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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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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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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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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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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9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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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낙오 2편

DUMMY

순간 아델라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로베르를 죽이도록 사주했다고, 그렇게 말한 것처럼 들린 것이다.


“....”


아직도 확신하지 못한 아델라는 급히 주변을 살폈다.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문 헤링,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프리트와 이다, 경계태세를 갖춘 도너, 아직 상황파악이 안된 루니아.


아델라는 자연히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음은 물론 이후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곳이 자신의 영지라면 어떻게든 저항이라도 해보겠으나 이곳은 후작의 영지 중에서도 심장부였다. 올 때 데려온 병사들은 당장 근처에 있지도 않을 뿐더러 후작의 병사들에 비하면 한 줌밖에 안 되는 규모였다.


즉, 이 자리에서 바로 체포당해 후작의 말 한 마디에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최대 위기상황이었다.


당연히 이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던 아델라는 가장 먼저 일이 이렇게 된 원흉이자 그나마 이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이 있는 이에게 열심히 말을 걸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인형에선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평소에도 여러 이유로 제때 대답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만 현재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다른 때와는 다르게 아델라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후작님. 뭔가 커다란 오해가 있으신 듯합니다. 우선 깊은 대화를 나눠보심이 어떠십니까? 분명 이 말도 안 되는 오해는 금방 풀릴 겁니다.”


헤링이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보고자 후작에게 대화로 해결할 것을 청원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어느새 나타난 병사들이 죄인들을 체포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네. 백작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군. 다만 장소는 감옥으로 하지.”


후작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병사의 손이 아델라의 팔을 잡아챘다.


아델라는 그 충격에 놀라 떨어뜨린 인형을 집으려했지만 자신을 붙잡고 있는 병사의 손은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줘 봐도 움직이기는커녕 어깨만 아플 뿐이었다.


“체크메이트...로군.”


마찬가지로 병사들에게 붙잡힌 헤링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타개책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검을 빼들고 저항할 것인가 고민하던 도너 역시 자신을 향해 눈짓하는 헤링을 보고는 검을 내려놓고 항복했다.


저항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우리영주님은그럴분이아니시라고요!제일가까이있었던제가아무것도못들었단말이에요!”


정말로 아델라가 사주한 것이라면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다가 그에 관한 정보를 전혀 모르는 것은 분명 이상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다른 귀족들의 눈에는 위기에 처한 주인을 어떻게든 감싸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정황이 아델라가 범인이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작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서도 일부러 연회에 참가했으며 사냥대회 도중 일어난 큰 사고에도 후작에게 제대로 사과 받지 못했고, 이후 노골적으로 로베르를 도발해 토너먼트로 이끌어낸 것이 아델라였다.


동기부터 정황증거, 증인까지 완벽한 것이다. 헤링의 입에서 체크메이트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죄인들을 모두 붙잡은 병사들은 후작의 허락이 떨어지자 감옥으로 이송하기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중 한 명, 아델라를 데려가려던 병사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반대쪽에서 루니아가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루니아의 힘이 병사만큼 강한 것은 아니고, 후작의 딸을 힘을 사용해 억지로 떼어놓을 순 없기에 벌어진 일이다.


병사는 놓아달라고 정중히 말했으나 루니아는 요지부동이었다.


“엘라는 내 친구...앗!”


절대 아델라를 놓아줄 것 같지 않던 루니아는 갑작스레 자신을 잡아당기는 손길에 놀라 아델라를 놓쳐버렸다.


“...루니아.”


그 직후 누군가가 화난 듯한 목소리로 루니아의 이름을 불렀다. 펠릭스였다.


“하지만...!”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해.”


아델라의 죄명은 펠릭스의 입장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슬쩍 아델라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때까지와는 전혀 달리 날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런 펠릭스의 태도에서 자신의 바람대로 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루니아는 천천히 아델라의 팔을 붙잡았던 손을 뗐다.


보통 감옥이란, 한 번 들어가면 멀쩡히 나오기 힘든 곳을 일컫는 말이었다. 어리다고 하더라도 감옥에 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 터였다.


루니아는 아델라를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울상을 지었지만 다시 아델라의 손을 붙잡을 용기는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항상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펠릭스가 안된다면 정말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병사에게 붙잡혀 끌려가던 아델라의 시선에 경기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로베르가 눈에 들어왔다.


로베르는 바닥에 앉아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로 끌려가는 아델라를 지켜보다가 곧 다가온 병사의 부축을 받아 걷기 시작했다.


경기 중 상대의 창을 피하려다가 말에서 떨어졌는데, 아무래도 발이 접질린 모양이었다.

분명 서로가 한통속일 텐데도 불구하고 벌어진 사고에 아델라가 의아하다고 생각하던 도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불이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곧 경기장 너머에서 피어오르는 흰 연기를 발견했다.


연회장이 있는 방향이었다.


“갑자기 웬 불이냐!”


후작이 측근들에게 다그쳤다. 빨리 사태를 파악해 보고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주위에 있는 이들 중에 화재에 대해 아는 이는 없었다. 갑작스럽게 불이 날만한 요인 자체가 없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에 후작은 물론 다른 귀족들까지 상황파악을 위해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이어 헐레벌떡 뛰어온 병사가 충격적인 사실을 보고했다.


