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6.29 18:1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549,733
추천수 :
31,050
글자수 :
2,281,455

작성
23.12.30 18:10
조회
2,998
추천
77
글자
16쪽

내기(4)

DUMMY

※※※



공동파(崆峒派).


그 역사가 턱없이 오래된 명문거파이다. 백연의 시대에도, 그 이전, 천마와 삼봉이 거닐고 천하의 정점에 대명(大明)이 아닌 원(元)의 기치가 높이 걸려 휘날리던 그 시대 이전에도. 공동파는 존재했다고.


곤륜과도 달랐다. 그 위치가 신강과 북경의 중심에 있어 중원보단 새외에 가까운 곤륜과 달리, 감숙의 공동은 언제나 중원 무림의 서쪽을 수호하는 벽이었다.


항시 사마외도를 압제해야 하는 형국이다. 때문에 그들의 검은 도인의 검이 아니었다. 도문을 표방하나, 그 누구보다 사마외도의 살검(殺劍)에 익숙한 자들.


때문의 그들의 검은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었다.


복마(伏魔).


마를 굴종시켜 압제한다.


정도(正道)를 비껴나간 이들에게 한없이 무자비한 공동파의 검. 그 위명과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기세와 파괴력의 검격이다. 무거우나 무겁지 않은데, 상대를 짓이겨 죽여버리겠다는 살기가 치덕한 검격이었다. 백연 또한 검귀의 생에서 상대해본 적이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지금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검격은 그가 알고 있던 복마검법과도 달랐다.


당대 장문인인 현천검제(玄天劍帝)가 문파의 검법에 새로운 갈래를 피워냈다고 했다. 그의 별호인 현천(玄天)이 상징하는 바라고.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이제는 이해할 듯 했다.


‘검법 구결에 색(色)이 깃들었다.’


바로 지금.


눈앞에서 현월검룡 연화가 그어내는 검로가 그러했다. 허공이 무형의 도화지라도 되는 양. 검을 묵필(墨筆)삼아 그어낸다. 내공 호흡에만 먹을 뿌려낸 것 같은 검은 기운이 깃든 것이 아니었다. 검끝에 매달린 묵직한 기운. 삽시간에 연화의 검신 전체를 물들이며 검로에 묻어난다.


그 형태와 무게감, 내공을 물들이며 덧칠되는 자태까지 전부.


무언가를 연상시킨다. 자연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마기(魔氣)와 같아.’


내공 기파에 실재하는 색을 부여하는 무공은 거의 없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붉은 혈기를 뿌리고 다니는 혈공(血功)과 끈적한 검은 기운을 방출하는 마공(魔功).


한순간이나마 백연이 미간을 찌푸린 이유였다. 그러나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마기와 비슷한 형태이나 달랐다. 맑고, 거칠며, 사납고 동시에 부드러운 기파가 연이어 허공을 점한다. 짙고 음습한 마기와는 전혀 다르다. 마치 천하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기운을 묶어 하나의 호흡으로 갈음하면 이러할까.


‘이게 공동파 혼원일기공(混元一氣功)의 내공 진기인가.’


다채로운 기운이 하나로 엮여 검정을 이룬 듯 했다. 인상적이었다. 백연은 정신을 집중한채로 허공에 떠도는 기파를 기억속에 새겨두었다. 이 또한 하나의 뿌리이자 영감으로 다가와 새로운 무공의 씨앗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때 이미 연화의 검은 허공을 가르는 중이었다.


검신 전체를 휘감은 흑색 기운이 대기를 덧칠하듯 채워나간다. 그녀가 검을 뻗어내는대로 허공의 넓은 면에 통째로 색이 깃들었다.


‘저것이 초월자의 손에서 펼쳐진다면?’


찰나지간 백연은 머릿속에서 상상해냈다. 하늘 전체를 묵빛으로 뒤덮는 검격을.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아직 유망한 후기지수. 그녀의 검격은 아직 바위 앞의 일장(一丈) 정도를 검게 물들였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카가가각!


