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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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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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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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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광우대(2)

DUMMY

소림사가 불가 무공의 중심지이자 기둥이고 상징이라면, 도가 무공의 상징은 본래 전진교(全眞敎)였다.

이젠 전진교가 없지만, 전진의 진전을 이은 문파가 후대에 이르러 세 갈래로 나뉘게 된다.


홍무제가 명을 세운 과정에서 파생된 무당파(武當派).

전진교의 진전을 유지한 종남파(終南派).

지금은 마교에 의해 멸문한 곤륜파(崑崙派)와 공동파(崆峒派).

마지막으로 송나라의 도사, 진단(陳摶)이 세운 화산파(華山派)가 있다.


도사라는 신분을 달고 있지만, 그들 역시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이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했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가진 무력을 동원해 보호세를 받으며 양민들을 지키는 것이었다.

수단이 다를 뿐, 명시적으로 그들 또한 흑도나 사파와 다를 바가 없는 존재들이다.


허나, 그들 중에서도 드물게 호인이 존재할 수도 있는데.


무현은 그런 존재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었다.

진령산맥 인근에서 오랫동안 살던 구파일방의 일원 중 하나.


종남파로.


***


“흐아아아암.”


종남파의 이대 제자, 운삼은 하품을 해대며 정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본래라면 교대 시간이 다가왔지만, 한 명이 잠시 소피를 보러 간다며 잠시 이탈한 바람에 혼자 지키고 있었다.


‘쩝, 오늘 밥은 뭐지?’


슬슬 밥때도 되었고 하니, 그렇게 오늘 아침밥이 뭔지 생각하던 중.


“···음?”


입구 쪽으로 한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등 뒤에 대검을 차고 있다는 건데.


“···이른 시간부터 종남파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송백을 만나러 왔다.”


자신이 존경하는 장로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 것이 거슬렸는지, 운삼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노골적인 티를 내진 않았다.


“···장로님께 용건이 있으시다면, 그대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사내는 운삼을 바라보며 말했다.


“객잔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 그대로 전달해라.”

“······!”


운삼은 사내의 말을 듣자마자 머리를 바삐 굴리기 시작했다.


‘설마···운함 사형 때문인가?’


그에게 원한이 있는 자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종남에 쳐들어올 줄은 몰랐다.


“···이곳은 종남의 본산입니다. 이곳에서 행패를 부리시면,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겁니다.”


운삼은 경고의 뜻을 담아 정중히 말했다.


“운함과 관련된 일은 아니다. 그저 개인적인 일로 만남을 원한다고 전해라.”

“그게 무슨······.”


운삼은 순간 멈칫했다.


‘근데 다른 분도 아니고, 하필 3장로님이지?’


이송백은 종남에서도 보기 드문 호인이다.

종남과 관련된 일이라면 항상 솔선수범해 앞장섰고,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의 올곧은 성격은, 사도천에 큰 원한을 사기에 충분했고, 그런 이송백을 칭송하는 이들도 적지 않는다.


‘저자가 사파로 보이진 않긴 한데,.’


눈앞의 사내는 딱 봐도 원한을 가진 사내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운삼.


“···일단 안에 기별은 넣어드리겠습니다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그 말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사내가 말했다.


“무현.”


***


종남파 장로원.


“장로님.”


문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자신의 제자 중 한 명인, 운작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냐?”

“운삼이 전하기를, 정문 앞으로 낭인 한 분이 장로님을 뵙고 싶다고 청했습니다.”


‘오늘은 약속이 잡힌 게 없는데?’


이상함을 감지한 이송백이 입을 열었다.


“···그자의 이름이 무엇이더냐?”

“무현이라는 자였습니다.”


이송백은 어깨를 살짝 떨었다.


‘그자가 왜?’


무슨 볼일로 온 것인지에 대해, 이송백은 생각에 잠겼다.


‘운함과 관련된 일은 아닐 거다. 이미 그자와 약속을 따로 잡았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궁리한 끝에, 이송백은 입을 열었다.


“그자를 데리고 오너라.”


***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허락이 떨어졌다.

운작을 따라 들어간 곳엔, 이송백이 긴 수염을 늘어뜨리며 앉아 있었다.


