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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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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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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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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3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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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협조 4편

DUMMY

후작은 아델라가 아침에 자신의 아내를 만나고 갔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곳은 자신의 성인만큼 모를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델라가 아내를 만나러 간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암살 건으로 속인 것에 대해 따지러 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아내에게 직접 들은 결과 놀랍게도 자신의 계획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 결과는 눈앞에 있는 상황대로. 자신과 아내가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배우자의 정적 편을 들어줄 정도로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굳이 아내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도 안주인이 손님들을 설득하는 모양새가 더 보기 좋다는 이유도 있으나 우선 아델라에게 실패했음을 깨닫게 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


분명, 그랬을 터인데....


“가야한다면 후작님을 설득해 최대한 많은 병사들과 함께 가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뒤이어 튀어나온 부인의 말은 순간적으로 후작의 머리를 새하얗게 만들기 충분했다. 후작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다른 이들 역시 모두 아직 상황파악이 덜 된 듯한 분위기였다.


아델라는 순간 당황해하는 후작의 모습을 보며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으나 가까스로 표정을 관리하는데 성공했다. 아무래도 후작은 자기 아내의 야망을 너무 과소평가한 모양이었다.



“제 아이를 구해주신 건 감사합니다만...그 대가치고는 다소 과한 듯싶네요.”


아침 일찍 찾아왔음에도 후작부인은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아델라를 맞이했다. 다만 뒤이은 아델라의 요구에는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델라의 요구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서 후작이 아닌 자신의 편을 드는 것. 즉, 후작을 배신하라는 말이었다. 당연하지만 그런 제안에 후작부인이 선뜻 응할 리 만무했다.


“대가를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협력하자는 말이죠. 부인의 협력이 있다면 훨씬 일이 수월해집니다.”


그런 아델라의 말에 후작부인은 흥미로운 듯 가볍게 팔짱을 낀 채 무슨 뜻인지 물어왔다. 그러자 아델라는 기다렸다는 듯 인형을 고쳐 잡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적들’이 같잖아요? 아드님을 구해드린 건 우리가 아군이 되기를 바라는 제 선물입니다.”


뜻밖에 호의적인 제안을 받은 후작부인은 잠시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이 입을 열었다.


“바깥에 있는 이단들도 백작님의 작품인가요?”


아델라는 그 질문을 들은 순간 멈칫했다.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솔직하게 대답했다가 협조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뒷감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델라가 고민을 하던 와중에 후작부인이 뒤늦게 질문을 하나 덧붙였다.


“아니면...백작님의 고양이가 만든 작품인가요?”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나오자 아델라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후작부인은 그 침묵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역시 어린애치고는 수완이 좋다 싶었더니...이런, 실례했네요. 그렇다고 백작님을 얕보는 건 아니랍니다. 제 아들과 비슷한 또래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아들이 백작님을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을 텐데.”


딱히 시간이 많지 않은 아델라였기에 이야기가 옆길로 샌다는 느낌이 들자 다시 한 번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다.


“그럼 함께 해주시는 겁니까?”


그 순간 후작부인은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물론이죠. 미련한 남편과...그 빌어먹을 고양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데 제가 마다할 리가 없잖아요? 자세히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하네요.”



밖으로 뛰쳐나가려던 귀족들은 곧 후작부인이 하고 있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다른 분들이 이단들을 물리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시는데 정작 이 영지의 영주가 성 안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옳지 못한 일 아닐까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로 인해 영주의 아내까지 자기들 편이라는 확신이 섰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후작부인까지 자신들 편이라면, 영주를 압박해 도시의 병력을 차출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들으셨습니까? 영주의 의무를 위해서, 교도로서의 의무를 위해서 후작님께서도 성전에 병사를 이끌고 참전하십시오!”


클라우스 주교가 소리쳤다. 순식간에 영주의 의무를 지키지 않으며 바깥에 있는 이단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후작의 편에 서서 다소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후작부인과 같은 가문원 및 휘하 봉신들 역시 곧 성전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어느 정도 귀띔이 되어있던 모양이었다.


“부인께서 왜 후작님의 뜻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시지?”


그 광경을 보며 주위에 있던 몇몇 귀족들이 소곤거렸다. 그리고 그것은 아델라의 측근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베닐이 슬쩍 물어왔다.


“어떻게 설득하신 겁니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델라는 그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고민하다가 한 마디 했다.


“뭐, 날 처리하기 위해 자식도 버리는 모습을 보고 정이 떨어진 게 아닐까?”


그럴듯한 대답에 베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거기에 더해 자신의 행동을 제약시킨 후작과 후작의 고양이에 대해 쌓인 감정이 함께 작용된 것이었다.


과거 후작부인이 키프에게 작위를 물려주고 싶어 무슨 짓을 저질렀다가 들켜 그 일을 눈감아주는 대신 후작부인으로서의 권력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는 모양이었다.


