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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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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6,109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9.03.21 05:27
조회
131
추천
3
글자
11쪽

낙오 3편

DUMMY

“엘라! 엘라가 오고 있어!”


올라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기어코 성벽 위로 올라와 그 꼬맹이가 올 때까지 지켜보고 있던 루니아가 신나서 소리쳤다. 물론, 루니아의 기분이 급변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작은 베르너가 성 안으로 들어왔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바로 지시를 내렸다.


“성문을 닫아라.”


그 명령에 루니아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다른 기사와 병사들까지 굳어버렸다.


백번 양보해서 로베르가 성으로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준 백작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 옆에는 후작의 막내아들인 키프가 함께 있었다. 백작을 살려주기 싫어 자신의 아들까지 죽이겠다는 말이었다.


“성문을 닫으라고 했다!”


후작이 다시 한 번 소리치자 그때서야 잘못들은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기사가 아래, 성문을 향해 큰 소리로 명령을 전달했다.


“성문을 닫아라!”


그러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바로 루니아였다.


“아빠, 아직 엘라가 안 왔어! 성문을 닫으면 엘라가 못 들어오....”


“그래서 닫는 거다.”


자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온 대답. 루니아는 그 말의 뜻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어리진 않았다.


루니아는 도망치던 도중에 주워온 친구가 소중히 가지고 다니던 인형도 내팽개치고 아빠에게 달라붙어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 이제 아빠 말 잘들을게...응? 엘라는 내 친구란 말이야...아빠....”


그러나 후작은 대답도 하지 않고 턱짓으로 슬쩍 루니아를 가리켰다. 걸리적거리니 데려가란 뜻이었다. 막내아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았는데 고작 딸의 애원에 넘어갈 일은 없었다.


“잠시 혼자 있겠다.”


루니아가 오른에게 안겨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꼬맹이와 자신의 막내아들을 붙잡은 반란군들이 숲속으로 모습을 감추자 후작이 입을 열었다.


아들을 정적을 없애기 위해 적에게 바치고, 자신의 친구를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딸도 무시했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면 이상했다.


부하들은 영주를 위해 성벽 위를 비워주었고 자신이 혼자 남은 것을 확인한 후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건가?”


현재 성벽 위에는 후작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으나 곧 대답이 돌아왔다.


“확실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하게 될 거야. 그 애도 위험하지만, 걔한테 달라붙어있는 녀석은 더 위험하니까.”


새하얀 고양이였다. 적어도 후작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네가 이단들을 진압한지 얼마나 됐다고 놈들이 이 정도 규모로 다시 들고 일어났겠어?”


이전에 후작이 제압한 이단의 숫자는 대략 8천명. 그러나 현재 이곳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단의 병력은 7천여명. 불과 몇 달만에 이전과 거의 근접한 인원을 모았다는 것이었다.


“이 반란의 원흉이 백작에게 붙어있는 녀석이란 말인가?”


“어떤 이단 반란이 자기 마을을 내버려두고 다른 지역에 7천명씩이나 모여서 특정 도시를 공격하려고 하겠어?”


분명 이상한 일이긴 했다. 보통 반란은 파도와 같았다. 한 마을에서 일어난 것을 보고 다른 마을에서도 연이어 반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번 반란은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일부러 쏘아낸 물줄기처럼 느껴졌다.


애초에 7천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움직이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것도 평범한 상황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게 가능하긴 한 건가?”


후작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지만 고양이는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인지 시큰둥한 기색이었다.


“대놓고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마을들을 포섭해 나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마을에서 지내다가 날짜를 정해 모이기만 하면 되니까.”


실제로 후작의 강력한 탄압에 불만을 품은 마을들도 더러 있었다. 확실한 구심점만 있다면 그들이 단합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뭐, 그래도 이젠 다 소용 없는 일이지.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반란군을 유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애가 잡힌 이상 계획이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졌을 거야.”


물론 아델라를 완전히 배제하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자신이 아들을 내버린 일에 대한 위안은 전혀 되지 않았다.


반란군을 물리칠 때까지 부디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


어느 천막 안. 열 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훌쩍이며 적극적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가운데, 한 여자아이만이 구석에 앉아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바로 아델라였으며 다른 아이들은 반란군에게 붙잡힌 귀족의 자제들이었다. 성인들과는 다르게 창살로 각각 격리시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한 곳에 모아놓은 것이었다.


평범한 아이들이라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약간이나마 안심했을지도 몰랐겠으나 평범하지 않은 아델라 입장에선 차라리 혼자 가둬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사방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보통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흑, 으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넓은 천막 안에서 굳이 자신의 옆에 와 울고 있는 키프였다. 그게 상당히 거슬렸던 아델라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도 은근슬쩍 다가와 자리를 잡고 다시 울어댔다.


