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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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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6,102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9.10.17 19:34
조회
61
추천
2
글자
9쪽

망치 1편

DUMMY

“내가 거길 왜 따라가야 되냐고오! 싫어! 끔찍해!”


아델라는 침대 위에서 버둥거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어차피 할 수 있는 건 응원 밖에 없는 자신이 피 튀기는 전장에 나가는 게 마음 편할 리가 없었다. 본래는 성 안에서 마음 편히 게임하듯 빛으로 병사들을 통솔할 예정이었지만 후작의 한 마디로 인해 일이 꼬이게 된 것이었다.


[그럼 거절하지 그랬어.]


아델라와 단둘이 있는 인형이 말했다. 그러나 아델라는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받아쳤다.


“니가 사람들 눈을 봤어야 알지. 아무도 말은 안했지만 전부 기대하는 눈빛이었다고!”


아델라는 틀림없이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는 자신이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탓에 아군에게 간접적으로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었다.


[거절하면 실망은 하겠지. 그래도 널 탓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버스터의 말대로 아무리 아델라가 성전을 주도했다지만 전장에 나서지 않는다고 한들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었다.


다만 어차피 전장에 나간다고 해도 안전한 후방에 있을 것이기에 별 생각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함께 출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가볍게 나간 사냥대회에서 눈이 돌아간 곰에게 죽을 뻔했던 것을 뒤늦게 떠올리고 후회하고 있으니 자업자득인 셈이었다.


아무리 이단 측 지휘관과 이야기가 되어있다지만 전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떠올렸다. 전투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후작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기도 하고 말이다.


“...계획대로 잘 되는 거겠지?”


아델라가 근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인형을 쳐다보았다. 그런 불안감이 깃든 질문에 버스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후작은 우리가 뭘 노리는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 널 기를 쓰고 자기 옆에 붙여놓으려는 걸 보면 확실하지.]


조금 전에 있었던 작전회의에서 후작은 아델라를 진형 중앙에 있는 자신과 동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어찌 보면 가장 안전한 곳에 있어야한다는 당연한 논리이지만 실제로는 약간 달랐다. 아델라의 병사들은 전부 기병으로 편성했기 때문에 오직 후작의 병사들에게 보호를 받는 것이었다. 불안하기 짝이 없게도 말이다.


“차라리 프리트한테 보호받고 말지.”


데려온 병사들도 적고 아직 어려 능력도 없으며 덕분에 존재감도 적지만 최소한 아델라에 대한 적대감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반면 호감도는 최대로 회의에서도 발언권은 적으나 무조건적으로 아델라의 의견을 지지했다.


물론,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델라의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의 회의 참가자들에게 할데란트 백작은 가장 안전한 곳에 있어야한다는 의견이 일치했다. 결국 진형 중앙에 있는 후작에게 불안하기 짝이 없는 보호를 받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었다.


그게 불만이라면 얼마 안 되는 병력이라도 전부 기병으로 편성하지 말고 호위로 두면 되지 않겠느냐고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러나 아델라는 어디까지나 희생양에 불과한 보병으로 자신의 병사들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본래 중세의 전투에서 보병의 역할이 고기방패에 불과한 운명이었으나 내일 전투에선 특히 더욱 그랬다.


[후작한테 보호를 받게 됐으니 더 신경 써야겠네. 기물들한테 뭘 해야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줘야할 것 같은데?]


“자세히라고 해봤자 설명한 건 별로 없지만...그래도 하긴 해야겠지.”


잠시 생각하던 아델라는 목소리를 내어 바깥에 있는 하녀를 호출했다.


“벨르라는 여기사 알지? 가서 다른 사람들 데리고 내 방으로 모이라고 했다고 전해.”


본래라면 이다에게 시켰겠지만 지금은 포로이니 하녀에게 직접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지금 아델라의 명령을 받은 하녀는 후작의 하녀였기 때문에 제대로 모두에게 소집명령을 전달하기는 어려우니 그 일은 벨르에게 맡겼다.


그리고 잠시 후. 명령대로 벨르가 주요 인물들과 함께 방으로 찾아왔다. 그래봤자 베르너, 베닐과 휘하기사인 도너 정도였지만.


“내가 왜 부른지는 알고 있지?”


아델라의 질문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내일 있을 전투에 관한 일이란 것을 모를 리 없었다. 다만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특히 불만보다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곧 베닐이 입을 열어 근심을 털어놓았다.


“직접 전장에 나가시는 것도 걱정스럽습니다만 병사들도 없이 혼자 후작님의 옆에 계시는 건 더 걱정됩니다. 꼭 그래야할 이유가 있습니까?”


회의가 시작되기 전,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끼어들지 말라는 명령을 해뒀다. 다행히 회의 당시에는 명령받은 대로 가만히 있었지만 모두 입이 근질근질했을 것이다.


굳이 병력을 전부 기병으로 돌려야하는가. 벨르도 포함해 호위병 하나 없이 말이다.


그러나 아델라는 신하들의 걱정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내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거야?”


얼핏 보면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코 단순히 그렇게 치부할 수 없었다. 이단들에게 잡혀 포로가 되었다가 그날 밤 바로 탈출해 돌아왔으며 아침 잠깐 사이에 후작부인을 아군으로 끌어들여 후작을 곤란하게 만들고 귀족들을 부추겨 성전을 일으켰다. 더욱이 그 지지를 기반으로 내일 있을 전투에서 기병대의 지휘를 베닐에게 맡도록 한 것이다.


