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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46
추천수 :
49
글자수 :
231,898

작성
20.11.15 06:00
조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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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11화

DUMMY

내가 그리 많이 배우지 않았지만 A형 2명이 만나면 B형이 나올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올빼미라고 하나? 아니 뻐꾸기였나?”



해방이다. 이제 저 꼬마 아이에게서는 해방이다.


“전세 보증금 5천 그걸 월세로 돌리고 장사라도 할까?”



스멀스멀 배팅 본능이 올라왔다.


“그건 안 돼.. 그건 그렇고 자기 딸도 아닌데 자기 딸로 키우고 있었네. 순진한 건가?”


순진한 게 아니다. 멍청한 거다.


아무튼 나는 한 시름 덜었다. 졸지에 내 애도 아닌 애를 떠 않을 뻔 했다.


대학을 졸업까지 시키려면 20년은 더 남았는데 지금이라도 털어버릴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하마터면 내 딸도 아닌데 내가 20년 넘게 키울 뻔 했네. 이창훈 시즌 2 찍을 뻔했어. 아니지.. 나는 그렇게 순진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지.”


마음이 편안했다. 비록 저 애가 나를 귀찮게 하거나 손이 많이 가는 애는 아니었지만 저애로 하여금 내가 책임감을 갖는 것도,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도 싫었다.


“아.. 어디로 보내지?”


애를 그냥 밖에다 내다 버릴 수는 없다. 애 엄마로 추정되는 사람은 외국에 있었다.


“고아원?”


그래. 고아원이라면.


변호사는 전문가다. 법률적인 사건을 대신 맡아서 처리해주는 전문가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다.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있듯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고 싶다면 정말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위임해야 한다,


고아원은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 단체다. 부모가 없거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요새는 많이 좋아져서 오히려 집보다 더 좋을 거야. 그리고 그게 애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또 속은 진짜 이창훈에게도 좋은 일이야.”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 됐다. 애를 고아원에 보내고 집 보증금을 빼서 더 작은 곳으로 이사를 가면 이제 끝이다.


“남은 돈으로 일안하고 놀고먹을까? 눈 딱 감고 배팅을 해?”


“아니지. 예전처럼 다시 그렇게 쓰레기처럼 살 수는 없지.”


예전 생각을 하니 나는 어떻게 됐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과거로 온 건가 미래로 온 건가 그것도 궁금했다.


나는 죽기 전에 달력을 보고 사는 인간이 아니었다. 일이 있으면 나가서 일하고 돈 받은 다음에 배팅을 했다. 그리고 배고프면 잤다.


그냥 동물이었다. 동물에게 날짜와 시간이란 의미가 없듯이 나는 내가 언제 죽었는지조차 모른다.


심지어 내가 몇 년도에 죽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그런 건 의미가 없었다. 내 머리의 공간을 차지하는 쓸데없는 데이터일 뿐이었다.


내 예전 휴대폰 번호를 눌렀다. 문득 혹시 내가 받으면 어떻게 하냐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세상에 내가 2명이 존재하다니.

한명이 죽게 되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었다.


통화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버튼을 눌렀다. 가슴이 터질듯이 뛰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없는 번호라고 했다.


“이미 죽어서 해지 됐나?”


혹시 내가 받을까봐 무서웠던 마음은 사라졌다. 그리고 내가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받으면 과거라는 소리인데. 그럼 내가 배팅을 조금 알려주면..”


“잠깐만!!!”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높은 배당의 경기만큼은 꼭 챙겼기에 그런 경기들을 꽤나 많이 알고 있었다. 우리 둘은 좋은 콤비가 되어 돈을 쓸어 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이 아니라 결국 내가 둘이잖아.”


좋았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니.. 잠깐만?”


문득 굳이 손을 잡지 않더라도 나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충분했다.


배팅 사이트를 켜서 지난 경기들을 보았다.


“이런 젠장할!!”


이미 다 지난 경기들이었다.


“개뿔. 그러면 그렇지.”


과거로 왔다면 좋을 뻔 했는데 아쉬웠다. 이제 왜 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지 이해가 됐다.


