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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돌 님의 서재입니다.

투신 회귀로 UFC 제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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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돌
작품등록일 :
2020.05.1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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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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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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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프로 선수와 스파링한 김재혁

DUMMY

# 4. 프로 선수와 스파링한 김재혁


놀란 것은 이동남 관장뿐만이 아니었다.

샌드백을 터뜨린 김재혁 본인도 내심 놀란 상태였다.

아무리 낡았다고 해도 무에타이 수련용 튼튼한 헤비백이다.

웬만한 킥과 펀치로는 꿈쩍도 안 한다는 소리였다.


'내 타격 완전히 미쳤잖아?!'


그런 헤비백을 단 한 방의 하이킥으로 터뜨려 버렸다.

옆구리 터진 채 '촤르르' 모래알을 쏟아내는 샌드백을 바라보며 김재혁이 부르르 어깨를 떨었다.

직접 몸을 움직여보니 확실히 느껴졌다.

부드럽고 탄력적이며 물 흐르듯 유기적인 근육의 움직임.

투신 회귀는 대박이었다.

적어도 고정된 대상에 타격을 쏟아내는 거로는 한국에서 그를 따라올 자가 없으리라.


"이동남 관장님, 미트 좀 잡아 주실래요?"

"어, 어어... 그러마! 링으로 올라와."


이번에는 움직이는 타겟을 맞춰볼 차례였다.

김재혁은 이동남을 따라 링 위로 올라간 뒤, 그가 대주는 미트에 타격을 꽂아봤다.

펑! 파박! 펑펑!

놀라운 반응 속도와 정확도였다.

이동남이 미트를 대주기가 무섭게 벼락같은 펀치들이 '파박'하고 꽂혔다.

신이 난 이동남은 가르쳐주지도 않은 기술들을 계속해서 주문했다.


"리드 훅과 잽, 라이트 크로스! 스텝 밟고 사각에서 원투쓰리포!"


펑! 펑펑! 퍼버버벅!

거침없이 주문을 받아내는 김재혁.

이미 10년 차의 프로 경력을 가진 그에게 이런 기술들은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중간중간 킥도 섞어 미트를 차봤다.

50%의 힘도 안 실었건만 힘겹게 받아내는 이동남의 얼굴엔 땀방울이 흥건했다.


"후우... 후우... 일단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미트 훈련을 마친 두 사람이 링에서 내려왔다.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이동남이 '풀썩' 매트에 주저앉았다.

어째 때린 사람보다 훨씬 더 녹초가 된 모습이었다.


"재혁이 너... 후우... 후우... 정말로 어떻게 된 거냐? 너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후우우..."

"글쎄요."


김재혁이 빙긋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십 분 넘게 격렬히 미트를 치고 내려왔는데도 그의 자세는 흐트러짐 하나 없었다.

이마에 살짝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며 김재혁이 덧붙였다.


"성장기라서 키도 실력도 쑥쑥 늘어난 모양입니다."

"이게 끝까지 딴소릴 하네... 후우... 후우... 뭐 됐어. 어쨌든 재혁이 너 진짜로 물건이다. 이따 오후에 선수부 오면 스파링 한번 해봐. 오늘 날 잡고 네 실력을 측정해봐야겠다."

"알겠습니다."


점심으로 관장님이 사준 자장면 곱빼기를 먹고 선수부가 오길 기다렸다.

맹호 체육관에는 2명의 선수가 소속되어있었다.

이원일과 김호준.

그중 김호준은 '소울 MC(Soul Martial Challenge)' 단체에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였다.

참고로 소울 MC는 20X7년 당시 한국에서 제일 큰 격투기 단체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아니 20XX년으로 따지면 스트리트 FC 정도 되는 위상이려나? 김호준은 그중에서도 중견급에 속하는 파이터지.'


체급이 라이트급으로 별로 크지는 않았지만, 김호준은 노련한 선수였다.

타격과 레슬링, 주짓수 모두 균형 있게 발달한 '웰라운드(Well Round)' 스타일로 훗날 UFC에 진출하기까지 했다.

