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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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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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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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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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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72)

DUMMY

Episode 71 - 헨젤과 그레텔 4



신전 - 윤 설, 하진명 사이드.

"좀 어때?"

진명이 윤 설의 다리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감각 없는 다리를 애써 외면했다.


"틀렸어요, 다리에 감각이 없어요."

"확실히......"

진명은 산화열의 정확한 진행 상태를 파악했다.

'이미 상처 부위뿐 아니라 주변으로 빠르게 독성이 퍼지고 있어,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리가 아예 썩어버릴 거야.'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진명은 안주머니에서 레이더를 꺼내 전원을 켰다.

초록빛의 화면이 눈에 들어오며 시간이 체크되었다.

"안 돼, 이러면 늦고 말아......"


진명은 아랫 입술을 깨물며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애썼다.

그 때, 윤 설이 진명의 옷깃을 잡았다.

"지휘대장님."

진명은 그녀의 손을 잡아 내렸다.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아라, 그리고 움직이는 것은 최대한 줄이는 게 좋아. 독성이 빠르게 퍼지니까."

"지휘대장님, 저를 여기에 두고 가세요."

윤 설의 나지막한 선고로 인해 진명의 뒷통수에 스파크가 튀겼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도 여기서 같이 나가야지."

하지만 진명의 말에도 윤 설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혁이가, 지금 지휘부대장님이 있는 오른쪽 통로로 갔어요."

"혼자서?!"


"네, 제가 보냈어요. 조금이라도 그 쪽에 힘을 더 보태고 싶어서....., 단독으로 행동했어요. 죄송합니다."

진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무모한 행동을......! 저 괴수 녀석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전력을 손실시키면 어떡해!!"


윤 설은 고개를 푹 숙이며 상실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타이밍이 타이밍인지라 그렇게 큰 호통은 칠 수 없었다.

어찌 됐든 그녀 역시 사우루스의 껍데기를 벗겨 싸움을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다, 고생했다. 네가 무슨 죄가 있겠어."

윤 설은 진명의 토닥거림에 눈물이 흘렀다.

이때까지의 고통에 한이 맺혀서였을까.

진명은 그녀의 어깨를 계속 만져주었다.


잠재력 높은 헥토마 펑션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윤 설은 갓 스무살을 넘긴 여자였다.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진명은 그녀의 슬픔을 기다린 후 윤 설을 등에 업었다.


"어, 어.....?!"

갑자기 몸이 위로 올라간 그녀는 당황한 듯 눈알을 굴렸다.

"지휘대장님, 저는 놔두고......!"

"그러면."


진명은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넓디 넓은 신전 속 진명의 구두 소리만이 울렸다.

"최정혁은 어떡할 거냐?"

"정혁이요?"


"너를 두고 간다면 그 아이가 걱정할 거라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거냐?"

그의 말을 들은 윤 설이 진명의 어깨를 꽉 잡았다.

'그렇구나,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윤 설은 이빨을 꽉 깨물며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데려다 주세요, 정혁이한테."


마음을 다잡은 듯 중저음의 목소리를 내자 진명이 씨익 웃어보였다.

"그래."

그렇게 신전 밖으로 벗어나려는 찰나.


쿠구구구구구구.

"음?!"

내부에 거센 진동이 느껴졌다.

"뭐야, 갑자기? 지진인가?"

윤 설은 고개를 들어 신전의 천장을 응시했다.


돌가루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붕괴되는 건가?"

진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달렸다.

"젠장, 서둘러야 해."

윤 설이 진명의 어깨를 툭툭- 쳤다.


"지, 지휘대장님! 잠깐만요!!"

진명은 고개를 돌려 윤 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야, 이 다급한 상황에!!"

"저기 좀 보세요!"


윤 설은 검지로 사우루스의 껍데기를 가리켰다.

"뭔데, 뭐가 있는데?"

그는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가 가리키고 있던 방향을 응시했다.

"어?"

노란빛이 공중으로 뜨며 사방으로 빛을 발산시키고 있었다.


"뭐야, 저게?"

진명은 본능적으로 빛이 나는 방향을 향해 달렸다.

직감이 들었다.

그렇게 물체에 다다랐을 시점.

두 사람의 눈에 책이 보였다.


"이건......?"

노란 계수 속에서 빛을 발현하고 있는 낡은 책.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물건임을 알았을 것이다.

진명은 곧바로 그 책을 집었다.


빛의 계수 안으로 손을 집어넣자 차가운 기운이 팔을 타고 전해졌다.

진명은 낡은 책을 두 손으로 꽉 쥐며 뛰었다.

"꽉 잡아라!!"

그의 말에 윤 설은 진명의 목 부근을 손으로 감싸 힘을 주었다.


진명은 두 다리에 계수를 밀집시켜 빠른 속도로 신전을 벗어났다.


------


"이런 젠장......!"

올로소가 정혁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최정혁!!!"

그는 근육을 강화하여 노란줄을 끊었다.

콰드득- 소리와 함께 갈라진 줄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올로소가 대지에 착지하며 거친 호흡을 뱉었다.

통증이 악화되며 피부가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환영의 문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다.


"어떻게 파훼했나!!"

귀가 아플 정도로 커다란 외침에도 정혁은 무표정을 유지했다.

- 알고 싶어?

그는 계수를 대지에서부터 발현시켜 주위를 감쌌다.

묘한 위압감이 올로소의 심장 박동을 빨라지게 만들었다.


- 그럼 알려줄게.

강력한 빛의 기운이 올로소의 전신을 덮쳐 뒤로 퍼져나갔다.

"크윽!!"

올로소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뭐냐, 그저 기백을 발산하고 있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파괴력을 지닐 수 있는 거지?!'


