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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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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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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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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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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무림대전(2)

DUMMY

객잔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무현은 곧바로 수마에 사로잡혀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어 버렸다.


숨을 쉬다가도 무의식적으로 건곤신결을 운용했는데, 내공을 쌓는 속도가 비현실적으로 빨라서 신체가 강제로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현은 이 과정을 자신의 격을 쌓는 과정이라고 스스로 이해했다.

정신없이 잠에 취해서 누워 있는 동안에도, 날은 갈수록 바뀌어 가고.

무현이 걱정됐는지 점소이가 3일 간격으로 찾아와서 살피고 갔다.


- 나으리, 혹시 주무시고 계십니까?

- 나으리가 주무신 지 3일째 되었습니다. 너무 오래 주무시면 안 됩니다.


무어라 대답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쉽게 일어나기 힘들었다.


이러다가 영원히 못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때, 무현은 미련 없이 건곤신결을 멈췄다.

점소이의 어조에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내심 얻은 깨달음이 자신을 잡아먹는 게 아닐까 하고, 오랜만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집중했었던 건곤신결을 중단했다.


기분이 묘하다.


물속에 오랫동안 가라앉았다가 수면 위로 떠오른 기분이다.

건곤신결을 하는 내내 이곳이 현실인지, 꿈인지도 몰라서 정신을 차리는 데만 한참 걸렸다.


물론 성과는 있었다.


기의 운용이 더 조밀하고 정밀해졌으며, 단순히 검에 내공을 담는 것을 넘어서.


우우우우웅-!!


손바닥 위에 기의 구체(球體)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대체 뭘까?’


비현실적인 속도다.

단순한 깨달음이 아니라는 건가?


처음엔 무림인이라면 겪게 될 주화입마라 생각했다.

아무리 무림인이라도 수련만 하다 보면 부정적으로 미치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생각해 봤지만, 내공은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며칠이지?’


오랜만에 객잔에서 나와서 찬 공기를 마시고 있자, 점소이 중 하나가 다가왔다.


“나으리, 일어나셨습니까?”


무현은 점소이를 보며 말했다.


“내가 잠든 지 며칠이 지났지?”

“칠 주야 정도 됐습니다. 처음엔 나으리께서 죽은 줄 알고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그래도 숨은 쉬고 계신 거 같아서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만···.”


점소이는 불안에 떠는 눈빛으로 무현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번 일은 엄연히 내 실수이니, 더 이상 캐묻지 않으마. 하지만 함부로 무림인이 머무는 곳을 열면 네 목이 달아날 수 있으니, 다음부턴 주의하거라.”

“예, 예! 알겠습니다!”


점소이는 안도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식사는 어떻게···?”

“오늘은 담백한 게 먹고 싶구나. 혹, 추천할 만한 것이 있느냐?”


무현이 웃자, 점소이도 콧바람을 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어떤 음식을 먹을지 머릿속으로 미리 생각해 둔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점소이는 자신만만한 대답과 함께 주방으로 달려갔다.


무현은 아무 자리에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합비의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


무림대전의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각 성에서 선발된 1000명의 후기지수가 100이 될 때까지 비무를 한다.

비무에서 3승 이상을 거두어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말이 세 번이지만, 각 성을 대표하여 온 후기지수들의 수준은 낮지 않았다.

거기다 비무 도중에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본선에 진출할 확률이 극한으로 줄어든다.


비무마다 칠 주야 이상의 휴식 기간이 있으나, 고작 칠 주야 만으로 모든 부상을 치유하긴 힘들다.

그렇기에, 무림맹 측에서도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대련장 주변에 고수들을 배치해 놓는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존재하는 법.


간혹, 일부는 비무 상대를 돈으로 매수하거나, 출신 배경으로 압박하여 강제로 기권하게 만드는 경우도 존재한다.


지금 무현을 찾아온 한 샌님처럼.


***


“그쪽이 무현이라는 자인가?”


느닷없이 찾아온 불청객.

이제 식사를 마친 무현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대꾸했다.


“누구시오?”

“···난 그쪽의 1차 예선 상대다. 잠시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좀 할 수 있나?”


단리세가(段里世家)의 장남 단리극.


그는 비무 상대가 무현이라는 것을 파악한 후 그를 포섭하기 위해, 단리세가의 무인들을 대동한 채 옥호객잔을 찾아왔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 쪽보고 앉으라고 한 적은 없는데.”

“···난 단리세가의 단리극이다. 무림에서 비류쾌검(沸流快劍)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지.”


들어본 적 없는 별호와 이름이다.

무현의 기억 속에 없는 이름이라면, 별 볼 일 없는 존재다.


하지만 상대는 자신의 별호에 자부심이 있는지,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무현을 품평하듯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간단하겠군.’


