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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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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7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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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화

DUMMY

“무슨 짓을 한 거야!!! 멍청한 놈아!!!!”


내 자신을 책망했다. 왜 사람들이 나를 슬금 슬금피했는지, 그리고 왜 나에게 불친절하게 행동했는지, 왜 이렇게 채팅 어플이 많은지 전부 이해가 갔다.


심지어 동굴에서 왜 다른 놈들이 짖지 않았는지까지 전부 이해가 됐다.


“그래.. 그때 별 거 아닌 일에도 그렇게 짖어대던 놈들이 갑자기 짖지 않더라.”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거울을 볼 때까지만 해도 1이라는 숫자에 정신이 팔려 들어오지 않던 게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못 생길 수가 있지?”



그 어두컴컴하고 음습하던 동굴에서 봤을 때 보다 더 못생겼다. 심지어 혐오감이 들었다.


“아.. 그 놈들은 이미 알았던 거야. 빨간 빛을 쏘고 이 놈으로 환생하더라도 어떤 일이 벌어질 지를.”


나머지 놈들은 김남추인지 김추남인지로 환생할 빠에는 개로 남아 있는 게 낫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놈을 보고는 절대 짖지 않았다는 게 이제야 이해가 갔다.


내가 그렇게 미친 듯이 짖었는데 조용하더라니.


원래 내가 짖으면 조건 반사처럼 그냥 짖어대던 놈들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내가 짖던 짖지 않던 억지로 이에 힘을 주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때 눈치 챘어야 됐는데. 바보 같은 놈. 기회가 왔다고 오히려 더 좋아하면서 더 짖어대다니. 따라만 해도 반은 갔을 건데. 괜한 과욕 때문에...”


낭패다. 이런 얼굴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니...


1이 문제가 아니었다.


“소원.. 이놈의 소원을 들어주면..”


선택의 순간이었다. 못생기고 흉측한 몰골을 가지고 살아가느냐, 아니면 똑같이 흉측한 한 마리 개의 머리로 살면서 다음 기회를 노리느냐.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기회가 다시 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창훈으로 살았어야 됐어. 이 멍청한 놈아.”


탓해 봤자 이미 늦었다. 다시 환생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실한 보장만 있었어도 김남추의 소원을 들어주고 다시 켈베로스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 다시 환생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1년이 걸릴지도 10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영영 그 흉측한 개로 살 수도 있었다.



“아!!! 왜 나한테 이러냐!!”


배팅이었다. 돈이 아니라 다른 걸 건 배팅이었다. 배당이 좋지 않은 정배냐. 아니면 어쩌면이라는 가능성이 있는 역배냐. 그 문제였다.


“아 머리 아파.. 눕자.”


머리를 조금 썼더니 머리가 아팠다. 스트레스였다. 나를 걸고 배팅하려고 하니 과부하가 걸렸다.


“이런 젠장... 망했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할 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떤 선택이던지 후회할 거면 내가 하고 싶은 걸 골라야 하는데. 이건 뭐 두게다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니...”


머리가 진심으로 아팠다. 이 얼굴로는 도저히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면접 광탈상.”


이 얼굴로는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면접 광탈이다. 내가 인사담당자라면 절대 뽑지 않을 거다. 남들이라고 다를 리는 없다.


나는 외모주의지상자가 아니다.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생길 수 있지?


이렇게 생긴 사람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 이 얼굴을 들고 돌아다닐 수가 없겠지. 나부터 이런 얼굴을 갖고 있다면 집에 숨어 있을 거야.”


밖에 나가기 싫어졌다. 왜 이렇게 집에 먹을 것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살았는지 이제 이해가 됐다.


“오랜 만에 해를 보고 싶어서 나갔는데. 얼굴이 이모냥인 줄 알았다면 나도 안 나갔을 거야.”


“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왜 내 인생은 이런가 싶었다. 이런 얼굴로는 재도전은커녕 내 쓰레기 같던 첫 번째 삶보다도 못했다.


“넌 도대체 돈은 어떻게 벌었냐? 이 몰골로는 직장은커녕 알바도 못 할 텐데.”


여태까지 살아 있었다는 것에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내 고민은 쉽게 결론 나지 않았다.



당연하다.


돈을 걸고 배팅할 때도 꽤 큰돈이 걸리면 숙고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 인생 전체를 걸고 배팅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정이 이렇게 빨리 날 리가 없다.


“대충 결정할 수는 없지.. 어쩌면 평생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평생이라는 생각이 들자 이 얼굴로 어떻게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들었다.



그렇다고 몸 하나 제대로 쓸 수도 없는 흉측하고 못생긴 개로 평생 살아간다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하...”


날이 지나도 쉽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하.. 그래도 먹을 걸 왕창 사놓는 놈이라서 밖에 나갈 일 자체가 없네. 굶을 일도 없고.”


며칠 동안 원룸에 처박혀 침대에 누워 고민만 했다. 지금 내 상황은 동굴 속에서 몸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흉측하게 생긴 개이던 시절과 다를 바 없었다.


“뭐야. 똑같잖아. 묶여 있지도 않은데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부터 흉측한 것까지 완전히 똑같잖아.”


어차피 똑같다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개가 되는 게 낫다.


“다시 환생을 못할 지도 모르잖아. 다시 환생할 수 있다면 몰라도..”


보장.. 인생에 보장이란 건 없다. 누구나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배당이 약한 정배가 부러지는 꼴을 수십 수백차례 목격했다.