버스터에게 들은 터라 더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아내인만큼 후작의 고양이를 모를 리는 없을 터. 후작부인 정도 되는 사람이 일을 대충 처리하진 않았을 테니 매우 높은 확률로 후작의 고양이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 때문에 후작부인임에도 쥐 죽은 듯이 지내야했으니 원수로 여길 만도 했다.


그러나 이 상황이 그리 내키지 않는 듯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 있었다.


“전 별로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영주님께 누명을 씌워 곤경에 빠뜨린 자가 후작부인이 아닙니까.”


벨르가 가늘게 뜬 눈으로 후작부인을 지켜보며 조용히 말했다.


암살 건에 대해 하는 것은 아델라 본인과 버스터를 제외하면 헤링밖에 없었기에 다른 이들은 모두 아델라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델라도 억울하다고 할 만큼 깨끗하지는 않은 터라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곤란했다. 처음부터 후작부인의 조력의 필요성을 이해했고, 그 일 때문에 직접적으로 큰일을 당한 것도 아니며, 너무 버스터의 말만 믿고 방심한 탓에 벌어진 일이라 후작부인에게 이유만 묻고 넘어갔지만 신하들은 그게 아니었다.


벨르의 말에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생각인 듯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불만 생기지 않게 잘 얘기해]


맞는 말이었다. 아델라와 자신들을 위험에 빠뜨린 후작부인과 손을 잡는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는 일도 충분히 있을 법했다. 다만 사건의 원흉이나 다름없는 버스터가 뻔뻔하게 말을 하니 아델라의 짜증 지수가 치솟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델라의 표정변화를 감지한 베닐이 물었다. 아델라는 바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그리고 딱히 후작부인을 믿는 건 아니야. 당장 도움이 필요하니까 이용하려는 거지. 최대한 많은 병사들을 데리고 가야 이단들을 물리치고 아직 붙잡혀있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지 않겠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정말 기적에 의해 아델라가 돌아온 줄 아는 신하들에게 더한 설득력을 가진 말은 없었다. 특히 아직 딸이 붙잡혀있는 베닐에게는 더욱 그랬다.


신하들이 자신의 설명에 납득하는 분위기를 내자 아델라는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후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거의 다 됐다. 후작이 분위기에 휩쓸려 출전하기만 하면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아버지, 제 생각도 마찬가집니다. 차라리 나가서 적들을 물리치는 게....”


부상을 당한 장남을 대신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펠릭스가 줄곧 입을 다물고 앉아있는 후작을 설득하고 있었다. 후작은 어금니를 꽉 깨문 채 그 말을 끊었다.


“이게 다 계략이란 말이다...저 바깥에 있는 이단놈들과...저 꼬맹이의 계략이란 말이야...!”


후작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아델라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레냐까지 저 년 편을 드냔 말이야!“


다른 귀족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설마 자신의 아내까지 넘어갈 줄은 몰랐다. 그렇게까지 자신이 싫은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상대의 제안이 매력적이었던 것일까.


물론 펠릭스 입장에서도 새엄마가 아버지 정적의 편을 드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당장은 그런 걸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습니까. 우선은 이단들을 몰아내고 봐야합니다!”


이대로 성을 지키고 있는 다면 도시를 빼앗길 위험성은 줄어들겠으나 포로로 잡힌 귀족들은 그대로 이단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이단들이 물러난 이후를 생각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였다. 후작의 초대를 받아 온 손님들이 그 영지에서 적의 공격으로 붙잡혔는데도 방관한 것으로 보일 여지가 차고 넘치니 말이다.


후작은 생각에 잠겼다. 자기 자식까지 이런 반응이니 이미 분위기는 완전히 넘어간 셈이었다. 그러나 후작은 아델라가 바라는 대로 당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아델라의 계획을 망쳐놓을 수 있을까. 확실히 아는 것은 없었다. 그저 도시를 비워놓으려고 한다는 것만이 확실할 뿐이었다.


“...!”


순간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든 후작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나와 내 병력들도 성전에 기꺼이 참여하겠습니다. 내일 아침, 해가 뜨면 출전합시다.”


오늘이라도 당장 나가지 않는 것에 약간의 불만의 소리가 나왔다. 허나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 이해하고 있었기에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는 없었다.


다만 후작의 말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뒤이어 후작은 이해하기 힘든 말을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성전을 일으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할데란트 백작도 함께 출전해 사기를 북돋아 주었으면 합니다.”


작가의말

두 달만이네요. 여름에 일도 있긴 했는데 글이 너무 안 써져서 혼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주시는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옆동네에도 올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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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협조 2편 19.06.07 78 3 9쪽
62 협조 1편 19.04.22 76 3 10쪽
61 낙오 3편 19.03.21 13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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