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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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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2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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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DUMMY

‘나쁜 새끼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그런 짓까지 할 생각을 하다니.’


그럴 마음은 없었지만, 그런 끔찍한 생각을 떠올렸다는 것 자체로 내 자신에게 혐오감이 들었다.


어떻게든 아버지를 설득하려 했지만 아버지는 단호했다. 정말 나를 자기 자식이 아닌 남처럼 대하고 계셨다.


“아버지.. 지금 제가 당장 어디로 가라고 최소한 집을 구할 시간 정도는 주세요. 제가 죽을 죄를 지은 건 사실이지만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발 집을 구할 시간만이라도 주세요.”



“죄송합니다. 그럴 수는 없겠네요. 주거침입으로 경찰 부르기 전에 제 발로 나가시죠?”



무작정 내 방으로 달렸다. 내 방에 들어가 방문을 걸어 잠글 생각이었다.


-덜컥덜컥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방문은 이미 잠겨있었다.


“예. 여보세요. 예. 경찰차 좀 보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예. 누가 저희 집에 들어와서 나가라는데 안 나가고 버티고 있네요.”



“아버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리고 그 빚도 제가 돈 벌어서 갚을게요.”


난 아버지에게 빌었다.


“본인 상환계획은 채권자에게 가서 하시고 일단 저희 집에서 나가주세요.”


아버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여전히 나를 남처럼 대했다. 이대로 나갈 수는 없었다.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는 게 어떤 건지 이제야 실감하게 되었다.


나는 그대로 마루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아버지는 말이 없으셨다. 눈을 감고 있어 당황하TU서 말이 없는지 확인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 버티고 조금 지나자 초인종소리가 들렸다.



“예 들어오세요.”


“예. 선생님 신고 받고 출동했습니다. 누가 침입을 하셨다고?”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말을 들어보니 진짜 경찰이었다. 단순히 나를 겁주기 위해 전화를 하는 척 했다고 여겼다. 설마 정말 경찰을 불렀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저기요 선생님. 일어나보세요. 선생님.”


경찰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눈도 뜨지 않았다.


“선생님. 자꾸 이러시면 저희는 선생님 연행 할 수밖에 없어요.”


“선생님 안 들리세요? 연행합니다.”


“김순경.”


연행된다는 소리가 나오자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선생님 왜 남에 집에 함부로 들어와서 누워 계세요? 술 드셨어요?”


“저희 집인데요?”


“예?”


“저희 집이고 저희 아버지랑 어머니인데요.”


경찰들은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아닙니다. 전 저런 아들 둔 적 없습니다. 내보내주세요. 연행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잘 곳이 없다고 하니 감옥에서 재우면 되겠네요.”


“그.. 우선 선생님 나가시죠.”


“저희 집입니다.”


경찰은 계속 나가자고 했고, 나도 단호하게 버텼다.


“예? 집주인이 누구세요?”


“접니다. 저 사람 내보내주세요.”



아버지 역시 단호했다.


“일단 나가시죠.”


“저희 집입니다. 저는 못나갑니다.”


나도 완강하게 버텼다. 지금 당장 내 수중에는 땡전 한 푼 없었다. 이대로 쫓겨났다가는 길바닥에서 노숙을 해야 했다.


“이거 집 명의가 누구 겁니까?”


경찰도 약간 화가 났는지 격양된 목소리로 물었고 아버지는 지체 없이 아버지 거라고 말했다.


“선생님. 진짜 연행합니다. 김순경 연행해.”


단순히 위협인지 아니면 진짜 나를 연행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내가 버틸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나가면 되잖아요.”


그렇게 나는 집에서 쫓겨났다. 경찰들은 아버지가 지금은 화나서 그런 거라고 금방 풀리실 거라고 나를 위로 했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혹시 경찰서 의자에서 하룻밤만 묵어도 되나요?”


용기를 내서 경찰에게 물었다.


“예? 선생님 파출소는 여관이 아닙니다.”