이전과는 명백히 달랐다. 수없이 많은 무인들이 내리쳤지만 그다지 흠집도 나지 않았던 거대한 바윗덩이의 표면에, 검은 기파를 휘감은 검신이 그대로 틀어박혔다.


한순간 거친 기세로 바위를 뚫고 들어간 검격은 검신 전체가 바위속으로 파고들고 나서야 전진하기를 멈췄다. 그러나 연화의 초식은 그대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연화의 숨결이 흩어져나왔다. 찰나지간 그녀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검을 뽑아 다시 내리쳤다. 두 검격 사이의 간합이 거의 없었다. 안법이 미진한 자가 보았다면 검을 두번 내리친 것이 아니라, 한번만 휘두른 것으로 보일 지경. 흑색으로 물든 기파가 더없이 무거워 보임에도 더없이 쾌속했다.


허나 백연의 눈에는 정확히 그 형태가 보였다.


이격(二擊)은 첫번째 검격과 한마디 정도 떨어진 곳에서 비스듬히 파고들었다. 직후 그녀가 검을 뽑아냈고, 삼격이 이어졌다.


지극히 쾌속한 연격. 동시에 더없이 섬세하다. 이어지는 연격의 간격이 거의 일촌(一寸)정도의 거리를 두고 잘게 썰듯이 이어졌다. 광기가 엿보일 정도로 섬세한 검격인데, 그정도 예리함을 유지하면서도 파괴력이 약하지 않았다.


그렇게 짧은 순간 무려 열 일곱차례의 검격이 지나가고.


쩌적-!


커다란 소리와 함께 반듯하게 잘려나간 바위의 일부 조각이 하나씩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쿠구궁!


바위의 옆으로 흘러내린 것은 매끈하게 절단된 열 여섯 조각의 납작한 바위 파편이었다. 그야말로 놀라운 검격.


하지만 연화의 표정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호흡을 갈무리한 그녀가 적갈색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한숨을 뱉었다.


“......젠장.”

“초식을 더 이어나가도 된다만.”

“그만할게요.”


그녀가 고개를 들어 바위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동혈을 틀어막은 바위는 미동할 생각도 없이 그 자리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녀가 바위의 조각을 잘라내긴 했지만, 그것은 바위의 전체 크기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일부분이었다.


옆구리의 살을 조금 찔러본 정도라고 해야할까.


허나 그것을 이루기 위해 쏟은 힘은 작지 않았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일정하던 연화의 호흡은 어느새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는데, 한번 크게 숨을 들이쉰 후에야 느릿하게 진정되고 있다.


“뭐야. 벌써 포기냐?”


팽악의 말에 연화가 미간을 좁혔다.


“방금 내가 쏟은 공력이 얼만지 알아? 과일 껍질 도려내는 것도 아니고. 이만한 바윗덩이 전체를 분해하려면 대체......”

“자신만만하더니 별것 없군.”

“네놈이라고 다를 것 같아?”


저벅.


말로 답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한걸음 내딛은 팽악. 걸음과 함께 연화를 밀어내고 바위 앞에 서는것까지가 전부 하나의 동작이었다. 보법 초식의 전개였는데, 그 행색이 이전과 명백히 달랐다.


‘저번에도 느꼈는데, 용봉지회때보다 확실히 성장했어.’


백연의 생각이었다.


그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당장 팽악에게 밀려난 연화가 당황섞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증거였다. 본디 현월검룡의 위치는 칠룡중에서도 꽤 상위라 했던가. 분명 팽악보다 강했을 그녀다. 이제는 우열을 함부로 가늠하기 어려울 듯 했다.


“너......”

“쫑알쫑알 시끄럽다. 항상 느끼는데, 네 스승은 그리 진중한데 너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군.”


팽악은 검제를 입에 담으며 도를 손에 쥐었다. 동시에 그가 능운을 흘깃 쳐다본다.


“귀들 막으시오. 난 책임 못지니까.”


퉁명스레 경고하는 음성. 직후 그의 거대한 도신이 허공에 풀려나왔다. 한번 손목을 비틀어 도를 쥐곤 자연스레 손을 위로 치켜드는데,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기수식이었다.


