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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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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6 22:3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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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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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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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시즌2 11. 삼자대면 (1)

DUMMY

“증거를 찾은 거야? 어떻게?”

“김남운 집에 들어갔거든.”

“무단 칩입?”


내가 놀라 묻자 송시현은 그런 거 아니라고 말했다.


“그건 불법이잖아. 난 제대로 허락받고 들어갔어.”


어제 김남운은 나와 같이 하루 종일 밖에 있었다.


주인 없는 집에 멋대로 들어갔는데, 어떻게 허락을 받았다는 거지 의아했다.


“누구한테?”

“집에 김남운 엄마가 있었거든. 김남운 친구라고, 김남운 만나러 왔다고 거짓말을 치고 집에 들어갔어. 김남운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고 나를 김남운 방으로 안내했지. 김남운이 너랑 놀이공원에 간다는 걸 엄마한테 말 안 한 모양이야. 김남운 엄마는 김남운이 독서실에 갔으니, 금방 올 거라고 믿고 있던데?”

“진짜?”


왜 거짓말을 했을까.


굳이 거짓말할 이유도 없었을 텐데.


“김남운은 거짓말을 잘해. 상습범이야. 너, 김남운이 하는 말 아무것도 믿지 마. 그 녀석이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니까. 아마 숨을 쉬는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할걸? 어쨌든 김남운이 늦게까지 안 와서 나는 그 녀석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그건 내가 바란 거였어. 난 처음부터 걔 얼굴을 볼 생각이 없었다고.”

“혹시 증거 찾으려고 들어간 거야? 김남운이 살인자라는 증거 말이야.”

“맞아. 그리고 김남운 방을 뒤지다가 발견한 게 있어.”

“그게 뭔데?”

“그게 뭐냐면······.”


송시현은 말을 할 듯 안 할 듯 시간을 보내다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내일 알려 줄게! 벌써 다 알려 주면 재미없잖아!”

“거짓말쟁이! 네가 조사 끝나면 다 알려 주겠다고 약속했잖아.”


나는 어제 송시현이 나에게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송시현은 치사하게 말을 바꿨다.


“아, 그거 말이지. 내가 내일 알려 주면 문제 없지 않아? 지금 당장 말을 안 하겠다는 거지, 내일 말해도 말하는 건 결국 같은데.”

“그러니까 왜 지금 말을 안 해 주는 거냐고.”

“네 도움이 필요해.”


매번 이 레퍼토리다.


나는 송시현의 저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에 진저리가 날 정도였다.


“또 뭔 도움?”


약간 짜증이 났다.


넌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지?


“설명하기에는 복잡해. 근데 네가 필요해. 내일 만나자. 만나서 이야기 해 줄게.”

“꼭 만나서 대화해야 하는 거야? 그냥 문자로 하거나 전화로 하면 안 돼?”

“안 돼. 내 목숨이 달린 일이거든.”


나는 송시현이 농담을 하는 줄 알았는데, 목소리를 들어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


귀찮네, 정말.


“내가 가면 네가 사는 거야?”

“응, 맞아. 날 죽게 내버려 둘 거 아니지?”


나는 송시현의 말을 듣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너랑 대화하다 보면 왜인지 모르게 지쳐. 네 그 성격을 내가 받아들일 수가 없단 말이야.”


나는 MBTI가 맨 앞자리가 I인데, 송시현은 E라서 벌어지는 일인 듯했다.


그러든가 말든가, 송시현은 계속해서 밝은 목소리를 냈다.


“뭐, 어때? 이번이 마지막인데. 이 일만 잘 끝나면 네가 더 도와줄 일은 없어.”

“진짜?”


너무 티가 나게 좋아했나 보다.


“뭐야? 왜 기뻐해? 난 네가 아쉬워할 줄 알았는데.”


나는 얼른 속마음을 숨겼다.


“아니야, 아쉬워. 너무 아쉬워서 그래.”

“흐음······.”


송시현은 약간 의심하다가 의심을 거두었다.


“알았어, 믿을게. 그럼 내일 보자. 내가 아침에 연락할게.”


내일은 일요일이었다.


토요일로는 모자라 일요일까지 내 평화로운 주말에 송시현과 김남운이 한꺼번에 들어오다니,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금세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니까. 귀찮아도 조금만 더 참으면 되겠지······.’


