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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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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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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작성
23.09.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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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67)

DUMMY

Episode 66 - 파괴자 19



올로소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해진 초식동물이라 해도 자신은 이 생태계의 맹수.

긴장했다는 얼굴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아니, 내보내지 않아야 했다.


그는 아랫 입술을 세게 깨물어 긴장을 낮췄다.

'벌레같은 것이 어떻게 저런 힘을 낼 수 있는 거냐, 분명 헥토마 펑션의 힘을 가지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또한 초짜에 불과했던 게 아니었나?'


올로소가 정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놀라울 정도로 선하다.

저렇게 깨끗한 힘을 이때까지 얼마나 봐왔었던가.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백의 기운을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올로소가 그렇게 부동자세를 지키고 있을 무렵.

정혁이 입을 열었다.

- 겁 먹었냐?

순간 올로소의 몸이 움찔했다.


눈썹을 대각선 아래 방향으로 떨군 얼굴이 정혁의 눈에 들어온다.

꽤나 화가 난 듯한 표정이다.

"뭐라고 했나."

정혁은 여유있게 한 마디를 더 뱉었다.

- 겁 먹었냐고.


그의 말에 분노했는지 올로소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웃기지 마라......!"

이미 올로소의 육체에서는 농도 없는 암흑의 계수가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내가 겁을 먹었다고?!"


갈라진 목소리가 입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얼굴의 근육이 튀어나와 기괴한 형태처럼 보이기도 했다.

- 폭주라도 하는 건가, 골치 아픈데.

제아무리 이머젼시 토탈을 일깨워냈다고 하더라도 상대는 차르카 올로소.


한 전대를 전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남자다.

- 방심은 하면 안되겠지.

중얼거리는 정혁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올로소가 이를 갈며 말했다.

"방심? 방심?!! 지금 나를 앞에 두고 방심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가?"


말을 마친 후 올로소는 양팔을 펼쳐 두 개의 거대한 공을 생성했다.

이때까지 보았던 계수의 공 중에서 가장 커다란 크기였다.

- 뭐야, 저렇게까지 크게 만들 수 있다고? 밀도가 낮아진 거 아니야?


올로소가 폭소했다.

"크하하하하, 밀도가 낮아졌다고? 지금 축적된 계수의 양을 직접 느껴보면 알게 되겠지!"

그는 양손에 발현된 공을 하나로 합쳤다.

두 개의 공이 융합되는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 넓은 내부 공간을 거의 다 채울 정도의 크기였다.

검은 파동이 일어나 정혁의 몸을 뒤짚어버렸다.

- 윽, 으아아아아!!!

공중에 띄워진 그의 육체가 허공을 날아다니다가 바닥에 추락했다.


정혁은 오른팔로 눈을 가리며 거센 파동에서 버티기 위해 애썼다.

곧이어 폭풍이 잠잠해지고 검은 덩어리들이 내부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올로소를 마주했다.


- 후, 밀도가 낮지 않았던 건 인정할 수 밖에 없겠네.

"네놈의 인정 따위는 필요 없다."

정혁이 노란색의 계수 공을 공중에 띄웠다.

다섯 개의 공이 원형으로 자리잡아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다.


올로소 역시 정혁과 같은 갯수의 공을 띄워냈다.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꽤나 재미있는 발상이군!"

검은 공에서 다연발의 계수포가 발사되었다.

- 난 하나도 재미없어, 씨발아!


백의 계수포와 흑의 계수포가 만나 펼쳐지는 아름다운 장관.

두 개의 각기 다른 힘이 충돌했을 때, 발산되는 계수 결정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정혁과 올로소의 강력한 힘에 의해 점점 공간에 스크래치가 나기 시작했다.


올로소는 계수 공을 빠르게 거둬들여 자세를 낮췄다.

- 이런!

정혁의 계수포는 그대로 뻗어나가 흙벽에서 폭렬을 일으켰다.

먼지더미와 함께 퍼져나가는 화염이 인상적이게 배경을 비췄다.


반사신경 탓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던 정혁은 올로소에게 공격을 허용했다.

