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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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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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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94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8.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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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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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제71화, 암습

DUMMY

범무통이 잘 벼려서 날이 시퍼런 검을 뽑으며 한쪽 입 꼬리를 비틀었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 앉아만 있었더니 찌뿌둥했던 터였다.


그러나 거구의 괴한은 작고 뭉툭한 도끼를 잡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범무통이 한 발 앞으로 내디딤과 동시에 몸을 날렸다. 수평으로 들었던 검을 내뻗으며 괴한의 목을 노리고 휘둘렀다. 괴한이 재빠르게 도끼를 들어 막았다.


“깡!”


범무통의 날카로운 검이 둔탁한 도끼와 서로 부딪치자 묵직한 타격감이 손목을 통해 전해졌다.


그와 동시에 창자가 터져나가는 고통에 검을 쥐고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범무통의 손에서 검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두 무릎이 저절로 꺾여 물먹은 소금 자루처럼 그대로 주저앉았다.


정말 싱거운 대결이었다. 괴한이 도끼로 막으며 내지른 주먹 한방에 내로라하는 고수가 무릎을 꿇었다.


범무통의 솜씨를 잔뜩 기대했던 노름꾼들과 해룡방의 졸개들은 어이가 없었다. 역시 실력은 소문이나 말발로 얻는 게 아니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하던 막북쌍흉 중의 하나인 나대로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얼른 거치도를 들고 뛰어나왔다.


악어 이빨처럼 생긴 거치도는 사람의 살갗을 찢어발기는 흉악한 칼이었다.


거구의 괴한은 이번엔 기다리지 않고 도끼를 위로 들고 나대로를 향해 전광석화처럼 몸을 날렸다.


그 기세가 얼마나 강렬한지 괴한의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나대로도 두 손으로 거치도를 힘껏 잡고 역벽개산(力壁開山)의 수법으로 괴한의 머리를 향해 무자비하게 내려쳤다. 거치도와 도끼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부딪혔다.


“깡!”


나대로는 거치도를 거쳐 손목을 타고 올라와 뒷골을 때리는 무지막지한 힘에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옛날 항우가 아름드리나무를 뿌리 채 뽑고, 두꺼운 성문을 일격에 박살냈다는 소문을 들어보긴 했지만, 도대체가 말이 안 되는 힘이었다.


무위가 대단하다고 소문난 막북쌍흉을 모두 일격에 박살낸 괴한이 형형한 안광으로 노름방을 한 바퀴 둘러보자 해룡방의 졸개들은 그만 오금이 저렸다.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부하들이 알아서 돈을 거두고 한군데로 모았다. 전장의 전표와 귀금속, 그리고 현찰인 은전과 금전을 알뜰히 챙겨 괴한들의 눈앞에 모아놓았다.


괴한들은 바로 동해오룡과 마동탁이다. 이들은 모두 한두 개씩 돈 자루를 메고 노름방을 나왔다.


두성이가 자루에서 은전을 한 움큼 꺼내 길에다 뿌리자 노름꾼들은 은전을 주우려고 서로 아귀다툼을 벌였다. 그런 광경이 재미있었는지 사마리도 은전을 길에다 뿌렸다.


역시 아귀처럼 달려드는 노름꾼들은 두성이 일행이 사라져도 떨어진 은지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아무도 모르게 객잔에 돌아온 사람들이 자루를 쏟으니 은전이 팔백여 냥, 전표가 삼백 냥, 그리고 금붙이와 보석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노름방에선 벌어들인 돈을 닷새에 한 번씩 해룡방에 보낸다고 하던데, 내일이 돈을 보내는 날이라고 했다.


내일 해룡방 방주란 놈이 길길이 날뛸 것을 생각하니 두성이는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해룡방에서 낙양에 몰려오기 전에 떠나야 귀찮은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일은 일단 낙양을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두성이를 비롯한 동해오룡과 마동탁은 해룡방을 하찮은 집단으로 생각하여 진정한 해룡방의 실력을 간과하고 있었다.


