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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만렙 둔재는 영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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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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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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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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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영산은 온갖 독초와 마수, 산세가 험하여 마력을 익힌 기사라 해도, 목숨을 장담하기 힘든 장소다.


영산의 출입 권한은 오직 가주 지그하르트에게 있으며, 소유 권한 또한 그에게 있었다.


뜻하는 바가 아니었지만, 아서는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영산은 마이어의 초대 가주가 후손들을 위해 마련해 둔 안배.


진귀한 영초 그리고 어떠한 기연이 자리하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천혜의 보고나 다름없었다.


“···가문의 절대자를 뵙습니다.”


평범한 복장으로 마주한 지그하르트를 보며 예를 갖추었다.


“···내가 네게 내릴 시련의 내용이 뭔질 아느냐?”

“영산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잘 알고 있구나.”


지그하르트는 눈빛을 빛내며 아서를 쳐다보았다.


“가라. 거기서 10살이 될 때까지 한 발짝도 입구에서 나올 생각도 하지 마라.”


‘그래, 아버지는 저런 성격이었지.’


어제 있었던 아서의 행동은 분명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기사의 가문에서 검을 쓰지 않겠다는 건, 지그하르트의 심기를 노골적으로 건드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체술. 스스로 터득한 것이냐?”


비무에서 레이몬드를 때려눕힐 때 모습을 떠올린 말이었다.

마력 하나 담지 않은 움직임이었지만, 회귀 전 인생에서 터득한 체술에서 묻어난 실력이었다.


아서는 솔직하게 답하기로 했다.


“그렇습니다.”

“그렇군.”


앞서 걸어가던 지그하르트가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기대하마.”


기대.


아서에게 있어서 가장 낯선 단어이자, 가장 날카로운 비수와도 같은 말.


그런 단어가 마이어의 절대자, 지그하르트의 입에서 나지막이 나왔다.


“······알겠습니다.”


이후에 지그하르트가 떠나고 홀로 남은 아서는 산을 타기 시작했다.


“여기서 10살이 될 때까지 살아남아야 하는데···.”


현재 나이 7살, 적어도 3년 이상을 이곳 영산에서 보내야 나올 수 있었다.


다른 이들에겐 매우 절망적이지만, 아서에게 있어서 영산은 기회의 장소이자 천혜의 보고(寶庫)였다.


“제법 무료한 생활이겠군.”


허나, 가기 전에 들를 곳이 먼저 있었다.


어쩌면 식량보다 더 중요한 것.


회귀 전 세상을 발칵 뒤집힌 어떤 식물을 구하는 일이었다.


***


산을 타고 계곡을 건너, 도착한 곳은 어떤 이름 모를 잡초의 군락지.


사람 허리 정도 크기의 긴 타원형으로 가늘고 끝이 뾰족한 하얀 잎이 특징인 식물.

맛도 없고, 무엇보다 향이 심해 인근에 사는 마수들도 먹지 않는 잡초에 불과하지만, 아서는 이게 뭔지 알고 있었다.


“스파릴라스.”


훗날 이 식물이 가져올 파장의 크기를 알고 있었던 아서는, 자그마한 가방에 스파릴라스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남은 건 이제 식량인가.”


가방 안에 정신없이 집어넣곤, 이내 마수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 아서.


그렇게 얼마나 산에 올랐을까?


“···찾았군.”


아서의 시선 너머로 보이는 마수의 움직임.


보통 사람이라면 바람에 흩날리는 수풀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아서는 보였다.


“저녁거리가 마중 나올 줄은 몰랐군.”


재빠르게 허리춤에서 헌팅 나이프를 역수로 쥔 다음, 놈이 오기만은 숨죽여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서의 시선이 뭔가에 닿았다.


사슴이다.


물론 평범한 사슴은 아니다.


일반적인 사슴에 비해 크기가 두 세배 차이가 낮으니까.


특히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뿔은 스치기만 해도 과다출혈을 일으킬 것만 같았으니.


‘두네위르.’


마수지만,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공격하지 않아 온순한 경우에 속한 마수.

물론, 그렇다 해서 만만히 볼 녀석이 아니지만.


마수는 일반적인 들짐승에 비해 신체 능력이 매우 뛰어나 쉽게 잡기 힘들다.


하지만 과거 산에서 10년 넘게 마수를 학살했었던 아서였기에, 녀석의 사냥 방법 또한 알고 있었다.


‘놈은 옆부분이 취약하다.’


마수지만 사슴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에, 일반적인 사슴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놈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수풀에 몸을 숨긴 채 놈이 오기만을 기다린 지 30분.