- 암계, 천멸진(天滅陳)!

대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천장에 이르기까지 검은 계수들이 가득 채워졌다.


정혁의 시야에는 이제 온통 어둠이 가득했다.

- 마법진인가?

주위를 둘러보아도 온통 검은 형상만이 가득할 뿐.

게다가 가슴의 답답함까지 느껴졌다.


정혁은 가슴에 손을 얹어 숨을 골랐다.

이윽고 올로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이 잘 안 쉬어질걸세."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몸을 돌리자 어둠에 가려진 올로소의 육신이 등장했다.

- 대체 이 마법진은 뭔데 이렇게 답답한 거지?

"암계를 극도로 갈아넣었으니 당연하지."

올로소가 천천히 정혁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속이 울렁거린다.

"빛으로 이루어져 있는 백색의 계수와 달리 암계는 상대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순수함이라는 감정을 차단시키거든."


올로소가 정혁의 턱을 잡아 얼굴을 들이밀었다.

"천멸진 안에서는 네 힘을 마음대로 발휘하지 못할 거다."

부릅뜬 눈에서 흐르는 사악함이 정혁의 눈에 들어왔다.


정혁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모아 백색의 계수를 응집시켰다.

올로소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정혁이 응집시킨 계수를 터트려 기백을 발산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이 흘러나와 올로소의 눈을 부시게 했다.

"으윽, 이 어찌!! 어떻게 천멸진 안에서 백의 계수를 발현시킬 수 있는 거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차르카 올로소가 시전한 천멸진은 순수 악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결정체.

그러니 계수의 농도도 완전한 흑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생성되는 백의 계수들도 어둠에 의해 잠식되긴 마련.

헌데.


"도대체 네놈이 뿜어내는 기운은 얼마나 맑은 거냐!"

- 글쎄, 그냥 내가 발현시키는 빛의 계수가 네가 시전한 천멸진의 파워보다 더 강한가 보지.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다.


이때까지 어떠한 적을 상대했을때에도 천멸진 안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상대는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지휘대장이었던 하진명과의 전투에서도.

올로소는 입꼬리를 올리며 정혁의 힘에 감탄했다.


"인정하지, 지금까지 내가 직접 상대해본 이들 중에 가장 까다롭다는 것을. 하지만 그래도 승패는 변하지 않는다."

올로소가 돌진했다.

그는 왼손을 펼쳐 계수를 축적해 정혁의 얼굴을 노렸다.


파악-!

- 우와아아아악!!!

재빠르게 옆으로 피했지만 농도가 짙음 탓이었을까.

올로소의 손날이 정혁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곧바로 올로소가 두 번째 공격을 시전했다.


그는 두 손을 모아 계수 덩어리를 만들어 폭발시켰다.

- '지금의 움직임으로는 저 공격을 피할 수 없어, 막아내야 해!'

정혁이 최대한 힘을 모아 방어술을 시전하는데 성공했다.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빛의 덩어리가 올로소의 계수 폭발을 막아주었다.


곧 올로소가 사라짐과 동시에 등 뒤에서 형체가 나타났다.

정혁은 급히 대처하지 못한 탓에 두 손을 교차시켜 그의 공격을 막으려 했다.

검은 계수포가 정혁의 전신을 덮으며 발사되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친멸진 내에서 사용한 술식이라 제대로 된 파괴력이 나오지 않았지만 정혁의 몸에 상처를 입히기는 충분했다.

"움직임이 원래같지 않으니 피하는 것 자체로도 무리가 있겠지! 이게 바로 너의 한계다, 최정혁!!!"


확실히 제한된 공간 속에서 제약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계수포를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밀도 높은 강력한 어둠의 계수포가 몸을 휘젓고 지나가자 속에서 분비물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 후우, 진짜 존나 아프네.

정혁은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오른팔에 난 상처를 만졌다.

- 살이 찢어졌나 본데?

피비린내와 함께 액체가 만져지며 약간의 통증 또한 느껴졌다.


올로소는 정혁의 한계를 직감했는지 긴장을 어느정도 풀었다.

