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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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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1,975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10.0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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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레퀴엠(83)

DUMMY

Episode 82 - Amnesia



"죄송하지만 저희는 지휘대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크하하하, 그래! 잘 생각했......, 응? 방금 뭐라고?"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진명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가 거짓이라 생각했다.


동그란 눈을 뜨고 있는 진명을 향해 윤 설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휘대원 윤 설과 지휘대원 최정혁은 2지휘대 지휘관으로의 승진을 거절하겠습니다!"

쿵.

가슴 속에 돌덩이가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백화람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은 분명 진명의 제안을 따르기로 결정했다는 말이 아니었나?

날벼락같은 대답이 돌아오자 진명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째서?"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쪽의 의사를 거절했다면 분명 내 제안을 따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절하는 이유가 뭐지?"

윤 설과 최정혁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저희는 그냥 이대로가 좋습니다.""


"허....."

진명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처구니 없었을 것이다.

'이거야 원, 다 잡은 물고기라 생각했는데 내가 낚싯대를 놓칠 줄이야.'

허나, 실상으로는 본인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법.


한번 거절했던 것을 다시 설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더 이상 압박을 넣는다면 그것은 제안이 아닌 강요가 되기 때문이다.

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알았네, 뭐 아쉽긴 하지만 너희 둘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니 내가 더 이상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


진짜 백화람도 그렇고, 하진명의 발언마저도 두 사람을 부담스럽게 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진명은 어쩔 수 없지- 라는 말을 나지막하게 내뱉고는 손짓했다.

"다음에도 또 제안할테니 그 때는 마음을 바꿔줬으면 좋겠네, 두 사람 다 나가도 좋아."


"알겠습니다."

최정혁과 윤 설은 간단한 목례 후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자 진명은 의자를 뒤로 젖혀 천장을 응시했다.

"후, 재밌는 친구들이구만."


허탈한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


철컥.

문이 닫히자마자 윤 설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푸하, 별것도 아닌 일인데 왜 이렇게 긴장이 되냐?"

그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손에 묻은 땀을 털어냈다.

"그러게요, 그냥 거절 의사를 표현하러 간 것뿐이었는데."


윤 설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머리를 감쌌다.

"참, 사회 생활 힘드네."

'그 사회 생활, 이미 조진 것 같은데요?'

"아무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무새를 단정히 했다.


"이제 가자."

"가자고요? 어딜요?"

텁.

묵직한 손의 감촉이 느껴졌다.

윤 설은 정혁의 팔을 꽉 붙잡은 채 중앙 계단을 향해 달렸다.


"바아압 먹으러 가자아아아!!!"

"으아아아, 제발 천천히 좀 가요!!"


그들은 곧 식당 앞에 도착했다.

"어, 좀 많이 늦게 왔나?"

이미 텅 비어버린 테이블 위 음식들.

사람들마저도 자리를 떠난 듯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겠네요."

정혁은 차고 있던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시곗바늘은 이미 오후 1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윤 설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쓰러졌다.


"어, 어떻게 이런......"

거의 우는 수준이었다.

그녀는 바닥을 뒹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나 지금 뱃가죽이랑 등가죽이 붙어버린 것 같은데."


정혁은 윤 설의 손을 잡아 억지로 일으켰다.

"아, 일어나봐요. 이미 시간이 지나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게 뭐야."

윤 설은 몸을 축 늘어트렸다.

"아오, 무슨 장난감 사달라는 애야 뭐야! 지나가는 사람이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그제서야 그녀는 허탈함 가득한 몸을 세웠다.

그러고는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너, 비상식량이라도 있냐?"

'....., 미친년인가?'


거의 굶어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듯 음식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하는 수 없어요, 그냥 저녁때까지만 참아보죠."

윤 설은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늦은 거냐?

식당 입구 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곳에는 팔과 다리에 붕대를 감은 도민호가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아, 지휘관님!"


정혁은 부여잡은 윤 설의 팔을 놓아 도민호에게로 달려갔다.

그녀의 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아랑곳하지 않는 정혁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오른팔과 오른 다리에 칭칭 감겨진 붕대.


얼굴 쪽에도 타박상이 드러나 있었다.

'치료를 받았음에도 이 상태인건가?'

꽤나 심각한 듯 보였다.

정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지휘관님. 괜찮으신가요?"


그의 물음에 민호는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보면 모르겠니?"

곧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사실 겉의 상태로만 봤을 때는 지금 이렇게 걷고 있는 것마저도 기적일 정도였다.


민호는 천천히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말해주었다.

"외상과 내상, 모두가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 그래서 간단한 치료술로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거야. 아마 상처가 다 아물기 위해서는 일주일 정도가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그, 렇군요."

절로 숙연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윤 설이 옆으로 다가와 민호를 향해 인사했다.

"으으으, 안녕하세요."

90도 인사를 건넨 그녀였지만 민호는 손짓으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어, 뭔가 오랜만인 것 같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냐?"

"그 동안이라니요, 그래봤자 이틀 정도가 지났는데."

윤 설의 말에 민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웃어보였다.

"하하, 미안. 조금 오래 자다 보니, 날짜 개념을 상실한 것 같은데?"


"그것보다 지휘관님!!!"

윤 설이 민호의 왼손을 잡았다.

