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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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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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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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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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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력자 2편

DUMMY

“못해?”

아델라 역시 벨르가 곤란해 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분명 벨르의 성격상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행동을...?”

벨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어왔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었다. 아델라는 벨르의 질문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싫으면 됐다는 듯 몸을 돌렸다.

“못하면 됐고. 그럼, 베르너....”

“여, 영주님!”

영주의 입에서 자신이 여러모로 경계하는 기사의 이름이 나오자 자기도 모르게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제가, 하겠습니다.”

용서받았다고는 하지만 아델라의 마음이 자신보다 베르너 쪽으로 기울어져버린다면 불안하긴 매한가지였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베르너에게 넘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흐응~?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못할 것 같으면 순순히 넘기지 그래?”

그런 베르너의 말에 벨르는 얄미운 자식이라고 중얼거리며 아델라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이 ‘그 일’을 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잘 할 수 있겠어?”

아델라가 이번에는 처음부터 벨르에게 일을 맡기려고 했던 태도와는 반대로 가능하겠냐는 질문을 했다.

“떠돌이 생활 때 보고 들은 게 있으니 한 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만약 일이 잘 돼서 제가 후작가의 미움을 받더라도 절 버리시면 안 됩니다.”

일개 기사인 벨르가 눈에 띄는 행동을 한다면 다른 이들은 당연하게도 그 뒤에 있는 영주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아마 나를 더 미워할 걸.”

설사 아델라가 명령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리 생각할 텐데, 그런 행동을 하는 벨르를 아델라가 방치한다면 두 말 할 것도 없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벨르가 영주인 아델라에게 자신을 버리네 마네 하는 것은 무례하게 볼 수도 있는 언행이었지만 자신이 요구한 행동이 그만큼 부담스러운 것임을 이해하고 있는 아델라는 개의치 않고 넘어갔다.

그리고 마치 전장으로 떠나는 것처럼 무거운 표정으로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는 벨르를 보며 더 이상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헤링이 아델라에게 물어왔다.

“뭘 시키신 겁니까?”

헤링의 질문에 흔쾌히 대답해주려던 아델라는 곧 동기를 설명하려면 후작부인이 나와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중에 이야기해주겠다며 미루었다.

이런 개방된 곳에서 후작부인이 자신과 내통한다는 말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델라의 말에 근처에 있던 모두가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도 잠시, 어느새 연회장을 가로질러 자신이 쓰러뜨린 곰의 사체에 도달한 벨르가 소리쳤다.

“제가 이 녀석을 잡은 할데란트의 기사, 벨르입니다!”

이미 주정뱅이들의 헛소리에 단련되어있는 귀족들은 어지간한 말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영주를 죽이려고 달려들던 곰을 한 방에 보내버린 여기사가 하는 말은 다행히 관심을 주었다.

“주먹 한 방으로 곰을 쓰러뜨렸다는 그 기사인가.”

“그래. 그런 것 같군.”

하물며 흥미를 더할 가십거리까지 있다면 더욱 그랬다.

“...근데 왜 다 주먹으로 해치웠다고 하는 것 같지?”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을 들은 아델라가 의문을 표했다. 실제로 주먹을 써서 해치운 게 아닐 뿐더러 무엇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의 측근들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네? 아까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그러자 제 발 저린 범인이 스스로 자백해왔다. 이다였다.

사실 곰을 주먹으로 해치웠다는 부분 보다는 그 새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문이 다 퍼졌다는 점에 놀란 것이었다. 곰이 피투성이인 것을 사람들이 보지 못했을 리는 없으니 그저 흥미가 동하는 방향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이런 소문이 퍼진 것이다.

물론, 그 피투성이 곰의 아래턱이 너덜너덜한 탓도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다행히 저는 영주님을 지키는데 성공했습니다만, 자기들 영지에 이런 위험한 녀석이 돌아다니는 줄도 모르는 멍청이들은 어땠을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벨르가 그렇게 소리치자 장내는 다른 의미로 술렁였다. 벨르가 갑자기 사람들의 이목을 끈 이유가 명확해졌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 멍청이들의 영주님이 이런 일을 겪었더라도 지금처럼 조용히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대체 이렇게 영주가 사냥을 나가는 숲을 허술하게 관리한 멍청이들의 책임자가 누구죠?”