“인생에 확실한 건 없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머리의 두통은 갈수록 더 심해졌다.




“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김남추!! 야!!! 너 때문에 괜히 너로 환생해서 나만 피 봤잖아!!!”


“저도 그 얼굴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닙니다. 아무튼 그게 아니라 저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래. 일단 말해봐.”


“죽기 전에..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뭔데!!”


처음과는 달리 화를 냈다. 이미 이창훈일 때 겪어 봤기 때문에 익숙했다.


“이청주.. 팬 사인회에 가서 선물을 줘야 해요...”


“뭐? 이청주? 그게 누군데.”


“국내 최고의 여성 걸그룹 아이돌...”


“뭐?!!”


어이가 없었다. 고작 마지막 소원이 그거라니. 이해가 안 갔다. 나 같으면 나를 위해 마음껏 먹고, 마음껏 쉬고, 마음껏 놀 것 같은데 마지막 소원이 남을 위한 거라니. 한심해 보였다.


“이창훈은 자기 딸.. 아 걔도 소원이 남을 위한 거였네.”


“제발 이청주에게.. 선물을 전해주세요... 선물은 음식들 쌓여 있는 곳 한 쪽에 뜯어지지 않은 포장된 박스....”


“아이고. 별.. 야 집 비밀번호 뭐야? 비밀번호 몰라서 문틈에 신발 껴놓고 나갔다 왔잖아.”


“4949.”


또 물어보면 친절하게 답해줬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청주에게 선물을 전해줘야 해요.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꼭 내가 적어놓은 편지도 전해주세요.”


“얼씨구~”


“꼭 좀 제발 부탁할게요!!!”


“후..”


잠에서 깼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살다 살다. 뭔 마지막 소원이 아이돌한테 선물이랑 편지를 전해주는 거냐.”



어이없는 마지막 소원에 헛웃음이 나왔다.


“어?! 이거 이창훈이랑 똑같은데.”


똑같았다. 그때랑.


그때도 소원을 어떤 식으로든 들어주자 나는 다시 켈베로스가 되었다.


“어쩌면..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면 다시 리셋되는 거 아니야?”


정말 그렇다면 걱정할 게 없었다. 나는 다시 환생을 하지 못하거나 죽으면 끝이 날까봐 쉽사리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일어난 일의 규칙과 방법을 내가 찾아 낸 거라면?”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사이트마다 배당이 다른 걸 이용해 한 사이트에는 지는 쪽에 다른 사이트에는 이기는 쪽에 배팅을 해서 승패의 상관없이 돈을 버는 방법


“그 규칙과 방법을 내가 제일 먼저 알았으면 수억을 벌었을 건데.”


양빵이란 돈 버는 배팅 방법과 규칙을 늦게 알게 돼서 돈을 빼먹지 못했다.


초기에 방법과 규칙을 알게 된 사람은 어마어마한 혜택을 입는다. 양빵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엄청난 돈을 벌었다.


“켈배로스.. 빨간빛.. 환생.. 마지막 소원..”


나는 가설을 새웠다. 떨어져 있어 보이던 점들이 하나로 연결 됐다.


켈베로스는 입구를 지킨다. 죽은 사람들은 그 길로 지나가고 싶어 한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아무튼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켈베로스는 자신이 쏜 빨간 빛을 맞은 사람으로 환생한다. 그리고 환생한 사람이 살아 있을 적에 그렇게 원하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게 되면 다시 켈배로스로 돌아간다.


이게 내가 세운 가설이었다.


“얼추 맞는 것 같은데. 이창훈 때도 그렇고 김추남인지 하는 사람이랑도 그렇고..”


내게 일어난 일과 가설이 딱딱 맞아들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굳이 자살할 필요 없이 이 추남인지 뭔지 하는 놈 소원을 들어주고 다시 켈배로스가 돼서 새 인생을 얻으면 되잖아!!”


웃었다.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웃었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잠깐만.. 그럼”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계속 환생할 수 있다면... 매번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불사신. 불사신이다.

설레었다. 얼마만의 설렘인가.


계속 환생해서 살다가 내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이 생기면 다시 켈배로스가 되지 않고 살아가면 된다.


“소원만 안 들어주면 되잖아. 꿈에 나타나던지 말던지.. 이제는 무섭지도 않으니까.”


“어?! 이야호!!!!!!!”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세운 가설이 사실이라면 나는 무적의 불사신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폈다. 내 인생 폈다.”


여러 가지가 생각났다. 계속 다른 사람으로 환생해서 매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도 성인인 채로 다시 시작한다면 재벌 부럽지 않게 된다.


“맞아. 환생하는 사람 재산을 싹 다 처분해서 하고 싶은 거 실컷 한 다음에, 소원을 들어줘서 다시 켈베로스가 되고난 다음에 환생하기를 반복하면 되잖아!!”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성공할 때까지 계속해서 도전하면.



“이제 나는 죽음으로도 못 막아!! 음...”


소원을 들어주지 않고 죽음으로 리셋을 하려고 하면 다시는 켈배로스조차 되지 못하고 그냥 영영 암흑에 빠질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스스로 죽어서 켈배로스가 될 건가 아니면 추남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저울질하며 고민했다는 사실에 등골이 시렸다.



“그래 조심해야지. 죽는 것만 조심하면..아니지..”


또 아주 큰 한 가지를 간과 하고 있었다.


“이걸 빼 놓고 있었다니..”


내 가설이 맞아도 이걸 빼면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을 거야.



“소..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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