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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Winterer 님의 서재입니다.

새벽의 시, 얼음의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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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Winterer
작품등록일 :
2019.07.01 19:36
최근연재일 :
2019.12.10 12:4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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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044

작성
19.07.0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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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1쪽

1장 - 초혼招魂(1)

DUMMY

수백 개의 초가 화려하게 빛나는 샹들리에가 끝도 없이 늘어선 거대한 연회장.

하루라도 한산한 날이 없는 이 곳이지만, 오늘은 여느 때보다도 몇 배는 더 바쁘게 웅성거렸다.

하늘이라도 지탱할 듯 웅장한 기둥의 수는 이미 열이나 스물로 헤아릴 수 없었다.

기둥 하나하나에는 여러가지 설화나 전설을 따온 조각이 섬세하게 아로새기고, 마법으로 밝힌 빛이 그 위를 문지르며 빛과 그림자를 부드럽게 움직여 움직이지 못하는 조각상들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그런 화려함을 논하는 데에는, 그런 기둥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웅장한 궁륭들 사이로 늘어뜨려진 깃발들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용의 날개처럼 펼쳐져 사람들의 머리 위를 장식하는 깃발은 바람 없이도 조금씩 펄럭이며 그들의 주인이 지닌 마력을 당당하게 선보이고 있었다.

좌우 합하여 여든을 헤아리는 깃대에 펄럭이는 것은 시엘리아 제국의 여섯 대공가 가운데서도 흑마법과 무역으로 이름을 날리는 대국 레가야의 상징, 해룡과 눈꽃의 기.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것이 있었다. 레가야의 주인, 미노스티야 필레인 카르티치스의 이름을 수호하는 것은 마흔 마리의 서펜트 뿐이었다.

나머지 반, 연회장의 반대편에서 펄럭이는 것은 이질적인 백색 바탕의 기였다.


새벽녘 눈밭처럼 새하얀 바탕 위에 새겨진 것은 금빛으로 빛나는 마법사의 지팡이와 가느다란 세검의 문장.

그것은 레가야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북방의 대공국, 미라야의 깃발이다.

역시 교차된 지팡이와 검 아래로 미라야의 대공인 올파인 마야드 샤르세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강력한 마법으로 이름을 떨치는 두 나라의 상징이 양 날개처럼 펼쳐진 진기한 모습이다.

천사들의 힘을 빌려오는 신언사의 나라 미라야와, 생령을 사역하여 지배하는 영마사의 나라 레가야.

제국을 호령하는 여섯 대공들 사이에서도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국가인 만큼 사소한 것 하나에조차 국력을 과시하는 경쟁이 불타고 있었다.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무수한 깃대들 역시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눈에 채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새긴 마법의 문자, 이사드는 단순히 치장을 위한 깃대마저도 외부로부터의 적대적인 마력을 차단하는 방벽을 세우고 있었다.

펄럭이는 천에 반짝이는 것은 무수하게 박아둔 수정의 반사광이리라.

어디를 보더라도 눈이 아플 정도의 화려한 치장에 정신이 사나운 사람들은, 무심결에 시선을 돌리다 중앙 정면에 걸려있는 두 개의 문양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청금석과 백금, 황금으로 만든 두 나라의 문장이 커다란 현판이 되어 걸려있다. 또한 마법으로 살아 움직이는 수천 기의 갑옷병사들이 양국의 문양을 새긴 방패와 은빛 할버드를 든 채 이곳 저곳에 사열해있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황제의 대관만큼이나 호사스러운 치장이다.

그러나 이를 지나치게 화려하다고 생각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일개 하인이나 시녀마저도 오늘의 연회만큼은 겨자씨 하나 만큼의 오점이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들어왔던 것이다.

이 제국의 땅 위에서 황제를 제외하고서는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자, 대공의 주인이면서도 스스로 왕을 칭하길 조금도 꺼리지 않는 강대한 여섯 명의 지배자들 중 하나.

흑마법과 해상무역으로 이름 높은 레가야와 백마법의 정수를 지닌 미라야의 혼인동맹을 축하하기 위한 연회에, 그 어떤 재화가 감히 '사치스럽다'라고 불릴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를 '대공왕'이라 칭하는 두 대공국의 지배자가 손을 잡는 일이 얼마만의 일인지, 기억하는 자는 손으로 꼽을 만큼 드물다.

하물며 혼인동맹이라는 것은 한 세기에 한 번 볼까말까 한 극히 드문 일인 만큼 오늘의 이 연회는 오히려 소박하다고 불러야 할 것이다.

