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오너가 다 할 필요는 없잖아.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명보 빌딩에 입주한 영업부서가 말일이 되기 며칠 전 모두 사무실을 비웠다.
그리고 건물 외벽 청소를 시작으로 보수공사와 내부 개조작업이 동시에 시작되었다.
누나와 멤버들도 모두 바빠졌다.
기억을 잃은 나를 대신해 과거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하나둘씩 불렀다.
경력자를 중심으로 각 방송사 출신 3명과 과 MNC 엔지니어 2명을 스카웃 했다.
편집팀을 비롯한 코디와 메이컵 아티스트도 계약을 맺었다.
거기엔 이수향이도 포함되었다.
스카웃 인력에게 제시할 연봉 협상 전 기업 임원으로 경험이 많은 진이가 나를 도와주었다.
“수향이 예상 최대연봉이 4300이야? 이정도면 괜찮을까?”
“경력에 비해 괜찮은 편이에요.”
“그래?”
“대졸 신입 연봉 평균이 3천2백 정도에요. 인터넷에 떠도는 5~6천 초봉은 극소수 기업이구요. 수향이 경력까지 본다면 보통 4000만 원 선이 적당할 거에요.”
“일단, 수향이가 얼마를 적어낼지 보고 판단하자”
“그래요. 결정은 오빠가 하시는 거니까요.”
10년 이상 경력직 엔지니어들은 6천만 원에 맞췄다.
월급을 받는 입장에선 큰 액수가 아닐지 모르지만 주는 입장은 또 달랐다.
뽑아야 하는 인력이 여러 명이고 매달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니 나로서는 고민이 많았다.
너무 적게 주는 거 같다가도 ‘혹시나 일이 어려워지면....’ 하는 걱정도 들었다.
가진 돈으로 1~2년은 버틸 수 있다고 했던 이유는 기존의 희수가 만들어 놓은 건물 월세가 제법 탄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BJ 3개월 차가 되어가는 내 수입도 괜찮았다.
이달 파프리카 TV의 꽃 풍선 수익은 8,970만 원.
너튜브 광고 수익을 더하면 1억 1080만 원.
의뢰 아이템 제작 순수익은 3450만 원.
부계정인 Heesukim TV의 수입은 1288만 원.
총 수입은 1억5천 818만원이다.
아!! 수입은 또 있었다.
건물주인 내가 받은 월세다.
새로 구한 명보 빌딩 월세까지 모두 합치면 내 수익은 총 3억3700만 원이다.
하지만 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 식구들에게 지급되는 고정 급여 및 잡비도 상당했다.
부계정의 수입은 차츰 늘어가고 있지만, 현재는 제작비에 훨씬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우선 연봉 협상에서 사용할 기본 자료가 완성되었다.
경력직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진이가 제시한 금액에서 차이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수향이는 예상밖에 낮은 금액을 제출했다.
“3300만 원??”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최소 그 정도는 필요해서요.”
“너무 낮게 써서 놀란 거야”
“아깝다. 더 쓸걸···.”
“4천으로 해줄 게. 일하는 보람은 있어야지”
“사···. 사천만원이요?”
“파프리카에서 연봉 얼마 받았냐?”
“그건···. 좀 부끄러워서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곤란하면 말하지 않아도 돼”
대강 알만했다.
어떻게든 직장을 구하려는 취준생들은 월급이 작아도 꾹 참고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젊은 친구들은 열정으로 빈 부분을 메꾸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사장님?”
“월급 주시는데 그렇게 부르는 게 맞지 않나요?”
“야! 사장이란 말은 싫다.그냥 오빠라 불러”
“네, 오빠”
나는 사장님보다 오빠가 백번 나았다.
액슨에서 과장이나 팀장으로 많이 불렸지만, 오빠라는 말은 술자리에서 장난으로도 들어보지 못했다.
여자들은 사석에서도 잔인할 만큼 내 직함을 불러댔다.
----
소속사에 들어오고 이사 자리까지 꿰찬 꽃님이는 나와 함께 몰래 카메라 챌린지를 이어갔다.
꽃님이가 호프집 입구에서 미성년자라며 거절당하거나 신분증 요구도 있었다.
속옷 가게에서 성인용 속옷을 고르는 꽃님이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장님의 반응도 대박이었다.
나중엔 신분증 보여주고 상황을 설명해주면 그제서야 웃으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셨다.
가방에 카메라를 숨겨 영상을 찍고 꽃님이는 목걸이 카메라와 휴대폰을 들고 다니며 찍는다.
둘이 찍은 영상은 서로 공유한다. 그러나 영상 내용이 겹치지 않았다.