“적의 습격입니다!”


누가 감히 파티를 즐기는 귀족들을 습격한단 말인가.


아델라가 그렇게 생각하기도 전에 다른 귀족들은 이미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늦기 전에 성으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다만 어찌됐건 이 상황 변화는 아델라에게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빨리 경기장에 있는 기사들을 불러!”


분명 성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지키고 있을 터. 그 적들을 돌파하고 성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기사들이 앞장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적들도 은밀하게 습격해오기 위해 많은 병력이 동원되진 못했을 테니 예상 외로 쉽게 돌파할 가능성도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으니....


“영주님! 기사들이 경기장에 갇혔답니다!”


이어진 보고에 후작은 노발대발했다. 기사들이 경기장에 갇힐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후작이 몰랐을 뿐, 이유는 충분했다. 토너먼트 참가자들 중에 적들이 심어놓은 이들이 아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행동을 개시해 대기실 바깥으로 나가 문을 봉쇄한 것이다.


가장 위협적인 존재들이 손을 쓸 수 없도록 가둬 최소한 습격이 성공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였다.


“영주님!”


그때, 아래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벨르와 베닐이 경기장 관중석 바로 아래에 와있었다.


그러자 순간 아델라를 지키고 서있던 병사가 튕겨나더니 아델라의 몸이 번쩍 들어 올려졌다.


“실례하겠습니다!”


“아?!”


짧게 양해를 구한 도너는 그대로 아델라를 경기장으로 낙하시켰다.


“괜찮습니다. 제가 받았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경기장으로 떨어지던 아델라를 받은 벨르가 놀란 영주님을 달래며 땅에 내려주었다.


“후, 후작이 날 잡아가려고...!”


아델라의 말에 벨르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듣겠습니다. 지금은 여기서 벗어나는 게 먼저입니다.”


벨르의 말에 아델라는 수긍했다. 말 그대로 우선 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꺄아아앗!?”


이후 아델라의 뒤를 이어 구출된 이다가 경기장으로 낙하, 베닐이 무사히 받는데 성공했다.


아직 위에는 헤링과 도너가 남아있기는 했으나 두 사람도 정신을 차린 병사들과 대치하던 도중 갑작스레 경기장으로 몸을 날렸다.


본래 같았다면 당연히 병사들이 죄인인 아델라를 따라왔겠지만 현재는 죄인을 붙잡는 것보다 자신의 주인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했다.


병사들이 자신들이 아니라 후작이 향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을 확인한 일행은 다른 기사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로 향했다.


“헌데 저쪽 기사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헤링이 걱정스럽다는 듯 베닐에게 물었다.


후작측 기사들이 로베르를 죽이려한 아델라를 그냥 놔두지 않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 문제는 해결된 모양이었다. 아델라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그 소식이 대기실에 전해진 직후 얼마 되지 않아 모두 갇혔기 때문에 로베르 역시 함께 있는 상황이었다. 후작측 기사들은 괜히 적들을 늘리기보단 부상당한 로베르를 보호하는데 집중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벌써 탈출한 모양이로군요. 어서 뒤를 따라 가야합니다.”


대기실에 도착하자 이미 다른 기사들은 빠져나가고 소수의 아델라측 기사들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말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남아있던 기사들 중 한 명이 허리를 숙이며 사죄했다. 아무래도 경기장에 있는 말들을 먼저 떠난 후작측 기사들이 모두 타고 간 모양이었다.


“안 돼...로엔...!”


자신의 말이 사라져 허탈해하는 벨르를 뒤로하고 베닐이 지시를 내렸다.


“하는 수 없군. 도너, 영주님을 안게. 뛰어가야겠어. 이다. 할 수 있지?”


“해, 해볼게요....”


자신의 발로 뛰어갈 수밖에 없는 이다를 보며 아델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 몸은 대부분의 경우 불편하지만 그래도 아예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근데, 성에 돌아가도 되는 거야? 차라리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편이....”


이대로 돌아간다면 다시 후작에게 잡힐 것이 분명했다. 그럴 바엔 아예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아델라였으나 베닐은 즉시 그 의견을 부정했다.

성으로 들어가는 것이 현재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한 길이며 현재 말이 없는 이상 다른 곳으로 도주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게다가, 습격해온 적들은 이단 놈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놈들에게 붙잡힐 바엔 차라리 후작의 자비를 바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후작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는 아델라는 차라리 이단들에게 잡히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베닐의 말을 긍정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전투가 벌어진 곳인지 곳곳에 시체가 나뒹구는 장소를 지나쳐갔다.


“...응?”


다른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다리를 움직이는데 바빠 슬쩍 보고 지나쳤지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던 아델라는 뭔가를 발견한 듯 다급하게 소리쳤다.


“자, 잠깐!”


영주님의 다급한 목소리에 우선 멈춰서긴 했으나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시선들이 이어지자 아델라가 손가락으로 어떤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말과 말을 타고 있던 병사의 시체가 있는 곳이었다.