레가야의 대공녀 이스티엘 아르야 카르티치스, 그리고 미라야의 제3공자 아키온 리아 샤르세인.

두 사람의 약혼식은 아마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세기의 약혼이 될 것이다.

그것이 수십 년만에 기적처럼 이루어지든, 아니면 이전까지 흔히 그래왔듯 추잡스러운 싸움의 씨앗이 되든, 오늘의 이 행사는 그만큼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 * *


"대체 이게 무슨 소란인지 머리아파 죽겠어. 난 겨우 열세 살이라고. 약혼이니 뭐니 이야기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을까?"

몇 시간째 이어지는 이스티엘의 투정을 들은 아첼은 피식 웃고 말았다.

제국의 실질적인 지배자중 하나인 레가야 대공국의 공주님은 이제 겨우 열세 살.

여자라고 부르기에도 쑥쓰러운 나이이니, '애'라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귀족가에서 어린 나이의 약혼이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나 대공의 외동딸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거의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대공이 주최하는 연회에 드나들던 대공녀가 일상이나 다름없는 이런 일에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하지만 동시에 대공녀라는 직위에 책임감을 가지지 못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나이만큼은 속이지 못한다.

이따금씩 애늙은이처럼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게 굴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버지인 대공에게 눌려 살다보니 저도모르게 몸에 배어버린 것 뿐.

물론 이런 어리광도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것 정도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앞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외부인이 있었더라면 가벼운 투정조차 입에 담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아는 아첼은 내심 혀를 차며 속으로 걱정거리를 삼켰다.

애초에 낯선 외간남자와 만난다는 것 때문에 부리는 투정이 아니다.

저 투정이 사실은 어마어마한 무게의 드레스를 입고싶지 않아서 부리는 것이란 사실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었다.

시녀장 메리온이야 워낙 점잖으니 그럴 일이 없었지만, 나이 어린 시녀들은 그런 이스티엘을 보며 짓궂은 농담을 건네곤 했다.

차석 궁정 마법사의 직위를 가진 아첼 역시-직위가 무색하게도-그런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그녀는 휘장을 사이에 두고 옷을 갈아입던 대공녀에게 입을 열었다.

"대공가에서의 열세 살은 이미 어른이나 다름없어요, 애늙은이 아가씨. 그리고 솔직히 말해 선물이랍시고 예쁘게 포장한 독극물 같은게 올라오는 것보다는 낫잖아?"

"응, 그레니 백작이 보냈던거? 솔직히 독이라고 말 안했으면 그냥 팔찌라고만 알았을거야. 그래도 예쁘긴 예뻤지만."

예의 그 팔찌는 어딘가의 서랍 안에 쳐박혀 있을 터였다.

물론 아첼의 눈으로 보기에도 제법 괜찮은 물건이었다. 물결치는 듯한 바탕쇠 위로 눈의 결정을 형상화한 배의 타륜이 인상적이었으니까.

그러나 타륜 중앙에 박힌 푸른 색의 보석이 사실은 약병이고, 그 안에는 한 방울로 서른 명도 죽일 수 있다는 맹독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장신구라기보다는 흉기에 가까운 인상밖에 남기질 못했다.

그레니 백작이 괴짜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약혼 선물로 이런 물건을 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러나 약혼자와 처음으로 대면한 뒤의 표정과 비교해보자면, 그 흉기를 받았을 때의 표정 쪽이 몇 배는 더 밝았다.

"팔찌처럼 만든 독약병을 받고도 좋다는 녀석이 약혼한다니 왜 그리 비비적거리니."

"아체엘······. 솔직히 얼굴도 모르던 사람하고 약혼하라면 하기 싫을거아냐."

"미라야에는 이뻐지고 잘생겨지는 마법도 있다더라. 흥흥, 좋겠구나. 내심 부럽다, 얘. 나도 하나 소개시켜주지 않겠니?"

"아첼!"

아첼은 콕콕 웃으며 손을 까딱였다. 창문도 닫겨있는데 어디선가 가벼운 미풍이 불어와 휘장을 걷어냈다.

예상대로 그 안에는 보기만해도 한숨 나올 정도의 드레스가 한가득이다.

한 벌 한 벌의 부피도 부피지만, 수량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 사람이 드레스에 치여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탑' 가운데 부루퉁한 표정을 지은 소녀가 아첼을 향해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옷 시중을 드는 시녀들이 없었다면 금방이라도 내던졌을 듯 했다.

