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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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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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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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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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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6)

DUMMY

침묵이 내려앉았다.


스스로의 말에 대한 반응을 가늠하듯 눈썹을 내리깔고 차를 홀짝이는 유왕. 그리고 그 앞에 앉아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되새기고 있는 백연.


‘지금 무슨 말을.’


그가 유왕이 황가의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입에 담았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


이건 이야기가 달랐다.


‘황제를 의심해?’


다른 방향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다. 눈앞의 사내는 지금 황제에 대한 의심을 표명한 것이었다. 그의 부친이자, 이 나라에서 가장 드높은 이가 내린 결정에 대한 의심을.


현 황제 가정(嘉靖).


황위에 오른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났다고 했던가. 어린 나이부터 옥좌에 앉아 지금까지도 명을 이끌고 있는 황제라 들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그리 좋지 않았다. 작금의 중원이 이리 난세에 빠진 이유가 황제 때문이라고 공공연히 입에 담는 민초들도 있었다.


암군(暗君)이라고.


흉년과 가뭄. 대로를 활보하는 사마외도의 종자들. 북방의 오랑캐와 남방의 동영(東瀛:일본) 출신의 해적들까지도 전부 난세를 이루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


‘그 사건이 컸다고 했던가.’


지금으로부터 십년도 더 전. 북방 기마민족의 군주인 아륵탄(阿勒坦)이 북경을 유린한 일.


당시에 중원 무림은 마교의 준동으로 인해 오랜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오랑캐의 싸움에 손을 거들지 못했다 알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당시 장성이 급격하게 뚫리고 북경이 포위되어 위험해졌었다고. 그 일이 있던 뒤로 황실은 지나치게 북방 장성의 수호에 집착하게 되었다고 했다.


허나 북방에 힘을 쏟을수록 민생 안정이 요원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그렇게 민심을 잃었다 해도.’


황제는 아직 황제였다.


명국을 이끄는 절대자라는 소리다.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존귀한 사람.


백연의 생각과 별개로도 그랬다. 백여년 전 그는 명의 백성이 아닌 마도의 사람이자, 대명률에 얽매이지 않는 몸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검귀의 시선으로 본다 해도 황제의 자리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 위세는 절대적이다.


절대적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황제는 그 일신의 무위 또한 드높은 것으로 아는데, 문무(文武) 양면으로 빈틈이 없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야만 이 중원의 정점에 설 수 있기에.


때문에 그는 더더욱 유왕의 말을 곱씹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의중이 진실인지 확신할 수 없다라.’


어떤 의미로 말한 것일까.


천뢰시를 구출할 생각이 없다? 부러 검왕을 사지로 내몰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애초에 천뢰시 종리군이 위험에 처했다는 말이 거짓이다?


“......무슨 뜻으로 이야기 하신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그대가 생각하는 것들 전부.”


탁.


찻잔을 내려놓은 유왕이 손을 모았다.


“무엇이든 가능성은 있다. 허나 내가 황상의 입장이고, 천뢰시를 구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황군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황실의 사방장군(四方將軍)이 움직이는 것도 좋을 일이지.”


그가 중얼거렸다.


“외려 후자가 낫겠어. 황군의 움직임은 시끄러우니.”

“사방장군이라 하심은?”

“황실의 네 장수다. 황명 직속으로 움직이고, 금의위를 통솔하는 이들이지. 대외적으로는 도독의 위를 맡고 있을텐데.”


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가의 검이라는 의미였다. 그 무위 또한 낮지는 않겠지. 검왕을 대신해 투입했을 것이라는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전력을 두고 검왕을......”

“전성기 천하를 오시하던 검왕이라면 그럴법 하다. 허나 지금은 잘 모르겠군.”

“전하는 검왕께서 어떤 상태인지 알고 계신겁니까?”


백연이 되물었다.


약화된 검왕의 몸 상태를 자세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눈앞의 사내라면 충분히 알고 있을법도 했다.


“안다. 그는 천형(天刑)을 지고 있으니. 저주받은 육신이지.”


유왕이 중얼거렸다. 무언가를 생각하듯 깊이 내리깔린 시선. 허나 이윽고 그는 금새 표정을 바꾸어 백연을 향해 나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두는 것이 낫겠군. 그대의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었나?”