중원에는 수많은 문파가 존재한다.


그중엔 막 예선을 통과한 자들도 있고, 단리극처럼 과거에 2차 예선에서 떨어져 간신히 일어선 이들도 존재했다.


이번만큼은 꼭 본선에 오르리라 다짐한 단리극은 자신의 예선 상대를 미리 만나기로 했다.


4년 전에 개최된 무림대전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어, 이번 무림대전에서 사활을 걸어야 할 정도로, 단리극은 매우 절실했다.

4년에 한 번밖에 없는 기회를 이대로 놓친다면, 자신의 이름과 명예, 그리고 세가의 명성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해서, 자신의 예선 상대인 무현을 포섭하고자 직접 옥호객잔으로 찾아온 것이다.


“네게 제안할 것이 있다.”

“무슨 제안이오?”

“다음 비무에서 적당히 하다 기권해라.”


무현은 애써 웃음을 가라앉혔다.


“계속 말해보시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그쪽이 얌전히 기권만 해준다면, 삼류 무인이 평생 벌어도 얻을 수 없는 금액 정도는 쥐여주지.”


단리극은 오만한 자세로 무현을 품평하며 제멋대로 지껄였다.


물론,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거절하겠소.”


무슨 개소리를 하나 싶어서 얌전히 들어줬더니, 고작 한다는 말이 돈으로 매수하는 애송이나 하는 짓거리다.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싶어, 무현은 차를 마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멈춰라.”


단리극의 말에 단리세가 무인들이 무현의 주위를 둘러쌌다.


자존심 빼면 시체인 그들이 바로 무인이다.

무림대전은 그런 무인들이 모인 곳이다.

언제든 칼부림이 일어날 수 있는 호랑이 소굴이다.


“이곳은 네놈 같은 애송이가 올 만한 곳이 아니다. 별호도, 출신 배경도 없는 놈이 물이나 흐리고 다니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

“······.”

“이곳은 네놈 같은 무명 따위가 이름을 알리는 장소가 아니라, 나와 같은 무인이 영광을 누려야 할 곳이다. 보아하니, 그 실력으로 예선이나 발에 간신히 얹을 수준인 거 같은데···괜히 오기나 부리지 말고, 얌전히 기권하는 게 좋을 거다.”


단리극은 탁자 위에 행낭을 던졌다.

묵직한 것이 꽤 많은 돈을 넣어둔 모양이었다.


“개소리를 장황하게 지껄이는군.”

“···뭐?”


무현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무림대전은 무인의 출신과 신분을 따지지 않는다. 네 말대로 나 같은 무명 따위가 오지 못한다고 아까부터 개소리를 지껄이는데, 인성이 글러 먹은 네놈이야말로 물이나 흐리고 다니지 마라. 이곳은 네놈의 잘난 출신과 별호를 자랑하고 다니는 애들 놀이터가 아니다.”


웅성웅성.


단리극의 발언과 행동은 주변 사람들의 빈축을 사기 충분했다.

반면, 그런 압박에도 전혀 굴하지 않은 무현에겐 찬사의 시선이 깃들어 있었다.


‘감히······!’


분위기가 갑작스레 가라앉자, 위기감을 느낀 단리극.

하지만 이번 무림대전이 절실했던 단리극에게 있어서 사소한 불화에 불과했고, 주변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마지막 기회다. 다음 예선 때 기권한다면···.”

“푸흣-!”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온 무현.


“아, 미안하군. 내가 개소리를 들으면 웃음을 참지 못한 병이 있어서.”

“이 개새끼가···!”


가만히 앉아 듣던 단리극이 흥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동시에 주위를 포위하던 단리세가의 무인들 또한 검집에 손을 얹었다.


“굳이 벌주를 택한다면···.”


그렇게 객잔 내에 살벌한 공기가 감돌던 그때.


타악-!


“커억-!”


어디선가 날아온 철전(鐵錢)이 단리세가 무인의 관자놀이에 부딪혔다.

단리세가의 무인들은 뒤늦게 대응하려 나섰지만···.


털썩-!

털썩-!

철전에 맞고 하나둘 기절하는 단리세가의 무인들.

다행이라고 하면 내공을 극한으로 조절하면서 철전을 날렸다는 정도?

만약 단리세가의 무인 중 하나라도 검을 뽑았다면 전부 머리가 터져 죽었을 거다.


“누구냐!”


단리세가의 무인과 단리극이 성난 기세로 입구를 바라봤다.


후줄근한 옷차림과 수염.

주름살이 그득한 인상의 사내가 단리세가의 무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철전 만으로 절정에 달하는 단리세가의 무인들을 기절시킨 것을 보면, 상당한 경지의 고수임이 분명했다.


“···누구십니까?”