아서의 시야 범위 내에 두네위르가 닿은 순간.


파앗!


두네위르의 등 뒤에 올라타 양팔로 녀석의 목에 단단히 졸랐다.

놈이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아서를 떨어뜨리려 온갖 몸부림을 쳤지만, 떨쳐내기 쉽지 않았다.


아서는 양팔과 다리에 단단히 힘을 준 다음 놈이 지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의 씨름 끝에···.


푸욱-!


***


타닥, 타닥-!


어둠 속에서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 위에는 잘 손질된 두네위르의 고기가 익어가고 있었다.


“이딴 걸 3년 넘게 먹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마수의 고기는 식용할 수 없다.


특유의 역한 비린내와 노린내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독기(毒氣) 때문이었다.

마력을 품은 기사라면 마력의 흐름을 방해하게 할 것이며, 일반인이라면 먹는 순간 끔찍한 복통과 설사에 한동안 시달린다.


“회귀 이후에 첫 식사가 마수 고기라니···.”


불평불만을 끌어안고 가방 속에서 스파릴라스를 꺼내 돌에 잘게 빻아 고기 옆면에 흩뿌렸다.

그리고 빻고 남은 것은 물에 개어서 모닥불 옆에다 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먹음직스럽게 익은 마수 고기의 다리 한 짝을 들고, 우걱우걱 씹기 시작했다.


“우욱-.”


몇 년 이상 상온에 둔 상한 생선과 썩어 문드러진 날고기를 수백 배 응축한 맛.

속에서 헛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지만, 끝끝내 다리 한 짝을 완전히 해치웠다.


“하아, 하아···후우···.”


그리곤 옆에 놓인 스파릴라스를 한 움큼 집어서 그걸 우걱우걱 씹기 시작했다.


“우웁-!”


입이 아릴 정도로 응축된 향이 났지만, 아서는 이 역시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가며 마저 삼켰다.


“하아······.”


그렇게 배를 어느 정도 채운 뒤에서야 물로 목을 축였다.


“시발······.”


욕이 절로 나올 만큼 끔찍한 맛이지만, 생존을 위해선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 정도로는 쉽지 않겠지.’


지그하르트가 말한 3년의 시간은, 단순히 살아남으라는 의미에서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그의 기준에 들 만큼 강해져서 오라는 의미에서였다.


‘그나마 마수 고기가 효능이 있어서 다행이지.’


마수는 타 식량에 비해서 압도적인 열량과 효능을 가졌다.

그럼에도 끔찍한 맛과 더불어, 마력 흐름에 방해되는 독기 때문에 먹지 못했는데.


‘이게 여기에 있었는지 누가 알았겠나.’


스파릴라스.

오직 마수의 독기를 정화하고 해독할 수 있는 약초가 바로 스파릴라스였다.


‘여기서 최대한 채집해서 키운다.’


마수만이 서식하는 영산에서 스파릴리스는 현시점 아서의 생존 수단 중 하나으니.


허나, 그런 스파릴라스도 한 가지 치명적인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끔찍할 정도로 맛이 없다는 게 문제다.


직관적으로 표현하면 민트와 치커리의 맛과 향을 응축하고 또 응축한 맛.


이파리 하나만으로 마수의 끔찍한 비린내와 누린내를 제거할 수 있지만, 마수가 가진 독기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선 한 뿌리를 통째로 섭취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꿀꺽-!


마지막 남은 마수 고기마저 해치운 아서는 곧바로 가부좌를 틀어 운기에 집중했다.


마력을 쌓을 수 없는 몸이지만,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대로 운기를 하자, 아서의 육체가 꿈틀거리면서 마치 풍선처럼 부풀었다 다시 가라앉고를 반복했다.


노인으로부터 스스로가 거인의 혈통이라고 자각한 아서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육체를 바꾸는 일이었다.


단순히 육체를 단련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길.


이는 기존의 육신을 버리고, 새로운 육체로 탈바꿈한다는 어느 미친 노인네의 발상으로부터 시작된 이론이었다.


권왕(拳王) 발더스.


전생에서 권왕과 인연이 있었고, 아서의 재능을 눈여겨본 그는 아서에게 자신의 비술을 전수했다.


태산격(太山格).


주먹과 발만으로 태산마저 없애버리겠다는 권왕 발더스의 광오(狂傲) 함을 그대로 녹여낸 수련법이자, 말 그대로 미친 난이도를 자랑하는 비기.


“후우, 후우.”


호흡을 열심히 들이마시고 내쉬며, 육체에 마수의 성분이 그대로 녹여냈다.


