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14 19:12
연재수 :
580 회
조회수 :
121,238
추천수 :
296
글자수 :
3,596,775

작성
24.01.07 19:34
조회
189
추천
0
글자
17쪽

424. 삐걱대도 굴러가면 됐지

DUMMY

-챙...!!!

라티안이 휘두른 철제 검과 미야의 한 손 검이 부딪친다.

아까보다는 가벼운 충격이 손에 전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것은 미야가 고속으로 이동하느라 조금 체력이 빠졌다거나 체력을 아끼는 것이 아닌

페이크 동작이라는 것을 단번에 파악한 라티안은 칼을 고쳐 쥐고 반 박자 빠르게 뒤에서 휘두르는 공격을 아슬하게 막아낸다.

“ 앗..?! “

“ 카린!! “

-딱.

라티안이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카린이 손을 튕기고 비어있는 왼손을 휘두르자 손에 귀여운 뿅망치 하나가 생겨난다.

-뾱!

아슬한 타이밍에 들어온 창조 덕분에 미야가 벗어나기 바로 직전에 머리에 뿅망치가 휘둘러지고

그대로 훈련은 끝난다.

마지막 공격으로 미야가 다칠 것을 우려한.. 아니 그냥 미야의 시체를 보고 싶지 않은 카린의 센스랄까.

참 귀여운 소리가 났지만 그래도 충격은 강했는지 미야가 머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숙인다.

“ 수고하셨습니다 스승님. “

“ 음... 속도는 너무 빨라. 조금 과할 정도로. 네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음... 너무너무 빠르단 말이지... “

정말 라티안은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정말 절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 않지만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현재의 미야는 라티안을 이길 수 있다.

빛으로 만든 일곱 개의 검을 전부 활용하고 환경적인 요소와 심리적인 요소를 포함한다면 비등하게 가져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철제 검으로 싸우는 전투는 미야가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결투 결과는 라티안이 계속 이긴다.

이유는.... 아마도 춘향이 말하는 대로겠지.

“ 너~~무 빨라서 생각할 시간이 너무 짧은 거 아냐? 자신이 계획한 공격방식에 변수가 생기자마자 한순간 생각이 꼬인 느낌이던데? “

“ 엇.. 맞아요! 스승님께서 갑자기 검을 반대로 쥐고 막아내실 거라고는 상상을 못 해서..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 조금 망설이다 도망치는 게 늦었어요. “

뭐.. 이 부분은 딱히 교정할 부분은 없고 본인이 한 번 더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 문제기에 이 이상 할 말은 없다.

본인도 그 부분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지.

“ 그리고... 참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너어어어무 빨라서 보이지도 않는데 그 덕분에 이 찌지직거리는 번개가 너무 눈에 띄어서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보인단 말이지..? 그리고 미야 너도 다치고 있고. “

라티안은 미야와 결투를 하는 동안 미야의 움직임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도 눈이 따라갈 수 있는 이유는 주위의 공간에 튀는 저 강렬한 스파크들 덕분에 어디로 이동하는지 보이는 것을 이용해 어느 방향에서, 어떤 식으로 공격해올지 예측하고 반응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미야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하달까.

방법이 없다.

“ 그건 뭐 방법 없지 않을까요? 제 마나의 성질이 그런 건데.. “

참 난감한 마나지...

속도를 높이면 공기와 마찰이 강해져 스파크가 생기고

속도를 낮추면 낮추는 대로 미야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없고

게다가 이렇게 전력으로 싸우고 나면 단 한 번도 공격을 받지 않았더라도 앨리스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 감사합니다. “

“ ...괜찮아. 미야는 똑똑하니까. “

“ 네? “

앨리스는 그대로 미소지으며 미야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없는 것이 아마 어떻게든 미야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위로의 말인 듯하다.