"네가 걸친거, 다 합치면 얼마니? 내 월급은 가볍게 넘겠는데."

"흥! 알게 뭐야."

귀여워 미치겠네.

아첼은 쓰게 웃으며 손가락을 한번 더 튕겼다.

한 줄기의 바람이 티엘의 머리칼을 가볍게 헝클어뜨렸다. 시녀들은 울상을 지으며 다시 머리를 매만졌지만, 정작 범인은 티엘과 짓궂은 눈싸움을 계속할 뿐이었다.

대공녀와 대공왕의 가신이라는 신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거의 친자매나 다름없는 두 사람이다. 서로에게 어느 정도 지분거리는 것은 오히려 서로 반기고 있었다.

지금의 가벼운 장난만으로도 두 사람의 입가에는 미소가 쉽게 떠나질 않았다.

"애가 좀 더 다소곳한 맛이 있어야 사랑받지."

"어차피 파혼할 확률이 더 높다는건 나도 알고 있는걸? 아버님이 아무리 날 싫어하신대도 이런 식으로 써먹긴 아까울테지."

아이답지 않은 빈정거림이다.

어려서부터 정을 나누기는 커녕, 걸핏하면 어른들도 견디기 어려운 혹독한 체벌을 당해왔으니 티엘의 반응도 그리 이상하진 않다. 아첼도 이미 대공에 대해서는 질리도록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굳이 티엘의 말에 대답하지는 않았다.

드디어 휘장 뒤에서 꿈지럭대던 한 소녀가 조심스레(정확히는 힘겹게) 걸어나왔다.

아첼은 시험지를 채점하듯 위에서부터 티엘의 모습을 죽 훑어보았다.

집안 특유의 진한 흑발은 하나로 모아 가지런히 땋아 내렸다. 약혼식인만큼 좀 더 성숙하게 보이려는 목적이었겠지만, 아첼이 보기에는 평소처럼 생머리로 풀어놓는 쪽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 아래로는 약간의 불쾌감을 품은, 보석을 연상시키는 반짝이는 보랏빛 눈동자. 진주빛으로 옅게 칠한 눈꺼풀 덕에 강조된 눈은, 지금처럼 가늘게 뜰 때는 예쁘기보다는 어딘지 영악한 느낌이 더 강하다. 그리 유쾌해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확연히 알 수 있었지만, 시녀들의 필사적인 노력 덕분에 그나마 '약혼식을 앞둔 소녀'로의 포장은 그럴듯했다.

곳곳에 꽃잎 모양의 백금 장식이 달린 순백의 드레스는 허리쯤에서 꽃잎처럼 갈라지며 살짝 감춰지는 다리를 강조하고 있었다. 매끄러운 다리를 강조하는 흰 비단이 나이에 걸맞지 않는 요염함을 자아냈다.

팔꿈치까지 닿는 비단 장갑에는 가느다란 붓으로 그려넣은 듯, 은실로 정교하게 짜넣은 문양이 부드럽게 물결쳤다. 마지막으로 머리에 얹은 티아라는 은빛으로 단촐한 링을 만들고 중심 부분만 살짝 위로 치솟는 단순한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표면에는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이어붙인 호화로운 것이었고, 아랫부분에는 얇은 베일이 달려있어 얼핏 보기에 면사포같은 느낌도 주고 있었다.

여기까지였다면 나이에 비해 조금 성숙한 느낌을 추구했다는 것 정도로 끝났으리라.

그러나 점차 아첼의 눈에 곤란함이 피어올랐다. 팔찌, 목걸이, 귀고리, 구두 등 갖가지 장신구들이 끝도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드레스의 허리 부근을 부풀리는 속치마까지 생각하자면 가격 이전에 무게를 먼저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이 조그만 꼬마가 꽤나 힘겨워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리 없었다. 나름대로 내색은 안하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구두를 신고 있으니 이미 입꼬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을 감출 여력도 없었다.

제아무리 무도회에 익숙하다고는 하지만, 저 작은 어깨에 초보 여행자의 등짐만한 무게를 걸쳐놓으면 견딜리가 없다.

아니나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티엘은 시녀들이 기겁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아첼 곁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쓰러지는 것에 가까워보였다.

견디다 견디다 무게에 굴복한 것인지, 본인도 울상을 짓고 만다.

"흐아아······. 이대로 나가면 쓰러지고 말거야······."

"으휴······."

