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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45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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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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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7화

DUMMY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은 컴컴한 동굴이 아니었다.


지구.

내가 인간일 때 살았던 그 지구였다.


“뭐야!! 말도 나오고!!”


빨간 빛이 칼을 든 놈을 덮치고 그 놈은 사라졌다. 나 또한 이상한 세계.. 아니 내가 원래 살았던 세계로 돌아 왔다.


“다시 살아 난 건가?”


‘아니면 꿈이었나? 그래. 갑자기 이상하다 했어.’


“몸은 한 개에 머리가 세 개 달린 개로 다시 태어난다니 말이 안 되잖아.”


진짜 지겹고 긴 꿈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생전 처음 보는 곳이었다. 그동안 너무 일을 많이 해서 내 정신은 스위치를 껐다. 그리고 나는 그 개에 갇혔으며 무의식이 내 몸을 조종했다고 생각했다. 그게 편했다.




“이건 무슨 돈이냐?”


주머니를 뒤지니 5만원 2장이랑 천원 몇 장이 있었다. 내 무의식이 일용직 일을 하고 대충 주머니에 찔러 넣어 놨다고 생각했다. 개였을 때는 졸림도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는데 인간이 되니 피곤했다. 꿈이었으니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졸음이 쏟아졌다.


“아 못 견디겠네.”


대충 사람들에게 물어 역을 찾았다. 주머니에 돈이 넉넉히 있었지만 택시를 타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택시를 탄 적이 없다. 이렇게 교통이 잘돼있는 나라에서 비싼 돈 주고 택시를 타는 건 낭비이다.


“그 돈으로 배팅을 하지.”



역 안에서 꾸벅 꾸벅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우리 집 근처 역에 도착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이 왠지 새롭게 느껴졌다.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



그것도 잠시였다. 졸음이 그런 감정들을 밀어내고 집어 삼켜버렸다.


졸다 걷기를 반복하며 집 앞에 도착했다.


“킁킁. 이 지하 특유의 곰팡이 냄새는 여전하구나.”


집 문을 돌렸다. 잠겨 있었다. 문 앞에 놓여 있는 신발 안에서 열쇠를 꺼냈고 열쇠를 돌렸다. 그래도 열리지 않았다. 발로 문의 아래 부분을 몇 번 찼다. 덜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여전해~”


문 앞에 버려져 있는 신발 안이 내 열쇠를 놓는 보관 장소이다. 처음 계약 했을 때부터 신발이 있었다. 주인도 거기서 꺼내서 방을 보여줬었다. 그 후로 나도 별 생각 없이 열쇠를 거기에다 보관했다.



집 앞에 버려진 허름한 신발은 딱 보기에도 이상해 보인다. 누가 봐도 ‘신발 안에 열쇠가 있습니다.’ 라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집안에 훔쳐 갈 거라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항상 외출할 때는 라면을 숨겨 놓고 갔었다.


“오랜만이다~”


반갑게 인사를 한 번 해주고 늘 그랬던 것처럼 바닥에 누웠다. 그리고 곧바로 잠에 들었다. 자면서도 내가 코고는 소리가 느껴졌다. 잠에 빠진 채로 내가 코고는 소리가 들릴 때는 엄청 피곤하다는 뜻이다.


“어? 뭐야! 저기요! 저기요!”


나를 깨운 건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대충 꿈이겠거니 하고 무시하고 잠을 잤다. 계속해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꿈 참 고약하네.’ 라고 생각했다.


계속 부르니 잠이 깼지만 일어나기 귀찮았다. 원래 나는 항상 잠에서 깨면 바로 일어난 적이 없었다. 빨라도 30분은 그 자리에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저기요!! 누구세요!!!”


‘아 꿈이 왜이래? 밖에서 누가 사람을 부르는 건가?’


방음이 안됐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리는 꼭 내 옆에서 나를 불러 깨우는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신경도 안 썼다. 그러자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나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뭐야!!”


“으헉!!”


갑자기 누가 내 몸을 흔들어 깨우면서 말을 하자 나도 놀랐고, 내가 놀라자 그 아저씨도 엉덩이를 바닥에 찧을 정도로 놀란듯 보였다.