“ 그럼 그다음으로.. 카린. 창조 타이밍은 좋았는데.. 내가 말하지 않아도 맞춰서 창조하는 건 힘들겠지? “

“ 난 네 제자가 아니거든?! 날 가르치려 들지 마! “

“ 아. 스승님. 저번에 에이아 은하에서 싸울 때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도 카린님께서 맞춰서 창조를 해주신 적이 있으셔요. 아마 가능하실 거에요. “

“ 미야! 하지 말라구!! 함선 내에서 하는 전투라면 모를까 나는 함선에 틀어박혀서 안 나갈 거니깐!“

카린이 이렇게 투덜대는 건 뭐 한두 번도 아니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카린을 어떤 식으로 배치해서 창조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자 이번에는 피렌이 카린에게 다가와 도망가지 못하게 팔을 붙잡는다.

“ 카린 좀 빌려 가도 되지? 저쪽에도 창조로 연계를 짜보려고. “

“ 그래그래~ 편한 대로 해! “

카린을 데려가는 데 있어서 춘향에게 허락을 받은 피렌은 미야와 라티안, 앨리스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 뒤 그대로 카린의 손목을 붙잡고 끌고 가버린다.

“ 너가 뭔데 편한 대로 하래!! 악! 이거 놔!! “

이렇게 끌려가는 것이 싫었는지 주저앉아버리는 바람에 결국 피렌은 포기하고 같이 주저앉아 카린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 ...에휴 그냥 얌전히 따라오면 안 되냐. 너도 조금은 연습해 두고 싶다며. “

“ 그래! 그 조금은 연습한다는 게 나 자신을 지킬만한 정도였지 너희의 그 아슬~한 전투 사이에 끼어서 손가락 튕기고 있는 건 아니란 말이야! 너. 라티안이랑 미야랑 싸우는 거 봤어?? 못 봤겠지! 바로 옆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난 옆에 있었는데도 너랑 똑같이 하나도 안 보였다구! 이거 봐! 얼마나 답답했으면 내가 망원경까지 창조했겠냐?! “

으음.. 라티안과 미야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걸 쫓아가겠다고 망원경을 창조한 카린의 지능이 더 위험해 보이는데 말이지.

피렌은 한 걸음 더 다가가며 카린의 얼굴과 더욱 가까워졌다.

“ 카린. 날 봐. “

그렇게 피렌은 진지하게 두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려고 하자 카린이 어딘가 머뭇거리며 시선을 피한다.

“ 왜.. 왜 왜.. 읏..! “

“ 너의 창조는 정말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마나야. “

“ 에.. 에..?? “

시선을 피하자 얼굴을 붙잡는 바람에 강제로 눈을 마주 보게 되고

그 이후에 들어오는 갑작스러운 칭찬에 카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네 창조가 없었다면... 우린 정말 아무것도 못 했을지도 몰라. 정말.. 항상 고마워. “

“ 에. .어... 으응.. 으으응.. 뭐.. 피.. 필요한 거라도 있는 거야? 왜 그래..? “

“ 항상 모든 것을 도와주고 무엇을 하든 완벽하게 해내는 너에게 직접 이렇게 고맙다고 말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매번 춘향이 괴롭히는데도 떼어내 주지도 못해서 미안해. “

처음 마주한 당황스러움이 조금 지나가고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피렌을 보며 약간의 감동을 한 카린이 조금씩 침착하게 미소지으려다 꾹 참는다.

“ 그.. 그래 응. 괜찮아 나도 너희에게 도움받고 있는걸. 응응.. “

카린의 대답에 만족했는지 피렌은 멋지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건넨다.

그렇게 잠깐의 낯 뜨거운 시간이 끝나고 카린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피렌의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걷는다.

“ 우리의 전투를 따라잡는 게 힘들지?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네가 천천히 따라올 수 있도록 우리도 천천히 발맞춰서 갈 테니까. 먼저 달려가지 않아. 그러니 안심하고 차근차근 잘 해보자. “

“ 으응.... ... 응? “

“ 응? “

잠깐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피렌의 손에 이끌려 전투연습을 하러 가는 게

이게.. 맞나?

조급해한다고?

차근차근 잘해봐?

왜???

