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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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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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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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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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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23. 구출

DUMMY

이강현에게 도움을 요청한 다음, 박정후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예은아, 무슨 일이야?”


박정후는 내가 먼저 연락을 하자 좋아 죽었다.


그래서 송시현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금 미안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동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고, 송시현의 상태가 좋지 않아 부축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힘이 없는 나보다는 그래도 남자인 박정후가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좋아. 준비는 다 됐고.’


이강현과 박정후가 이곳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일단 나는 숲을 나갔다.


창고 주변에서 얼쩡거리다가 돌아온 김남운과 마주칠 수도 있어서 김남운이 오면 알 수 있게끔 숲 입구가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민트 초코 프라페를 시켰다.


커다란 빨대로 휘핑 크림을 덜어 먹으면서 이강현과 박정후 중에서 누가 더 빨리 올까 재미삼아 추측해 보았다.


‘역시 박정후? 아니, 오히려 이강현?’


빨대가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할 때쯤, 문이 열리고 이강현이 카페로 들어왔다.


‘저 우정은 막을 수가 없네.’


아니, 어쩌면 우정이 아닐지도.


나는 이강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강현은 음료를 하나 시키고 내 앞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서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


그러다 쳐다보는 게 어색해져서 나중에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이강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 그건 이강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정후야, 언제 오니? 빨리 와라······.’


나와 이강현은 의자에 앉아 말없이 박정후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



“미안해! 내가 조금 늦었지?”


내 연락을 받고 급히 뛰어왔는지, 박정후는 숨을 헉헉 몰아쉬고 있었다.


원래는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짜증을 내려다가 연락 한 번에 전력 질주를 한 박정후가 기특해서 봐주기로 했다.


“아니야. 많이 안 늦었어.”

“미안, 미안.”


박정후는 나를 보면서 헤헤 웃었다.


우리가 주말에 보는 건 초등학생 이후로 거의 처음이었다.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지 않아? 그때 참 좋았는데.”

“그게 언제적 이야기야.”


박정후는 어릴 적 이야기를 하다가 내 옆에 있는 이강현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


“······쟤가 왜 여기에 있어?”

“이강현도 불렀어.”

“왜?”

“왜냐니. 동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


박정후에게 송시현 일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는 했는데, 이강현을 불렀다는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별로 상관없을 줄 알았다.


이제 보니 아니었다.


박정후는 내가 이강현을 부른 것에 대해 크게 실망을 한 눈치였다.


“난 네가 나만 부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집에서부터 여기까지 이렇게 열심히 뛰어온 건데······.”


거짓말은 아니었다.


박정후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당근과 채찍 중 당근이 조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 박정후에게 주었다.


“잘했어. 이거 먹어.”

“나 주는 거야?”


박정후는 내가 사 준 아메리카노를 열정적으로 먹었다.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메리카노 특유의 씁쓸한 맛 때문인지, 연신 인상을 찌푸렸다.


‘아.’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지 않고 그냥 시킨 거라서 박정후의 입에 안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를 안 물어보고 시켰네.”


내가 미안하다는 투로 말하자 박정후는 서둘러 손을 저었다.


“아니야. 네가 사 준 거면 난 다 좋아.”

“다음에는 네가 좋아하는 걸로 사 줄게.”

“응.”


박정후가 헤헤 웃었다.


바보.

박정후는 정말 바보다.


‘너 나한테 이용당하는 거야. 그거 몰라?’


모르는 걸까, 아는데 모르는 척하는 걸까.


‘아마 후자겠지.’


박정후는 내가 자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나를 계속해서 좋아하는 것은 박정후가 진짜 착하기 때문이다.


‘한번 좋아한 이상, 끝까지 좋아하겠다는 마음가짐일까?’


나를 좋아해 주는 것은 좋다.


나도 가끔은 거만해지고 싶으니까.


그렇지만 박정후의 마음에는 보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박정후에게 단 한 번도 설렌 적이 없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는 거야. 네가 많이 노력하는 거 아는데, 내가 그 마음을 받아 주지 못해서.’