족히 성인 남성이 여럿이서 먹을 분량을 홀로 먹어 치웠음에도, 아서의 몸엔 이렇다 할 큰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그대로 아서의 몸에 녹아들어 그의 새로운 양식이 되어주고 있었다.


이것이 태산격의 첫 부분이자, 환골탈태로 향하는 여정.


먹는 그대로 모조리 몸에 흡수해 신체 능력을 끌어 올려주는 단순 무식한 수련법.


지금으로서는 아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군.”


체내의 모든 영양소를 흡수한 아서는 후에, 동굴에 들어가서 권왕이 가르쳐준 태산격을 연마했다.


육체를 조율하는 것부터, 체중을 주먹과 발에 싣는 거까지.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대충 마수 고기로 만든 육포로 때웠고, 잠은 쪽잠을 자가며 수련에 매진했다.


연마하면 할수록 이 기술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수련법을 찾기 위해 권왕 역시 수많은 제자와 자신에게 실험했을 테니까.


수련 내내 열심히 했다.

이곳에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며칠 동안 수련에만 빠져 있다가 동굴에서 나왔다.

차가운 삭풍의 바람이 살을 찢으며 뼈에 냉기를 불어넣었다.


“후우-.”


아서는 걸음을 옮겨 근처 집채만 한 바위에 다가가 정권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눈앞의 바위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자-.


콰앙-!


집채 만 한 바위가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주먹에 닿은 곳에 자그마한 구멍을 남겼다.


7살 먹은 어린아이가 만들었다기엔 실로 괴기스러운 능력이었지만, 아서는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아직은 무리인가.”


한 번의 정권으로 아서의 주먹이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육체가 바위의 강도를 버텨주기엔, 아직 무리였다.


“하긴 아직 태산격의 극히 일부만 배운 수준인데.”


태산격의 진위는 사용자의 육체가 오러를 튕겨낼 수 있을 정도로 바뀌는 것.

물론, 태산격의 정수이자 최종이라 할 수 있는 환골탈태까지는 한참이나 먼 이야기지만, 아서는 개의치 않았다.


태산격의 과정은 험할지언정, 그 끝엔 자신이 닿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남은 뼈마저 부러뜨려야겠군.”


아서는 남은 왼손마저 부러뜨리기 위해 주먹을 단단히 쥐어 내질렀다.


콰아앙-!


이번엔 왼손도 기괴하게 비틀려 부러졌다.

등골이 찌르르하고 울릴 정도의 고통이 뇌리를 강하게 때렸지만, 아서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 체내를 순환시켰다.


그러자.


꾸드드득-!


기괴하게 비틀린 양손이 뼈를 꺾는 살벌한 소리와 함께 제자리를 되찾았다.


물론 이 과정이 너무도 고통스럽기에, 아서 역시 눈가에 눈물을 한 방울 툭 떨어뜨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27초.”


부러진 양손을 모두 재생하기까지 걸린 시간.


남들이 보면 괴물 같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아서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고작 27초였기 때문이다.


“전생에선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거 같았는데.”


이 역시 아쉽다며 입맛을 다셨지만, 아서는 이내 배부른 소리라며 중얼거리곤 고개를 저었다.


“바깥에 나가면 할 일이 많군···.”


세계가 외부 신들에게 유린당한 그날.

외부 신을 보좌하는 세 개의 세력이 있었다.


삼악(三惡).


세 개의 악이 한 대 모여 세계의 혼란과 종언을 바라는 광신도들의 집합소.


일악(一惡)으로는 태양왕(太陽王)이 이끄는 [검은 태양의 군단].

이악(二惡)으로는 천마(天魔)가 이끄는 [일식의 첨탑].

삼악(三惡)으로는 혈천마제(血天魔帝)가 이끄는 [성혈의 귀족].


그들은 외부 신의 권능을 이어받아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마구 유인했다.


전생엔 놈들의 수장을 죽였지만, 끝끝내 외부 신의 강림을 막지 못하고 후유증으로 죽었다.


‘이제 돌아왔으니 스스로 바로 잡으면 된다.’


참혹했던 과거는 이제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고.


자신은 이 일을 바로잡으면 되는 일이었다.


‘수련하자.’


여기서 수련하는 거다.


이곳은 시련이자, 기회의 땅.


다행히 영산은 넓었고, 그만큼 마수와 희귀한 약초들로 넘쳐났다.


아서는 다시 동굴로 돌아가 온몸이 부서지도록 수련에 매진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더 흐르고.


지그하르트와 약속했던 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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