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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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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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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7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8.12.31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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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조력자 6편

DUMMY

“...진거야?”

“...아직 결정된 건 아닙니다만.”

헤링의 말대로 아직 승부는 결정 나지 않았다. 하지만, 행동은 가벼워도 나름 실력 있는 기사라고 생각하고 있던 베르너가 무명의 떠돌이 기사에게 완벽히 한 방 먹은 것이다.

“근본도 없는 떠돌이가 아니라는 건 확실해보입니다. 최소한 어렸을 때부터 착실하게 훈련을 받은 자로군요.”

아델라와 헤링이 베르너의 확실한 실점에 놀라워하고 있자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실력을 같은 기사로서 인상 깊게 본 도너가 자신의 감상을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자칭 기사행세를 하는 자들과

어렸을 때부터 다른 기사의 종자로 들어가 착실히 배운 진짜배기 기사는 많은 것이 달랐다. 분위기든 자세든 말이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배웠다고 해서 모두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단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베르너 공이 처음부터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모양이네요.”

헤링은 살짝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베르너는 떠돌이 기사출신이기 때문에 잘 아는 부류의 적을 만나 좋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전의 그 일격으로 인해 상대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터이다.

그리고 곧 베르너가 상대를 제대로 만났다는 헤링의 말대로, 곧 이어진 두 번째 합에서도 베르너의 새 방패는 조각나버렸다.

군더더기 없이 정확히 방패만을 노리는 창끝에 의해 말이다. 상대 역시 창이 부러지긴 했지만 대회에서 창은 원래 부러지기 쉬운 것을 썼다. 그래야 보는 맛도 있고 판정도 쉬우니 말이다.

이쯤 되자 베르너는 확신했다.

보통, 다른 이들에게 주목을 받기 바라는 무명 기사들은 방패보다는 상대를 확실히 낙마시킬 수 있는 신체를 노리기 마련이었다.

그것은 베르너 본인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현재의 상대는 그런 낌새는 전혀 없이 확실히 점수를 따겠다는 생각으로 방패만을 노리고 있었다.

두 번째 합에서는 역으로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빈틈을 보여줬음에도 방패만을 노린 것이다.

절대 보통 떠돌이 기사가 아니라고 직감한 베르너이지만 자신이 현재 위기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투구 안에서 미소를 지으며 대기하고 있던 병사가 건네는 방패를 받아들었다.

방패를 새것으로 바꿔든 베르너는 다시 한 번 상대와 마주보고 섰고, 곧 들려온 악기 소리에 맞춰 말을 출발시켰다.

앞서 그랬던 것처럼 두 기사는 어느 정도 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방패로 몸을 가리고 창을 내려 그 끝이 상대를 향하도록 조준했다.

하지만 베르너의 상대는 이번에도 방패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아니, 오직 방어에만 전념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여기서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승리를 차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점점 더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자 베르너는 상대의 몸통을 겨냥했다. 대놓고 방패를 노리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고, 조금 더 가까워지면 상대도 그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는 베르너의 행동이 뜻하는 바를 금방 알아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방패를 노리겠다는 것은 져주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승리하고자 하는 선수가 그런 행동을 할 리가 없으니 대놓고 자신이 노리는 바를 보여준 뒤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다른 곳을 노리겠다는 심리전이었다.

간단히 베르너가 노리는 바를 파악한 상대 기사는 격돌하기 직전, 베르너의 방패를 노리던 창을 슬쩍 비켜 세웠다.

아예 창으로 창을 쳐냄으로써 공격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도가 무색하게, 베르너가 쥔 창은 상대 기사의 투구를 정확히 직격했다.

동시에 두 사람의 창과 베르너의 방패가 산산조각 났으며 상대 기사는 투구를 가격당한 충격에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낙마해버렸다.

상대가 방어적으로 나오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자신의 방패를 아예 갖다 대어 창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베르너의 완승이었다.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방패가 부서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상대의 투구를 벗겨내어 낙마시킨 베르너의 솜씨에 관중들이 환호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할데란트 백작의 봉신이라 후작의 눈치가 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투구를 벗어 옆구리에 낀 채 관중석 앞에 선 베르너는 가장 먼저 아델라에게 깊게 고개 숙였다. 이 승리의 영광을 바친다는 의미와 자신을 신뢰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다만 아직 손수건을 돌려주기에는 일렀다. 아델라의 손수건을 돌려주는 것은 베르너가 패배해 뒤에서 조용히 돌려주거나, 창시합에서 우승해 모두의 앞에서 돌려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아델라는 이왕이면 벨르에게 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물론 베르너가 역전하며 멋지게 승리하고 이렇게 자신에게 인사하는 것은 꽤나 기분이 좋았지만 왠지 우승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믿음직하진 않았다.

아델라가 베르너에게 손수건을 준 것은 베르너를 신뢰해서라기보단 그저 그때의 상황에선 손수건을 줘야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속마음은 뒤로하고 아델라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베르너가 이런 속마음을 알아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없겠지만 괜히 사기를 꺾을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다.

아델라에게 인사한 뒤에 이 대회를 개최해준 후작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베르너는 낙마한 상대 기사를 데리고 경기장을 나갔다.

병사 두 명에게 부축을 받으며 말을 탄 베르너의 뒤를 따라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패배자이며 포로였다.