물론 3연패의 처참한 성적으로 퇴출당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회귀한 김재혁의 실력을 측정해줄 상대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처음으로 스파링한 선수는 이원일.

미들급으로 체급은 크지만, 이제 막 아마추어에서 벗어난 그가 김재혁을 상대하는 건 역부족이었다.

난타전을 좋아하는 이원일이 오히려 타격에서 씹어 먹히고 말았다.

거리 싸움에서 밀린 이원일이 멧돼지처럼 치고 들어가다가 오른손 카운터 훅을 맞고 뻗어버린 것이다.


"!!!"


링 아래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호준이 눈썹을 찡그렸다.

초짜 고등학생의 실력이 아니었다.

긴 리치와 경쾌한 스텝을 살려 원거리 공방에서 큰 이득을 챙긴 다음, 밀고 들어오는 이원일의 턱에 정확히 오른손을 꽂아 넣었다.

어쩌면 카운터를 치려고 일부러 유인한 건지도 몰랐다.

만약 그렇다면 저건 이미 프로 파이터만큼이나 영악하다는 소리.

수십 전의 실전으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김호준의 눈에는 확실하게 그것이 보였다.


'이동남 관장이 우리를 고등학생과 스파링하게 한 이유가 이거였군... 저 녀석 물건이야.'


다음 순서로 링 위에 오른 김호준.

절대로 살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줄 각오였다.

건방진 고딩 유망주에게 프로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 생각하며 김호준이 힘껏 펀치를 날렸다.

슉.

김재혁은 뒤로 빠지며 주먹을 피해냈다.

그 뒤로 날아온 타격 콤비네이션도 단 한 방도 허용하지 않았다.


스트레이트는 가드로 튕겨내고, 로우킥은 다리를 들어서 체크, 훅과 어퍼는 아예 스텝으로 빠져서 흘려버렸다.


'다 보인다. 프로 선수 김호준의 타격이 슬로비디오처럼 느리게 보여.'


동체 시력과 운동신경이 급격하게 향상된 게 느껴졌다.

상대의 의중도 머릿속에 빤히 그려졌다.

김호준의 작은 몸짓과 시선만 보고도 다음 동작을 전부 예측해서 피해버리는 김재혁이었다.


사실 인생 1회차의 김재혁은 타격을 피하고 막는 덴 정말로 재능이 없는 선수였다.

어설픈 방어를 하느니 차라리 맞불을 놔서 부딪쳤고...

하지만 투신 회귀로 인생 2회차가 된 지금, 김재혁은 페이웨더.Jr(회피와 방어로 유명한 미국의 무패 복서)나 안데르송 시우바(브라질의 전설적인 파이터. 역시 회피로 유명)라도 빙의한 듯 미꾸라지처럼 잘도 피해내고 있었다.


'미친! 대체 뭐야 이 자식? 왜 한 대도 맞지 않는데!'


한편 김호준은 속으로 경악하며 소리쳤다.

아무리 맹공을 퍼부어도 김재혁의 몸에 손가락 하나 갖다 댈 수가 없었다.

부드러운 스텝과 절묘한 상체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었다.

타격으로는 절대 잡을 수 없다.

이렇게 판단한 김호준이 작전을 변경했다.

전장을 그라운드로 바꾸기로 말이다.

몇 대 맞을 걸 각오하고 김호준이 무식하게 몸을 던져 하단태클을 걸었다.

20X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묻지마 태클'이었다.


'한번 그라운드로 가줄까?'


회심의 묻지마 태클조차 김재혁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다리를 뒤로 '샥' 빼고 상대의 머리를 누르는 스프롤로 방어하면 됐다.

하지만 굳이 하단 그립을 잡히고 그라운드로 끌려가 주는 김재혁이었다.

투신 회귀한 자신의 그라운드 실력도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됐다! 이 김재혁이라는 고딩 녀석, 타격만 잘 치는 반쪽짜리 선수였군. 그럼 그렇지. 저 나이에 어떻게 타격과 그라운드를 모두 갖출 수 있겠어? 이제 내 주짓수 기술로 녀석을 요리하면 된다.'