“오랜만이오, 이 장로.”


무현은 의자를 끌고 이송백과 마주 보며 앉았다.


“···무슨 일로 개인적인 주선을 요청했지?”

“오늘은 다른 볼일로 왔소. 그전에······.”


무현은 이송백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종남파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자신이 있소?”

“···그걸 왜 묻는 것이지?”

“묻는 말에 답하기나 하시오.”

“······.”


이송백은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종남파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전부였다.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자신이 이 이야기를 들을 각오가 되었는지 때문이리라.

하지만 종남파를 위해서라니?

대체 이 땅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그것이 무림에 해가 되는 일인가?”


이송백인 심약하게 보이다가도 특정 부분에선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무림사에 관련된 일이라면 목숨까지도 걸 기세였다.

그에게 있어서 무림의 영위는 곧 종남파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니까.


“대체 섬서에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하기에······.”


그때였다.


무현은 품에서 우각패(牛角牌)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걸 본 이송백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건 설마?


“이게 왜 자네에게?”

“진령산맥 인근에서 놈들이 숨어있던 걸 발견했소.”

“뭐, 뭐라?!”


이송백은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의자를 밀어내며 일어섰다.


“그곳에서······.”


무현은 진령산맥에서 만난 광우대로부터 얻은 정보를 이송백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해서 종남파의 도움을 받고자 이렇게 찾아왔소.”

“······!”


이송백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종남파의 권역에서 사도천의 간자가 나타났다.

그냥 간자도 아니고, 사도천의 간부이자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십이신장 중 하나다.


“그럼, 자네가 처리한 광우대는?”

“선발대로 파견한 녀석들이오. 혹시나 해서 산맥 인근을 전부 뒤졌지만, 그놈들 말고 찾을 수 없었소.”

“······성동격서(聲東擊西)인가.”


무현은 이송백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면 그놈들이 있는 곳으로 추측되는 곳을 찾았나?”

“여러 군데가 있겠지만, 가장 근접한 곳은···.”


무현은 장로원에 장식된 지도를 펼쳐 한 곳을 짚었다.


“······동천(銅川)?


동천은 화산파와 종남파 사이에 있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지역이다.


“허나, 병력을 분산시켰다면 함양(咸阳)이나, 위남(渭南)을 노렸을 거 같은데?”

“불을 크게 키우려면 그만한 장작이 필요한 법이 아니겠소?”

“장작이라고?”


무현의 말에 이송백이 흠칫했다.

왜인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다른 지역도 아니고, 굳이 동천을 노릴 이유가······.


‘···설마 놈들이 목적이 동천의 영지(靈地)인가?’


예로부터 비옥한 토양을 대량 보유한 동천은 원예와 낙농업으로 활발한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바로 영초(靈草) 사업.

동천의 영초는 그 효능이 남다르기로 정평이 나 있어, 황실에 납품할 만큼 뛰어난 품질과 약효를 자랑한다.


“놈들의 목적은 섬서의 자금줄을 끊는 거란 말인가.”


섬서의 1년 수익금 중 동천에서 나온 이익률은 자그마치 3할.

사도천이 동천을 무너뜨린다면, 섬서엔 크나큰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연쇄작용으로 섬서의 유통망이 무너지게 된다면······.


‘자칫 잘못했다간 황실이 움직일 빌미를 줄 수도 있다.’


과거 홍무제가 명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무림맹과 하나의 조약을 맺은 적이 있었다.

관무불가침(官武不可侵).

관부(官府)와 무림이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무림의 경우, 치안을 크게 어지럽히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해결하곤 하는데.

하지만 그 근원지가 황실에서도 예의주시하는 동천이라면?


그렇게 되면 이 사태를 방관한 성주는 물론이고, 화산파와 종남파까지 이 일에 대해 문책을 물을 수밖에 없다.

황실의 힘이 예전보다 약해졌다지만, 무림맹이 감히 들이받을 상대도 아니거니와.


자칫 잘못했다간······.


‘황실의 금위군(禁衛軍)이 무림맹의 내정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송백은 분노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장로들을 소집하겠네, 미안하지만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게.”

“알겠소.”


결연한 표정을 다진 이송백의 발걸음엔 다급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호인은 호인이란 말이지.”