오른손으로 도 손잡이를 여인의 손목을 그러쥔것 마냥 가볍게 그러쥐었다. 날의 끝부분이 비스듬히 아래를 향하고 있는데, 상단세이면서 동시에 상단세가 아니었다. 어디 형장의 망나니라도 된 듯이 독특한 자세.


직후였다. 예고도 전조도 없이 도가 허공을 갈랐다. 찰나지간 사방의 기파를 도신에 휘감은채였다. 잠깐 산군(山君)의 앞발이 현현해 바위를 내리치는 듯한 착각이 스치고.


쩌어어어어엉-!


‘무슨 소리가......!’


막대한 압력의 기파가 굉음과 함께 터져나왔다. 천지사방을 먹먹하게 만드는 소리. 그 음파의 압력만으로 주변의 공기가 한걸음 물러선다. 잠깐이나마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진동의 압력이 음공(音功)이라 해도 될 정도다.


실제로도 건곤연환탈백도(乾坤連環奪魄刀)의 공능은 소리와 관련된 것이 많다 했다. 탈백도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는 바였다. 넋을 빼앗는다고.


지금도 그랬다. 팽악의 경고에도 귀를 틀어막지 않았던 무인 대부분이 멍한 표정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저 망할 무공은 피아식별도 안되는게 내 만독이랑 다를바가 없군.”


곁에서 혀를 쯧 하고 차는 당소하의 목소리도 물속에 잠긴듯 먹먹하게 울렸다. 백연은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 먹먹함을 걷어내었다.


“그만큼 장점도 있으니까. 그런데 결과는......?”


백연이 중얼거렸다.


한순간 일어난 분진 때문이었다. 시야 전체를 가렸는데, 팽악을 포함해 바위 주변을 휩쓸었다. 팽가의 절세도법이 일으킨 여파가 강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진히 서서히 가라앉고.


“흐음. 이 정도인가.”


어느새 도를 갈무리한 팽악은 팔짱을 낀 채로 바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앞으로 깨진 거울처럼 잘개 쪼개진 바위의 표면이 눈에 들어왔다. 도신이 휩쓸고 간 사선 투로. 그 줄을 따라 수천의 실금이 부서진 유리 표면마냥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턱없이 약해.”


팽악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한참 멀었다.”

“......뭐야? 이건 바위를 부순것도 아니고. 표면에 실금 내는걸 누가 못해?”

“돌 부스러기 잘라내는 것보다야 낫겠지.”


와중에도 설전을 멈추지 않는 연화와 팽악이다. 그 사이 바위 앞으로 걸어나간 것은 흰 영웅건을 두른 모위진이었다. 검을 뽑아든 그가 여상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본 문파의 검은 이런 파괴적인 행위에는 그리 적합하지는 않습니다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앞선 칠룡들의 검이 워낙 화려했던 터라 크게 눈요기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하.”

“점창파의 사일검법(射日劍法)이 지닌 위명을 그 누가 의심하겠나? 뛰어난 검은 화려하지 않아도 그 진가가 또렷이 보이지. 기대되는군.”

“검절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기쁘군요.”


호인처럼 두 사람이 웃음을 나눴다. 그것을 보며 백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윽고 모위진이 바위 앞에서 검을 치켜들었다. 평범한 중단세의 기수식. 여타 다른 평범한 검법과 전혀 다를바가 없다.


하지만 백연은 모위진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의 마음에 들고 아니고와 별개로, 모위진은 칠룡의 일각에 드는 점창파의 천재. 당연히 그의 검법 성취는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 취한 저 지극히 평범한 중단세. 얕은 식견을 지닌 사람이 보았다면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며 무시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백연은 다른것을 보고 있었다. 살풋 뒤쪽으로 빠진 모위진의 다리부터, 대퇴근을 지나 등허리 기립근까지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


아무런 화려함도, 독특함도 없는 저 형태가 바로 사일검법의 기초라는 것을 백연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모위진의 몸을 타고 옅은 진기 파동이 흘렀다. 그와 함께 지면에 디딘 그의 발부터 등허리 어깨를 지나 곧게 뻗은 검끝까지 나직한 긴장감이 실린다.