"뭐냐, 처음 보여줬던 그 자신감은? 나를 죽이겠다는 그 선언은 어디로 갔나?"

정혁은 허리를 세워 상처부위에 회복 계수를 밀어넣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암흑의 진 내부에서 발현시킨 탓인지 효과가 거의 없었다.

- 진짜 존나 까다롭네 이거, 숨이 답답해졌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 정도로 움직임이 느려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


올로소가 빠르게 앞으로 돌진했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올로소가 수십 개의 검은 삼지창을 소환했다.

그대로 정혁을 향해 날아가는 암계의 공격.


정혁은 방어술을 최대한 빠르게 시전했다.

매우 단단한 표면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방어력은 갖춰진 상태였다.

콱 콱 콰곽-!!


삼지창들이 속수무책으로 방어벽에 막혀 소멸했다.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격에 짜증스러움이 차올랐다.

정혁은 곧바로 방어술을 해제시켜 덩어리를 분해시켰다.

"음? 뭘 하려는 거지?"


정혁은 방어술에 사용된 계수 결정들을 모아 체내에서 뿜어져나온 계수들과 융합시켰다.

올로소는 그 순간 정혁의 행동을 알아차렸다.

"설마.....!"


그는 허튼 짓을 막아내기 위해 앞으로 뛰쳐나갔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정혁은 괴로운 듯 목에 힘줄이 돋아나 있었지만 이윽고 공격에 성공할 수 있었다.

- 으아아아아아아아!!!


마법진 내부에서 거대한 빛의 폭발이 일어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정혁의 시야를 가렸던 어둠이 점차 걷어지더니 암흑 결정들이 속수무책으로 소멸했다.


몇 초가 지나자, 드디어 지하의 내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천멸진을 벗겨낸 것이었다.

정혁은 숨을 고르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 진짜 하아, 고작 마법진 하나 없애는데 이렇게 힘들 줄이야.


올로소가 창백한 얼굴로 정혁을 응시했다.

"처, 천멸진을 벗거냈다고? 고작 네놈이?!"

계산된 범위가 아니었다.

천멸진 내에서 계수를 발현시킬 수 있는 것도 모자라 소멸시키는 행위를 벌이다니.


평생 처음 있는 상황에 올로소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한 거냐고 물었다!!!"

올로소의 호통에 정혁이 고개를 약간 들었다.

- 하아, 뭘 물어봐. 그냥 몸에 힘을 준 것 뿐인데.


너무나도 간단한 답변에 올로소가 분노했다.

"웃기지 마라!"

그의 손에서 검이 생성되었다.

은색 장식으로 치장된 고리가 손잡이 부분을 꾸미고 있는 강력한 기운의 명검.


암흑 덩어리가 배회하고 있는 무기.

바티칸.

"더 이상은 나도 봐주지 않겠다."

올로소가 검을 높게 처들어 그 화려한 자태를 정혁에게 보여주었다.


정혁은 의문점을 가진 채 물었다.

- 그런 걸 왜 여태까지 꺼내지 않고 숨기고 있었던 거지?

"원래라면 천멸진 내에서 마지막 일격으로 사용하려고 아껴뒀던 무기다, 이 녀석도 오래 사용하게 되면 시전자의 생명력을 빨아먹기 때문에 발현에 조심해야 하거든."


- 그걸 지금 꺼냈다는 건.....

올로소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 지겨운 싸움을 끝낼 때가 됐다는 거지."

바티칸의 주위를 맴돌던 암흑 물질들이 퍼져나갔다.


쉽사리 깨트릴 수 있는 무기는 아닌 듯 보였다.

정혁은 심호흡을 한번 한 후에 계수의 양을 증폭시켰다.

천장으로 치솟은 노란빛의 계수 에너지가 정혁의 육체를 강화시켰다.


"이번에는 또 어떤 잔재주를 보여주려는 것이냐?"

올로소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물었다.

정혁은 자세를 잡아 두 팔에 계수를 뾰족하게 발현시켰다.

- 나도 전력으로 가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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