나는 챌린지 영상을 꽃님이는 먹방 영상을 찍는다.
그렇게 둘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근데 오빠 소속사로 옮겼으니까 제 수익의 20%를 회사가 가져가는 게 맞지 않아요?”
“그건 내 영상에 출연료로 대신하고 있어.”
“그건 별개죠. 저도 오빠랑 데이트 먹방 찍잖아요.”
“넌 나한테 꽃 풍선 쏘잖아”
“오빠 나 돈 많다니까요?”
“또 그 소리냐?”
“저 매일 천만 원씩 써도 돈이 쌓여요. 돈은 돌고 돌아야 하고 그래야 경제가 사니까 오빠가 좀 도와줘요.”
“별 이상한 소릴 다 듣겠네.”
꽃님이가 돈을 헤프게 쓰냐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의외로 야무진 구석이 있다.
지난번 건물을 팔고 받은 80억으로 서울 변두리에 제법 큰 땅을 구매해뒀다고 한다.
마침 현금이 생겼고 개발지역으로 예상되는 곳에 미리 땅을 사둔 것이다.
정보를 어디선가 들었으니 그런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 땅에는 건물 대신 과실수를 심어두는 치밀함까지 있었다.
아무래도 돈버는 재주는 아빠를 닮은 모양이다.
또한 꽃님이가 살고 있는 집은 예전 아빠와 함께 살던 낡은 아파트였다.
남들의 눈에는 꽃님이가 차상위 계층 정도로 보일 것이다.
꽃님이와 오후 3시까지 영상을 찍고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나 왔어 누나!!”
“어이구 우리 막내 왔써?”
“언니 저 왔어염”
“나도 아는 척 좀 해주지?”
“올라가면서 수향이랑 정인이 마실것 좀 가져다줘”
“알았어.”
누나는 꽃님이를 막내라고 부른다.
부모님이 없는 꽃님이더러 집으로 들어오라고 할 정도다.
식탁에 음료수 쟁반을 들고 2층 내방으로 올라갔다.
건물이 공사 중이라 사무실은 아직 쓸 수 없다.
그러나 작업은 예전보다 두 배로 늘었다.
나도 쉬는 저녁에는 편집을 돕지만, 우선은 수향이와 신입 정인이가 함께 편집일을 하고 있었다.
“수고들 많다.”
“오빠 오셨어요?”
“작업은 얼마나 진행됐어?”
“원리의 쿡방 이번 편은 다 끝났어요. 오빠가 마지막 확인 한 번만 주세요. 지금은 펀&짤 영상 편집 중이에요.”
“수고했다. 이거 마시면서 쉬었다가 해. 정인아 너도 이리와”
“네.... 오빠”
입사 일주일째 정인이는 내가 부르면 아직도 어색한 모양이다.
TV에서 보던 연예인이 월급 주는 사장이라 그런 모양이다.
편집된 원리의 쿡방을 플레이 시켰다.
원이 형과 리에의 앞자를 따서 만든 요리 방송이다.
처음엔 둘이 메인으로 요리하는 방송이었다.
간편하게 혼자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을 토크와 함께 진행 하는 방식이다.
첫 녹화는 원이 형네 주방에서 했었다.
원이 형은 고급 아파트라 주방이 현대식이었다.
무엇보다 넓은 주방이라 촬영에 어려움은 없었다.
처음 두 사람만 요리하는 방송으로 녹화한 다음 편집까지 했었다.
대본이 없는 방송이라 중간중간 말이 자꾸 끊겼다.
처음 녹화인데다 형이 상대에게 지나친 사심을 보였다.
편집을 잘 했는데도 형이 오버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수향이에게 물어봤다.
“수향아 네 느낌은 어때? 네가 편집했으니까 잘 알 거 아니야?”
“괜찮았어요. 원이 오빠가 조금.... 오버한 거 빼면요.”
“네가 봐도 심했구나?”
“오빠도 저랑 같은 생각이시죠?”
“아무래도 저렇게 놔두면 원이 형 팬까지 모두 떨어질 거 같은데...”
“원본을 보시면 더 심해요 저도 살짝 짜증이 났는데 참고 편집한 거예요.”
수향이는 그나마 참고 편집한 것이 그 정도였다.
원이 형을 불러다가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형은 둘만 하겠다는 고집을 부렸다.
별수 없이 코너를 아예 없애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예준이와 시우형을 투입하기로 했다.
원이 형은 볼멘소리로 투덜거렸지만, 다음날 다시 녹화할 때는 촬영이 더 매끄러워졌다.
그렇게 첫 방송이 나가고 돌아온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원이 형이 리에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드러난 것 같았다.