홀로 방에 남은 무현은 중얼거렸다.


***


“2조장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예, 대주님.”

“그럼 어쩔 수 없군.”


어둠이 깊이 내리 앉은 숲속.

무리가 좌우로 갈라져서 만들어 낸 곳에서 소의 가면을 쓴 사내가 걸어 나왔다.

육 척에 가까운 거구의 사내가 압도하듯 회중을 한동안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머지는?”

“4조장과 5조장은 반각 후에 도착할 것이고, 3조장은 6조장과 합류한다고 전달받았습니다.”


사내, 홍우는 뒷짐을 진 채 홍월루(虹月樓)에 앉아 내려다보며 사람들을 살폈다.


“이곳도 이제 머지않았구나.”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면, 한동안 두 말코 놈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겁니다.”


동천은 시작이다.

동천이라는 자금줄이 끊어진 섬서는 한동안 혼란에 빠지게 될 거다.

그렇게 된다면······.


“중원은 곧 사도천의 손아귀에 들어오겠지.”


세상은 오직 강력한 힘을 지닌 이들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과거 정사전쟁에서 패한 사도천은 일찍이 패배의 원인을 깨닫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암중으로 여러 사업채를 운영했으며, 그로부터 벌어들인 자금을 이용해 다른 사업채를 사들이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렇게 재력뿐만 아니라, 해상권까지 고루 갖춘 그들은 중원 무림을 차지하기 위해 수하들을 중원 곳곳에 내보냈다.


평화에 찌든 채 그저 권력만 탐내는 늙은이들에게 사도천의 힘을 확실히 알려 주어야 할 것이다.


“돌아오는 대로, 모두 준비를 갖춰라.”

“예, 알겠습니다.”


홍우는 곧 혼란에 빠질 동천을 바라보며 상상했다.


이번 싸움을 통해 무림맹은 사도천의 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도천에서 무력만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고는 홍우는 항상 이기는 싸움만 해 왔다.

화산과 종남이 불타는 섬서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다.


‘기대되는구나.’


***


정적이 흐른다.


장로들을 소집한 이송백은 회의를 위해 자리를 뜬 사이, 무현은 그가 마련해 준 방에서 건곤신결과 함께 단련하고 있었다.

일의 주권자가 잠시 자리를 비웠기에, 회의가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 보였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 건곤신결을 운용하던 중.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이송백이 굳을 얼굴로 안으로 들어섰다.


“어떻게 되었소?”


무현이 묻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백날 이야기해도, 들어 처먹질 않네.”

“증거를 보여줬음에도?”

“···그렇네.”


정파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는 명망 높은 정파의 문파일수록 더욱 그런데, 이는 명분으로 움직이는 정파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현은 대놓고 이송백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가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그가 진정되길 기다릴 뿐이었다.


“후우···미안하네. 일이 이렇게 틀어질 줄 몰랐네. 하필이면 대장로와 장문인이 성주의 잔치에 간 바람에···.”


쾅-!


그는 탁자를 내려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 잘난 늙은이들이 하는 말이라곤 매번 ‘명분이 부족하다.’라는 말밖에 없지! 기껏 증거품을 들이밀어도 들어 처먹질 않으니···백날 이야기해봤자 들어먹지도 않은 그 꽉 막힌 늙은이들의 얼굴을 보면 분통이 터지는군!”


한참이나 분노를 내뱉은 뒤, 간신히 분을 삭인 이송백은 입을 열었다.


“···그대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네.”

“말해보시오.”

“장로의 신분을 가진 이상. 장문인의 명령이 없으면 나는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네. 하지만···.”


이송백이 품에서 꺼낸 작은 함을 본 무현은 깜짝 놀라 눈을 굴렸다.


“이거라면 화산파의 장문인을 만날 수 있을 거네.”

“······.”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송백이 꺼낸 함엔 종남의 장로가 외부에 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옥패(玉牌)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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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되다 만 자들(2) +1 24.03.06 2,361 38 14쪽
31 되다 만 자들(1) +1 24.03.05 2,425 3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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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소 잡는 백정. +3 24.02.26 2,537 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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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종남파(2) +1 24.02.20 2,635 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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