김호준이 멋대로 착각에 빠졌다.

상위 포지션에 올라탄 채 끈적끈적한 주짓수의 진수를 보여주려던 그는, 되려 김재혁의 화려한 하체 움직임에 한쪽 팔을 헌납하고 말았다.


"크윽!"


리버스 암바(Reverse Arm Bar).

하위 포지션에서 뒤집힌 자세로 팔을 꺾는 관절기의 일종이었다.

완벽하게 기술이 들어갔는데도 김호준은 탭(tap)을 치지 않고 버텼다.

프로의 자존심이 고작 고등학생 따위한테 기권할 수 없다는 오기로 이어진 것이었다.


'탭을 치지 않을 생각이군... 쓸데없는 존심인데...'


힘을 더 줘 팔을 부러뜨릴 수도 있었지만, 김재혁은 순순히 암바를 풀어줬다.

스파링에서 다치면 서로가 손해다.

다친 사람도 그렇고, 다치게 한 사람도 기분이 별로일 테니까.


"......"


암바에서 풀려난 김호준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복잡한 심경인 듯 눈동자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김호준이 이렇게 부탁했다.


"한 번만 더 스파링해다오."

"네?"

"네 타격 실력이 엄청난 수준인 건 알았다. 하지만 그라운드는 확인할 수가 없었지. 한 번 더 그래플링(누운 싸움) 스파링을 해서 아까 그 암바가 우연이었는지 진짜 실력이었는지 확인시켜다오."

"알겠습니다."


김재혁이 흔쾌히 승낙했다.

방심한 김호준을 상대로 너무 쉽게 암바를 잡아낸 감이 있었다.

천천히 제대로 대련하며 자신의 진짜 그라운드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어지는 김호준과의 두 번째 스파링.

그래플링만으로 치러지는 이번 스파링에서 김재혁은 상대를 완전히 압도했다.

쿠당!

시작부터 레슬링으로 김호준을 바닥에 메쳤으며.

휘리릭- 파밧.

유려한 주짓수 움직임으로 김호준의 몸 위를 마음껏 활보했다.

옆으로 올라탄 사이드 마운트와 완전히 올라탄 풀 마운트, 등 뒤를 잡은 백 포지션과 실력 차가 많이 나야만 가능하다는 굴욕의 크루스픽스(한 팔은 다리로 묶고 한 팔은 팔로 제압해 깔아놓은 십자가 모양의 자세)까지...

마지막으로 쵸크(조르기)를 허용한 김호준이 미련 없이 탭을 쳤다.

완패를 인정한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김호준 선수."

"내가 졌다. 타격이면 타격, 그라운드면 그라운드... 어느 영역에서도 당해낼 수가 없었어. 김재혁이라고 했지? 빨리 프로로 데뷔해라."

"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냐. 너 정도면 당장 데뷔해도 소울 MC 챔피언이 될 수 있을 거다. 세계 무대도 충분히 가능할 거고."


이렇게 말하는 김호준의 눈에 씁쓸한 빛이 어렸다.

그 눈빛을 본 김재혁은 순간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1회차 때 거울을 통해서 많이 보았던 눈이었다.

자기의 재능에 실망하고 회의감에 빠진 눈...

투신 회귀로 강해지고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김재혁이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것이다.


"김호준 선수."

"응?"

"포기하지 마세요. 김호준 선수도 반드시 세계 무대를 밟을 수 있습니다."

"뭐... 갑자기 무슨 소리냐? 너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니? 어린 친구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

"아뇨. 저도 빈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김호준 선수라면 반드시 세계 무대에 진출할 겁니다. 한 가지 영역을 특출난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좋은 성적도 기록할 수 있고요. 제 말을 믿어주세요."

"허허 참. 희한한 녀석이네. 풉... 알았다 쫘샤!"


진지하디 진지한 상대방의 태도에 김호준이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김재혁의 등을 두드려주고는 링에서 내려갔다.

기분이 풀렸는지 열심히 샌드백 훈련에 매진하는 김호준이었다.


"재혁아 이리 와 봐라."