“끌끌. 왜? 이제 겁이라도 질렸나? 단리 놈의 애송아?”


노인은 단리극의 앞에 서서 뚫어져라 그를 쳐다봤다.


“이런 애송이가 무림대전에 나온다니. 단리장룡이 직접 본다면 경을 치고도 남겠구나.”

“뭣이?!”


단리장룡은 단리세가의 가주이자, 단리극의 아버지다.

아버지를 모욕하는 말을 듣고도 참는다면, 단리극은 사람이 아니었다.

단리극이 검을 뽑으려는 순간.


우드드득-!!


그때, 단리극의 검집에서 거친 파쇄음이 일었다.

단순히 두 동강이 난 것도 아니었고, 거대한 망치로 내려친 듯한 굉음 함께.


“······!”


단리극 뿐만 아니라, 주변에 서성이던 단리세가의 무인들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 깜빡할 사이, 무현이 앞으로 다가가 맨손으로 단리극의 검을 부러뜨린 것이다.


“호오!”


반면, 이 상황을 직접 목격한 노인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비무장이 아닌 곳에서 싸우면, 실격 처리될 수 있다는 건 모르지 않을 텐데?”

“크으으···.”

“이번만큼은 눈 감아주지. 굳이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


무현은 탁자 위의 행낭을 단리극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승부를 보고 싶다면, 이딴 더러운 술수는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네 명성과 가문을 위해서라면.”

“······!”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단리극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자!”


단리극이 성을 내며 기절한 단리세가 무인들을 데리고 옥호객잔을 떠났다.


단리극이 객잔을 떠나자,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마저 식사하기 시작했다.


“끌끌, 아까는 제법 인상적이었다.”

“별거 아닌 잔재주에 불과합니다.”


그 말에 노인이 혀를 찼다.


“그 말을 다른 놈들이 들었으면, 자괴감이 들고도 남겠구나.”

“노력만 한다면 되는 일이지요. 물론 노력만 한다면요.”


그 말에 한숨을 내쉬는 노인.

무현은 손을 가볍게 털곤 입을 열었다.


“여기는 시끄러우니, 위에서 잠시 대화를 이어가도 되겠습니까?”

“술 사줄 돈은 있고?”

“차 정돈 대접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술을 즐기지 않아서 말이죠.”

“이런 분위기 없는 놈.”


노인은 킬킬 웃으며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먼저 올라섰다.


그렇게 계단을 타고 객잔 최상층으로 올라가 거리가 잘 보이는 자리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잠시 뒤 점소이가 주문을 위해 다가왔다.

무현은 점소이의 손에 은자 한 냥을 얹어주며 말했다.


“이곳에서 가장 뛰어난 차를 가지고 오거라.”


그 말에 영업용 미소를 짓는 점소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때 노인이 말했다.


“···돈이 제법 많은가 보구나.”

“예전에 돈을 좀 많이 벌어서···원래 돈이라는 게 이럴 때 쓰라고 버는 게 아니겠습니까.”

“끌끌. 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


노인은 웃던 표정을 감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나저나 조금 전에 어떻게 했던 거냐?”

“뭐가 말입니까?”


무현은 일부러 모른 척했다.


“검 부러뜨릴 때 말이다! 그냥 두 동강도 아니고, 갈가리 부순 거!”


노인은 흥분을 감추지 않고 노골적인 질문을 던졌다.

무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정도는 노인장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날 알고 있었나?”

“굳은살 가득한 주먹과 먼지로 가득한 전신. 무림에서 박투술(搏鬪術)로 유명한 고수라면 한 사람밖에 없지 않습니까.”


박투술을 구사하는 고수.


무림엔 수많은 고수가 존재하지만, 눈앞의 노인처럼 극한으로 박투술을 고수하는 존재는 거의 없었다.


중원 무림에서 박투술로 유명한 고수는 딱 하나.


상천십삼좌 중 오존(五尊)의 일인(一人).


무현은 미소를 지으며 노인에게 포권을 취했다.


“무림의 말학이 투존(鬪尊) 이백진 어르신을 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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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정서시(1) +3 24.03.13 2,462 35 14쪽
36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 +3 24.03.12 2,396 37 14쪽
35 경화수월(鏡花水月) +1 24.03.11 2,355 37 14쪽
34 감정 +1 24.03.08 2,397 3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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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되다 만 자들(2) +1 24.03.06 2,361 38 14쪽
31 되다 만 자들(1) +1 24.03.05 2,425 3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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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림대전(2) +1 24.03.01 2,460 38 13쪽
28 무림대전(1) +2 24.02.29 2,538 34 14쪽
27 구도(求道)의 검 +1 24.02.28 2,570 41 15쪽
26 인연이라는 이름의 빛 +1 24.02.27 2,530 3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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