결국은 예상대로 하소연이 나오고 만다. 이스티엘은 어떻게든 해달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아첼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난처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만일 아첼이 신언사(=백마법사)였다면 경량화 마법이라도 걸어주었겠지만, 생령의 힘을 빌리는 영마사(흑마법사)인 아첼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계약한 생령들이 지닌 속성이 아니라면 주문의 효율도 낮고, 안정성도 크게 떨어진다.

무게를 줄여주는 것은 무리고, 그나마 티엘의 부담을 줄여주려면 바람으로 드레스를 떠받쳐주는 것 정도는 가능할테지만, 그랬다간 저 조신한 꼬마 아가씨가 걸음 한번 잘못 딛는 순간 치마를 확 뒤집어놓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몰랐다.

오늘처럼 중요한 날,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을 남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어, 티엘. 너도 알다시피 라피온이 성격이 좀 드세잖니. 억지로 하면 못할거야 없지만, 모험을 하기엔 시기가 안좋잖아?"

"그건 그렇지만······."

티엘은 아이답지 않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좋은 버릇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첼은 힘내라며 티엘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아첼의 품에 안겨 응석을 부리던 티엘은 문득 떠올랐다는 듯 아첼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아첼, 여기 있어도 돼? 바쁘지 않아?"

"어머, 웬일이니? 그런 걱정을 다 해주고?"

"아니······. 나는 생판 모르는 남자랑 춤추러 나가야하는데 아첼은 무지 한가해보여서."

"······좀 이따 일하러 가야해, 망할 꼬맹아."

대공국끼리 그렇게 돈독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일단 표면상으로야 약혼을 위해 입국을 허가받은 제 3공자와 그 호위병력이지만 그들이 언제까지 신사적으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나 란에 들어온 자들은 다른 곳도 아닌 마법왕국 미라야의 병력이다. 그 수는 얼마 없지만 마법사의 비율이 상당했다.

선례는 별로 없지만, 사신이 갑자기 암살자가 되는 일이 없던 것도 아닌 만큼 마법사를 견제할 마법사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나마 선례가 적은 이유조차 대공들의 신경전이니 말은 다 한 셈이다. 서로의 심중을 더듬느라, 암살자를 사신으로 위장해 보내는 방법은 대부분 사전에 차단 당한다.

물론, 약혼식을 빙자해 무력행사를 한다고 해도 미라야로서 얻는 것은 별로 없다.

반대로 티엘이 미라야에 입국했다면 그녀를 인질삼아 이권을 따낼 수라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야 3공자를 위험으로 밀어넣는 어리석은 짓이다.

대공국 사이의 암묵적인 규칙에 따라 대공국의 존속에 타격을 줄 수도 없으니 항쟁의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온갖 비상식적인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대공가인만큼, 만에 하나라도 있을 일을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창 이야기꽃을 피어나는 도중, 문득 발소리 하나가 가까워졌다.

티엘의 등 뒤에 멈춰선 시녀는 다른 시녀들과는 달리 은빛의 눈꽃을 가슴에 달고있었다. 시녀장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공녀님, 이제 나가보셔야지요. 늦었답니다."

"에? 벌써? 조금만 더 있으면 안돼, 메리온?"

"안돼요. 대공 전하와 미라야의 대공자께서 기다리고 계시잖습니까?"

"그치만······."

티엘을 낳자마자 세상을 떠난 대공비 대신 어린 공녀의 어머지가 되어 준 시녀장 메리온이다.

티엘을 다루는데 있어서 아첼보다 뛰어난 사람은 이 성의 시녀를 총괄하는 메리온과, 티엘의 아버지인 미노스티야 대공왕 뿐이다. 물론 방식은 극과 극으로 다르지만, 두 사람의 말이라면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티엘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두굽에 눌린 바닥재가 삐걱,하며 신음소리를 냈다.

아첼은 순간 티엘이 걸친 장신구나 드레스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저 드레스, 생각보다 더 무거운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 나중에 봐, 공녀님."

"응, 아첼도······."

애처로울 정도로 처연한 걸음으로 멀어져가는 드레스와 보석 사이로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메리온 역시 그런 공녀가 안쓰러운지 조금 표정이 어두워졌다.

양국간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말도 안돼는 소리라는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사소한 트집 하나로 크고작은 분쟁이 일어나는 꼴을 몇 번이나 보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죽기 직전까지 뜯어먹기 위해 이를 가는 대공가들이다.

아마 이번 일도 골치아픈 진흙탕 싸움의 전조일 뿐이리라. 그런 장난같지도 않은 어른들의 사정에 치여 신음하는 어린 아이를 보며, 과연 누가 마음이 편할 것인가.