“아니.. 어쩌면 새로운 세상일지도.. 내가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가 된 다른 차원의 세계일지도 몰라..”


집으로 전화를 했다. 나도 내가 왜 집으로 했는지 모른다.


-띠리리리


신호음이 울렸다.


“여보세요?”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엄마..


엄마였다.


“여보세요?”



“예.”


“누구세요?”


“예..그.. 혹시 진영이 있나요?”


혹시 알아챌까 목소리를 일부러 굵게 냈다.


“하..”


한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침묵이 이어졌다.


내가 죽었기 때문에 엄마가 슬퍼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하.. 독촉 때문에 전화하셨죠? 진영이 죽었습니다. 그냥 외면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죽었습니다.”


“예?”


“죽었다구요!! 도대체 그 자식이 얼마나 빚을 졌는지 모르겠는데요!! 우리 연 끊고 산지 몇 년이나 지났습니다.”


“그”


“그런데 그 자식 죽고 나서 매일 같이 빚 갚으라는 독촉 전화 오는 기분을 당신이 아세요? 한정상속이고 상속포기고 설명을 해줘도 그런 건 전혀 관심도 없이 오로지 돈 받아내겠다고 매일같이 오는 독촉 전화 받는 기분을 아시냐고요!!!”


“저는.”


“없어요. 죽었다고요!! 우리 좀 그만 괴롭히세요!! 그런 자식 모르는 자식이라고요!!! 죽어서까지 사람을 괴롭히고 흑..”


충격이었다. 내가 진짜 죽었다는 사실보다 엄마에게 직접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충격이었다.


천천히 전화를 끊었다.


엄마가 눈물을 흘리는 게 내가 죽었다는 슬픔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에 멍하니 벽만 바라봤다.



“그래 잘 됐어. 이건 혼자서 새 출발하라는 신호야. 나는 어차피 혼자야. 진작부터 혼자였으니까. 슬퍼할 것도 없어.”


이제 나는 진정 다시 태어났다. 인터넷을 켜서 고아원을 알아봤다. 전화를 해보기에는 날이 너무 늦었기에 고아원의 번호만 적었다.


“지금 내가 차가 없으니까 가까운 곳이 좋겠지?”



처음 집에서 쫓겨나던 날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버지는 나를 남처럼 대하고 내 쫓았지만 엄마의 속마음은 다를 거라 생각했다.


“한 통속이었네. 그때 안 말린 게 다 이유가 있었어.”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엄마라는 내가 돌아갈 공간은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엄마는 나를 내 쫓는 데 동의하지 않지만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럴 거라고 믿고 있었다.



“아니야. 차라리 잘 된 거야. 속이 후련하다. 이제 미련 하나도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물이 흘렀다. 세상에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이렇게 슬픈 건지 몰랐다.


“아빠 빨리 자야띠!!!”


“알았어. 희원이도 방에 들어가서 자.”


“아빠가 시끄러워서 자다가 깼오.”


“그래. 미안해. 이제 희원이 방에 가서 자.”


“응.”


희원이가 안방을 나서려고 할 때 희원이를 불러 세웠다.


“희원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먹고 싶은 거? 피자 먹었잖아. 아빠 빨리 돈 모아야지.”


“아빠가 사주고 아니야. 일단 오늘은 먼저 자. 잘자 희원아.”


“응. 아빠도 잘자.”


희원이는 방문을 닫고 자기 방으로 갔다. 고아원 보내기 전에 먹고 싶은 거라도 실컷 먹이자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일 이야기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이제 나는 진짜 혼자다.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 잘 된 거야. 차라리 잘된 거야. 어차피 난 혼자였어.”


눈물을 흘리면서 했던 말을 반복했다. 눈물을 흘리고 나자 몸에 힘이 빠졌다.




“살려야 돼!”


“우리 딸 살려야 돼!!”


“또 너냐?”


“제발.. 우리 딸 살려줘!! 이렇게 부탁할게!!!”


“아..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지..”


“제발!!! 제발 살려줘!! ”


이창훈은 아주 애절하고 처절하게 말했다.


