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50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1.14 06:00
조회
89
추천
2
글자
12쪽

9화

DUMMY

생전 처음 보는 꼬마 아이가 아빠라고 불렀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꼬마가 부르는 건 나였다.


“아빠~”


꼬마 아이는 나를 향해 달려 왔다.


“아빠. 왜 안 들어가고 있어?”


“어? 어.. 비밀번호를 까먹었어.”


“아빠. 바보야? 비밀번호 이거잖아.”


꼬마아이는 비밀이야기라도 하듯이 목소리를 줄이고 말했다. 그리고는 주변을 살피고 손으로 가리며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리리리


열렸다. 드디어 문이 열렸다.


“아빠 뭐해? 안 들어오고?”


“어? 어.. 어..”


“아빠 비밀번호를 까먹으면 어떡해.”


꼬마아이는 입을 가리고 조용히 말했다.


“비밀번호 희원이 생일이잖아”


“응..”


“아빠 희원이 생일 까먹은 고야?”


“어? 아니.. 아니야..”


진짜였다. 딸이 있다는 이야기가.


당연히 거짓말인 줄 알았다. 나이도 어렸고, 휴대폰을 봤을 때 결혼을 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었다.


‘이혼 한 건가?’


“아빠 밥 먹었어?”


“어? 아.. 아니..”


“밥 안 먹고 다니면 어떻게 해?”


“어? 넌 먹었어?”


“당연히 먹었지.”


아.. 난 이미 편의점에서 배가 터지도록 많이 먹었다. 그런데 혹시 애가 안 먹었을 까봐 같이 먹으려고 먹지 않았다고 했다.


“어 그래.. 잘 했어.. 희원아.”


“아빠 빨리 밥 먹어. 배고프짜나.”


“어? 아니 괜찮아.”


“안 돼. 아빠 밥 안 먹어서 죽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빨리 밥 먹어야 돼. 안 그럼 희원이한테 혼나.”


“어? 어.. 좀만 있다가 먹을게. 아빠 배가 불러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꼬마 아이는 걱정 된다는 듯이 말했다.


“아빠 어디 아파?”


“아니.. 배가 불러서..”



“방금 전에 배고프다며. 근데 왜 배가 불러.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어? 아니야 그냥 갑자기 배가 불러서.”


“아빠 일로 와. 앉아봐.”


“어? 왜?”


“빨리!!”


꼬마 아이가 그렇게 말하자 약간은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아이는 어디에서 배웠는지 한 손은 자기 이마에 대고 한 손은 내 이마에 댔다.


“이상하당.. 안 뜨거운데..”


“아픈 거 아니야. 아 오기 전에 잠깐 뭐 먹었다. 그래서 배가 부르네. 그걸 깜빡했구나.”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밥을 안 먹었는데 배가 부를 리가 없단 말이야~”


머리가 복잡했다. 뜬금없이 딸이 생겼다. 죽었다가 개로 태어나고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 상황 자체가 복잡했다.


그런데 거기에 딸까지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혼자인 게 익숙했다. 새로 얻게 된 인생도 혼자 라이프를 즐기려고 하고 있었다.


“딸이라니..”


“왜? 아빠 딸 희원이 왜 찾아?”


“어? 아니.. 희원아 너 혹시 그거 알아?”


“뭐?”


“집이 전세야 자가야?”



“어? 전세!!!”



“전세야?”


“아니. 자가!!! 히히!!”


“뭐야..”



“아빠 나 같은 꼬마애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전세는 뭐고 자가가 뭐야?”


“어? 아.. 그냥 있어.”


“뭔데..”


“전세는 다른 사람 거고 자가는 내거야.”


“그럼 아빠는 희원이 자가야.”


“응?”


“아빠는 희원이 거야. 그리고 슈퍼에 있는 과자들은 전세야. 슈퍼 아저씨 거잖아.”


웃었다. 아이의 순수함에 웃음이 지어졌다. 집 안을 살폈다. 아이와 찍은 사진들은 벽에 걸려 있었지만 어디를 봐도 아이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혼.. 흔하지..’


나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아니 나 밖에 없었다. 집에서 쫓겨 난 뒤에는 나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내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다.


‘솔직히 부끄럽지는 않지. 나는 부끄러움도 모르는 동물처럼 살던 놈이니까.’



나는 책임감이란 걸 단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하.. 귀여운 것도 잠시 잠깐이지. 튈까? 전세라도 보증금은 있을 텐데. 월세여도 마찬가지고.’


나에게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짐이다. 아니, 나조차도 나에게는 짐이었다. 집을 뒤졌다. 컴퓨터와 TV 그리고 냉장고까지 그냥 평범한 집이었다.


책상부터 시작해 온 집안을 다 뒤졌다.



“아빠 뭐해?”


“어?”