“뭐야.. 누구세요? 여기 털 거 하나도 없어요! 저 그지에요!!”


“예? 무슨 소리 하세요 지금?”


“도.. 도둑 아니세요?”


“예?”


“혹시 강도님?”


“뭔.. 나 여기 사는 사람이야.”



“예?”



‘아.. 술 취한 사람 아니면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인가 보네. 어휴...’


간혹 가다 술 먹고 들어와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있었다. 싼 집에 사는 사람의 비애였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아.. 예. 일단 나가시죠.”


“어딜 나가? 여기가 내 집인데.”


“예. 알았으니까 일단 나가시자고요.”


“뭐? 네가 나가야지.”


가까이 다가섰을 때 술 냄새는 나지 않았다. 술 취한 사람이 아니라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



‘하.. 이거 진짜. 재수 옴 붙었네.’


“예. 아저씨 일단 나가서 한 번 아저씨 집을 찾아보시죠.”


“여기가 내 집인데 어딜 나가?”


“하.. 진짜. 아저씨 여기 제 집인데.. 하.. 말해서 뭐 하냐 알아듣지도 못할 거.”




“이거 술 냄새도 안 나고, 딱 보니까 정신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인데. 하 진짜. 내가 빨리 돈 벌어서 이사를 가던가 해야지.. 후~”


그 아저씨는 나랑 비슷한 소리를 했다.


“예?”


그 아저씨의 소리를 듣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펴봤다. 아까 들어 올 때는 너무 피곤해 바로 바닥에 누워 잠이 들어 몰랐지만 내가 살던 때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이불도 내가 주워온 이불과는 달랐고 TV도 있었다.



“TV? 난 TV를 가져다 놓은 적이 없는데?”


“아.. 당연히 없겠지. 내가 갖다 놨으니까.”


“예? 왜 남에 집에 TV를?”


“어휴!!!”


아저씨는 답답하다는 듯이 손으로 자기머리를 마구 비볐다.


“멀 왜야!! 내가 내 집이니까 TV를 보려고!! 어? 갖다 놨지!!!”


“그럴 리가.. 없는.. 없는데..”


“뭘 그럴 리가 없어!! 아 별 진짜!! 이씨!!”



아저씨를 밀치고 방 곳곳을 살폈다. 분명 내가 살던 곳은 맞았으나 세세한 디테일은 달랐다.


“뭐? 뭘 보는 거야? 내 집이라고. 아니 내가 월세내고 사는 집이라고!!”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긴. 네가 남에 집에 들어와서 쳐 자빠져 잔거지. 어휴.. 이거 무슨 연례행사도 아니고 빨리 돈 벌어서 이사를 가던가 해야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혼이 빠져 나간채로 나지막히 말했다.


“내가 살던 집이지만 내가 살던 집이 아니라고?”


그 아저씨는 분통이 터지는지 한숨을 푹 쉬고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더니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난 냉장고가 없었는데..”


“후.. 아~ 그러시군요. 당연하죠. 네 집이 아니니까요.”


“어?!”


거울이 보였다. 나는 거울 같은 건 없었다. 그런데 얼핏 지나가는 거울에 비친 사람은 나여야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나는 거울로 뛰어갔고 양 손으로 거울을 잡았다. 그 안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다.


“뭐야!!! 내가 아니잖아. 이건 누구야?”



그 아저씨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분통에 차곡차곡 쌓였던 화를 터트렸다.



“와 진짜 돌아버리겠네!! 거울 속에 비치는 사람이 네가 아니면 누군데? 나냐!!!! 왜 나한테 와서 그래!! 안 그래도 힘든 일 하고 와서 힘들어 죽겠는데!! 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거울을 붙잡고 한참을 쳐다봤다. 분명 내가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거울을 자주 안 본다고 해도 자기의 얼굴을 까먹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이상하게 낯이 익는데..”


“이런 씨.. 당연히 네 얼굴이니까 낯이 익겠지!!!!! 아이고 혈압이야..”



“아니야. 내가 아닌 건 분명해.”


누군지 기억이 날듯 말듯 했는데 결국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는 얼굴인 건 분명한데..”