“그, 그건 아닙니다만....”


수많은 귀족들 중에서 자신이 다수의 기사를 포함한 기병들을 이끌게 된 것이었다. 분명 그것은 엄청난 영광이자 기회였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베닐에게 아델라는 한 손에 빛을 띄워 보였다.


“다른 건 알 필요 없어. 이 빛만 잘 따라다녀. 데히스님께서 승리로 인도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해.”


아델라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음날 오전. 아델라가 집결 시간에 맞춰 말을 탄 상태로 도시를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었다.


“다행입니다.”


어느새 다가온 펠릭스가 말을 걸어왔다. 아델라가 후작과 동행하기로 되었으니 후작의 부관으로 전투에 참여하는 펠릭스와도 당연히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불안해하시지 않을까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숨기고자 노력하긴 했으나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비록 실제 전장에서 실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는 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자신 있고, 즐겨하던 것에 대한 기대감에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이 전투만 끝나면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집에 갈 생각을 하니 기쁘네요.”


다른 사람들에게 전투에 나가는 걸 즐기는 싸이코 꼬맹이로 보여 봤자 좋을 게 없으니 서둘러 변명했다. 그러자 펠릭스는 놀라운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저희가 이번 전투에서 질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으시는군요. 역시 데히스님의 선택을 받으신 분답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에 잠깐 움찔했으나 바로 담담하게 입을 여는데 성공했다.


“제가 승리를 의심할 리가 없죠. 반드시 이길 겁니다.”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 전장을 좌우하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병사들의 행렬이 성문에 도착했다.


“전투 준비!”


후작 옆에 있는 오른이 소리쳤다. 밖에는 도시를 포위하고 있는 적들이 있었으니 미리 준비해둬야 했다. 성문을 나서자마자 전투가 시작될 테니 말이다.


아델라는 주위를 살폈다. 자신과 후작 주위에는 무장을 잘 갖춘 병사들이 성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징집병이 아닌 각자의 장비로 무장한 고급 병사들, 용병에 가까운 이들이었다.


저 멀리 뒤에는 징집된 농노들도 얼핏 보였으나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 방패로서 없어질 것이었다. 아델라는 그들에게 미리 마음속으로 천국에 가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행렬 앞에 있던 기사가 신호를 보내자 커다란 성문이 무겁게 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해자를 가로지르는 가교가 놓이고 진격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버지 곁에서 떨어지시면 절대 안 됩니다.”


양 옆으로 함성을 지르는 병사들이 쏟아져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운데 펠릭스가 다시금 주의사항을 전했다. 아무리 후작이 싫다지만 지금은 그런 걸 때질 때가 아니었다.


“갑시다!”


병사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자 후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아델라를 이끌며 함께 성문을 나섰다.


아무리 적들이 포위하고 있다지만 성문을 나서자마자 바로 전투에 들어가진 않았다. 성벽 위에서 공격을 받기에 적들도 그리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탓이었다.


“돌격!”


성문에서 빠져나와 대열을 갖춘 병사들이 다시금 들려오는 나팔 소리에 힘차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적들도 공격이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에 맞춰 진형을 갖추며 대응했다. 많지는 않았으나 볼트와 화살이 종종 날아들고, 그런 눈 먼 원거리 공격에 운 나쁜 병사들이 쓰러졌다.


그러나 이 전투는 아직 시작도 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짜는 이 다음이었다.


작가의말

점점 진행되고 있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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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치 1편 19.10.17 61 2 9쪽
65 협조 4편 19.09.13 61 3 11쪽
64 협조 3편 +1 19.07.17 112 2 11쪽
63 협조 2편 19.06.07 78 3 9쪽
62 협조 1편 19.04.22 76 3 10쪽
61 낙오 3편 19.03.21 131 3 11쪽
60 낙오 2편 19.02.19 171 3 18쪽
59 낙오 1편 19.01.21 104 5 12쪽
58 조력자 7편 19.01.14 109 3 15쪽
57 조력자 6편 18.12.31 99 3 11쪽
56 조력자 5편 18.12.17 128 2 15쪽
55 조력자 4편 18.12.10 146 3 11쪽
54 조력자 3편 +1 18.11.27 241 3 14쪽
53 조력자 2편 +1 18.11.04 151 6 12쪽
52 조력자 1편 18.10.29 140 4 17쪽
51 발견 6편 18.10.21 123 6 18쪽
50 발견 5편 18.10.14 141 6 14쪽
49 발견 4편 18.10.07 125 5 14쪽
48 발견 3편 +1 18.09.23 150 7 16쪽
47 발견 2편 18.09.16 153 4 17쪽
46 발견 1편 18.09.01 143 2 13쪽
45 불편한 손님 6편 +1 18.08.01 185 1 11쪽
44 불편한 손님 5편 18.07.18 158 2 11쪽
43 불편한 손님 4편 18.07.10 166 2 9쪽
42 불편한 손님 3편 18.07.01 170 2 14쪽
41 불편한 손님 2편 18.06.23 184 2 18쪽
40 불편한 손님 1편 18.06.16 197 2 16쪽
39 사냥 2편 18.06.07 20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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