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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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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5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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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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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화

DUMMY

“후우~ 춥다.”


모두 잠든 깜깜한 거리는 너무 춥다. 아직 한 겨울도 아닌데 새벽에 공기는 마치 한 겨울처럼 차갑다.


입김이 나온다.


“아.. 졸려. 집에 가면 씻고 자야 되는데. 매일 말로만 하고 가면 자기 바쁘니..”


집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잠깐 몸만 녹이고 씻자는 생각을 하다가 매번 잠들기 일쑤였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면 항상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그게 매일같이 지겹도록 반복되는 내 일과였다.


“내 인생은 언제쯤 피냐?”


쥐구멍에도 볕이 뜰 날이 있다던데 내가 사는 지하 방에는 볕이 뜨지 않는다.


“아우 추워. 아.. 밥 먹어야 돼는 데. 밥 먹는 것도 일이네.”


일을 나가지 않는 날은 밥 먹는 게 일이다. 대충 일어나 이불을 끌어않고 있다 보면 시간은 훌쩍 가버린다.



“어후~ 이제 못 참겠다.”


버너를 꺼내 물을 끓였다.


그리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집 안이 바깥보다 더 춥기 때문에 집에서는 양말을 신고 옷을 껴입고 깔깔이까지 입었다. 그런데 여전히 춥다.


“어후~ 추워. 조금만 더 추워지면 이제 집에서 잠바 입어야겠네. 후우”


입에서 입김이 나왔다.


“이야. 이게 집이냐? 입김이 다 나오네.”


어느새 올려놓은 물이 끓었다. 추워서 움직이기 싫지만 일단 물을 끓여 났기에 일어나서 라면을 찾았다.


“아 뭐야..”


있어야 할 라면이 보이지 않았다.


“도둑이라도 들었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라면을 찾았다.


“하.. 짜증나네..”


라면이 없었다. 짜증이 올라왔다.


“하 처음부터 알았으면 번거로울 필요 없었잖아.”


버너의 불을 끄고 슈퍼로 향했다. 동네의 슈퍼나 편의점도 있지만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할인마트로 갔다. 거기가 더 싸기 때문이었다.


“내가 돈이 없지 시간이 없냐. 돈 없으니까 몸으로 때워야지. 이야 날 좋네.”


바깥으로 나오니 오히려 날씨가 쌀쌀하지 않고 선선했다.


“집은 냉장고였는데. 아 공원에서 누워있을 걸 그랬나?”


지하의 특성인지 아니면 내가 사는 집의 특성인지 여름에는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다. 또 겨울에는 냉동고에 있는 것 마냥 추웠다. 조금만 날씨가 쌀쌀해지면 물을 이불에 덮어놔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물이 얼어버렸다.



마트에는 먹고 싶은 게 많았다. 하지만 내가 살 수 있는 건 라면뿐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득템을 할까 싶어 제일 먼저 세일품목을 살폈다.


“와 맛있겠네. 7천원? 이거면 라면이 몇 봉이냐.. 오늘은 정육 세일 안하나?”


간혹 특가 세일로 돼지 뒷다리살을 1근에 3천원씩 팔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아줌마와 할머니들이 한 참을 길게 줄을 늘어뜨렸다.


나도 쉬는 날이면 가서 2시간 넘게 줄을 서서 사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의 특성상 사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아.. 저번 특가 세일 때 샀어야 됐는데.”


그때는 어떻게 해서든 사겠다는 일념으로 알람까지 맞춰 놓았지만 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



“사장님 뒷다리 특가 또 언제 해요?”


“그거 얼마 전에 했었잖아요. 앞으로 몇 달 동안 계획 없는데. 이거 앞다리 싸게 나왔는데 이거 사서 드셔보세요.”


“얼만데요?”



“세일해서 6900원! 싸죠?”


“다음에 올게요.”



할인 마트를 몇 바퀴 돌았지만 만족할 만한 득템을 하지 못했다. 한 손에 라면 5봉입짜리 한 봉지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아 맞다..”





“저기요 아저씨 천 원 자동이요.”


복권을 샀다. 이 한 장의 종이가 내 인생을 구해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한 장으로 인생을 역전할 거라고 생각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 장도 사지 않으면 가능성은 0%이지만 한 장이라도 사면 0.0000000001%라도 올라가기 때문에 산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이게 내 인생을 바꿔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조금은 갖고 있었다.


“어후.. 추워.”