“와!! 야!!! 나가!!! 그 거울 줄 테니까 누군지 찾아보던 생각을 해보던 네 마음대로 하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더 이상 좋게 타이르고 말하는 것도 안 되겠다고!!! 나가!!!! 경찰 부르기 전에 나가라고!!!”


그 아저씨는 내 뒤에서 나를 떠밀었다. 아저씨는 내 등을 밀며 밖으로 내쫓았다. 나는 네모난 사각거울을 들고 쫓겨났다.


손에 거울을 들고 주변을 살폈다. 손도 꼬집어보고 손에 침도 뱉어봤다. 꿈이 아니었다.


“그래도 잠은 푹 자서 다행이네.”


동네 골목 가운데에 서서 손에 네모난 거울을 들고 거울을 보고 있으니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인 줄 알고 한참 멀리 떨어져서 나를 지나쳤다.


“아.. 분명히 낯이 익는데..”


분명히 낯이 익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을 떠올리려고 했는데 배에서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쳤기에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 알바들이 늘 그렇듯 손님이 들어왔는데도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야! 손님 들어오는데 인사도 안하냐?”


내 입에서 튀어나온 소리였다. 나는 평소 남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냥 귀찮다. 만사를 다 귀찮게 여기는 사람이다.


단순히 소심한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평소 같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신경도 안 썼거나 속으로 불만을 삼켰을 텐데 입에서 속에 있던 마음이 밖으로 튀어 나왔다.


“아. 안녕하세요.”


편의점 알바생은 귀찮다는 듯이 인사를 했다. 아마 진상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못해 인사를 했을 것이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니까 정말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일단 배가 고팠기에 컵라면 쪽으로 갔다. 역시 편의점 컵라면은 비쌌다. 2+1을 사야 겨우 마트보다 조금 더 비싸게 산 수준이 되었다. 라면을 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아 마트에서 사서 은행이나 구청 정수기 뜨거운 물로 받아먹을까?’


라면 하나로 고민하다보니 내가 죽었던 순간이 생각났다.


“꿈이 아니라 환생!”


죽었던 게 꿈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으로 환생했다고 생각하면 아귀가 딱딱 들어맞았다. 얼굴이 바뀐 것도, 내 집이 내 집이 아닌 것도 그렇게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갔다.


“아 그러네.”


알바생은 한번 쓱 하고 보더니 그냥 건들지 말자고 생각했는지 다시 휴대폰에 열중했다.


‘그래 죽기 전에 라면하나로 그 개고생을 했는데 이번엔 마음껏 먹자. 얼마 한다고.’


주머니에 돈도 있겠다싶어 가격도 보지 않고 제일 맛있어 보이는 라면과 편의점 삼각 김밥, 그리고 유산균 요구르트 우유까지 골랐다.


“갑부 세트네. 그래 죽으면 다 꽝인데. 먹자. 또 죽은 다음에 라면 하나 더 안 먹은 게 한으로 남으면 쪽팔리니까.”


양껏 샀다. 환생하기 전이었다면 꿈도 못 꿀 음식들이었다. 환생 전이었다면 아예 편의점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편의점은 모든 게 다 비싸기 때문에 나는 절대 편의점에서 단 한 번도 물건을 산 적이 없었다. 아무리 급해도 편의점에는 들어오지도 않는 나였지만, 한 번 죽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먹고 죽자. 먹고 죽은 놈이 때깔도 좋으니까. 푼돈 아끼지 말고 진수성찬 제대로 즐겨보자!.”


-삑


삑삑 하고 물건 바코드를 찍으며 계산을 하던 알바생은 이상하게 한 번 쳐다보고는 마저 계산을 했다.


편의점 안쪽 작게 마련된 매대로 가서 음식들을 풀어놓았다. 그리고 라면 물을 받으러 가는 찰나에 편의점 알바생이 나를 불렀다.


“저기요. 이거 놓고 가셨는데요?”


내가 손에 들고 있던 거울이었다.


“아. 예.”


알바생에게 거울을 받아들고 가려던 찰나에 거울 속에 비치는 사람과 내가 개였던 시절이 오버랩 됐다.


“아!!! 애원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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