실제로 시합 규칙에서도 승리할 경우 패배자를 포로로 삼고 몸값과 장비를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은 이전의 예선처럼 약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적용되어 큰 액수의 몸값을 지불하고 승자가 원하면 갑옷도 내주어야했다. 몸값도 그렇지만 갑옷도 비싼 물건으로, 기사들이 괜히 토너먼트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며 목숨을 거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첫 번째 선수들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참가자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아델라는 전혀 모르는 인물들이었다.

“왼쪽은 베롱 가문의 삼남이군요. 이 근방에서 나름 유명한 기사 가문이죠. 다른 한 쪽은 신부의 사촌이로군요. 토튼 경이었던가요.”

이 전 경기야 한 명은 알려지지도 않은 떠돌이 기사고 한 명은 아주 잘 아는 인물이었기에 그냥 넘어갔으나 보통은 참가자가 나오면 설명이 따라붙기 마련이었다. 아델라 쪽에선 그 역할을 헤링이 맡았다.

어지간한 귀족이라면 다른 가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기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영지의 중책을 맡을 정도의 인물이라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두 사람을 소개하기 무섭게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좀 더 경험이 많아 보이는 신부의 사촌, 슈게르트 가문의 선수가 첫 합부터 상대의 어깨를 찔러 낙마시키며 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승리한 기사가 관중들 앞에 서자 훌륭한 솜씨를 보여준 승자에게 관중들은 큰 박수를 보내주었다.

“엘라는 시합 재미있어?”

아델라 역시 다른 이들처럼 박수를 쳐주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루니아가 질문해왔다.

아무래도 루니아는 마상창시합에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나랑 딴 곳에서 놀자! 인형도 같이!”

솔직히 말하면 경기는 나름 재미있는 편이었다. 자기쪽 선수를 응원하는 맛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경기 자체에 보는 재미도 있었다. 방패가 쪼개지고 창이 부서지며 누군가는 말에서 떨어져 구르는 모습은 이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자극적이면서도 안전한 구경거리였다. 다른 이들 역시 그렇기 때문에 이 경기에 열광하는 것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하는 것도 없이 다른 귀족들이 웃고 떠드는 한 가운데에서 깨작깨작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다.

“어....”

그렇기 때문에 아델라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면 루니아, 그리고 손에 있는 인형과 함께 다른 조용한 곳에서 소꿉놀이 같은 걸 하게 될지도 몰랐다.

차라리 지겹디 지겨운 체스를 뒀으면 뒀지 절대 소꿉놀이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하녀들의 등쌀에 못 이겨 한 번 해본 것이면 족했다.

“그게, 난...여, 여기서 내 기사들이 경기하는 걸 지켜봐야하거든! 난 영주니까 그래야...하지?”

가까스로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수 있는 변명거리를 찾아낸 아델라가 지원사격을 바라며 옆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 네. 그렇습니다. 영주님이 자리에서 지켜보셔야 우리 쪽 참가자들이 더 열심히 노력할 테고, 그러면 훨씬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바로 그 의도를 눈치 챈 헤링이 아델라가 바라는 대로 지원을 해주었다. 루니아는 그런 헤링의 말을 잘 이해하진 못한 듯했지만 최소한 핵심은 파악한 모양인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엘라는 영주님이라 마음대로 못 노는 거구나....”

하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게 웃으며 아델라에게 말했다.

“좋아! 루가 계속 같이 있을게! 혼자 있으면 재미없잖아?”

“그, 그래. 고마워.”

사실 혼자 마음 편히 있고 싶었지만 굳이 거기까지 말하진 않았다. 루니아의 기분이 상하면 그것도 그것대로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델라는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어 기분이 좋아진 루니아와 함께 다시 경기를 관람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 오른이다!”

그 뒤로 몇 차례의 시합이 끝나고 막 다음 참가자가 입장했을 때, 루니아가 소리쳤다.

루니아는 오른이 반가운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열심히 흔들었고 곧 그 모습을 본 오른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무래도 꽤나 친한 사이인 모양이었다.

“꼭 이겨야 돼!”

오른은 루니아의 열띤 응원을 받으며 대결을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은 상대인 듯 첫 합에는 서로 상대의 몸에 창을 맞추며 박빙의 실력을 보이는가 싶었으나 두 번째 합에서 오른이 상대의 방패를 부수고 낙마시키는데 성공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아예 방패를 뚫고 상대를 낙마시켜 승리하는 모습은 과연 후작령에서 손에 꼽히는 기사답다고 할 만큼 화끈한 승리였다.

“야호! 오른이 이겼다!”

루니아는 마치 자신이 시합에서 이기기라도 한 것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오른 경이 잘 대해주십니까?”

헤링의 질문에 루니아는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응! 항상 친절하게 대해줘! 부탁도 다 들어주고! 페리 다음으로 좋아.”

페리는 펠릭스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루니아를 신경 써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나름 안심이 됐다. 아무리 특이한 행동을 한다지만 좀 과한 감이 없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 엘라는 ‘페리’만큼 좋아!”헤링의 질문에 대답한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루니아가 이어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목록에 아델라가 빠져서 그런 모양이었다.

아델라는 순식간에 꼴찌로 밀려난 오른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열심히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음 참가자가 입장하자 아델라는 숨을 죽였다.

천천히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기사는 바로 로베르였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연말이라 평소보다 더 바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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