집에 들어오니 역시 냉장고였다. 이상하게 오늘은 더욱 더 춥게 느껴졌다. 다시 버너에 불을 켰고 물을 끓였다.


“후~~~ 앗 뜨거.”


마음 같아서는 라면을 두 개 먹고 싶었지만 아껴 먹어야 했다.


“아.. 계란 넣어 먹고 싶네.”


겨우 라면 하나로 다 큰 성인의 배가 부를 리 없었다.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일회용 봉지를 갖고 왔다. 안에 허옇게 뭉쳐 있는 것들은 밥이다.


일할 때 지급되는 밥은 한 공기이다. 하지만 여러 명이 밥을 시키니 식당에서는 2공기 정도 밥을 더 갖다 준다.


항상 일회용 비닐봉지를 가져가 그 밥들을 가져온다.


“킁. 킁. 쉬었나? 그냥 밥에서 나는 냄새겠지.”


버너에 불을 다시 켰고 라면 국물 반을 그릇에 덜어내고 냄비에 물을 조금 넣고 끓였다. 국물이 끓어올랐을 때 거기에 차가운 밥을 넣어 죽을 만들었다.


“크허.. 맛 좋네~ 오늘은 죽이니까 다음번에는 남은 국물로 볶음밥 해먹어야지.”



밥을 먹으니 좀 살 것 같았다.


“아.. 물도 없네..”


냄비를 대충 씻고 물을 받아 끓였다. 보리차도 없다. 그냥 수돗물을 끓인 다음에 식힌 물을 마신다. 그게 내 식수다.


일을 나갈 때 빈 페트병에 물을 한 병씩 담아온다. 하지만 깜빡하고 못 담아오거나, 담아온 걸 다 마셨을 때는 이처럼 수돗물을 끓이고 식혀 식수로 사용한다.



“아 할 것도 없고.”



“아.. 이거 자세가..”


여기가 바로 지하 방에서 유일하게 터지는 와이파이 존이다. 하지만 몸을 꾸부리고 불편한 자세로 겨우 자세를 잡아야만 미약하게나마 와이파이가 잡혔다.


“아이씨! 또 끊어 졌네.”


조금만 인터넷을 하다보면 신호가 끊어졌다.



와이파이 도둑질을 하다 보니 어느새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배가 또 고프네..”


냄비의 물은 이미 식어 있었다. 냄비의 물을 빈 페트병에 옮겨 담고 아까 덜어놓은 라면국물을 냄비에 넣고 끓였다.


국물이 끓어오르는 걸 보고 비닐봉지에 담겨 있던 밥을 집어넣었다.



“아 맞다. 그때 봉지 안 가져가서 슈퍼 봉다리에 밥 담아 왔지. 하마터면 깜빡 할 뻔 했네.”



“오늘도 하루가 가는 구나..”



내 인생이 처음부터 이렇게 비참하지는 않았다. 내가 이렇게 된 건 전부 스포츠 배팅 때문이었다.


처음 우연찮게 친구를 따라 배팅했던 게 꽤 많은 돈을 벌게 해줬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금 보면 그리 큰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생이던 그 당시의 나에게는 정말 큰돈이었다.




그때부터 스포츠 배팅에 빠지게 되었고 나는 내가 가진 돈은 물론 학교 등록금까지 전부 날리게 되었다.



“아.. 그때 판단을 잘못했지. 그때 라도 그만 뒀어야 했는데..”



옛날 일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등록금을 날린 걸로도 모자라 빚까지 지게 되었다. 집으로 수많은 독촉장들이 날아왔다.


매일같이 내가 중간에 인터셉트해서 가족들이 알지 못하게 했지만, 딱 한 번 늦잠을 잔날 부모님께 걸리고 말았다.



아버지께 내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됐는지 말씀드렸고 꽤 큰돈이었지만 아버지는 내 장래를 생각해서 그 빚을 모두 갚아주셨다.


그리고 인생 살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이런 일도 생기고, 저런 일도 생기니 앞으로 이런 실수 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보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엄하던 아버지한테 싸대기를 맞고 쫓겨 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오히려 눈물이 났다. 실망시켰던 만큼 내가 더 잘해서 돈과 마음 모두 갚아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런 결심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나는 얼마 안 가 다시 스포츠 배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번엔 안 걸릴 자신이 있었다. 아니 돈을 반드시 딸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포츠 배팅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아버지에게 고급 외제 스포츠카도 뽑아드리고 가족 여행도 보내드려 나에게 보여준 신뢰를 몇 배로 갚겠다는 단 꿈에 젖어있었다.