"이동남 관장님."

"호준이 말이 맞다. 지금 당장 프로로 데뷔하자. 다음 달에 열리는 소울 MC 언더 리그 경기에 재혁이 네 이름으로 참가 신청하자 빨리."


이동남은 잔뜩 텐션이 오른 모습이었다.

분주하게 사무실로 뛰어가더니 종이 한 장을 가져왔다.


"이게 뭔가요? 부모님 동의서...?"

"재혁이 너 아직 고등학생 아니냐. 미성년자가 프로 경기에 출전하려면 부모님 서명이 필요하단다. 부모님도 너 격투기 하는 거 아시지? 오늘 집에 가서 사인해달라고 하렴."


관장님의 말을 들은 김재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바로 오늘 아침 부모님과 이 문제로 언쟁을 벌였지 않은가?

종이를 내밀며 서명해달라고 졸라봤자 돌아오는 건 면박과 잔소리뿐일 것이다.


"부모님이 사인 안 해주실 것 같은데..."

"왜? 두 분이 반대하셔? 내가 가서 설득해드릴까? 재혁이 너는 대한민국이 낳은 격투기 인재라고 말이야."

"음... 괜찮습니다."


이미 1회차 때 설득 실패한 경력이 있는 이동남이었다.

무식하게 무릎 꿇고 비는 그의 방식은 2회차에서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제가 꼭 부모님을 설득해서 다시 올게요."

"그러냐? 알았다. 꼭 설득해서 오려무나. 무조건이야! 넌 무조건 세계 무대로 진출할 재목이니까."

"넵."


힘차게 대답한 김재혁.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한 번 더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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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소울 MC 연말 대회 (1) +2 20.06.07 433 18 12쪽
26 26화. 베테랑의 품격 (2) +1 20.06.06 463 19 13쪽
25 25화. 베테랑의 품격 (1) +2 20.06.05 493 17 11쪽
24 24화. 수학여행 +5 20.06.04 544 19 11쪽
23 23화. 김재혁, 소울 MC의 희망이 되어라! (2) +1 20.06.03 552 20 11쪽
22 22화. 김재혁, 소울 MC의 희망이 되어라! (1) +1 20.06.02 567 23 12쪽
21 21화. 즐거운 뒤풀이 +1 20.06.01 588 21 11쪽
20 20화. 김재혁의 두 번째 프로 데뷔전 (3) +1 20.05.31 633 23 13쪽
19 19화. 김재혁의 두 번째 프로 데뷔전 (2) +1 20.05.30 638 15 12쪽
18 18화. 김재혁의 두 번째 프로 데뷔전 (1) +1 20.05.29 691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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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중간고사 (3) +2 20.05.27 627 19 13쪽
15 15화. 중간고사 (2) +1 20.05.26 660 19 12쪽
14 14화. 중간고사 (1) 20.05.25 693 20 12쪽
13 13화. 일진 무리를 소탕하는 김재혁 (7) +2 20.05.24 721 18 12쪽
12 12화. 일진 무리를 소탕하는 김재혁 (6) 20.05.23 737 14 12쪽
11 11화. 일진 무리를 소탕하는 김재혁 (5) 20.05.22 742 17 11쪽
10 10화. 일진 무리를 소탕하는 김재혁 (4) +3 20.05.21 771 18 11쪽
9 9화. 일진 무리를 소탕하는 김재혁 (3) +2 20.05.20 801 17 12쪽
8 8화. 일진 무리를 소탕하는 김재혁 (2) +1 20.05.19 863 20 11쪽
7 7화. 일진 무리를 소탕하는 김재혁 (1) +2 20.05.18 890 21 12쪽
6 6화. 썸 타다가 학교 폭력을 목격한 김재혁 +1 20.05.17 941 23 12쪽
5 5화. 전교 10등 안에 들기로 한 김재혁 +2 20.05.16 968 21 11쪽
» 4화. 프로 선수와 스파링한 김재혁 20.05.15 1,062 24 12쪽
3 3화. 인생 2회차, 진짜로 회귀한 김재혁 +5 20.05.14 1,130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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