“ 무슨 소리야? “

“ 무슨 소리냐니? “

“ 아니.. 지금.. 내가 너희랑 같이 전투 인원이 된 것처럼.. 말하잖... 아..? “

분명 카린과 다른 가족 간에 전투격차는 너무나도 크다.

아무리 날개가 달려있다고 해도 날개를 휘두르는 동작을 취하는 동안 다른 이들은 마나를 두르고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달려나가 버린다.

아무리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러도 라티안과 미야, 춘향이 순간적으로 반응해서 받아치는 힘을 당해낼 수 없었으며 활시위를 당기는 것도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 누가 봐도 전투전력과는 어울리지 않으며 훈련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지킬만한 힘 정도만 단련하기 위해서였는데..

어느새..

전투 인원 취급을..

“ 음?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베리슈를 데려와도 된다며? “

“ 에? 걔를 부르는 거랑 지금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

설마 진짜 그냥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니까 일단 승낙하고 본 건가...

그래서 그렇게까지 연계를 짜 맞추는데 싫어한 거고..?

...

이거.. 이러면 베리슈가 왔을 때 반발이 심할 수도 있겠는데..?

“ ...난 당연히.. 다 알고 있는 줄 알고.. 전투까지도 생각해준 네가 참 고맙다고 느꼈던 건데.. “

“ 오? 뭐야? 여기서 둘이 데이트라도 즐기고 있던 거야? “

어딘가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피렌이 어떻게든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머리 위에 별자리로 만든 마차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아디나와 라라케니아, 레오네라와 베리슈가 피렌과 카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참.. 저번부터 타이밍이라는 타이밍은 전부 몇 분이나 몇 초 차이로 계속 엇나가는 느낌이다.

“ ...둘이 뭐해? “

“ 어.. 어.. 그 잠시.. 음... 카린에게 할 말이 있어서 말이지. “

어딘가 싸늘한 라라케니아의 목소리에 피렌은 살짝 당황한 채로 카린의 손목을 놓았다.

알게 모르게 숨겨진 수많은 오해와 함께 찾아온 살벌한 정적.

다들 모였을 때 분명 환영받을 분위기였어야 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너무나도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서 아디나가 당황한 듯이 볼을 긁적였다.

“ 아~.. 그~... 일단.. 집으로 갈.. 까? “




카린은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나는 멍청이가 아니다.

나는 네이렌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물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자기주장을 있는 힘껏 펼치며 이 오해를 푸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딱.

딱 한 번 손을 튕겨 아무것도 없는 잔디밭에 아주 큰 테이블과 10개의 의자를 만들고 카린은 조금 두렵지만 당당하게 긴 테이블의 끝에 서서 모두에게 말한다.

“ 다.. 다들 앉아봐..!! “

“ 차라도 만들어 줘야 앉아서 마시든 말든 하지. 테이블만 있는데 내가 왜 앉냐? “

...

정말...

해달라는 대로 순순히 해주는 게 하나도 없네...!

-딱.

“ 됐냐?! 이제 앉아! “

따뜻한 차에다가 다과까지 세팅하고 나서 춘향을 바라보자 순순히 만들어주는 것을 보고 만족했는지 춘향이 자리에 앉아 주었다.

그렇게 모두가 자리에 앉고 드디어 카린에게 발언권이 주어진 느낌이었다.

“ 흐흐 그래서? 우리 천사님은 뭘 말하고 싶으신 걸까?? “

“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나 본데. 난 죽어도 너희 속도 못 따라가거든?! 전투 인원 같은 건 절대 못 해! “

카린도 지금까지 네이렌과 함께하면서 계속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아니 계속 당하기는 했어도

적어도 목숨이 위험한 일에 관해서는 서로서로 배려해주는 네이렌이었기에 이렇게 강하게 말하면 모두 들어줄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분명 이렇게 나오면 아리나가 ‘ 그래. 너에게 무리하게 전투를 맡기진 않을 거야. 괜찮아. ‘ 같은 말들로 반드시 카린을 구해줄 것이다.