백연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왕은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그가 들어서는 안될 내용까지 들려줬다 봐도 무방하다. 눈앞의 사내가 아니라면 듣는 것이 불가능한 이야기였겠지.


비무제전 우승의 대가로는 충분했다.


“감사합니다.”

“감사? 그대가 정당하게 얻어낸 것에 무슨. 허나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군.”


유왕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방의 뒤편으로 다가간 그가 무언가를 꺼내 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왕이 내건 비무제전의 상품이라 하면 본인의 위신이 떨어지겠어.”

“예? 충분한......”

“해서. 그대를 위해 준비해둔 것이 하나 있다.”


사락.


흑의가 책상 위를 스쳤다. 유왕의 손아귀에 들린 것은 낡은 서책 한권이었다. 표지에 아무런 장식이나 글자도 없는 책.


“받아라.”


가볍게 백연의 앞에 내려놓는다.


얽기설기 엮어진 책은 꼭 누군가가 손수 공들여 만든 모양이었다. 그 형태나 모습이 서책을 만드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인 것만은 분명했다. 또 동시에 굉장히 낡아 있었는데, 아직 종이가 바스라진 곳이 없다는게 놀라울 정도였다.


“이게 무엇입니까?”

“비급이다.”


백연의 손끝이 서책의 표면을 쓸었다.


제목도 없는 어설픈 서책. 그럼에도 유왕이 비급이라 말한다. 대체 무엇이 담겨 있길래.


‘청율 사숙이 봤으면 혼냈을 것 같이 생겼는데.’


어째선지 자신이 처음 썼던 비급과 비슷한 행색이라고 생각하며 백연이 물었다.


“갑자기 무슨 비급입니까?”

“일전에 아직 경공 묘리가 없다는 말을 했었지. 그대의 자질이라면 그 또한 초석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멋대로 써먹어라.”


백연이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풍백과 수련했던 밤들을 떠올렸다. 그때 경공이 아직 없다는 말을 했었던가.


그렇다고는 해도 이것이 그의 무공에 적합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소년은 비급의 책장을 쓸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감사드립니다만, 꼭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상관없다. 허나 그것은 과거 본인이 인상깊게 읽은 서책이기도 하니. 그저 즐거움으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받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애초에 굴러들어온 떡이기도 했고.


서책을 집어든 백연이 그것을 품에 챙겼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말했다.


“허면 이만......”


유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즐거운 대담이었다. 더 큰 것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살짝 아쉽다만. 그대의 생각도 이해가 되는군.”


그리 말하며 일어선 유왕. 백연이 따라 일어서자 입가에 미소를 매달고 말한다.


“다시 한번 우승을 축하한다. 즐거운 시간 보내길 바라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첨언하자면, 내일 폐회식때 재미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강호 무림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테니.”



※※※



밤이 무당산 위에 길다란 옷자락을 드리웠다. 노을 위에 검푸른 칠을 덧대어 입힌 양 보이기도 했다.


본래라면 조용해졌을 도문의 저녁 시간이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드디어.”


자리에 걸터앉은 당소하. 항시 냉막한 녀석의 표정이 유달리 신나 보였다. 백연은 그것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너는 전생에 술 못먹어서 죽은 귀신이라도 되나보다.”

“흐음. 칭찬으로 받지.”

“욕이거든?”

“그래서 안 마시나?”

“그 병 이리 내놔.”


무연봉 위였다. 산맥을 따라 연회가 열렸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선산에서도 술을 마시는 것이 허용이 되었다. 비무제전의 마지막 날인 탓이었다.


참가한 모든 무인들을 기리기 위한 축제와도 같았는데, 거기에 술이 빠질 수는 없다는 명분이었다.


‘그냥 돈 많이 받아서 그런거 아닌가.’


백연은 생각했다.


지금 여기서 쓰이는 돈의 절반은 무당파의 뱃속으로 들어갈 터인데.


그로써는 어찌 되었든 좋을 일이다. 곤륜파가 돈을 내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허어! 소도장이 암화시군. 그 활약 익히 보았네.”


노(老) 상인이 인파를 헤치고 와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주름진 손으로 그의 손을 맞잡자 얼굴에 환희와 감탄이 어린 표정이 섞여든다.