나는 곧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키지는 않지만 작게 으응, 대답했다.



***



아침에 연락을 받고 나가니, 송시현이 약속 장소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전예은! 여기, 여기!”


그때 카페라는 공공장소에서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손을 흔드는 송시현이라는 남자아이의 존재가 굉장히 창피하게 느껴졌다.


‘이게 이강현이 느꼈던 감정이구나······.’


송시현 덕분에 나는 반 친구를 일요일에 만났을 때, 반가움보다 창피함을 제일 먼저 느꼈다.


그래서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송시현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야, 조용히 해! 왜 이렇게 크게 불러!”

“반가워서.”

“그렇게 크게 안 불러도 돼.”


내 말에 송시현은 왜, 라고 묻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머릿속이 꽃밭인 송시현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를 포기하고 본론부터 꺼냈다.


“이제 말해 봐. 네가 어제 찾았다는 증거가 대체 뭐야?”

“이렇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고? 방금 만났는데, 좀 천천히 하지 그래? 음료도 시키고.”

“집에서 할 거 있는데, 잠깐 시간 내서 온 거야. 말 안 하면 나 간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송시현이 내 팔을 붙잡았다.


“아니야, 말할게! 가지 마.”


송시현은 혼자 남겨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외로움이라도 타는 걸까.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았고, 내가 또 일어날세라 송시현이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제 김남운의 집에 들어가서 발견한 게 있어.”


송시현은 주머니에서 웬 사진을 꺼냈다.


주머니에 넣었다가 꺼낸 거라서 꼬깃꼬깃했는데, 알아보는 데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 이 사람······.”


사진 속 여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아니, 안다기보다는 한 번 본 적 있는 여자였다.


미행 알바를 할 때 본 중년 여성.


위시의 주인.


“그래, 너도 알 거야. 김남운을 미행할 때 본 여자잖아.”


나는 송시현의 말을 듣고 멈칫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그때 널 미행했거든.”

“뭐? 왜 그런 짓을 해?”

“김남운이 널 다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내가 몰래 따라갔어. 미리 말 안 한 건 미안.”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지?


나는 김남운을 미행하고, 송시현은 김남운을 미행하는 나를 미행한 듯했다.


“······잠깐만. 그러면 너 그때 다 보고 있었던 거야?”


나는 그네에 앉아 있을 때가 생각나 물었다.


“응?”

“나랑 통화할 때, 다 보고 있었던 거냐고.”

“아, 응. 그때 뒤에서 보고 있었어.”


표정이 굳어졌다.


송시현이 내 눈치를 보며 덧붙였다.


“그래서 캔 커피 사 간 건데. 추워 보여서······.”

“변태 아니야, 이거?”


내가 손을 올리자 불길함을 눈치챈 송시현이 잽싸게 몸을 옆으로 피했다.


‘그럴 줄 알았지.’


나는 송시현을 때리는 걸 포기하고, 앞에 놓인 물컵을 들어 송시현의 얼굴에 뿌렸다.


“우왓!”


내 공격을 피했다고 생각해 안심하던 송시현은 금세 물 먹은 생쥐 꼴이 되었다.


뚝. 뚝.


얼굴에서 물이 떨어졌다.


“예은아······?”


송시현의 당황한 얼굴은 정말 웃겼다.


평소에는 똑똑해 보이는데,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이 보였다.


“그걸로 봐줄게.”


나는 송시현의 반응을 살폈다.


‘이건 내가 너무했나?’


막상 저질러 놓고 나니, 후회가 되었다.


갑자기 물을 뿌린 것 때문에 나한테 화가 났으면 어떡하지 걱정하고 있는데, 송시현은 얼마 안 가서 불쑥 웃음을 터뜨렸다.


“전예은, 너 진짜 화끈하구나?”


박정후와 몇 번 같이 있더니 오글거리는 말을 하는 병에 옮았는지, 송시현은 박정후가 할 법한 말을 했다.


하지만 나쁜 의도는 없다고 판단해 잠자코 있었다.


송시현은 물로 세수를 한 다음에 나를 보았다.


“알았어. 이걸로 내가 너한테 잘못한 건 없는 거다?”


송시현은 그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알바생에게 수건을 빌릴 수 있냐고 물었다.


여자 알바생이 머뭇거리며 수건을 건네자 송시현은 고맙다고 싱긋 웃으며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여기 알바생 되게 착하다.”


