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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談 salon

오늘도 당신의 세계는 안전합니까?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무슈M
작품등록일 :
2015.03.19 21:28
최근연재일 :
2015.04.14 21:4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938
추천수 :
13
글자수 :
69,382

작성
15.03.19 21:34
조회
313
추천
4
글자
11쪽

오늘도 당신의 세계는 안전합니까? _prologue

DUMMY

길게 이어진 어두운 복도는 인적 하나 없이 조용했다. 주변을 판가름 할 수 있는 시야는 오로지 일렁이는 횃불에 의해서만 확보되었다. 간간한 간격으로 걸린 횃불만이 길을 인도하듯 사내의 걸음을 이끌었다. 무거운 발걸음은 소리 없이 복도를 가로 질렀다.


그 흔한 노크 한 번 없이 문이 열렸다. 육중한 문 뒤로 역시나 어두컴컴한 실내가 드러났다. 창문을 모조리 가린 커튼은 암막처럼 모든 빛을 차단했다. 유일하게 타오르는 벽난로의 불꽃만이 타닥, 타닥 튀고 있었다. 왔느냐는 환영 인사도. 왔다는 표시도 없었다.


머리를 죄 가리고도 남는 로브를 뒤집어 쓴 채 사내와, 또 다른 사내가 소리 없이 마주섰다. 음울한 목소리가 말문을 열었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끝내 죗값을 치르려는 모양입니다.”


안부 인사? 물론 없었다. 살가운 대화는 커녕 살얼음 에일 듯한 목소리만이 차가운 실내를 감돌 뿐이었다. 다정할 필요는 누구에게도 없었다. 그 증거로 마주 서 있던 사내는 이미 침묵을 제 고유한 대화법으로 굳힌 모양이었다.


“갱생의 여지가…, 있겠습니까?”


초조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그저 무거운 고갯짓이 이미 회생을 포기했다는 듯 가로저었다. 갱생. 그 말을 듣고도 코웃음 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인간에게 지금껏 그 얼마나 많은 기회를 주었던가. 그러나 회개는 없었다. 그러므로 자비 또한 필요 없었다. 그들을 빚고, 만들었다. 삶의 터전을 만들어 그들의 생(生)을 누리게 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죄악을 저질러 왔다.


그들은 구원을 바라면서 동시에 죄를 짓고, 죄를 지으면서도 용서 받기를 바랐다. 점점 멀어지는 신과의 간극. 그 사이를 악마가 파고드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으로선 모르죠, 결국 ‘심판의 날’ 이 오면 알게 될 테지만.”


드디어 침묵을 지키던 입술이 열렸다. 심판의 날. 그 무거운 한 마디에 질문을 던졌던 사내는 도리어 침을 꿀꺽, 삼켰다. 천 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는 ‘심판의 날’. 그날이 오면 인간은, 그리하여 인류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심판대 위에 오르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그 누구도 비껴 나갈 수 없는 숙명이었다.


“그렇다면 이미…시작된 거군요.”


남자는 이번에도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했다. 이미, 심판은 시작되었다.




“오늘로부터 정확히 100일 뒤.”


2015년 6월 25일.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오늘도 당신의 세계는 안전합니까?

by monsieur_M (뮤슈M)







어두운 방 안에 모니터 불빛은 오히려 쥐약이었다. 너무 밝은 탓에 시력 저하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 망망대해에 널빤지 조각 하나 간신히 붙든 마냥 애써 올리고 앉은 다리나 허리가 구부정했다. 내내 웅크리고 있던 어깨와 목덜미가 아까부터 시큰거렸다. 따라서 머지 않은 장래에 디스크 환자가 될 가능성 역시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만 했다.


우주는 퀭한 눈동자로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올해로 19살이 되는 이 소녀는, 대한민국 수능 입시 제도에 따라 고3이라는 죄수복을 입은 학생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문제집을 열고 문제 풀이 하나라도 더 들여다봐야 할 이 중요한 시점에, 문제집은 커녕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는 까닭은 특별하지도, 유별나지도 않았다.


인터넷엔 재밌는 것들이 많으니까. 공부? 하기 싫으니까. 다들 알겠지만 고3이라고 해서 누구나 다 눈에 불을 켜고 공부에 열중하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공부보다도 훨씬 더 즐겁고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고3이라고 해서 별 다르겠는가.


“오, 미친. 태인 오빠….”


앓는 소리가 절로 삼켜졌다. 대한민국 소녀라면 누구나 다 자신만의 오빠 한 명쯤은 있는 법이었다. 우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상만사에 무감각한, 어찌 보면 소녀라기엔 타고난 무심함을 기본 옵션으로 탑재하고 있는 이 열 아홉 소녀가 딱 하나 열광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태인. 그녀의 아이돌이었다.


프로필에 의하면 태인은 올해로 16살. 그렇게 치면 우주보다도 3살이나 어렸지만 이 땅 위의 부녀자들에게 ‘잘생기면 다 오빠’ 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진실이었다. 실제로 우주는 ‘태인의 풀네임은 태인오빠’ 라는 공식을 진리처럼 받들고 있었다.


“미친, 존잘. 아아….”


그녀가 여태껏 잠 못 들고 있는 까닭은 아이돌의 신곡 뮤직 비디오 티저 영상 때문이었다. 분명 열두 시 정각에 티저 영상을 공개하겠다는 소속사의 거짓부렁에 속아 2시간 43분 남짓을 기다린 결과. 그녀는 팬 사이트에 가장 먼저 ‘미치뉴ㅠㅠ티저떴으ㅠㅠ뮤ㅠㅠ’ 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4시 25분을 지나가는 이 시각. 그녀는 1분이 채 될까 말까한 티저 영상을 53번째 돌려보는 중이었다.