전부.


하나의 활시위와 같았다. 점창의 검이란 그러했다. 보신경을 시위로, 무인 자신의 육체를 활대로 삼는다. 고대의 설화 속 후예(后羿)라는 신궁이 적궁백시(赤弓白矢)로 해를 쏘아 떨어트렸다는 전설. 점창의 검법은 그 전설을 현실에 현현시키려 하는 무모한 검이라 했다.


‘온다.’


문득 느꼈다. 모위진이 발을 내뻗기 직전이었다. 백연이 그것을 예측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모위진이 일보(一步)를 딛었다.


다음 순간, 모위진은 바위 앞에 서 있었다.


직후.


화아악-!


보법 여파가 뒤늦게 풀려나왔다. 미풍이 가볍게 백연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놓쳤어?’


찰나지간 그도 모위진이 움직이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스스로가 쏘아진 화살인 양 직선으로 전진했는데, 그 속도가 가공할 수준이었다.


검신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미 손잡이 부근까지 날이 전부 바위 정중앙에 틀어박힌 것이었다. 모위진이 곧게 검을 뻗은 자세 그대로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이것 뿐입니다.”

“대단했네. 과연 비룡이야. 일전 보았을때보다 더욱 예리해졌네. 이제는 본 도장도 막기가 어려울 정도로.”


모위진이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검을 회수했다. 바위의 한 가운데에는 정확히 검의 모양대로 깊숙한 구멍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바위를 부순다거나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애초에 상성이 안좋아.’


참격이 아닌 찌르는 공격이니 그렇다. 검법으로 궁술을 재현한다는 미친 짓거리를 보여주려 하는 무공인데, 바위를 박살내거나 하기에는 파괴력이 부족하다. 다만 그 살상력만큼은 압도적이다. 저 검끝에 바위가 아닌 사람이 서 있다면 나올 결과가 예상이 된다.


“다음은......”


능운이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길이 백연의 옆으로 떨어졌다. 나무등걸에 반쯤 기대어 서 있던 당소하가 고개를 저었다.


“안합니다. 암기 몇개로 저 무식한 돌덩이를 어찌한다고.”

“헛허. 그럼 무영아. 너는 어찌할테냐.”

“저도 독룡과 마찬가지입니다. 마구잡이로 검을 선보이기 조금 부끄럽군요. 대련이라면 몰라도. 비무제전때 최선을 다해 보여드릴까 합니다.”


독룡과 청운룡이 물러섰다. 자연스레 구경하러 모인 무인들의 눈길이 한곳으로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칠룡과 암화. 이 자리에 없는 검룡 유성을 제외하면 남은것은 둘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은 백연을 향해 조금 더 쏠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본래 이리 무공을 선보이고 대결하는 자리는 으레 하수부터 무공을 펼치기 마련. 연화와 팽악, 모위진은 각기 의욕있게 나서다 보니 그 경계가 조금 모호해졌지만, 이리 두명이 남은 상태에서는 하수가 먼저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칠룡의 위명 아래 오랜 기간 이름을 떨친 악예린을 무의식적으로 위로 두는 이가 더 많을수밖에 없는 것이다. 백연을 쳐다보는 눈길은 그런 의미였다.


백연은 주변의 생각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몸 상태로 펼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고 오면 될 일.


그렇게 백연이 걸어나가려던 그때.


“그날 헤어지던 때에 이야기를 나눴었죠.”


사박.


부드러운 발소리와 함께 악예린이 스치듯 걸음을 내딛었다. 백연의 곁에 선 그녀가 돌아보는 시선이 부드러웠다.


“암천(暗天).”


백연이 중얼거렸다. 그에 악예린이 고개를 살풋 숙였다. 흑단같은 머리칼이 흘러내렸다.