그러나 마치 그녀의 표정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티엘의 발소리가 문 앞에서 다시한번 멈췄다. 하지만 돌아보는 티엘의 얼굴에는 뜻밖에도 조금 다른 빛의 근심이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티엘은 묘하게 어른스러워보이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 조심해, 아첼. 알았지?"

"응?"

"왠지는 몰라도······. 그냥 기분이 이상해. 아무튼 조심해? 알았지?"

방금 전까지 응석을 부리던 아이가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어떤 예지를 느낀 것일까. 아첼은 선뜻 그 말에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아······응. 그럴게."

알 수 없는 분위기에 눌려 간신히 한 마디를 꺼냈다.

그러나 어린 공녀는 그 것 만으로도 만족했는지 시녀들과 함께 방을 나섰다. 아첼은 멀어져가는 공녀의 뒷모습이 어쩐지 계속 눈에 걸려 쉽게 눈을 돌릴 수 없었다.

뭔가 중요한 것을 잊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짧게 탄식하며 돌아선 메리온이 그런 아첼의 사색을 깨뜨렸다.

"차석 궁정마법사님도 채비 하셔야죠?"

"이제 가야죠. 저 말괄량이도 보냈으니."

메리온에게 일부러 자신 넘치는 웃음을 보여준 아첼은 허리춤을 툭 건드렸다.

손 끝에 닿는 익숙한 감각. 시위를 풀어 부려둔 검은 색의 대궁이 손에 달라붙듯 잡힌다.

그러나 아첼에게 화살을 넣는 전통 따위는 없었다. 이 활이 쏘는 것은 나무로 만든 화살이 아닌, 그녀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마력시(魔力矢), 아스트라였기 때문이다.

'매혹의 밤안개', 마법사 아첼레란도의 무기, 영마사로서의 이빨은 대다수 마법사들은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신기(神技)다.

아스트라같은 고위 술식을 다룰 줄 아는 이상, 활을 꺼내는 것 만으로도 준비는 전부 끝났다.

메리온의 눈짓에 따라 곁에 따라붙었던 시녀가 아첼의 외투를 건네주었다. 약간의 주문을 심어 서투른 검사의 일격 정도는 무리없이 막아낼 수 있는 일종의 갑옷이다.

티엘에게도 비슷한 물건을 얼마쯤 만들어주긴 했지만, 과연 저 드레스는 어느 정도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을까.

'이 불안감······, 대체 어디서 오는걸까······.'

조금 전까지 티엘과 웃고 떠들며 애써 묻어둔 불안감. 등줄기를 따라 새겨진 마력각인(魔力刻印)이 조금씩 맥박치고 있었다.

적대적인 마력에 반응하는 현상이다. 새삼스레 활을 꽉 한번 쥐어본 아첼은, 욱신거리는 각인을 다시 무시하며 방문을 나섰다.



* * *



무도회의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갔다.

휘황찬란한 실내 장식에 기죽어있는 사람은 아무곳에도 없었다. 끝없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무도회 특유의 흐름만이 가득하다.

물론, 진심으로 어울리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연회가 끝나는 순간, 아니 지금 당장에라도 적대할 수 있는 '적'과 서로 웃음을 나누는 제국 특유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름대로 익숙해진 일이라 조금씩은 연회를 즐기고 있다.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벌어들이는 레가야의 연회다. 평소에는 대공국의 식탁에서도 접하기 힘든 진귀한 음식들이 나오니 한번쯤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먼 리가르트 왕국에서만 난다는 진귀한 향신료가 혹시라도 모를 불안감을 덜어주었다. 연금술을 이용해 맛과 향을 더한 음료는 춤에 관심이 없는 몇몇 귀부인들을 즐겁게 만들어주었고, 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연회장을 빙 두른 공예품에 시간을 할애할 수도 있었다.

독특한 칵테일을 즐기다 다소 취기가 오른 사람들은 조용히 빠져 발코니에서 바람을 쐬곤 했다.

적으면 한두 명, 많아봐야 서너 명이 들어설 수 있는 발코니에는 각각 방음결계가 쳐져 가까운 다른 발코니에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중 하나인 티엘은 그 분위기도, 음식도, 조금도 즐길 수 없었다.

티엘의 약혼자는 미라야의 제 3공자 아키온 리아 샤르세인. 가문을 이을 대공자도, 그런 후계자를 보좌하거나 혹시 모를 상황에 예비 후계자로 길러지는 소공자도 아닌, 정략결혼으로 팔려나가기 좋은 대공의 셋째 아들이었다.