이 세상에서 최대한 불쌍해 보이는 얼굴을 들이밀며 그녀는 눈물을 흘리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시, 식사 시간이 지나버렸어요!! 저희 어떡해요, 엉엉엉!!"

"야야, 잠깐만! 그렇게 갑자기 들이대면, 우와악!!"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민호의 몸이 뒤로 나자빠졌다.

쿠당탕!!


"어, 어?!"

윤 설은 뒤로 쓰러져버린 민호의 몸을 일으켜 연신 사과를 박았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정혁이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였다.

'아, 진짜 삶이 민폐네. 저 누나는.'


만약 최정혁 본인이 도민호의 입장이었다면 곧바로 일어나 머리를 쥐어박았을 것이다.

민호는 몸을 일으키며 한 쪽 눈을 찡그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갑자기 달려들면 넘어지잖아."


"지, 진짜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윤 설을 보고 있던 정혁이 피식 웃었다.

'부끄럽긴 한가보네.'

그녀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민호가 호통치는 모습을 감당할 수 없었는지 윤 설의 얼굴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도록 해. 자칫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단 말이야."

"넵, 죄송합니다!!"


윤 설이 상체를 숙여 마지막 사과를 전했다.

"됐고."

민호는 식당 내부를 둘러보다가 냉장고 쪽을 가리켰다.

"저기 한번 열어보는 게 어때? 식사 시간을 놓친 대원들이 가끔 저기에 넣어둔 비상식량을 먹는 걸 본 적이 있어."


그 말을 들은 윤 설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윤 설은 곧장 냉장고 쪽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차가운 냉기가 밖으로 빠져나옴과 동시에 안에 쌓여있는 냉동식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

냉동치킨, 볶음밥, 시리얼 등등.

입맛을 사로잡는 각종 음식들이 윤 설을 반겼다.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거지!!"


30분 뒤.

테이블 위는 이미 각종 식품에 의해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윤 설은 부풀어버린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느긋하게 포만감을 만끽했다.

"푸하,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허....."

어이가 없었다.

진수성찬처럼 뿌린 12첩 식사를 한번에 다 먹을 수 있다니.

'이 양반, 먹방 뉴튜브를 진작 했으면 이미 백만 뉴튜버 정도는 됐을 텐데.'

재능이 따로 있었다.


윤 설은 마치 자신이 호화로운 음식이라도 먹은 듯 우아하게 입을 닦았다.

앞에서 지켜보던 민호도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이 튀어나올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누가 보면 먹방 뉴튜버라도 되는 줄 알겠다."


민호의 말을 들은 윤 설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아, 그 정도에요? 제가 생각보다 먹성이 좋아서 하하하!!"

'딱히 칭찬은 아니었어요, 누나.'

민호는 어지럽혀진 테이블을 둘러보며 일어섰다.


"일단 여기부터 치우고 나서 이야기하자, 원래 너희에게 전해줄 말이 있었는데 이 상태에서는 제대로 분위기도 안 나올 것 같아."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접시를 들어 싱크대로 옮겼다.

정혁이 달려가 민호의 손에 들려 있는 그릇을 잡았다.

"지휘관님, 쉬고 계세요. 저희가 할게요."


"괜찮아, 나도 너희랑 같이 먹었는데 혼자만 쉴 수 없지."

하지만 정혁은 그런 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접시를 들었다.

"아니에요, 원래 이런 일은 저희같은 일반대원들이 해야죠."

민호가 그 말을 듣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그럼 부탁 좀 할게."


"옛썰!!"

최정혁과 윤 설은 설거지를 시작했다.

벌써부터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민호의 테이블까지 들려왔다.

- 야, 너 설거지 처음 해보냐?

- 지금까지는 엄마가 다 해줘서 한번도 안해봤단 말이에요.

- 으이그, 불효자 새끼.


두 사람의 친근한 대화가 귀에 들어오자 민호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참, 죽이 잘 맞는다니까."

쾅!

그 순간, 누군가가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깜짝 놀란 세 사람의 시선이 식당의 입구쪽으로 향했다.

진명이었다.

"하아, 하아!"

그는 가쁜 숨을 몰아내쉬며 숨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깜짝이야, 무슨 일이십니까?!"

민호가 물었다.

진명은 몸을 들어 심호흡을 한 뒤에 입을 열었다.

"조, 조하나가 깨어났다."

"""예?"""


------


쾅-!

치료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일행 모두가 안으로 들어왔다.

"지휘부대장님!!"

그들의 눈에 병상 위에 앉아있는 조하나가 보였다.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옆모습.


민호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갔다.

외상은 완전히 나은 모습이었다.

올로소에게 정신 조작을 당하고도 불과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야 눈을 뜨다니.

감격스러울 지경이었다.


민호는 그녀의 앞에 서서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하나 역시 민호를 올려다보며 맑은 눈을 내보였다.

정적 속에서 민호가 입을 열었다.

"조, 조하나....."

그러나, 하나가 충격적인 대답으로 민호의 말을 끊었다.


- 당신 누구야?

"....., 네?"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잘못 들었겠지, 싶어 다음 말을 꺼내려는 찰나.

하나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 누군데 나한테 말을 걸어?!

그녀의 발언은 치료실 내부에 있는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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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레퀴엠(84) 23.10.02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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