그러나 미안해서, 불쌍해서 받아 주는 연애만큼이나 박정후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다.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지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하자. 박정후가 나 말고 더 좋은 여자아이를 만날 수 있게끔 내가 열심히 도와줘야지.’


송시현을 안전하게 구출해 내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박정후에게 그 부분을 확실하고 단호하게 말할 생각이었다.


그게 나를 좋아해 주는 박정후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러나 최대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가자.”


나는 이강현과 박정후를 데리고 송시현이 있는 창고로 갔다.



***



“······심하잖아.”


송시현을 보자마자 이강현이 내뱉은 첫마디였다.


“그러네.”


박정후가 동감했다.


둘은 엉망진창이 된 송시현을 몇 초 동안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뭐 해? 안 옮겨?”


내가 말을 꺼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는 둘이었다.


“······옮겨야지.”


이강현이 송시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송시현. 내 말 들려, 송시현?”


이강현이 송시현을 부드럽게 흔들어 깨우는 사이에 나와 박정후는 송시현의 몸을 묶고 있는 테이프를 뜯었다.


어찌나 꽉 묶었던지, 커터칼을 사용해도 잘 뜯어지지 않았다.


커터칼 날이 부러질 정도였다.


한동안 박정후와 둘이서 낑낑댄 후에야 겨우 송시현의 자유를 막고 있는 테이프를 뜯어냈다.


‘옷 아깝네. 잘 어울렸는데.’


송시현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하늘색 잠바가 초록색 테이프로 인해 엉망이 되어 버리자 내가 다 속상했다.


송시현도 그 옷이 마음에 드는지 자주 입고 다녔었기에 더욱 그랬다.


“송시현!”


이강현은 송시현이 일어나지 않자 걱정이 되는지 목소리가 커졌다.


안 일어나면 업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강현의 목소리에 송시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


“정신이 들려? 내 말 들려?”


이강현은 송시현이 깨어나 안심하면서도 자기 말에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또 걱정했다.


“귀가 안 들리는 건가?”

“······아니.”


송시현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잘 들려. 듣고 있어.”


다행이다, 이강현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고생했어. 이제 우리가 널 여기서 꺼내 줄게.”


송시현은 정신이 들었는지, 이강현과 박정후를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는 나를 보았다.


“왜 왔어? 오지 말라고 했잖아.”


송시현이 나를 보며 말했다.


“나를 구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뭐?”


이강현은 송시현이 나를 보는 걸 보고 똑같이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야?”

“그게······.”


나는 이강현에게 송시현이 자기를 구하지 말라고 말했던 것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아서 너희를 부른 거야.”


이강현이 저번처럼 또 뭐라고 하지 않을까 싶어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잘했어.”


이번에 이강현은 나에게 칭찬을 했다.


“넌 옳은 선택을 한 거야.”


그 말에 나는 위로를 받았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이강현은 송시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위험해도 당연히 구해야지. 다른 누구도 아닌 송시현인데.”


그 말을 하며 이강현이 송시현의 오른팔을 들었다.


깁스를 한 팔이라서 무척 조심스럽게 잡았다.


“네가 왼쪽을 맡아.”

“알아.”


박정후는 이강현의 말에 송시현의 왼쪽 팔을 자기 어깨에 둘렀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순순히 협조하는 듯했다.


그러나 송시현은 걷지 않았다.


나는 순간 발을 다쳤나 싶어 아래를 내려보았다.


신발이 벗겨진 것을 빼면 딱히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이러지 마. 날 두고 가.”


송시현은 고집이 셌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송시현만큼이나 이강현도 고집이 셌다.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데려갈 거야.”

“날 데려가면 너희가 죽어.”

“죽으면 죽는 거지, 뭐.”


이강현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 듯 보였다.


‘나와는 다르네.’


사실 나는 죽음이 무서웠다.


송시현이나 이강현처럼 죽음의 순간을 앞에 두고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차분해지고 싶었다.


‘나도 둘처럼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와는 다른 둘의 모습을 보며 놀라고 감동했다.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닮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닮을 수 있어. 그동안 난 그냥 용기가 없었던 거야. 아니, 각오가 안 되어서 용기가 없었어. 죽을 각오를 하면 어떤 것도 무섭지 않아.’