그런 댓글이 몇개 보였기 때문이다.
벌써 원리의 쿡방은 벌써 3회분이 녹화를 마친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시우형은 내가 봐도 멋지게 요리를 잘했다.
요리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각 같은 외모에 말수는 좀 적지만, 과감하고 막힘없는 손놀림이 셰프를 연상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수향아 네가 볼때 시우 형 요리 어때?”
“시우 오빠 최고예요. 보고 있으면 넋을 잃고 보게 되요.”
“정인이 너도 그래?”
“네...”
수향이는 엄지를 올려 보였고 정인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음... 다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나는 뭔가를 생각할 때 깍지낀 손을 머리에 올려놓는 습관이 있었다.
그렇게 하면 머리를 눌러짜 아이디어가 잘 나오는 것 같았다.
머리에 깍지낀 손을 올려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가진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야 해’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방송에 내가 꼭 출연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어차피 소속사를 운영하는 오너였다.
필요하다면 사람들은 얼마든지 불러 쓸 수 있었다.
시우 형에게 어울리는 것을 생각하다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먼저 누나한테 물어봐야겠다.’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기 전 수향이에게 느낀 것을 말했다.
“수향아 이번 편 괜찮은데 시우형이 음식 만드는 장면을 조금 더 끼워 넣는 건 어때?”
“얼마나 더 추가할까요?”
“그럼 1~2분 정도만 늘려주면 고맙겠다.”
“그렇게 할게요.”
1층으로 내려오자 누나는 꽃님이에게 먹을 것을 또 만들어 주고 있었다.
“누나 시우 형이 단독 요리 방송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
“오빠 혼자?”
“응, 구독자들이 형이 요리하는 거 좋아하는 것 같아”
“차라리 오빠가 요리사에게 배우는 방송은 어때?”
“따로 셰프에게 교습을 받도록 해줄 거야 하지만 방송은 형이 주도하는 쪽을 만들고 싶어.”
“찬성이야 오빠가 요리하는 건 좋아”
“그리고 형이 만든 요리를 여성 게스트가 와서 먹는 코너 어때?”
“오빠 꽃님이도 오빠가 만든 음식 먹고 싶어요.”
“응, 그래 너도 초대하도록 할게”
“여자를 불러 오빠가 음식을 만들어준다고?”
“컨셉이야. 남자가 여자를 위해 요리를 만들어주는 거 멋지잖아”
“꼭... 그래야 해?”
“그래서 누나한테 먼저 물어보는 거야”
“방송인데... 당연히 해야지.”
“찬성하는 거지? 그럼 시우 형이랑 이야기 해볼게”
지금 두사람은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이였다.
여성 게스트를 초대해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방송이다.
누나는 시우 형이 연예인 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남편이 산부인과 의사인 것을 질투할 수 없는 아내와 마찬가지였다.
누나한테 시우 형을 불러달라고 했다.
누나는 저녁 함께 먹자며 형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형이 곧장 달려왔다.
같은 멤버지만, 지금은 내가 사장이다.
“실은 형한테 물어볼 말이 있어서...”
“뭔데?”
“형, 전문 셰프에게 요리를 직접 배워보는 게 어때?”
“원리의 쿡방에서 내 요리가 문제 있어?”
“많지. 그것도 아주 많아!!”
“뭔데?”
“여자들이 멋지다고 난리야”
“짜식!!”
시우 형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본 건데 형이 단독으로 요리 방송 해보는 건 어때?”
“나 혼자?”
"응"
"너라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원이랑 예준이 처럼"
"그건 내가 사장이니까 내맘대로 할래. 형이 초대 여성과 토크를 하면서 요리를 완성해 대접하는 컨셉이야 어때?”
“그건 좀...”
그렇게 말하면서 누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누나도 허락했어.”
“오빠, 방송 컨셉이니까 괜찮아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난 원이처럼 진행을 잘 못해"
“일단, 작가를 통해 출연자를 사전 인터뷰하고 대본을 만들어 줄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보다 먼저, 잘나가는 셰프를 섭외해줄 테니까 요리 잘 배워봐”
“내일 당장 찾아볼게”
방송으로 돈을 버는 것이 우리 목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멤버들은 소속사의 요구나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것은 이미 충분히 했었기 때문이다.
시우 형은 다음날 전문 셰프를 찾아가 사정 이야기를 하고 개인 교습을 요청했다.
그 셰프의 아내가 시우 형의 열성 팬이었던 모양이다.
셰프는 교습비 없이 요리를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우리는 방송자막에 그 셰프의 레스토랑을 협찬 목록에 넣기로 했다.
구독과 좋아요는... 필수!! 감사합니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