“ 괜찮아 카린. 속도는 우리가 맞출게. 아니면 그런 속도가 필요 없는 형식으로 연계를 짤 테니까 그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돼. “

믿었던 아리나도 이런 말을 해버린다니...

“ 왜.. 왜..?! 왜 갑자기 어느새 그렇게 정해진 건데?! “

“ 창조는 비전투 인원으로 빼기에 너무나도 아까운 마나니까. 특히나 상대가 붉은 눈인 이상 마나를 활용한 공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안전해. 카린. 너가 활약해줄 때라는 거지. “

이럴 수가..

안된다.

여기서 물러나면 진짜 꼼짝없이 싸우게 된다.

카린이 생각하기에도 창조라는 마나를 활용하면 붉은 눈을 상대로 매우 좋은 효과를 낼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전투력이 부족한 카린이 그런 창조를 계속해가며 싸워나가다 보면

상대는 분명 그 방식을 학습해 최우선 목표로 카린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해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절대.. 절대절대 카린은 전선에 나서기 싫은 것이다..!

“ 그.. 그럼 함선에서 필요한 것들은 어쩌고..! “

“ 그래서 베리슈를 데려온 건데? “

“ ...에... 창조랑.. 발명이랑은 조금 다른데요...? “

“ 그래! 다르지! 그러니까 내가 창조로 함선을 지키고... “

“ 잠깐. “

최종적으로 에이아 은하로 침투해 레이브를 상대할 11명이 모이자마자 이렇게 의견 차이가 생기는 모습을 보며 점점 얼굴을 찌푸리던 레오네라가 딱 한 마디로 모두의 시선을 모은다.

참.. 저 묵직한 목소리만으로도 모두를 주목시키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

“ 그렇게까지 싸우기 싫다면 난 저 천사는 빼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내가 믿지 못할 녀석에게 등을 맡겨야 하는지 모르겠군. “

그런 레오네라의 말에 카린이 활짝 웃고 말하려는 순간

뒤에 이어지는 말이 모두의 표정을 굳게 만든다.

“ 그렇게 싸울 용기가 없다면 민폐 끼치지 말고 이곳에서 우리가 승전보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기나 해라. “

-파지지직..!! 빡!

“ 이 자식이 못하는 말이 없어! 아오.. 머리는 왜 이렇게 단단해..! “

일부러 레오네라랑 가장 멀리 앉아있던 미야가 순식간에 달려나가 레오의 머리를 강하게 쥐어박았지만 안타깝게도 레오네라에게는 아무런 충격도 없었는지 코웃음을 치고서는 그대로 말을 이어 한다.

“ 카린이라 했나? 딱 정해라. 나는 네 녀석들의 길드가 어떻든 신경 쓰지 않아. 너희와 함께하겠다고 한 이상 난 너희를 믿고 따를 거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녀석이 있다면 나는 이 의뢰를 받지 않겠어. 가능하면 미야도 빼줬으면 좋겠군. “

단 11명이 적진에 쳐들어가는 위험한 의뢰를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레오네라의 용기는 엄청난 것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 11명이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레오네라의 말대로 안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 이 자식이 말이라고 단 줄 알아..!! 야! 따라와! ..우씨..! 따라오라고!! “

“ 아니. 미야 너도 가만히 있어. 이건 어린애들 소꿉장난이 아니야. 검술대련도 아니라고. 카린. 말해라. 너는 어떻게 할 거지? “

“ 내가 니 누나거든?! 이 자식이..!! “

“ 미야. 아니야... 기다려줘.. “

카린은..

뭔가 얻어맞은 기분이다.

싸우기 싫은 건 사실이지만

가족들과 멀어지기는 싫다.

죽는 게 싫은 건 당연하지만

그만큼 가족들이 죽는 것도 너무나도 싫다.

매번 괴롭히기만 하는 춘향이라고 하더라도 다치는 건 보기 싫다.