“감사합니다. 어르신께선......?”

“상관책이라 하네. 작게나마 상단을 운영하고 있는 몸이지.”

“아, 상관상단주셨군요.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고맙네. 앞으로 죽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 싶구먼.”


백연은 씩 웃었다.


곤륜파와 거래를 맺은 상단이었다. 백연은 눈앞의 노인에 대해 말로만 들어봤지만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익히 알았다. 애초에 예선 첫날부터 달려와 저자세로 일관했다고 하던가.


가히 도박에 가까운 일을 행한 것이었다. 그 선구안 하나는 기가 막힌 수준이라고 봐야겠지.


덕분에 이리 화려한 자리의 돈은 대부분 이런 상단주들이 내고 있는 것이었다. 나름 거금이었지만, 이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돈. 투자를 감행한다 봐도 좋았다. 백연으로써는 즐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간간히 그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진한 술 냄새를 풍기는 투전승 각염부터.


“시주의 그 일검! 소승의 뇌리에 똑똑히 새겼소이다. 한번 몸으로 받아보고 싶을 정도였소.”

“아하하. 감사하군요.”


평소와 달리 가벼운 옷을 입고 와 곁에 털썩 주저앉은 악예린.


“저도 한잔 줄래요?”

“몸은 괜찮은겁니까?”

“괜찮아요. 그나저나 창이 없으니 허전해서......”

“......죄송합니다?”

“농담이에요.”


장난스레 눈웃음을 흘린 그녀가 잔을 받아들고 홀짝인다. 그리고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무슨 술이에요?”

“설화옥로주다.”

“당신이 고른건가요, 독룡?”

“그렇긴 하다만, 호북 무당산에 왔으면 이걸 마시는건 당연한 일이다.”


술병을 들어올린 당소하가 그것을 가벼이 흔들며 씩 웃는다.


“삼봉 진인이 즐겨 마셨다는 소문이 있으니.”

“그건 설화옥로차 아닌가요......?”

“그거나 이거나.”


뒤이어 지친 얼굴로 와 백연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않는 선아도 있었다.


“피곤해 보이네?”

“잠깐 일좀 하고 왔어.”


목덜미를 따라 뜨거운 열기가 일렁이는 것이 느껴진다. 남는 시간동안 야장 일을 하고 온 모양이었다.


“걸작 한번 만들어봐야지.”


이야기하며 생긋 웃는 얼굴. 악예린의 무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뒤이어 악예린과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는데, 창의 균형에 관한 대화가 전문적이었다.


그곳에서 잔을 비우고 일어나 돌아다니니 한켠에 앉은 두 무인이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도(刀)를 옆에 내려놓은 거한과 매화가 새겨진 흑의를 입은 소년.


“음? 왔군. 한잔 해라.”


그리 말하며 그에게 병을 통째로 던지는 팽악이었다.


“네놈의 검은 잘 봤다. 이놈한테 한방 먹여준 것을 보니 내가 다 즐겁더군.”


씨익 웃는 모습에 곁에 앉아있던 유성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저한테 불만이라도 있었습니까?”

“낮짝이 재수가 없어서.”

“......그건 백연이 더?”

“뭐라고?”

“아하하. 장난이야.”


맑은 웃음을 흘린 유성이 백연을 향해 잔을 들어올렸다.


“새로운 신성, 암화를 위하여.”

“너는 마셔도 괜찮은거야? 아직 내상이.”

“물론. 스승님께서 아시면 혼나겠지만......어이쿠.”


눈을 휘둥그레 뜬 유성이 잔을 단숨에 들이키곤 그대로 사라졌다. 온데간데 없이 자리에 옅은 향만을 남기고 사라졌는데, 암향표의 성취가 고절한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직후 두 무인의 눈앞에 한없이 명정한 기운이 돌연 현현. 짙은 흑색 무복을 걸친 여인이 두 사람을 향해 눈웃음을 떨구었다.


“우리 제자님 봤니?”

“방금 튀었습니다.”

“고맙구나. 내가 오늘만 좀 자중하라고 했는데......여하간 이리 만났으니 받으렴.”