“아빠 뭐 찾아?”


“아니야. 희원아 가서 TV 보고 싶은 거 봐.”


침대 매트리스도 들쳤다. 아무 것도 없었다.


“난 여기다가 중요한 거나 숨길 거 넣어놨었는데.. 그러다 아빠한테 독촉장 들켰고..”


온 집안을 다 뒤졌지만 돈이나 귀금속은 나오지 않았다.


“아.. 뭐야.. 비상금도 없어? 도둑이 된 것 같네..”


“도둑? 아빠 우리 집 도둑 들었어?”



“아니야.. 도동.. 동네에 사람이 없다고..”


“아~”


“애가 귀가 밝네.”



“희원이 원래 귀 좋아.”


“그래. TV 보던 거 계속 봐. 희원아.”


“응.”



도둑이 아니다. 이제 내가 이창훈으로 살아가게 됐으니 내 물건을 찾는 것뿐이다. 집을 뒤져서 계약서를 찾아냈다. 집은 자가는 아니고 전세였다.


‘다행이네. 월세였으면 돈 계속 나갈 뻔 했는데. 전세 보증금이... 5천만원?’



공돈이 생겼다. 5천만원이란 돈은 내가 살아생전에 한 번도 손에 넣어보지 못했던 돈이다.


500배 배당에 10만원을 태웠던 적은 있지만 그런 고배당이 맞을 리가 없었다.


‘그때 조급해서 500배에 10만원을 태웠지.’


재미있는 건 그런 고배당은 큰 맘 먹고 큰돈을 배팅하면 어김없이 빗나간다. 그래서 장난삼아 100원을 배팅하면 귀신 같이 맞아 들어간다.


“흐흐흐. 읍.”


‘오천 확보.’


기분이 좋았다.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통장도 발견 했지만 통장은 텅텅 비어있었다. 월급이 들어온 흔적은 없었다.


‘통장 정리를 안 한 건가?’


직업이 뭘까 궁금했다. 하지만 집을 뒤져서 직업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 집에는 별로 물건도 없었다. 일기도 당연히 없었고, 사소한 메모조차 없었다.


“희원아 재미있어?”


“응!! 아빠 짱 재미있어!! 아빠도 같이 와서 봐!!”


“희원아 아빠랑 게임할래?”


“게임? 음...”


아이는 고민을 하더니 TV를 껐다.


“응. 게임 하자!!”


“응.. 수수께끼 게임이라고 알아?”


“수수께끼 게임? 그게 뭐야?”


“응 아빠가 수수께끼를 내면 희원이가 맞히는 게임이야 한 개 맞힐 때마다 3점이야.”


“3점? 알았어! 희원이 할래! 아빠 빨리 문제 내봐!!”


“희원이의 생일은?”


“4월9일”



‘0409 비밀번호 확보.'


“희원이 3점 획득!!”


“와!!!! 아빠 빨리 또 내!!!!”


아무 것도 모르고, 꼬마는 수수께끼 게임에 빠졌다.


“희원아 아빠 직업은 뭐야?”


“아빠? 아빠 직업? 변호사~”


“뭐? 흐흐 뭐라고? 변호사?”


“응!! 변호사!!”


입이 찢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변호사라니. 내가 변호사라니.


‘고맙다 하늘아!!! 드디어 내 인생이 보상 받는 구나!!!’


양복을 입고 사람들이 우러러 보고 여자들도 좋아할 게 분명한 직업.


변. 호. 사.


사람들은 변호사라는 말을 들으면 주눅이 들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이 날 얼마나 우러러 볼까? 날 대단하게 보겠지!! 크하하하!! 변호사!! 변호사다!!’


“아빠!! 빨리 문제 내야지!! 왜 웃고만 있어!!”


“만세!!!! 만세!! 희원아!!! 만세다!!! 만세!!”


너무 좋아서 손을 번쩍 들고 춤을 췄다. 내가 춤을 추자 꼬마애도 웃으면서 같이 춤을 췄다.


“희원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먹고 싶은 거? 왜 아빠? 아빠 무슨 좋은 일 있어?”


“어? 희원이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아빠가 쏜다!!”


“피자!!! 희원이 피자 먹을래!!”


“더 비싼 거 먹어도 돼!!”


“피짜!! 피짜!!”



피자를 시켰다. 저가형이 아니라 유명 피자 체인점에서.



기분이었다. 근래 몇 년 동안 먹었던 식사 중에서 제일 비쌌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변호사라니 흐흐..’


잘 시간이 돼서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은 피곤한데 뇌는 쌩쌩했다.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 내일이 기대되었다.



‘변호사면 못해도 한 달에 500만원은 벌겠지?’


‘아니야 500만원이 뭐야 1000만원은 더 넘게 벌지. 크흐흐.’