“아니 말 좀 들어봐..내가 조금 알아 봤거든? 그런데 희원이가 네 딸이 아니더라고.”



어느 새 아침이었다. 오늘은 원래 이창훈의 꿈을 꿨지만 식은땀으로 몸이 젖어 있지는 않았다.


“예. 고아원이죠? 예 다른 게 아니라 애를 좀 맡기려고요?”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굉장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예? 유기죄요? 무슨 유기죄요? 제 애를 제가 안 키우고 버리면 유기죄요? 아니요. 고아원에 맡기겠다고요.”


상대는 아주 귀찮다는 듯이 말하며 법을 들먹이며 나를 협박했다.


‘이게 어디서. 얼마 전 까지 변호사였는데..’


“아니 보육원이건 고아원이건 관심 없고요. 제 친 자식이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말을 왜 그렇게 하세요? 예. 일단 한 번 오라고요? 예.”


몇 군데 더 전화를 돌렸다. TV에서 보던 것과 다르게 애를 함부로 고아원에 버릴 수는 없어 보였다. 내 사정을 설명하면 어떻게든 애를 고아원에 맡길 수는 있어 보였다.



“이게 모두를 위해서 좋은 길이야. 원래 이창훈아 잘 생각해봐라. 스포츠 배팅이나 하던 내가 애를 잘 키울 수 있을 지.”


나는 하늘을 보고 말했다.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그러니까 이제 꿈에 나타나지 마라.”




막노동을 나가지 않은지 꽤 됐다. 집에 쌀도 있었고 희원이도 반찬 투정을 하지도 않아서 딱히 돈 쓸 일이 없었다.


그리고 할 일도 많았고, 생각할 것도 많았기에 나가지 않았다.


사실 너무 힘들었다.



-삑삑삑삐 띠리리~


“아빠! 희원이 왔어!!”


“어 희원이 왔어? 희원아 먹고 싶은 거 말해봐. 아빠가 사줄게.”


“아빠 무슨 일 있어?”


희원이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왜?”


“아니.. 아빠가 요새.. 일도 안 나가고 희원이 맛있는 거 사준다니까.. 이상하잖아.”


“일은 희원이 없을 때 금방 갔다 왔고, 맛있는 거는 아빠가 먹고 싶어서 그래. 희원이 뭐 먹고 싶어?”


희원이는 고민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음.. 치킨!!”


“치킨? 알았어!”


오랜 만에 치킨이었다. 집에서 독립하고 단 한 번도 먹지 못했던 치킨이었다. 매일을 라면으로 때웠다. 치킨을 시켜먹을 바에는 그 돈으로 배팅을 하던 나였다.


사형수에게도 마지막 날에는 먹고 싶은 걸 먹인다. 그렇다고 고아원이 죽으러 가는 곳은 아니다. 그냥 마지막 대접 같은 거라도 해주고 싶었다.


“이제 각자 새 인생을 사는 거다.”




“우리 딸 살려줘!!!!”



“네가 말한 건 네 딸을 살려달라는 거잖아? 근데 네 딸이 아니더라니까.”


“우리 희원이.. 죽어. 불이 나서 죽는다고!!!”


“네 소원은 네 딸을 살려달라는 거였잖아. 그럼 소원이 들어진 거 아니야? 뭐 죽는다고?”


“우리 희원이 4월 9일 생일날.. 생일 케이크가 엎어져서 불이 나서 죽는 단 말이야!!!! 안 돼!!!”


내가 소원이 들어진 거 아니냐는 말을 함과 동시에 진짜 이창훈의 몸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사라지면서도 그는 절규하며 말했다.


“크르렁 컁컁컁!!! 퀑퀑퀑!!!! 컹컹컹컹!!!”


“콰켱켱켱!!! 쾅켱켱켱!!!!”


“컹췅췅콰오캉 쾅쾅쾅!!!”


말을 뱉었다. 그런데 말이 아니라 개 짖는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조건 반사처럼 다른 놈들이 짖어댔다.


익숙한 소리였다.


그리고 익숙한 공간이었다.


그랬다. 여긴 다시 그 동굴 안이었다. 나는 또 켈배로스에 갇혔다.


‘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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