저절로 몸이 떨렸다.

'어째서 몸이......! 설마 내가, 차르카 올로소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가?'

그는 빛의 계수를 두 팔로 막아내며 정혁에게 시선을 맞췄다.

'고작 저런 놈에게?!'


올로소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었던 탓이었다.

그는 힘을 폭발시켜 정혁의 기백을 벗겨냈다.

"같잖은 수 쓰지 마라!!!"


파아아앙-!

노란 계수 결정들이 공중으로 비산하며 찌그러졌다.

정혁은 기백을 거두어 백색의 검을 발현시켰다.

화려한 빛으로 치장된 검이 오라를 뿜어내자 올로소는 기겁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정혁은 의아해하며 고개의 각도를 돌렸다.

- 음? 뭘 그렇게 놀라는 거지? 그래봤자 검을 발현시켰을 뿐인데.

올로소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정혁의 태연한 말투에 분노했다.


"이런 개자식이! 우쭐대지 마라!!"

그는 주먹에 계수를 실어 정혁의 앞에 다다랐다.

올로소는 얼굴을 들이밀며 한손으로 연타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풍압이 느껴졌다.


- '한손을 잃었다고 해도 이 정도인가? 믿기지가 않네.'

히지만 생각은 그렇게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미 신체의 움직임은 여유로웠다.

그는 백색의 검을 가로로 들어 올로소의 주먹을 막아냈다.


콰광!!!

보라색의 계수가 정혁의 빛에 잠식되어 사라졌다.

"내 힘이......!"

- 어이, 올로소.

정혁의 낮은 보이스가 그의 귀에 들어오자 몸이 저절로 움찔거렸다.


- 나는 이제 네가 무섭지 않다.

촤라라락-!

정혁은 백색의 검을 빠르게 휘둘러 올로소를 순식간에 베어냈다.

"크아아아악!!!"

붉은 혈흔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크윽, 이!!!"

올로소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었다.

그는 통증을 참으며 자세를 낮춰 어퍼컷을 시전했다.

충격파가 공중으로 발사되었지만 정혁에게는 닿지 못했다.


정혁은 한번 더 올로소를 베었다.

이번에는 복부를 겨냥하며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올로소가 뒤로 물러서며 다리를 주춤거렸다.


이미 대지는 흐르는 피에 의해 흥건하게 젖어버렸다.

올로소는 얼굴에 힘을 주며 분노했다.

"내가, 내가 이런 녀석들에게......!"

정혁의 형상이 사라짐과 동시에 올로소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주먹에 계수를 실어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쾅!!

마치 대포를 얼굴에 직격으로 꽂은 듯 폭발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올로소의 몸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이빨 몇 개가 부러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대 자로 뻗은 올로소는 힘이 다했는지 움직임 없이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혁은 백색의 검을 올로소의 턱에 겨눴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은 있나?

이제는 끝을 볼 때가 되었다는 듯 정혁이 물었다.

올로소는 그의 말에 억지 미소를 지었다.

"크흐흐흐흐, 크하하하하하!"


갑자기 미치광이처럼 웃기 시작했다.

올로소는 마치 마약이라도 먹은 듯 붉은 눈알을 이리 저리 굴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졌다, 졌어!!"

- 이제서야 패배를 인정하는 건가?


정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묻자 올로소가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라."

- 허튼 수작 부리려 하지 마라, 어차피 너는 그 상태로 나를 이기지 못하니까.

"수작이 아니다, 네 눈으로 직접 보라는 뜻이다."


- 무슨......

쿠구구구구구.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혁은 그제서야 천장으로 눈을 올렸다.

지하 도시 내부 천장이 갈라지고 있었다.


-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보면 모르겠나? 무너지고 있는 거다, 이 공간이."

정혁은 고개를 숙여 올로소를 쳐다보았다.

- 무너져?


"그래, 이 지하 통로와 이어진 미궁 자체는 내가 설계한 공간이다. 내 계수에 의해 완벽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곳이라 볼 수 있지."

- 그 말은 즉슨.....

"내 생명줄이 꺼질 수록 이 공간이 붕괴된다는 뜻이지."


올로소의 말에 정혁의 눈이 번쩍 떠졌다.

- 뭐라고?

당황한 정혁을 응시하며 올로소가 웃어보였다.

"크크크, 넌 나를 더 이상 상처입힐 수도, 죽일 수도 없다. 과연 네가 소중한 동료들의 목숨을 뒤로 하고 나를 죽일 수 있을까?"


올로소는 확신한 듯 입꼬리를 비정상적으로 높게 올렸다.

정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래, 네놈도 더 이상의 방법은 생각나지 않겠지. 자 그럼 이제 내 차례다.'


올로소가 조심히 다리를 들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정혁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눈앞의 상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던 미동자세를 유지할 뿐이었다.


'무슨 생각이지? 왜 가만히 있는 거냐?'

머릿속을 읽을 수 없으니 추측만을 난무할 뿐이었다.

"포기한 것이냐? 아니면 또 다른 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도대체 무슨......!"

순간 올로소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이질감을 느꼈다.

올로소는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며 변경점을 확인했다.

진동도 계수의 폭발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 어째서 진동이 멈춘 거지?"

- 왜긴 왜야.


정혁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며 웅장한 BGM이 채우고 있는 것 같은 배경에서 노란색의 빛이 흘러나왔다.

'아니, 왜 갑자기 노란빛의 계수가? 분명 보라색이어야 하는.....!'

이때부터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것이.


올로소는 전신의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진 모습으로 서 있었다.

- 내가 네 힘 다 흡수했어, 잘 쓸게.


- 흡수기, 천뢰 계수동화(天雷 結數同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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