“아빠 밤에 휘파람 불면 뱀 나와.”


“희원이 안 잤어? 미안~”


‘폈다!! 드디어 폈다. 내 인생!!!! 이제 밤에 하던 야간 노동일도 안녕이다! 라면도 이제는 안녕이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너무 흥분돼서 잠도 오지 않았다.



인생계획을 세웠다. 내가 살아생전에 단 한 번도 세워본 적 없었던 인생계획.



나는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다.


‘소개팅? 아니 맞선 봐야지. 크크. 변호산데. 듣기로는 직업이 좋은 남자들은 돈을 받고 맞선 자리에 나가기도 한다는데 크크크.’





‘내 인생에 연애는 없을 줄 알았는데. 변호사! 변호사!!! 크크크 그 다음에는 뭘 할까? 혼자서 전망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한 다음에 비싼 밥을 시켜 먹을까?’



침이 꿀꺽 삼켜졌다. 피자만 해도 이렇게 맛있는데 레스토랑의 고급식사가 얼마나 맛있을지 너무 기대됐다.


‘해외여행!! 나한테 이동은 노동이었지. 해외여행은커녕 국내 여행도 가본 적 없었으니까. 어디로 가지? 몰디브? 하와이? 뉴욕? 크크크’


생각만으로 너무 좋았다. 잠을 자야하는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되다보니 어느덧 창밖에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으!!! 날이 밝아 오네.”


기지개를 폈다. 눈이 졸리기는 했지만, 잠을 참기 위해 카페인을 때려 넣은 것처럼 뇌는 쌩쌩했다.


“뭐 어때!”


여유 있는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이란 생기가 넘치고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활력소다.


“아빠!”


“어 희원이 일어났어?”


“응.”


‘아침엔 뭘 해야 되지? 얘는 유치원 같은 데 안 가나?’


애를 키워 본적이 없어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 다행인 건 어제 봤을 때 이 꼬마 애는 아주 자립심이 뛰어난 애라서 알아서 척척 자기 할 일을 잘 해냈다. 응석을 부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애가 아니라 어른 같았다.


“아빠 나 다 씻었어.”


“어.. 그럼.. 음.. 맞다! 아침 밥. 밥 먹어야지.”



“밥? 아빠 나 어린이집에 가서 아침 먹잖아!”


“어? 아 맞다 그랬지.”


“아빠. 나 갖다 올게.”


“어디 가?”


“아 진짜! 아빠! 어린이집 가야지. 그럼 내가 어디를 가겠어! 슈퍼에 가겠어?”


“어.. 그래.. 희원아 원래 혼자가?”


“그럼?”


“어?! 아니야 잘 갖다와!”


“다녀오게쭙니다.”


꼬마는 혼자서 아침에 일어나서 후다닥 준비하더니 어린이집으로 가버렸다.


“그렇게 크게 짐은 아니네. 지가 알아서 혼자서 척척 잘하고..”



“그럼 이제 나도 출근 준비를 해볼까!!”


“어?! 어디로 출근해야 되지?”


직업은 들었는데 어디서 근무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아. 이 멍청이 물어봤어야 됐는데.”


“희원아!!!”


꼬마의 이름을 부르며 밖으로 뛰어 나갔지만 꼬마는 보이지는 않았다.


“하... 어디로 간지도 모르잖아. 차타고 갔나?”




“하루 쉬어야 하나? 어쩔 수 없지. 뭐 변호산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삐리리리


전화벨이 울렸다. 받을까 말까 고민했다. 타인의 전화는 함부로 받는 게 아니었다.


“이제 내가 이창훈이지.”


전화를 받았다.


“어. 이씨 왜 안 나와?”


“예?”


“왜 일 안 나오냐고.”


“아!!”


‘살았다. 개인 변호사가 아니구나. 선배나 동료..’


“누구시죠?”


그래도 혹시 싶어 한 번 물었다.


“나? 누구긴 소장이지. 나 소장이야.”


‘소장? 변호소장?’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6화 20.11.17 47 1 11쪽
15 15화 20.11.17 53 1 11쪽
14 14화 20.11.16 54 1 11쪽
13 13화 20.11.16 62 1 11쪽
12 12화 20.11.15 65 1 11쪽
11 11화 20.11.15 71 3 11쪽
10 10화 20.11.14 71 3 11쪽
» 9화 +1 20.11.14 90 2 12쪽
8 8화 20.11.13 105 2 12쪽
7 7화 20.11.13 115 3 12쪽
6 6화 20.11.12 135 2 11쪽
5 5화 20.11.12 162 4 12쪽
4 4화 +1 20.11.11 198 3 12쪽
3 3화 20.11.11 239 3 12쪽
2 2화 20.11.10 274 2 12쪽
1 1화 +2 20.11.10 387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