“본래는 비무제전에서 보여주려 했어요. 백연과 맞붙게 되면, 결국에는 그걸 꺼내야 이길 가능성이 생길 테니까. 끝까지 숨겨놓으려 했는데.”


그녀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표정변화가 적은 얼굴에 작은 미소가 새겨졌다.


“아주 조금만 꺼내보려고요.”

“진심으로 기쁜 일이군요. 그런데 예린 소협이 먼저 하시려는겁니까? 저는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그건 저 스스로를 위해서에요.”


악예린이 백연을 지그시 올려다보았다. 일전 용봉지회에서 보았던 소년의 무위가 기억에 선명하다. 금원방주와 싸우던 그 모습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날마다 새로움)이라는 말이 있는데, 악예린은 그것이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었다.


매일같이 성장하는 괴물.


‘천고의 재능.’


그 재능으로 인해 그녀 또한 많은 도움을 얻었다. 그의 검은 단지 견식하는것 만으로도 배울것을 알려주고 타인을 성장시키는 수준이기에. 허나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은 앞에 두어서는 안된다.


“백연의 검을 보면 제 창끝이 또 바뀔것 같아서. 배우는건 좋지만 당장은 준비해온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라서요.”


고개를 살풋 기울인 그녀가 소년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창을 쥐었다.


짧은 보법 기파가 일었다. 어느새 바위 앞에 선 그녀가 창을 쥐고 기수식을 취했다.


“먼저 하겠습니다.”

“......좋네.”


능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였다. 악예린이 일언반구없이 흑단목 창대를 무심하게 휘둘렀다. 찰나지간 만년한철로 이루어진 날이 허공에서 급격히 가속했다. 그 끝에 매달린 것은 희끗한 불꽃이었다.


화악-!


어느새 늦은 오후의 시간 속에서 동혈 앞으로 비스듬하게 내리쬐던 햇살이 한순간 그 빛을 잃었다. 더 강렬한 화광(火光) 앞에서 기세를 펴지 못하는 듯이.


그 순간 악예린은 빛살을 쥐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4 약선객(4) +4 24.01.05 2,884 79 16쪽
153 약선객(3) +7 24.01.04 2,858 76 16쪽
152 약선객(2) +6 24.01.03 2,904 77 17쪽
151 약선객 +4 24.01.02 3,080 76 15쪽
150 내기(5) +7 24.01.01 2,971 85 19쪽
» 내기(4) +6 23.12.30 2,999 77 16쪽
148 내기(3) +5 23.12.29 2,974 79 17쪽
147 내기(2) +5 23.12.28 3,045 79 16쪽
146 내기 +6 23.12.27 3,159 79 18쪽
145 철야방(11) +6 23.12.26 3,086 85 16쪽
144 철야방(10) +5 23.12.25 2,962 83 19쪽
143 철야방(9) +3 23.12.23 3,133 81 15쪽
142 철야방(8) +4 23.12.22 3,063 84 19쪽
141 철야방(7) +4 23.12.21 3,077 83 17쪽
140 철야방(6) +4 23.12.20 3,054 83 17쪽
139 철야방(5) +4 23.12.19 3,067 84 19쪽
138 철야방(4) +4 23.12.18 3,197 79 18쪽
137 철야방(3) +5 23.12.16 3,264 80 15쪽
136 철야방(2) +3 23.12.15 3,195 83 15쪽
135 철야방 +4 23.12.14 3,184 86 16쪽
134 재회(3) +5 23.12.13 3,280 87 19쪽
133 재회(2) +4 23.12.12 3,286 86 16쪽
132 재회 +5 23.12.11 3,377 89 17쪽
131 성화방주(3) +7 23.12.09 3,378 79 15쪽
130 성화방주(2) +5 23.12.08 3,360 86 20쪽
129 성화방주 +5 23.12.07 3,438 90 16쪽
128 사천(4) +9 23.12.06 3,415 89 19쪽
127 사천(3) +8 23.12.05 3,435 94 22쪽
126 사천(2) +5 23.12.04 3,506 89 17쪽
125 사천 +8 23.12.01 3,633 8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