


“······그만.”


날 때리기 위해 열심히 날아온 김남운의 오른쪽 손이 내 뺨과 한 뼘 거리에서 멈췄다.


나는 약간의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다 내 옆에 서 있는 송시현을 보고 한쪽 눈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내가 왔으니까 이제 그만해.”


우리가 위험해질 걸 알고 걱정이 되어 달려왔는지 송시현은 벅찬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 순간에 송시현보다 멋진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위상우.”


송시현이 김남운의 진짜 이름을 불렀다.


그러면서 내 머리채를 잡은 김남운의 팔을 잡았다.


“예은이 놔 줘.”


송시현은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처럼 김남운을 응시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 아이는 김남운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전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김남운은 갑자기 나타난 송시현을 의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온 거야?”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식으로 김남운이 묻자 송시현은 여유롭게 웃으면서 답했다.


“이래 봐도 열심히 뛰어온 거라고! 나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마. 난 환자잖아.”


송시현의 대답에 잠시 말없이 있던 김남운이 씨익 웃었다.


“역시 이 녀석들이 네 약점이구나?”

“······.”


그 말에 송시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맞았다.


나와 이강현과 박정후가 바로 송시현의 약점이었다.


우리가 송시현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송시현은 우리를 구하러 와 주었다.


얼마나 착한 아이인 거야, 대체.


“그전까지는 네가 아무 말도 안 해서 답답했는데 이제야 조금 대화가 통하겠네.”


김남운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전에 유튜브에서 본 범고래 정 떨어지는 영상이 떠올랐다.


김남운의 눈은 불쌍한 물개를 사냥하는 그 범고래의 눈과 꼭 닮아 있었다.


“그래. 궁금한 건 뭐든지 다 물어 봐.”


송시현은 김남운을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신 내가 답하면 아이들은 보내줘. 알았지?”

“그건 네 대답을 듣고 나서 내가 결정할 문제야.”


김남운은 여전히 자기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려고 했다.


송시현은 김남운의 그런 결정이 약간 공평하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우리에게 피해가 갈까 봐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오케이. 이해했어.”

“그럼 이제 말해 봐. 대체 넌 정체가 뭐야?”


김남운은 내 머리채를 놓지 않은 채 송시현에게 물었다.


나는 송시현의 시선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걸 느꼈고 김남운도 그걸 아는지 더 세게 내 머리를 휘어잡았다.


“참고로 거짓말을 하면 전예은을 죽여 버릴 거야. 기회는 한 번뿐이니까 신중하게 대답해.”


김남운은 나를 인질로 삼고 송시현을 협박했다.


“알아.”


송시현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이 자신감 없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나는······.”


잠시 뒤 그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은, 김남운이 살인자라는 사실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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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시즌3 4. 동료 제안 24.09.14 12 0 12쪽
66 시즌3 3. 전설의 편지 24.09.13 13 0 12쪽
65 시즌3 2. 전설의 눈 24.09.12 16 0 12쪽
64 시즌3 1. 전학생 전설 24.09.11 16 0 13쪽
63 시즌3 0. 협박 편지 24.09.11 13 0 7쪽
62 시즌2 32.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24.09.10 15 0 11쪽
61 시즌2 31. 해산 24.09.09 16 0 15쪽
60 시즌2 30. 백일하의 세계 24.09.08 16 0 11쪽
59 시즌2 29. 송시현의 정체 24.09.07 17 0 11쪽
» 시즌2 28. 창고에서 (3) 24.09.06 19 0 13쪽
57 시즌2 27. 창고에서 (2) 24.09.05 18 0 11쪽
56 시즌2 26. 창고에서 (1) 24.09.04 19 0 12쪽
55 시즌2 25. 호텔에서 24.09.03 19 0 12쪽
54 시즌2 24. 사라지다 24.09.02 19 0 16쪽
53 시즌2 23. 구출 24.09.01 20 0 12쪽
52 시즌2 22. 결정 24.08.31 22 0 13쪽
51 시즌2 21. 행방 24.08.30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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