그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연회장 한쪽을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후작의 숲 관리인. 그 인물은 차기 후작이자 당장은 공석인 재무관을 임시로 맡고 있는 로베르였다.

이왕 도발을 하는 것이니 좀 더 과격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곳은 다른 고위 귀족들도 즐비한 공식석상이니 아무래도 저 정도가 한계인 듯했다.

실제로 이 정도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했다.

당장 그 광경을 본 헤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으며 베닐과 이다를 비롯한 수많은 귀족들은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었고, 후작측 귀족들과 기사들은 무기만 가지고 있었더라면 즉석에서 검을 휘두르며 결투신청을 했을 태세였다.

분명 후작측의 뒤처리가 매끄럽지 않은 것은 비난받을 일이었지만 기사 따위가 후작의 후계자를 들먹이며 조롱하는 것은 대놓고 ‘덤벼봐라’라고 말하는 꼴이었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벨르경.”

그리고 결국 그중에서 한 명이 나와 벨르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후작이 가장 아낀다는 기사, 오른이었다.

“주군을 잃을 뻔한 경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게 무슨 짓입니까? 경은 기사로서 다른 이의 명예를 존중할 줄도 모릅니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과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네 이름에 먹칠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었고 그것은 분명 명예를 아는 자라면 꺼려지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사 중에서도 모범생에 포함되는 벨르 역시 움찔했지만 아직 그보다 중요한 영주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기에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그 분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었으니 이 정도는 말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아니면, 이 정도로는 아직 모자라는 건가요?”

벨르가 자신의 뒤쪽에 있는 곰의 사체를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

비아냥대는 벨르를 거구의 오른이 눈을 내리깔며 노려보자 그에 질세라 벨르 역시 독기 있는 눈으로 자신보다 약간 큰 키의 오른을 쏘아보았다.

언제 치고 박기 시작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긴장감이 흐르는 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나선 것은 바로 로베르였다.

“오른.”

어느새 다가온 주군의 후계자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오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벨르에게서 눈을 떼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백작님께는 죄송함과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네. 그 숲에는 다른 손님들 뿐 아니라 내 동생들도 있었어. 내가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한 탓에 큰 사고가 일어날 뻔했으니 내 할 말이 없군. 나중에 백작님께 따로 사과하는 자리를 가질 테니, 이제 그만 하지 않겠나?”

로베르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감춘 채 차기 후작으로서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성공했다.

벨르의 언행은 분명 무례하기 짝이 없었지만 같은 식으로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분위기만 더 나빠질 게 분명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화를 돋워 연회를 망치려는 백작의 수작이 눈에 보였다.

“아니요. 영주님께서 사과는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나온 벨르의 발언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로베르님보다 훨씬 더 영주다운 펠릭스 경이 이미 사과하셨기 때문입니다.”

홀 한쪽에서 자신의 기사를 시켜 되도 않는 수작을 부리는 꼬맹이를 슬쩍 쳐다보며 비웃고 있던 로베르는 그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형과 함께 있던 펠릭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설마 자신이 마음에 걸려서 개인적으로 한 사과가 형제간에 이간질에 쓰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숲의 책임자도 아닌 펠릭스가 사과를 했는데, 숲의 책임자라는 사람이 당사자가 불만을 잔뜩 표하자 마지못해 사과하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거절당해버렸으니 결코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숲의 관리자로서 해야 할 맹수 처리를 제게 맡기시고 책임자로서 해야 할 사과를 동생에게 떠넘기시다니. 아주 훌륭한 일 처리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참에 상속자 자리도 펠릭스 경에게 넘기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도발이 절정에 다다르자 곳곳에서 고함 소리가 튀어나왔다.

“닥치지 못해!”

“기사 따위가 감히!”