해룡방을 움직이고 있는 실력자는 방주 풍만해의 오른팔인 귀계자(鬼計子) 육삼구로 음모와 계략이 뛰어난 자였다.


육삼구는 인신매매단인 사막의 여우가 동해오룡에게 무참하게 패하여 조직이 순식간에 와해되어버리자 바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해룡방의 추격조를 급파하여 동해오룡의 뒤를 은밀하게 추격하였는데, 동해오룡은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노름방도 순식간에 털렸다는 보고를 받은 만사통 육삼구는 낙양에 있는 해룡방의 전 대원을 동해오룡이 묵고 있는 객점으로 보냈다.


두성이가 불을 끄고 자리에 누우려는데 창문을 뚫고 화살이 날아들었다. 두성이가 화살을 잡아채니 편지가 묶여있었다.


‘연씨세가의 소련이와 백련이를 만나고 싶으면 지금 당장 성 밖의 오리정으로 나와라!’


(아니 소주에 있어야 할 소련이와 백련이가 왜 낙양에? 혹시 해룡방 놈들이 납치해 온 건가? 내 이놈들을 가만 안 둔다!)


해룡방을 하찮은 도둑놈들 소굴이라고 보는 두성이는 살그머니 방을 빠져나와 어둠속으로 몸을 날렸다.


하늘은 맑았고 조각달이 나뭇가지에 걸려있어 희미한 달빛을 뿌리고 있었다. 사방은 쥐죽은 듯 고요했고 움직이는 것이라곤 이따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뿐이었다.


멀리 오리정이 보였다. 두성이는 오리정에 복면을 한 사나이와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두성이가 기감을 열어 주위를 살펴봤으나 그 외 사람들의 기척은 없었다.


오리정 앞에 다가간 두성이가 두 여인을 자세히 살펴봤다. 고개를 푹 숙이고 움직이지 않았다.


헝클어져 늘어진 머리 사이로 얼굴이 조금 보였으나 소련인지 분명하진 않았다.


“그 여자들은 누구냐?”

“연씨세가의 두 딸내미다. 자신 있다면 와서 데려가라. 흥!”

“이런 파렴치한 놈!”


두성이가 화를 내며 땅을 세차게 구르고 괴한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갔다. 두성이가 오리정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오리정의 지붕 속에 숨을 죽이고 숨어있던 네 명의 살수들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며 두성이의 머리와 어깨를 노리고 날카로운 도와 검을 번개처럼 내리쳤다.


두성이가 군자검을 휘둘러 네 명의 검과 도를 막았다.


“차, 창, 창, 창!”


칼에서 이는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고, 세찬 바람이 격돌하며 땅에선 흙먼지와 작은 돌들이 분분히 휘날렸다.


살수는 적의 급소를 노려 일격에 끝장내야 한다. 두 번은 없다. 단 한 번의 공격엔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비록 적이지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고통 없이 깨끗하게 목숨을 뺏는 것이 살수들의 철칙이었다.


한 번의 공격이 실패한다면, 죽는 자는 상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될 것이다.


살수들의 회심의 일격은 그야말로 산을 가르고 파도를 쪼개는 엄청난 위력이었다.


두성이가 네 명의 살수들의 공격을 막느라 손발이 어지러운 사이에 땅에 있던 괴한이 두성이의 하체를 노리고 무릎을 굽히며 검을 수평으로 베었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서 떨어져 내린 네 살수의 검과 도가 두성이의 머리와 가슴 그리고 양어깨를 노리고 쇄도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두성이는 공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호신강기를 펼치며 현무절서의 장법으로 왼손을 위로 뻗으며 뿌리쳤고, 오른손으론 군자검으로 괴한의 검을 막으며 공격했다.


위에서 공격하던 네 명의 살수는 입에서 피분수를 뿜으며 오리정 삼 장 밖으로 나가떨어졌고, 하체를 공격했던 괴한은 팔이 잘려 뒤로 나뒹굴었다.