“ ...미안해.. 너희의 속도를 맞출 수 없어서.. 내가 너희의 발목을 잡아서 위험하게 할까 봐.. 아니.. 그래.. 솔직히 말하면.. 내가 죽는 게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 미안해..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강하게 말하면 예전처럼 날 전투 인원에서 빼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는데.. 응.. 내 실수네.. 미안해. “

카린은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잘못했다며 깊게 허리를 숙여 사과한다.

네이렌만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 이 자리에는 네이렌을 믿고 와준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됐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카린은..

바보가 맞는 모양이다.

멍청이가 맞는 모양이다.

하아..

“ 다 끝났어? 차 다 마셨으니 가도 되지? 오늘도 맛있었다! “

“ 웬일이야? 더 안 먹고? “

아주 진지한 분위기였는데

춘향의 한마디에 네이렌은 원래대로 돌아온 기분이 든다.

“ 마나는 충분하거든! “

마치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것처럼

원래 그랬다는 것처럼

그냥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는 것처럼.

“ 카린. 이야기 다 했으면 함선 좀 만들어줄래? 이번엔 베리슈도 있으니까 같이 상의해서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같이 만들어 봐. 아리나. 함께 부탁해도 되지? “

“ 음.. 함선 개조에는 나보다 피렌 네가 더 번뜩이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고개 숙이고 있는 카린을 무시한 채로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고

심지어 라티안은 고개 숙인 카린에게 다가가 차 한 잔만 더 만들어 달라고 한다.

“ ....흐음.. 이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군. “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건 네이렌이 아닌 라라케니아, 레오네라, 베리슈뿐이다.

“ 킥킥.. 조금 삐걱거리면 어때?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됐지! 매끈한 바퀴는 오히려 눈에 미끄러질 뿐이라구? “

춘향은 그렇게 라라케니아의 잔을 빼앗아 들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작가의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적월미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2 463. 베개싸움 24.02.15 108 0 15쪽
471 462. 신뢰의 증명 24.02.14 108 0 13쪽
470 461. 네이렌의 전투 지휘관 24.02.13 113 0 16쪽
469 460. 게임의 룰 24.02.12 112 0 12쪽
468 459. 신뢰를 얻기 위한 작은 전쟁 24.02.11 117 0 14쪽
467 458. 한번 실패했던 방법 24.02.10 118 0 16쪽
466 457. 지금 은하에 필요한 것은 24.02.09 121 0 13쪽
465 456. 인질 구출 24.02.08 124 0 13쪽
464 455. 한 발 더 빠른 쪽은 24.02.07 123 0 14쪽
463 454. 적의 적은 적이다 24.02.06 125 0 13쪽
462 453. 변함없는 스트레스 덩어리들 24.02.05 127 0 15쪽
461 452. 점점 더 강해지는 24.02.04 129 0 14쪽
460 451. 미지의 기록서 24.02.03 132 0 13쪽
459 450. 외부의 문제 24.02.02 137 0 13쪽
458 449.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레베른이다. 24.02.01 139 0 12쪽
457 448. 난전 속 승자는 24.01.31 140 0 13쪽
456 447. 아군은 없는 오직 적 뿐인 24.01.30 139 0 13쪽
455 446. 구해줘 24.01.29 143 0 14쪽
454 445. 에이아의 초대 24.01.28 145 0 14쪽
453 444. 은하의 중심부로 24.01.27 149 0 13쪽
452 443. 미지의 힘 24.01.26 150 0 15쪽
451 442. 전쟁의 시작 24.01.25 153 0 13쪽
450 441. 무엇과 함께가 아닌 누구와 함께 24.01.24 153 0 13쪽
449 440. 변함없는 모습으로 24.01.23 154 0 13쪽
448 439. 우리만 아는 노래 24.01.22 156 0 14쪽
447 438. 차 한 잔에 담긴 의미 24.01.21 161 0 13쪽
446 437. 레베른과 네이렌 24.01.20 164 0 13쪽
445 436. 자존심을 지키려다 떠올린 방법 24.01.19 167 0 16쪽
444 435. 새로운 무기 24.01.18 172 0 13쪽
443 434. 본격적인 연구 24.01.17 169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