상처받기 쉬운 위치에서,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게 되거나, 반대로 누구도 자신의 세계에 들이지 않는 차가운 사람이 되거나.

티엘이 보기에 아키온은 명백히 후자였다.

가까이 다가서기가 어려울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물씬 풍겨나고 있었다.

올해로 열 여덟, 티엘보다는 다섯 살이 더 많다는 아키온은 신전에서 치뤄진 약혼식 도중에도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약혼식을 파토낼 작정이 아니고서야 대놓고 태도나 표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따뜻하고 다정한 웃음을 지어주곤 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티엘은 생기없는 가면을 보는 듯한 기분에 흠칫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처럼 계산된 미소와 친절. 소름끼쳤다.

아키온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내내, 뱀이 목덜미를 기어가는 듯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대공왕의 무남독녀 외동딸인 티엘과 맺어지는 대가로 아키온은 모든 권력을 잃게 된다.

본래 3공자인 아키온이라면, 대공위에는 오를 수 없어도 친왕(親王. 왕의 혈육)으로서의 권력은 어느정도 남을 터였다.

하지만 이렇게 '팔려갈 경우'에는 양 국의 한시적 동맹을 위한 포석으로 버려진다.

좋게 봐야 카르티치스 대공가의 '고귀한' 피를 보존하기 위한 씨내리로 끝난다. 아니, 그마저도 모든 일이 잘 풀렸을 때의 이야기일 뿐.

냉정하게 말하면, 양국간의 신경전을 위한 버림패다.

미라야로서는 레가야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레가야에서는 미라야의 흑심을 연출하기 위해, 언제 누구의 손으로라도 죽을 수 있는 몸.

본인으로서는 버려졌다는 사실에 상당히 마음이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거리를 두는 느낌이었어.'

워낙 마음을 단단히 닫아걸어, 그나마 위로해주려던 마음까지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아키온과 춤을 한번 추면서 그런 미소를 끝없이 보다보니 몸도 마음도 피곤해져 어디선가 쉬고 싶었다.

곁을 지나는 시종을 불러 잔 하나를 집어든 티엘은 한적한 발코니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연회장에는 총 일곱 곳의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중 절반 쯤이 사람들에게 점령당해 있었기 때문에 간신히 쉴 만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마침 정원과 맞닿은 방향의 발코니였다. 티엘은 불꺼진 발코니의 문을 걸어잠근 뒤 난간에 기대섰다. 두터운 나무 문을 넘어 들리는 희미한 음악소리가 오히려 듣기 괴로웠다.

반쯤은 꾸며낸 것에 지나지 않는 꼭두각시 놀음.

지겹다.

티엘은 말간 파란 빛을 띤 음료를 한모금 들이켰다.

키리아 열매로 빚은 이 과일주는 본래 레가야에서 그리 즐기지 않는다. 아니, 제국 전체에서도 찾는 이는 드물다.

이런 순하디 순한 술은 제국보다는 저 먼 동방의 리가르트 왕국에서나 즐기는 물건이다. 아직 어린 티엘이 마시기에 적당한 수준이긴 하지만, 이런 대규모 연회에서 겨우 몇 사람만 마실만한 술조차 한가득 사들였다는 점에서 새삼스레 레가야의 사치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티엘은 조금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잔을 가볍게 굴렸다.

천연 수정을 정교하게 깎아 만들어진 잔은 달빛을 받자 은은한 청색의 빛을 머금었다. 이런 잔 하나에도 정화의 주문을 새겨놓은 것이다.

잔의 옆면에는 부드럽게 물결치는 파도와, 물살을 가르는 해룡이 정교한 솜씨로 새겨져있었다. 티엘은 갑자기 조금 기분이 나빠져 잔을 멀찍이 밀어내었다.

이 연회가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즐거운 마음이라고는 도무지 생기질 않았다.

하지만 겨우 한 모금만으로도 약간의 취기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무거운 드레스를 입고 정치판을 들여보아도 겨우 열세 살. 작은 가슴을 씻어줄 바람 한 줄기가 무엇보다도 달콤했다.

조금씩 달아오르는 뺨에 닿는 밤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기분좋은 밤 바람에 눈을 살짝 감아본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검은 머리칼에 푸른 눈을 가진, 친근한 미소가 어울리는 사람. 옷 안으로 보이지 않게 걸고있던 목걸이를 조심스레 꺼낸 티엘은 그 끝에 달린 조그만 열쇠를 꼭 쥐었다.