혼자 낙오되어있던 자신을 구해준 탓일까. 아니면 유일하게 면식이 있기 때문일까. 아무튼 옆에서 ‘아빠....’거리면서 우는 것은 참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바로 그 아빠 때문에 여기 붙잡혀 왔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날이 어두워지고 점점 밤이 깊어가자 모두 지쳐 잠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잠에서 깨고 나면 또 울어댈지도 모르기에 지금이 편하게 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아무래도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이런 상황에선 잠이 올래야 올 수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되는 것인가. 빌어먹을 고양이 녀석은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져 잠을 잘 수 있을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던 아델라가 결국 지쳐 천을 깐 바닥에 몸을 눕히고 쉬고 있을 무렵. 갑자기 코가 간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에취!


감기라도 걸린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힘든데 제발 자제해줬으면 하고 부탁아닌 부탁을 하던 도중,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애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나랑 대화할 수 있겠어? 좀 참아.”


“이게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 너도 당해봐야 그딴 소리가 안 나올 텐데.”


아델라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일어나며 대답했다. 그러자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원흉인 검은 고양이가 말이다.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서 뭘하고 있었던 거야? 내가 반란군한테 포로가 될 때까지 말이야!”


“목소리를 낮춰. 애들을 깨우는 것도 모자라서 경비병을 부르고 싶은 거야?”


아델라가 버럭 화를 냈지만 버스터는 무덤덤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고, 경비병이 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 아델라의 목소리가 한층 작아졌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야 나타난 건데?”


어떻게든 버스터와 다시 연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설마 아예 본체를 이끌고 올 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잃어버린 인형의 대체재를 통해 말을 걸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직접 이 먼 곳까지 찾아왔다고 해서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것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아델라가 날 선 반응을 보이자 버스터는 예상했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아. 아무 걱정 안 해도 돼. 이 반란군은 내가 유도한 거니까.”


“...하?”


버스터가 이 사단이 난 원흉이 아니라 사실은 자신이 흑막이었다는 말에 넋이 나간 아델라가 가까스로 한 마디 했다.


“후작을 처리하려고 반란을 일어나도록 유도했어.”


“어, 정말?...음, 그...어떻게? 그게 가능해?”


아델라의 질문에 버스터는 ‘보다시피’ 가능하다며 그저 자신이 반란군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빛의 형태로 다가가 몇 마디 건네니 바로 계획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미 반란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던 중이라 한결 수월했지. 난 남쪽에 있는 큰 도시를 공격하라고 넌지시 알려줬을 뿐이고.”


그들에게 남쪽에 있는 큰 도시란 당연히 후작령의 수도인 부롬스, 즉 이곳이었다.


“너 천사라며? 천사가 그래도 되는 거야?”


천사가 아니라 악마가 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버스터는 어차피 자신에게 뭐라고 할 천사는 없다며 그냥 넘겨버렸다.


“그래도 설마 네가 잡힐 줄은 몰랐어. 후작이 아주 제대로 한 방 먹여줬는데. 딱 그게 전부긴 하지만.”


마치 남 얘기하듯, 스포츠 경기라도 관람하는 것처럼 말하는 버스터의 태도에 아델라가 주먹을 들어 보였다.


“자꾸 딴 사람 일처럼 이야기할래? 네 말을 듣고 여기에 온 건 그렇다고 쳐도 네가 조언한대로 후작부인이랑 협력한 것 때문에 붙잡힌 거나 다름없거든?”


분명 로베르를 암살하려한 주모자로 체포된 일이 아니었다면 진작 성 안으로 도망쳐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가장 심하게 압박을 받았을 후작이 탈출하는데 성공했고, 아델라의 일행도 아깝게 진입에 실패했으니 타고갈 말이라도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으리라.


“그건 의외긴 했지. 후작부인은 후작을 도와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분명 후작부인으로서 해야할 역할도 방치한 채 몇 년 동안이나 죽은 듯 조용히 지내던 후작부인이 설마 후작을 위해 먼저 나서리라고는 버스터도 예상하지 못했다.


“설령 우릴 속였더라도 일이 벌어지기 전에 뒤집어 엎어버리려고 했는데 말이지. 반란군이 움직이는 게 좀 늦어버렸네.”


확실히 아델라가 고발당하기 전에 반란군이 들이닥쳤다면 그 일은 완전히 없는 게 되는 셈이었다.


“너무 힘들다고...특히 정신적으로! 차라리 하루 종일 게임 연습만 하는 게 훨씬 나아.”


물론 하루 종일 연습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생명에 위협을 받는 일은 없었다. 아델라는 새삼스럽게 자신이 살고 있던 시대가 얼마나 평화로웠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벌써 그렇게 힘들어하면 안 되는데.”


그러나 버스터는 자신의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으며 온몸으로 힘든 기색을 내비치는 아델라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뻔뻔하게 이야기했다.


“넌 내일 도시로 돌아가서 성문을 열어줘야 해.”


작가의말

한 달이 넘었네요...벌써?

설마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새로 짜고 있던 게 생각만큼 잘 써지지 않던지라 너무 소홀히 했네요.

최소한 진행 중인 스토리는 마무리 지을 생각입니다.

다만...속도가 좀 많이 느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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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발견 5편 18.10.14 141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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