마음 같아서는 벨르를 끌어내고 싶은 귀족들이 수두룩했겠지만 그것은 곧 연회에서 아델라를 내쫓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아델라는 현재 구석에 혼자 앉아있는 공작의 아들, 프리드의 약혼자였다. 그리고 이곳에는 후작의 비호를 받는 만큼이나 공작의 비호를 받는 인물들도 많았다.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아델라의 기사를 끌어내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물론, 이 이상 더 도발을 했다가는 정말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때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생각한 벨르는 아델라가 자신에게 명령했던, 가장 중요한 말을 내뱉었다.

“로베르님께서 후작위를 상속받을 생각이 있으시다면 영주로서의 자질을 하나라도 봉신들에게 보여야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할 말을 끝낸 벨르는 성큼성큼 걸어 재빨리 자리로 돌아왔고 벨르가 오는 것을 지켜보던 아델라는 벨르가 돌아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안 되겠네~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지.”

별 다른 일이 없었다면 그저 ‘오늘 있었던 일로 힘들어서 그러는 구나’라고 사람들이 생각했을 것이다.

허나 지금은 아델라의 기사인 벨르가 갑자기 로베르에게 잔뜩 도발을 한 이후였기에 도망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고, 실제로 도망가는 것이 맞았다.

현재 상황에서 연회장에 남아있어 봤자 여러모로 불편하기만 할 뿐, 아무런 득이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는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모두 연회장을 떠나는 아델라를 뒤따랐다.


“잘하던데? 수고했어.”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아델라가 벨르의 공을 치하했다. 사실 벨르에게 어울리는 역할은 아니었기에 걱정하고 있었지만 훌륭히 해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 자신과 가까운 벨르가 도발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벨르에게 맡긴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순수하게 칭찬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약간 신경 쓰였는지 잠시 정적이 흐른 뒤에야 대답이 나왔다.

분명 벨르가 입을 놀리는 것에는 어울리지 않았으나 아까 했던 말대로 기사단에서 나와 떠돌이 용병생활을 할 때의 경험이 꽤나 유용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너무 경박한 것도 주군인 아델라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 수 있으니 지금이 딱 적당했던 것 같았다.

“헤링, 벨르한테 줄 포상 조금 더 올려줘. 괜찮지?”

내내 표정이 좋지 않던 벨르가 그 말에 움찔했다. 그 동안 지내면서 느낀 것이지만 떠돌이 생활을 하며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벨르는 상당히 세속적이었다.

“...여유 자금이 있긴 합니다.”

그 말에 벨르의 표정이 눈에 띄게 풀렸다. 반면 그와는 대조적으로 헤링은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제 설명해주셔도 되지 않습니까?”

불만 가득한 헤링 말고도 다른 이들 역시 아델라가 벨르에게 그런 행동을 시킨 것에 대한 의문이 가득한 것 같았다.

설마 그런 식으로 상대를 도발해서 빨리 집에 돌아갈 생각은 아닐 테고. 상대의 사과를 받기 위해 일부러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도 너무 과했다.

게다가 아델라의 목적은 막상 상대를 도발하는 역할을 맡았던 벨르도 상대를 어떻게 도발하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때문에 이곳에 함께 있는 모두가 각자 갖가지 추측을 하며 아델라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아델라의 대답은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에 모두의 어안을 벙벙하게 했다.

“로베르가 토너먼트에 참가하게 하려고 했어.”


작가의말

토너먼트는 대체할 단어가 없는 것 같네요.
토너먼트에 속하는 경기인 '주스트'나 '밀리'는 '마상창시합'이나 '모의전'으로 바꿀 수 있다지만....

많은 댓글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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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협조 2편 19.06.07 7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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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낙오 2편 19.02.19 171 3 18쪽
59 낙오 1편 19.01.21 104 5 12쪽
58 조력자 7편 19.01.14 109 3 15쪽
57 조력자 6편 18.12.31 99 3 11쪽
56 조력자 5편 18.12.17 128 2 15쪽
55 조력자 4편 18.12.10 146 3 11쪽
54 조력자 3편 +1 18.11.27 241 3 14쪽
» 조력자 2편 +1 18.11.04 15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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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발견 5편 18.10.14 141 6 14쪽
49 발견 4편 18.10.07 125 5 14쪽
48 발견 3편 +1 18.09.23 150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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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발견 1편 18.09.01 14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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