그때 무릎을 꿇고 있던 두 여인이 두성이에게 와락 안기며 소리쳤다.


“소협! 목숨을 구해줘 감사합니다.”

“어, 어!”


두 여인이 안기자 당황하여 두성이가 두 손을 내밀어 떼어놓으려는 찰나, 두 여인은 손에 감춘 날카로운 비수로 두성이의 가슴과 배를 깊이 찔렀다.


두 여인은 섬서이요(陝西二妖) 반금홍과 반금청으로 수단이 악랄무쌍하고 사악하기가 사갈 같아 무림인들이 매우 꺼리는 인물이었다.


뜻밖의 공격에 두성이가 약간 비틀거리자 기선을 제압했다고 생각한 섬서이요가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쏜살같이 다가와 두성이의 목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


두성이가 소련이와 백련이라고 생각하고 방심했기에 호신강기가 풀어져 큰 상처를 입었지만, 이때의 두성이는 손과 얼굴엔 거북문양이 희미하게 나타났고 피부는 거북이 등껍질처럼 단단하게 변해있었다.


두성이가 힘을 다해 양손으로 섬서이요의 단검을 잡자 단검은 맥없이 부서져버렸다.


깜짝 놀란 섬서이요는 전광석화처럼 뒤로 피했지만 두성이는 섬광처럼 그들 앞에 나타나 섬서이요의 손목을 잡고 힘을 주었다.


“으지지직!”


섬서이요는 팔목이 뭉개지고 박살이 나자 고통을 참지 못해 기절해버렸다. 두성이는 악랄한 두 여인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잠시 망설이는데, 느닷없이 암기가 허공을 가르며 벌떼처럼 날아왔다.


아직도 숨어 있는 자들이 있었다. 해룡방 놈들은 만약을 대비해 이중삼중으로 부하들을 배치해 놓은 것이다.


서있을 힘도 없었으나 두성이는 있는 힘을 다해 암영무흔보를 펼쳤다. 이때의 두성이는 뱀처럼 몸을 지면에 붙이고, 스르르 미끄러지며 무성한 숲속으로 들어갔다.


바위와 풀과 나무가 어우러져 숨기에 적당한 장소를 발견한 두성이가 그곳에 몸을 숨기고 얼른 구명환을 두 알 먹었다.


빨리 운기조식을 해서 기운을 보충해야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두성이가 위험을 무릅쓰고 운기조식에 들어갔을 때, 놈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앗! 여기에도 핏자국이 있다!”

“놈은 상처가 심해서 멀리 도망치진 못하고 근처에 있을 거다!”

“놈의 머리를 베어 죽은 동료의 복수를 하자!”

“샅샅이 뒤져라!”


횃불을 밝힌 해룡방의 무리들은 두성이가 중상을 입은 것을 알고 풀숲을 뒤지고 있었다.


호법도 없이 무방비로 운기조식에 들어간 두성이. 일식경만 버티면 기운을 차릴 수 있는데,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었다.



한편, 두성이가 떠난 객잔엔 복면을 한 해룡방의 추적조와 대원들이 객잔을 에워싸고 공격을 해왔다. 새까만 암기가 창문을 뚫고 들어와 벽에 박혔다.


마동탁이 급히 두성이의 방문을 여니 두성이가 보이지 않았다.


“놈들이 새까맣게 몰려왔는데 주군이 보이지 않네, 어딜 가셨지? 어! 저건?”


마동탁이 중얼거리다가 바닥에 떨어진 쪽지를 집어 들었다.


“오리정에서 만나자고?”

“아무래도 놈들의 암수에 걸려든 것 같군, 이곳은 우리들에게 맡기고 마 대협은 오리정으로 가보시오.”

“우리가 독안에 든 쥐새끼가 된 기분인데, 일단 여기를 벗어나서 좀 넓은데서 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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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5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21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4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9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6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6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5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5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2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202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6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6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5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4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9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6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40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2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7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3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11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8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8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3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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