낡고, 볼품없는 놋쇠로 된 열쇠였다. 온통 화려하고 값비싼 것들로 가득찬 저 연회장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골동품.

하지만 저 안의 무엇을 가져온다고 한들, 이 물건과 바꿀만한 가치를 가진 것은 없을 것이다.

'역시 르비아 오라버니는 안오셨네. 치······. 지금쯤 좋아하던 책이나 보고 있을까?'

몇 해 전 미노스티야 대공왕과 크게 다툰 뒤 왕국으로 유학을 떠나버린, 검은 머리칼과 푸른 눈이 인상적이던 사촌 오빠 르비아.

대대로 마령사를 배출하는 카르티치스 대공가에서도 어린 나이에 두각을 드러낸 사람이었다.

아직 마력각인조차 나타나지 않은 티엘과는 반대로, 본격적으로 마법을 배우기 시작하자마자 마력각인이 나타난 희대의 영마사. 그러나 특이하게도 인형을 만들기를 원했던 괴짜.

원래대로라면 다음 대공의 자리는 그의 것이 되어야 할 터였다.

르비아의 아버지는 티엘의 백부, 즉 현 대공왕의 형이었기 때문이다. 미처 대공위에 오르기 전에 세상을 떠난 그의 빈자리를 메운 이가 바로 티엘의 아버지인 미노스티야 대공이었으니, 어찌보면 티엘은 르비아의 자리를 빼앗은 격이다.

하지만 르비아는 티엘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 동생처럼 부둥켜 안고 친하게 지냈다. 겨우 자기보다 여섯 살 많은 주제에 어른스러운 체를 하던 사촌 오라비의 모습은, 어린 티엘에게 둘도없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런 르비아를 벌써 몇 년 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명목상인 약혼이라도 한번쯤 와 줄 것으로 알았는데, 나름대로 실망이 컸다.

'아첼도 바쁘고, 오라버니는 이 곳에 없고······. 내가 여기 있을 필요가 있을까······?'

그저 얼굴 한번 내비친 것으로 티엘의 역할은 끝났다.

아키온 대공자와 춤을 춘 뒤에는 티엘이 곧장 방으로 돌아갔더라 해도, 대공왕은 그녀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에게 제대로 된 애정을 받지 못한 채 자랐던 티엘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르비아가 그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곁에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머리를 쓰다듬거나 해줬을테니까.

지금 곁에 없는 오라비를 떠올린 티엘은 투정을 부리듯, 밀어놓았던 수정 잔을 손끝으로 가볍게 튕겼다.

땡그랑! 보호 주문이 걸린 글래스는 묘하게 악기같은 소리를 내며 가볍게 바닥을 굴렀다.

내용물은 그대로 바닥에 쏟아져 옅은 술냄새를 풍겼다. 못된 장난을 저지른 약간의 해방감으로 티엘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아!"

그때 갑자기 예리한 통증이 느껴졌다.

왼쪽 가슴······, 아니, 쇄골 근방에서 심장에 이르는 부위가 바늘로 찌르듯 욱신거렸다.

뭉툭한 나뭇가지로 찌르는 듯한 통증은 강해졌다 약해지기를 반복하며 심장처럼 고동치고 있었다.

가까스로 난간을 붙잡은 덕에 쓰러지는 일은 면했지만,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눌렀지만, 오히려 박혀있던 가시를 밀어넣듯 한층 더 뜨거운 통증이 어린 육체를 갉아먹었다.

점차 난간을 따라 미끄러지던 티엘은 바닥으로 주저앉아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윽······!"

사람을 부를 수도 없었다.

입을 열어도 도와달라는 말은 커녕 짓눌린 신음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프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만큼 아팠다.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보았지만, 야속한 문은 티엘이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닿지 않을 곳에 있었다.

티엘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고통으로 몽롱해진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술기운으로 갑자기 이런 통증이 나타날 리 없다.

그렇다면 암살인가?

하지만 독을 이용한 암살은 다른 사람에게라면 몰라도 티엘에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아첼의 생령중에는 맹독 속성을 가진 녀석이 있었고, 아첼은 그 생령을 이용해 티엘에게 영구적으로 강력한 해독주문을 걸어뒀다.

어지간한 독은 면역이고, 아첼의 생령이 지닌 힘보다 강한 마법적인 독이 아니고서야 티엘에게 아무 영향도 없어야 했다.

