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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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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387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8.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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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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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제73화, 쾌속선

DUMMY

경험이 많은 도천석과 추영롱이 말을 마치고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검을 뽑아들었다. 그들이 이층의 난간을 뛰어넘어 일층으로 내려설 때, 마동탁은 창문을 부수며 뒷마당으로 뛰어내렸다.


“쿵!”


마동석이 두 발에 잔뜩 힘을 주고 뛰어내리자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울렸다.


뒷마당에 숨어있던 해룡방 놈들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 저마다 암기를 던졌다. 공기를 찢으며 날아온 암기들은 마동탁의 호신강기에 부딪쳐 우수수 떨어졌다.


마동석은 쇠도끼를 거칠게 휘둘러 앞에 걸리적거리는 놈들을 날려버리고 무작정 오리정을 향해 뛰어갔다. 일부 해룡방 졸개들이 마동탁의 뒤를 쫓았다.


일단 밖으로 나온 사마리와 추영롱과 도천석은 각각 뿔뿔이 흩어져 놈들의 세력을 분산시켰다.


고봉일미 추영롱의 하늘하늘한 자태는 달빛 아래서도 확연히 빛났다. 살짝 웃음 치는 여인의 미소는 더욱 아름다워 보는 이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뭣들 하느냐? 정신 나간 놈들아!”

“어, 어?”


해룡방 졸개들은 싸울 생각도 않고 잠시 넋을 잃어 멍하니 쳐다보다가 혈영장 대고웅의 외침에 모두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추영롱은 이미 가는 허리를 비틀며 실바람처럼 놈들 사이를 한바탕 누비고 빠져나왔다.


“어, 어, 어!”

“으윽!”


놈들의 비명이 연달아 터지며 목을 잡고 하나둘 풀썩 쓰러졌다. 놈들의 목에는 실낱처럼 가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순식간에 추적조의 반이 쓰러지자, 조장인 대고웅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 불거지고 이마엔 힘줄이 잔뜩 돋았다.


“내 이년을....!”


대고웅이 추영롱을 노려보며 내공을 끌어올리자 팔뚝부터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손이 시뻘겋게 변했다. 장기인 혈영장으로 추영롱을 피떡으로 만들 심사였다.


추영롱도 대고웅의 핏빛 손바닥을 보자 안색이 조금 굳어졌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추영롱이 검을 중단으로 겨누고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대고웅을 향해 몸을 날렸다. 대고웅은 바라던 바라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바른 손을 들어올렸다.


대고웅의 손바닥 주위에 붉은 기류가 일렁이고 있었다. 추영롱이 일 장 거리 안에만 들어서면, 혈영장의 살상범위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추영롱이 살상범위 안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회심의 미소를 지은 대고웅은 핏빛 손바닥을 내려쳤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추영롱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대고웅이 아차! 하고 몸을 뒤로 홱 돌렸지만, 갑자기 옆구리가 뜨끔하더니 다리의 힘이 쭉 빠져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옆구리의 혈도를 찔린 것이다.


추영롱이 옆에서 살짝 웃고 있었다. 추영롱이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세찬 파공성을 일으키며 새까만 수전 하나가 등을 노리고 쇄도했다.


그 기세가 어찌나 흉맹했는지 날카로운 파공성이 귀청을 찢어발기는 듯했다.


추영롱이 날렵하게 몸을 돌리며 검으로 내려쳤지만, 날아오던 힘이 엄청나 방향만 살짝 꺾이며 추영롱의 배에 박혔다.


“아악!”


추영롱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자 비교적 여유롭게 싸우고 있던 도천석이 놀래서 뛰어왔다. 그러자 어둠속에서 수전을 쏜 수색대의 대장 탈혼수 뇌명이 느글느글한 웃음을 지으며 나타났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포박을 받는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분수를 모르고 저항한다면 모두 저세상으로 갈 준비를 해라!”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네가 직접 나서라. 쥐새끼처럼 숨어서 화살이나 쏘지 말고!”

“모가지가 떨어져나가야 눈물을 흘릴 놈이로구나, 흥!”


뇌명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땅을 박차더니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도천수도 검을 왼손으로 바꿔 잡고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허공에서 내려치는 탈혼일장이 파도가 덮치듯 웅혼한 기세로 도천수의 전신을 노리고 밀려왔다. 이를 맞받는 도천수의 손에서도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번갯불 같은 장풍이 은은한 뇌성을 일으키며 마주쳤다.


“끄왕!”


천둥이 치는 굉음이 울리며 흙먼지가 분분히 날리자 도천석이 서너 발자국 뒤뚱거리며 물러났고, 허공에 뜬 뇌명은 실 끊어진 연처럼 뒤로 멀리 날아갔다.


두 사람의 내공이 서로 막상막하였다.


이때, 해룡방의 졸개들을 따돌린 사마리가 다가와 추영롱의 상처를 치료해주었고, 동시에 불새단의 행동대를 데리고 나타난 탁일문이 적의 후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불새단 행동대원들의 활약에 해룡방의 후미에서는 비명소리가 난무했다.


뇌명이 상황을 파악해보니 적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해룡방의 피해가 적잖이 발생할 것 같았다.


“작전상 후퇴다!”


놈들은 허겁지겁 쓸어져있는 동료들을 부축해 어둠속으로 도망쳤다. 도천석도 추영롱의 상처가 위중해 그들을 쫓지 않았다.


도천석이 부하들에게 명령해서 객점 주위를 지키게 하고 추영롱을 객점 안으로 옮겼다.