하지만 그건 진짜 내 꿈일 뿐이었다. 나는 돈을 잃고 있으면서도 그 희망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잃었던 돈이 눈앞에 아른 거렸고, 여기서 포기한다면 그 돈들이 정말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아직 내 돈이야.”




“어디 갔다와?”


집으로 들어오니 엄마와 아버지께서 앉아 계셨다. 부부 싸움이라도 했는지 분위기가 좋지 않아 보였다.


“학원이요.”


“학원?”


“네.”



“어디 학원?”


“예? 공무원 학원이요.”


나는 스포츠 배팅을 하기 위해 원활한 돈의 공급이 필요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공무원 학원을 다니겠다며 학원비와 식비 그리고 용돈들을 받았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열심히 스포츠 배팅을 했다.


“내가 지금 학원에다 전화도 해봤는데. 네가 등록한 적도 없다고 하더라.”


아버지는 굉장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저기.. 그게..”



아버지의 표정을 봤을 때 이건 떠보는 게 아니었다. 확신에 가득 찬 표정.


확인해본 게 분명했다.


‘갑자기 왜.... 확인을 한 거지?’


이미 아버지가 확인 했다면 더 이상의 거짓말은 무의미 했다.


“죄송해요. 아버지. 사실 그 학원에 들어갈 성적이 안 돼서 다른 학원에 다녔어요.”


새로운 거짓말이다. 아마 이건 예상하시지 못하셨을 것이다. 내일 아침에 아무 공무원학원에 빠르게 가서 등록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흥. 그래?”


아버지는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너 학교는?”


“예?”



“학교. 대학교. 등록금 꼬박꼬박 받아간 그 대학교”


“지금 휴학..”


“너 제적 됐더라. 그리고 등록금을 받아가서 내지도 않았고.”



‘다 알고 있잖아..’


아버지는 이미 다 알고 계셨다.

더 이상 아버지를 속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사실.. 그때 빚 갚아주셨을 때 그때 이미..”


“이제 도박은 안하냐?”


“네.. 이제 안 해요. 저도 아버지한테 진 마음의 빚이랑 금전적인 빚 갚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 진짜냐?”


“예. 제가 그 동안 신뢰를 주지는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저를 믿으셔도 돼요.”


아버지가 옆에서 종이 뭉텅이를 드시더니 내 앞에 와서 내밀었다.


“이게 무..”


대출 연체 체납 독촉 이런 글들이 적혀있었다. 학원비와 생활비 용돈으로 받은 돈은 학생 치고는 꽤 많은 돈이었다.


하지만 배팅을 하기에는 부족했다. 조금만 하면 될 것 같고, 이번에 털어 넣으면 될 것 같아서 몇 번 박다보면 금방 돈은 녹아 없어졌다.


그래서 다시 대출에 손을 댔다. 이번에는 부모님께 걸리지 않기 위해 수신 주소를 친구 집으로 돌려놨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전달 받고 침대 밑에 숨겨 놨었는데 공무원 학원에 등록도 안 되어 있다는 걸 알고 내 방을 뒤져서 찾아내신 것 같았다.


거짓말을 해보려 했지만 더 이상 속일 거짓말이 없었다. 어떻게 최대한 피해를 줄여보려고 했지만 전부 까발려 졌다. 아버지는 불처럼 화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게...”


“나가라.”


“예?”


“아버지..”


“난 너 같은 아들 없으니까 가라.”


그렇게 말하며 아버지는 내 방문 앞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셨다. 그곳에는 이미 내 짐들이 쌓여 있었다.


“아버지..”


“저기요. 저는 그 쪽 같은 아들 둔 적 없습니다. 나가세요. 경찰 부르기 전에. 그 쪽한테 들어간 돈은 사기 당했다고 생각할 테니까 다시는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아.. 엄..”



두 분의 마음은 이미 확고했고, 더 이상 내가 돌릴 수 없어 보였다.


‘지금 당장 어디 나가서 자라고. 최소한 아침에는 보내줘야지.’


당장 나가라니. 막막했다. 아버지는 단호했기에 내일 나가겠다는 말은 씨알도 안 먹힐 소리였다.






‘이렇게 된 거 칼이라도 들고 돈이라도 받아내? 어떻게 귀금속이라도... 어차피 이제 남이면...’


방법이 보이지 않자 극단적인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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