“잠깐 의자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만..”


“안됩니다.”


tv에서 술 취한 사람들을 의자에 재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 몇 번이나 불쌍하게 부탁했지만 경찰관들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경찰관들이 순찰차를 타고 떠났고 나는 혼자 길바닥 위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하.. 어딜 가냐..”


당장 갈 때가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걸었다. 걷다가 날이 밝기를 바랐지만 힘만 들고 졸음만 쏟아졌다.


시간을 봤는데 아직 1시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철 계단 밑에 대충 주워온 박스를 깔고 잠을 청했다.


“아.. 의자에 눕고 싶은데 다 잠겼냐. 치사하다.”


그날부터 나의 처절한 생존기가 시작됐다. 아직 신용이 살아 있을 때 알바를 구했다. 진짜 매일 공원 의자 지하철역을 전전하며 돈을 모았다.


겨울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며 노숙생활을 했다. 그렇게 조금씩 모은 돈으로 무보증 지하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빌린 빚을 갚을 길은 없었고, 내 신용은 전부 날아가 버리며 통장도 쓸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부터는 야간에 하는 일용직근무를 했다. 현금당일 지급이라는 메리트 때문에 그 일을 벗어날 수 없었다.


또한 야간 일의 좋은 점은 일 끝나고 눈을 뜨면 또 일 나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하루를 금방 쓰고 식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저녁에 잠을 자면 8시간 9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야간 일을 하고 잠을 자고 눈을 뜨면 기본 12시간은 지나있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갔다. 이렇게 돈을 모아도 빚을 갚을 길은 보이지 않았다. 개가 똥을 끊지 못하듯이 나는 스포츠 배팅을 끊지 못했다.



이게 내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동안 잃은 돈이 너무 많았기에 배팅을 그만 둘 수 없었다.


그렇다고 돈을 따지도 못했다. 간혹 따기는 했지만 잃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돈을 잃자 오히려 승부욕이 더 불타올랐고 배팅에 더욱 빠져들었다.


이제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태라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몇 번 꺾어지면 대출을 받고 더 태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돈도 없고 돈을 빌릴 수도 없었기에 꺾어진 채로 불안감을 느끼며 배팅을 마무리 해야만 했다.


왠지 이번에 태우면 먹을 거 같은데 배팅을 할 수 없게 되면 불안감과 함께 내 돈을 도둑맞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내가 가족에게 버림받고 볕 하나 들지 않는 쥐구멍에서 겨우겨우 끼니를 연명하며 살게 된 경위이다.


“하.,. 그때 학원비를 비싸게 불러서 돈 좀 저금이라도 해놓을 걸.”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예전에는 배팅을 하고 경기를 보면 스릴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스릴감도 느껴지지 않고 시간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야간일 끝나고 집에 오면서 사이트에 들어가 대충 찍기 신공으로 베팅을 한다. 그리고 잠을 잔다.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와이파이를 잡고 손을 쪼며 경기 결과를 확인한다.


“하.. 이씨. 또 안 됐네. 이거 떴으면 한 방에 300인데.”



배당이 좋았기 때문에 정말 기대를 많이 했었다. 눈을 뜨고 휴대폰으로 와이파이를 잡는 순간까지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역시로 끝났다.


“그럼 그렇지..”


“아.. 오늘은 일도 없는데..”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일이 없는 날. 어떻게든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져 당일 단기 자리라도 해보려고 하지만 경쟁률이 치열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아.. 오늘 못 하면 배팅할 돈이 없는데..”


일만 있다면 쉬는 날도 없이 일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처럼 일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니다.


“아..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버텨야...”


방구석에 있는 비닐봉지를 살짝 발로 찼다. 비닐봉지는 조금 뜨더니 천천히 살랑 거리며 내려왔다.


“아.. 밥도 다 먹었네..”


동네 근처에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 동네에는 그런 것도 없다. 인터넷을 쳐서 알아본 곳들은 걸어서 갈만한 곳이 아니었다.