“내가 아는 의원을 데리고 올 테니 그동안 잘 지키게.”


도천석은 탁일문과 사마리에게 부탁하고 어둠속으로 몸을 날렸다.


******


한편, 오리정 근처의 숲속에선 죽음의 마수가 조금씩 목을 조여 오는 가운데 두성이는 운기조식에 빠져 움직일 줄 몰랐다. 그런데 언제 나타났는지 어둠속에서 빛나는 두 눈동자가 두성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묵묘 깔끔이였다. 깔끔이는 점점 다가오는 해룡방의 졸개들을 보며 앞발을 들어 작은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렸다.


그러자 두성이 주위에 옅은 안개가 스멀스멀 일기 시작하더니 숲속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어? 갑자기 웬 안개가?”

“한밤중에 안개라니 이게 무슨 조화야?”

“어, 어! 점점 심해지네.”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뭔가 수상하다.”


해룡방 졸개들은 잔뜩 겁을 먹고 움직임을 멈췄다. 바로 그때였다.


“주공! 제가 왔습니다.”


쩌렁쩌렁 울리는 마동탁의 목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지며 동시에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허공에 난무했다.


헐레벌떡 뛰어온 마동탁이 횃불을 들고 안개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놈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적은 한 놈이다! 횃불을 끄고 공격하라!”


놈들은 윗사람의 명령에 따라 횃불을 마동탁에게 던지고, 일사분란하게 마동탁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동탁이 날아오는 횃불을 피하느라 잠시 틈을 보이자, 공격의 목표를 정한 놈들은 목숨을 돌보지 않고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앞에 있는 놈들이 창을 길게 뻗으며 마동탁의 배를 노리면, 뒤에 있던 놈들이 그들의 등을 밟고 뛰어오르며 마동탁의 머리와 어깨를 노리고 검과 도로 내리쳤다.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한 탓인지 공격과 방어가 일사불란했고 짜임새가 있었다.


힘과 무공이 뛰어난 마동탁도 삼개 조로 편성되어 돌아가며 쉴 새 없이 공격해오는 이들을 깨부수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그렇지만 천하장사인 마동탁은 쉽게 지치지 않아 여전히 무지막지한 힘으로 들고패니, 놈들의 방어망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동탁의 지론은 한번 패서 안 되면 부서질 때가지 들고팬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사이 마동탁도 상처를 많이 입었다. 넓적다리는 창에 찔렸고 팔뚝과 등에도 검상과 자상이 깊게 패어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상처가 마동탁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마동탁이 창을 잡고 있는 놈들을 향해 쇠도끼를 던졌다.


가슴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놈이 피분수를 뿌리며 뒤로 자빠지자 얼른 다가가 놈의 창을 집어 들었다.


창자루의 끝을 쥔 마동석이 창을 길게 휘두르자 창에서 이는 바람소리가 태풍이 몰아치는 것 같이 흉맹했다.


힘을 다해 휘두르는 창대에 맞은 나무들이 속절없이 꺾여 바람에 뒹굴었고 적들은 다리나 팔이 잘려나가며 쓰러졌다.


놈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팔다리가 부러진 놈들이 비명을 질러대자 댓 명 남은 놈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온몸에 자상으로 피 칠갑을 한 마동탁이 승리의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하!”


어느덧 희번하게 동이 터 오기 시작했다. 운기조식을 끝낸 두성이가 깔끔이와 같이 마동탁 옆으로 다가왔다.


두성이는 의식은 있었으나 움직일 수 없었을 뿐이라, 깔끔이가 나타나 안개를 일으키고 마동탁이 적을 막아 무찌른 것을 알고 있었다.


“마 대협이 내 목숨을 살렸소.”

“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많이 다쳤구려. 내가 약을 발라주겠소, 이리 앉으시오.”

“피만 좀 났지, 상천 별 거 아닙니다. 하하.”


상처에 약을 골고루 바르고 구명환을 먹은 마동탁은 두성이와 함께 서둘러 객잔으로 돌아왔다.


사마리가 환한 얼굴로 맞으면서도 눈을 흘겼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지만, 절대로 혼자 행동해선 안 돼요. 모두들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요?”

“미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추 여협께선 ?”

“도 대협께서 제때에 의원을 모셔 와서 위험한 고비는 넘겼습니다.”


탁일문의 말에 두성이는 잠들어 있는 추영롱을 보며 뭔가 깊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행적이 해룡방에 알려져 이곳에 머물 순 없는데 어떡했으면 좋을까요?”

“많은 부하를 잃은 해룡방 놈들이 이를 갈고 있을 겁니다. 놈들의 본부가 가까운 정주에 있다하니 머지않아 살수들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육로로 가려면 놈들이 본거지인 정주를 지나야하니 위험부담이 큽니다. 쾌속선을 타고 수로로 간다면 훨씬 안전할 겁니다.”


수로를 잘 아는 마동탁의 말에 모두 찬성하여 서둘러 아침식사를 한 일행은 마차를 불러 추영롱을 태우고 낙양의 선착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선착장에 도착한 마동석은 이곳을 관장하는 우두머리를 만나 쾌속선 두 척을 빌렸다.


여덟 명이 노를 젓는 쾌속선은 지붕이 얇은 철판으로 덮여있어서 유사시에는 전투선으로 바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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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5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21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4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9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6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6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5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5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2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202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6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6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5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4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9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6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40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2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7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3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11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8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8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3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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