웃으며 백연에게 무언가를 건네었는데, 그것은 작은 장신구였다. 매화 형상을 띈 자그마한 금속. 허나 단순한 물건은 아니었다. 금속 꽃잎 사이로 맥동하는 생명력이 짙게 배여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우승자를 위한 선물이란다. 엄청난 효능은 없으니 기대는 하지 말고.”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든 백연이 채 감사의 말을 하기도 전에 검신이 가벼이 소매를 펄럭였다.


“그럼 이만.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려무나.”


나타날 때처럼 한순간에 사라진 검신. 그 광경을 보고 팽악이 미간을 찌푸렸다.


“귀한걸 툭툭 던져주고 가는군.”

“이게 뭔지 압니까?”

“매화검수들 중 몇몇이 달고 다니는걸 봤다. 작은 외상에 치유 효과가 있던데. 검신 자신의 진기로 법보를 만드는 수준이다.”

“......귀한 물건이긴 하군요?”


장신구를 받아챙긴 백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어찌 되었든 좋군요.”

“쯧. 우승 축하한다.”


백연이 놀란 눈을 했다. 술병을 쥔 팽악이 콧바람을 내뿜었다.


“네놈 정도는 되어야 우승자의 검이라 부를법 한게 아니겠나.”

“칭찬으로 받지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서 잡것들이랑 놀아라.”


뒤이어 술병을 단숨에 들이킨 백연이 씩 웃고는 걸음을 돌렸다. 뒤이어 사형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가자 이곳저곳에서 그를 잡아당기는 손길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 문파의 자랑!”


실실 웃으며 잔을 돌리는 연청의 목소리에 백연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만 해. 뭘 그리......”

“비무제전 우승자면 자랑이 맞지 않냐?”


동조하는 무진과 고개를 끄덕이는 단휘였다. 곁에 앉아있던 설향조차 웃으며 말한다.


“자랑이지.”

“자, 우리 문파의 또다른 자랑. 백화!”

“......그만해, 연청.”


곧바로 반발하는 설향 사저의 모습이 우스웠다.


“사저, 몸은 좀 괜찮아?”

“아직은 조금 시야가 흐릿한데, 훨씬 나아.”


오기전 잠깐 시간이 있을때 소청단을 복용하고 진기 도인을 끝마친 사저였다. 오랜 기간에 걸쳐 내공을 녹이며 상태를 지켜봐야겠지.


혈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한편 바깥에 앉아 조용히 잔을 기울이던 청율도 그를 보고 웃으며 말을 건네왔다.


“이번 비급은 언제 만들건가요?”

“매번 부탁드리는게 좀 죄송한데, 이번엔 제가......”

“백연.”


찰나지간 청율의 목소리에 낮은 기운이 깔렸다. 그를 보는 사숙의 상냥한 시선에 옅은 경고가 담겨 있었다.


“제가 할테니까 백연은 걱정 말아요.”

“아하하.”

“후대에 가서도 알아볼 수는 있어야죠.”

“그 정돈 아닌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좀 가르쳐 줄게요. 그림이나 글씨도 배우면 늘테니깐.”


그리 작은 약조를 하고 백연은 자리에 앉았다. 조용한 사형의 곁이었다.


“왔어?”

“응. 경기는 다 봤지?”

“멋있었어.”

“아하하, 고마워.”

“정말로.”


소홍이 중얼거렸다. 잔을 홀짝이는 사형의 시선이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가끔 생각해.”


사형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흘렀다.


“네 검을, 처음 봤을때.”

“......거력부를 상대한 때였나?”

“응.”


소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신강도.”

“......”

“멋있고 대단했어. 그런데......”


말끝을 흐린 소홍이 그를 돌아보았다. 눈빛에 어린 것은 옅은 걱정이었다.


“걱정도 되서.”

“걱정?”

“어느 순간, 용(龍)처럼 승천할까봐.”


그리 말하며 옅은 웃음을 짓는다. 스스로도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듯이.


“쓸데없는 걱정이네.”


백연이 중얼거렸다.


술을 홀짝이면서였다. 무연봉 위의 바람이 더없이 선선했다. 그 아래 빛나는 별이 짙었다.


그 아래에서 소년은 막연히 생각했다.


이 날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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