“자야지. 아…, 자야 해. 자자.”


오늘은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왜? 태인 오빠가 티저 영상에서 나에게 윙크를 해 줬으니까! 같은 반 친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헤벌쭉한 표정으로 모니터의 정지 화면을 바라보던 우주는 영상을 끄자마자 다시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우주는 원래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아이였다. 그녀는 대개의 일에 무심했으며, 역시나 무관심했고, 또한 무정했다. 바로 옆에 폭탄이 떨어져도 눈 하나 깜짝 않을 위인이었다.




“뭐야, 이건….”


창들을 모두 내리고 시스템 종료를 누르려는 찰나. 모니터 우측 하단에서 깜박 거리는 메일 알람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귀찮은 것을 워낙 싫어하는데다가 애초에 가입한 사이트 역시 팬 사이트 및 기본 포털 사이트가 전부인 그녀의 메일함이 울리는 일은 좀처럼 드물었다.


이제 곧 태인이 컴백할 예정이니 소속사에서 팬클럽 전체에게 보낸 메일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우주는 냉큼 메일함을 클릭했다. 쇼 케이스 일정 미리 알려 주려나? 혹시 팬 미팅 하나? 저번에 보니까 콘서트 얘기도 나오는 것 같던데. 흐흐. 다시 헤벌쭉 벌어진 입을 가누지 못한 우주의 눈이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


그러나 막상 리스트 업 된 화면은 그녀의 예상 중 어떤 것과도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어딘지 모르게 스팸 냄새도 풀풀 풍기는 메일 하나가 가장 상단 위에서 얌전히 반짝거리고 있었다.



‘오늘도 당신의 세계는 안전합니까?’



…이게 뭐야. 신흥 사이비 종교의 포교 메일 같은 제목을 뚱하게 바라보던 우주는 곧 메일을 클릭했다. 호기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오컬트에 관심이 많은 취향 탓이었다. 노스트라다무스나 종말의 예언. 세계의 멸망이나 10대 재앙 등에 관심이 많은 19세 소녀의 정서가 과연 일반적인 것인지는 의문이었지만 어쨌든 우주는 그런 것들에 썩 관심이 많은 19세 소녀인 것만은 분명했다. 스팸 메일은 아니겠지? 잠시간 들었던 의문에 맥이 빠질 정도로 안의 내용은 단순했다.



[1] 6월 25일이 어떤 날인지 아시나요?

[예] / [아니오]


마치 심리 테스트처럼 질문 하나를 대답하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방식의 스크립트였다. 6월 25일이라.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한국 전쟁이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지니고 있는 뼈아픈 과거. 우주는 [예] 를 눌렀다.


[2] 6월 25일에는 한국 전쟁과 미국의 남북 전쟁이 있었습니다. 또한 소설가 조지 오웰이 태어난 날임과 동시에 크로아티아가 죽은 날입니다. 당신은 이 사실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예] / [아니오]


별로 관심 없는 문제였다. 무슨 조사라도 하는 건가? 심드렁한 손길이 [아니오] 를 클릭했다.


[3]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날이라는 사실은?

[예] / [아니오]


이 자식이 장난하나…. [아니오]


[4] 6월 25일에 특별한 추억이나 기억이 있습니까?


[아니오] 6월 25일이 생일입니까? 아니오. 6월 25일에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습니까? 아니오. 6월 25일에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습니까? 아니오. 6월 25일을 가족과 함께 보낼 계획입니까? 아니오. 6월 25일에 먹을 점심 메뉴를 고민해 본 적 있습니까?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이 무의미한 질문들에 대답을 하고 있는 것조차 슬슬 짜증이 날 참. 드디어 모니터 화면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당신은 6월 25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우주의 심드렁한 눈길이 메시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가만히 끄덕거렸다. 레퍼블릭 오브 코리아. 즉 싸우쓰 코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대한민국민이라면 6월 25일은 동족상잔의 비극 외에는 도무지 떠올릴 것이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우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날은 제 생일도, 부모님의 기일도 아니었다. 우주는 이 무의미한 질문과 반복되는 클릭에 슬슬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럴 바엔 1분이라도 더 일찍 잠을 청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녀가 창을 끄려던 찰나였다.


[그러나 당신은 6월 25일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혹시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게임 튜토리얼을 보고 있던 중이었을까. 우주는 제 눈가를 비비적거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6월 25일은 세계 종말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더 이상 보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터무니없는 메시지의 등장에 우주는 망설임 없이 창을 껐다. 그대로 컴퓨터를 끄고, 모니터도 껐다. 연속 동작처럼 다 식어 빠진 침대의 이불을 걷어내곤 그 안으로 쏙 들어가 동굴 속에 몸을 숨긴 너구리처럼 몸을 둥글게 말았다.


세계 종말. 세계, 종말. 세계 종말? 가만히 멈춘 채로 마지막 말을 몇 번이나 곱씹던 우주는 결국 벌떡 일어나 모니터 불을 다시 켰다. 분명히 전원을 껐고, CPU의 회전판이 멈추는 소리까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니터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하지만 눈 앞의 메시지는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선명했다.





[김 우주님. ‘2015 세계 종말 프로젝트’ 에 참여하게 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문피아 공모전에 기웃거리는, 지나가는 무슈M입니다. 주로 덧글과 추천 뭐 그런 종류의 것들을 동냥하고 있으므로 동정해 주셔도 무방합니다. (한 푼만 줍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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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계 종말 D-99 (3) 15.03.23 77 1 14쪽
3 세계 종말 D-99 (2) 15.03.21 58 1 13쪽
2 세계 종말 D-99 (1) +1 15.03.20 83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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