송시현이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을 닦는 동안, 나는 알바생 쪽을 바라보았다.


부끄러운 듯 여자 알바생의 얼굴에 홍조가 물들었다.


‘착한 게 아니라 그냥 너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물론 나는 송시현이 그 말을 들으면 우쭐해할까 봐 말하지 않았다.



***



송시현이 설명을 이어서 했다.


“아무튼, 그래서 말이야. 이 사진을 보고 알 수 있는 건 이 여자가 김남운의 진짜 엄마라는 사실이야.”

“갑자기 왜 결론이 그렇게 나는데?”

“이강현이 말하기를, 김남운은 자기가 신이라고 했다고 했어. 난 그런 케이스를 맡는 게 이번이 두 번째거든. 첫 번째 사건은 해결을 했고. 그래서 알아. 태어날 때는 인간이었지만 어떤 일을 겪고 신이 된 존재는 첫 번째 생과 두 번째 생의 가족을 가지고 있어. 아마 김남운의 현재 엄마는 두 번째 엄마고, 이 사진 속 여자가 김남운의 첫 번째 엄마겠지. 그렇지 않다면 김남운 방에 이 여자의 사진이 한가득 있을 리가 없어. 가까이에서는 못 보니까 멀리에서나마 보려고 사진을 여러 장 찍은 거겠지. 심부름 센터에 부탁을 해서. 물론 김남운이라는 이름도 진짜가 아닐 거야. 김남운은 현재의 이름이지, 과거의 이름이 아니니까.”


나는 송시현이 하는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송시현의 말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


“미안한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아, 내가 너무 어렵게 말을 했구나.”


송시현은 무언가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쉽게 전생과 현생이라고 생각하면 돼. 김남운은, 실제로는 김남운이 아닐 테지만, 과거에 죽고 김남운이라는 아이의 신분으로 새롭게 태어났어. 과거에는 김남운이 아니었는데, 김남운이 아닌 존재가 죽고 난 다음에 김남운이 된 거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났다고?”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신일 수 없어. 지금 김남운이 신이라고 한다면 그건 선척적인 게 아니라 후천적인 걸 거야. 김남운이 저지른 살인 사건이 다 미해결로 끝났다고 전에 말했지? 그건 김남운이 신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야. 신이니까, 잘못을 저질러도 그걸 드러나지 않게 만드는 진실 은폐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 그런 괴물 같은 놈을 내가, 그것도 일반인이 어떻게 잡겠어?”


송시현이 하는 말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갔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다른 궁금증이 하나 생겨났다.


‘송시현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는 거지?’


송시현이 하는 말을 듣다 보면, 물론 그 말이 사실이라는 전자하에 송시현이 김남운과 신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오늘 확실하게 송시현의 정체를 밝혀낼 생각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송시현.”


어디에선가 말소리가 들리더니 김남운이 나타났다.


“어? 김남운이 왜 여기에―.”

“―왔구나!”


당황한 나와는 달리 송시현은 기뻐 보였다.


“기다리고 있었어. 여기 앉아.”


김남운은 송시현이 앉으라고 한 의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나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김남운은 말없이 의자에 앉았다.


‘어······?’


삼자대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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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시즌3 2. 전설의 눈 24.09.12 16 0 12쪽
64 시즌3 1. 전학생 전설 24.09.11 16 0 13쪽
63 시즌3 0. 협박 편지 24.09.11 13 0 7쪽
62 시즌2 32.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24.09.10 15 0 11쪽
61 시즌2 31. 해산 24.09.09 16 0 15쪽
60 시즌2 30. 백일하의 세계 24.09.08 16 0 11쪽
59 시즌2 29. 송시현의 정체 24.09.07 17 0 11쪽
58 시즌2 28. 창고에서 (3) 24.09.06 19 0 13쪽
57 시즌2 27. 창고에서 (2) 24.09.05 18 0 11쪽
56 시즌2 26. 창고에서 (1) 24.09.04 20 0 12쪽
55 시즌2 25. 호텔에서 24.09.03 19 0 12쪽
54 시즌2 24. 사라지다 24.09.02 19 0 16쪽
53 시즌2 23. 구출 24.09.01 20 0 12쪽
52 시즌2 22. 결정 24.08.31 2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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