저절로 용기가 생겼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상태로는 죽음이 다가와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맞아. 죽으면 죽는 거지, 벌써부터 그걸 걱정하지는 않을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면서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기는 싫어.”


나는 내가 내린 결론을 송시현에게 드러냈다.


“설령 죽는다고 해도 널 원망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안심해.”


그리고 안심시켰다.


송시현이 나를 밀어내지 않도록.


“나도.”


조용히 있던 박정후도 가세했다.


“예은이가 하자는 대로 다 따를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풋 웃었다.


비웃은 게 아니었다.


맞아, 박정후는 이런 아이였지 싶어서 웃었다.


박정후는 내가 왜 웃는지 이유를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박정후의 팔을 툭툭 쳤다.


“고마워.”


내 말에 박정후는 기뻐했다.


두 눈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귀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다.


“너희들······.”


송시현은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중에 고개를 푹 숙였다.


“······난 장담 못해. 나 때문에 너희가 위험해지지 않는다고 장담 못해. 그런데, 그런데도 괜찮겠어? 난 괜히 나 때문에 너희가―.”

“―말이 많네.”


이강현은 그 말을 하며 걸음을 뗐다.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어. 그런데 우리가 아무런 각오도 없이 이곳에 온 건 아니란 말이지.”


이강현은 내 연락을 받고 이곳으로 달려오면서 자기 목숨을 걸었다.


그 전에 이미 송시현은 이강현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쳤다.


최선을 다해서 이강현을 도우려고 했다.


김남운의 실체를 까발리는 일은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도우려고 해. 그러다 보니 자꾸 부딪치지만 결국 그 마음만큼은 진심인걸. 둘도 그걸 알 거야. 아니까 놓지 못하는 거지, 서로를 향한 끈을.’


그 모습을 보면서 과연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너는 나를 조금 의지할 필요가 있어. 구해 준다고 할 때 냉큼 따라오라고! 안 그러면 진짜로 버리고 갈 테니까!”


가.

이강현의 명령에 박정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앞에서 걸었고, 송시현은 이강현과 박정후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걸음을 뗐다.


“난 진짜 몰라. 나중에 내 탓 하지 마.”


좋으면서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하는 송시현이 내 눈에는 조금 귀여워 보였다.


이강현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을까.


“안 해, 걱정 마.”


그 말을 하며 이강현이 살짝 웃었다.



***



박정후가 빨리 걷자 이강현은 송시현에게 속도를 맞추라며 한마디 했다.


이강현에게 한 소리 들은 박정후가 걷는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괜찮냐?”


이강현이 물었다.


“어. 아까보다 나아.”


송시현은 그렇게 대답하며 웃었다.


힘이 없기는 하지만, 저 미소를 보니 그래도 조금 마음이 놓였다.


우리는 김남운과 마주치기 전에 얼른 창고를 빠져나왔다.


송시현 구출 작전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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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시즌3 1. 전학생 전설 24.09.11 16 0 13쪽
63 시즌3 0. 협박 편지 24.09.11 13 0 7쪽
62 시즌2 32.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24.09.10 15 0 11쪽
61 시즌2 31. 해산 24.09.09 16 0 15쪽
60 시즌2 30. 백일하의 세계 24.09.08 16 0 11쪽
59 시즌2 29. 송시현의 정체 24.09.07 17 0 11쪽
58 시즌2 28. 창고에서 (3) 24.09.06 18 0 13쪽
57 시즌2 27. 창고에서 (2) 24.09.05 18 0 11쪽
56 시즌2 26. 창고에서 (1) 24.09.04 19 0 12쪽
55 시즌2 25. 호텔에서 24.09.03 19 0 12쪽
54 시즌2 24. 사라지다 24.09.02 19 0 16쪽
» 시즌2 23. 구출 24.09.01 20 0 12쪽
52 시즌2 22. 결정 24.08.31 22 0 13쪽
51 시즌2 21. 행방 24.08.30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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