왕복차비로 라면이나 즉석 밥을 사먹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일요일이면 교회에 가서 잔치국수라도 먹고 오는데..”


배팅할 돈도 없으면서 사이트를 뒤져 배당을 확인했다.


“아.. 돈만 있었으면 이거는 넣으면 무조건 먹는 팟인데. 아 진짜.. 돈만 있었으면 싹인데.”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꼭 이상하게 돈이 없을 때 가라 배팅으로 한 건 기가 막히게 적중했다.



“에라이~ 라면이나 먹자.”



라면을 끓여야 하는 데 고민이 됐다. 식은 밥이라도 있으면 남은 국물로 죽을 끓여 먹던 볶음밥을 해먹던 할 텐데 지금 밥이 없었다. 그리고 또 언제 다시 일이 잡힐 거라는 기약이 없었다.


“평소처럼 일이 다시 잡히면 되는데.. 그게 안 되면 까딱 잘못했다가는 이게 마지막 식량인데..”


라면을 반씩 끓여 먹을지 아니면 하나로 오늘 하루를 견딜지 심히 고민이 됐다.


“국물은 남겼다가. 나중에 죽이랑 볶음밥 먹을 때 쓰자. 두 번 끓이면 라면국물 쫄으니까 한 번에 한 개 먹고 참자.”



라면 물을 올렸다. 물이 끓는 사이 배팅 사이트를 봤다. 돈이 없어서 걸 수 없을 때 이상하게 더 배팅 사이트에 들어가게 된다.


“아 왜 이렇게 피곤하지?”


어제 배당이 너무 좋아 가슴이 뛰어 바로 잠들지 않고 조금 늦게 잤더니 피곤이 몰려 왔다. 배팅 사이트를 보면서도 눈이 감겼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의식이 끊어졌다.


“큽.”


숨이 막혔다. 눈을 떴을 때 하얀 연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 맞다. 라면 끓이다가 잠들었지.’


“어때?”


“사망했습니다.”


“사인은?”


“질식사인 것 같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집에서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들릴 리 없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꿈인가?’


‘꿈이면 빨리 깨서 라면 불 꺼야 되는데.’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 졌다.


‘잠에서 깨야 되는 데 왜 안 깨는 거야? 빨리 버너 꺼야 되는데.’


그리고 다시 시야가 밝아 졌다.


‘휴 다행이다. 어? 시야가 왜?’


내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래에는 구급 대원들이 사람을 들것에 싫었다. 자세히 들것에 실려 있는 사람을 살폈다.


의식이 없어 보이는 그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리고 곧 죽은 사람에게 그러하듯이 하얀 천을 얼굴까지 전부 덮어버렸다.


‘죽었어.. 내가 죽었어..’


이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죽은 것이다.


‘이게 뭐야.. 이럴 줄 알았으면 고민하지 말고 남은 라면이라도 다 끓여 먹을 걸.’


‘도망치자. 어떻게 해서든 도망치자’


나는 미친 듯이 도망쳤다. 공중에 뜬 채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움직였다. 하지만 얼마 안가 다시 내 시야에는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라면을 다 먹지 못한 게 너무 후회가 됐다.


‘어떻게 되는 거지? 이대로 어둠 속에 갇히는 건가? 죽었는데 왜 생각은 할 수 있는 거지?’


어둠은 끝이 없이 계속 되었다. 내가 얼마나 어둠속에 갇혀 있었는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이게 죽는 거구나. 아무 것도 없네. 느낄 수도 없고.....’



어둠에 갇혀 있는 시간이 지속되자 이 어둠은 끝이 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던 찰나에 조금씩 무언가 식별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시각의 자유가 사라진 어둠이었다면 지금은 빛의 차단으로 인한 어둠으로 보였다. 그리고 조금씩 시야가 차기 시작했다.


‘동굴 동굴인가?’


“크르르릉 퀑퀑퀑!! 퀑퀑퀑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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