그렇다고 건강상의 문제일 리도 없다. 이제까지 전조조차 없었는데, 갑작스레 발작할만한 병은 들어본 적도 없다.

'도와줘······. 누가, 제발······. 아, 아무도 없는거야? 제발 살려줘······!'

불찰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방해 없이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에서, 발코니 사이에는 기둥이 세워져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티엘이 아무리 몸부림치더라도 그 모습은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흘러내린 눈물이 차가운 바닥을 적셨다.

이대로 죽는걸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이렇게 죽는걸까?

그 순간, 가슴을 쥐어짜던 아픔이 거짓말처럼 옅어졌다.

가까스로 신음소리만 삼키던 티엘은 부들부들 떨며 난간에 의지해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티엘은 도움을 청하려 몸을 돌리는 대신, 깊고 어두운 숲의 그림자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고통과 눈물로 얼룩진 눈동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하고 있었다.

티엘은 이 아픔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부름, 같은 운명을 가진 어떤 존재의 부름이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못했던, 그러나 본능에 가까운 무언가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인간의 언어로는 닿지 못할 절박함, 그리움, 그리고 강렬함.

창백해진 얼굴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저 숲을 넘어선 어떤 곳······. 그 곳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설정은 나중에 시간내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법 오랫동안 다듬어온거라 쓸데없이 깊이 파고든 부분도 있어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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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62 늙은악동
    작성일
    19.07.07 20:40
    No. 1

    보기 힘들어요 띄어쓰기랑 줄바꿈 좀 해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LWintere..
    작성일
    19.07.07 22:59
    No. 2

    음...라노벨식으로 개행넣는게 익숙치 않아서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고려해보겠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99 느림뱅이
    작성일
    19.09.26 09:16
    No. 3

    반쯤은 꾸며낸 것에 지나지 않는 꼭두각시... <<< 이 부분은 독백 같은데, 일반 서술형 문장으로 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딴지 걸려고 하는 의도는 절대 아닙니다만... 문피아앱을 통해 읽곤 하는데 눈이 너무 아픕니다. ㅠㅠ
    [대화 또는 독백]과 [일반 문장] 사이에 줄바꿈을 고려주셨으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행여라도 제 오지랖 때문에 기분 언짢으셨다면 다시금 사과드립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LWintere..
    작성일
    19.09.26 10:20
    No. 4

    앗.... 독백문을 일반문이랑 섞어버리는게 버릇이 돼버렸군요 8^8
    현재 앞부분부터 개행 등 수정중인데 미처 놓친 것 같습니다.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1 망치단장
    작성일
    19.10.17 13:17
    No. 5

    와 작가님 글솜씨가 좋아요!
    이렇게 예자스러운 분량이라니 좋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LWintere..
    작성일
    19.10.17 13:21
    No. 6

    감사합니다 :)
    혹시 너무 길어서 읽기 난해한 곳이 있으면 기탄없이 꼬집어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ch******
    작성일
    20.01.02 10:32
    No. 7

    In to the unkhown~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LWintere..
    작성일
    20.01.02 15:40
    No. 8

    Ah-ah-ah-ah~♬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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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장-시원의 새벽 (11) 19.12.01 130 3 31쪽
163 16장-시원의 새벽 (10) 19.11.30 77 3 26쪽
162 16장-시원의 새벽 (9) 19.11.29 58 3 32쪽
161 16장-시원의 새벽 (8) 19.11.28 66 3 24쪽
160 16장-시원의 새벽 (7) 19.11.27 96 3 34쪽
159 16장-시원의 새벽 (6) +2 19.11.26 78 4 28쪽
158 16장-시원의 새벽 (5) 19.11.25 63 4 30쪽
157 16장-시원의 새벽 (4) 19.11.24 68 3 30쪽
156 16장-시원의 새벽 (3) 19.11.23 66 3 30쪽
155 16장-시원의 새벽 (2) 19.11.22 64 3 29쪽
154 16장-시원의 새벽 (1) 19.11.21 72 3 28쪽
153 15장-귀향歸鄕 (11) 19.11.20 68 3 38쪽
152 15장-귀향歸鄕 (10) 19.11.19 62 4 25쪽
151 15장-귀향歸鄕 (9) 19.11.18 221 3 25쪽
150 15장-귀향歸鄕 (8) 19.11.17 60 3 24쪽
149 15장-귀향歸鄕 (7) 19.11.16 61 2 34쪽
148 15장-귀향歸鄕 (6) 19.11.15 65 4 24쪽
147 15장-귀향歸鄕 (5) 19.11.14 85 3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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