베닐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부하들을 향해 눈짓했다.


그 즉시 베닐의 기사들은 병사와 말의 시체가 있는 곳을 향했고 곧 말 시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어린아이를 발견했다.


“이 아이는....”


바로 후작의 막내아들인 키프였다.


말에서 떨어진 모양인지 여기저기 생채기가 있긴 했지만 다른 큰 부상은 없는 듯했다.


“어떻게 할까요?”


당한 걸 생각하면, 특히 후작보다도 키프의 생모인 후작부인에게 완전히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일을 생각하면 여기서 혼자 죽든 이단에게 붙잡히든 버리고 가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자신들이 이단 반란군인줄 알고 울며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을 보니 그럴 마음은 사라졌다.


“쟤도 데리고 가자.”


이어 내려진 아델라의 명령에 다른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키프를 버리고 간다는 건 후작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있는 일말의 가능성을 버리는 것이니 말이다.


“놔! 싫어!”


당연히 어린아이가 뛰는 걸로는 부족하기에 다른 기사가 키프를 안아들었는데 자신에게 해코지하려는 것으로 생각한 키프는 계속 날뛰었다.


그렇게 날뛰던 키프가 행동을 멈춘 것은 자신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아델라를 보고 난 다음이었다.


“너...너도 잡힌 거야?”


키프의 얼빠진 듯한 질문에 아델라는 당연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기사들은 내 봉신이거든? 성에 데려다줄 테니까 얌전히 있어.”


키프는 성에 데려다주겠다는 이야기를 듣자 놀라울 정도로 얌전해졌다. 방금까지 울고불고 난리쳤던 게 거짓말 같을 정도였다.


키프가 얌전해지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일행은 어느새 숲길을 벗어나 성문이 보이는 가도에 다다랐다.


문제는, 보이는 게 성문뿐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먼저 출발했던 후작 측 기사들이 로베르를 지키기 위해 반란군들과 한창 교전 중인 것을 확인한 일행은 가도 옆에 있는 건물로 몸을 숨겼다.


서로 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후작 측 기사들은 상당히 지쳐 보이는데다가 그들이 지켜야할 로베르는 석궁에 맞아 건물 벽에 등을 기대고 서있는 것이 고작일 정도로 수세에 몰려있었다.


“로베르...!”


키프의 눈에도 어지간히 위험해보였는지 차마 자신의 형을 죽이려고 했다는 아델라에게 도움을 구하지는 못한 채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놈들이 필사적으로 로베르님을 노리는 것을 보니 후작님은 성안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한 모양이로군요.”


귀족들이야 많이 잡으면 잡을수록 이득이겠지만 후작을 잡았다면 굳이 로베르를 잡으려 들 필요는 없었다. 성의 주인을 잡았다면 후계자는 필요 없으니 말이다.


“헤링. 우리가 여기서 로베르를 도와주면 후작이 우리를 다시 체포하려들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갑작스런 질문이었지만 헤링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바로 대답이 나왔다.


“최소한 억울하다는 저희 말에 진정성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 말대로 로베르를 도와 성으로 데려간다면 적어도 다른 귀족들의 눈에는 아델라가 로베르를 죽이려했다는 이야기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공작의 며느리가 누명을 쓰고 죽었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후폭풍이 대단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희가 가담한다고 해도 놈들을 격퇴하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그동안 증원이 오기라도 하면....”


베닐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듯했다. 무엇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전부 후작의 아들을 구하러간다면 영주님은 누가 지킵니까? 놈들이 오히려 무방비한 영주님을 노릴지도 모릅니다.”


벨르가 베닐의 의견을 거들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물론 아무리 로베르를 구해봤자 자신이 위기에 처하면 의미가 없어지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후작의 성으로 들어가서도 몸을 보신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차피 성으로 들어가려면 저 녀석들을 물리쳐야 하잖아?”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한다고 한들 무사히 성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헤링 역시 같은 생각인 듯, 그런 아델라의 말을 거들었다.


“뻔히 이 상황을 보고 있음에도 성 내에서 지원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근처에 적들이 다수 있을 겁니다. 한시라도 빨리 성으로 들어 가야합니다.”


더 좋은 수도 없거니와 두 사람, 특히 영주인 아델라의 의견에 따라 잠시 본인이 무방비상태에 처하더라도 후작 측에 가세해 적들을 물리치기로 결정됐다.


정확히는 아델라, 헤링, 이다, 키프 등의 비전투원들과 무기가 없어 아델라의 이동수단 역할을 맡은 도너만이 이곳에 남고 다른 기사들은 전투에 가세하는 것이 일행의 계획이었다.


사실 전투에 가세할 기사들이라고 해봤자 열 명 정도였지만 적들도 기껏해야 수 십 명인만큼 예상치 못한 지원군의 등장은 상황을 뒤엎기 충분했다.


실제로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던 반란군들은 갑작스레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기사들의 모습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측면에서 들이닥친 기사들에 의해 순식간에 후작 측 기사들을 둘러싸고 있던 반란군들의 진형이 무너졌다. 덕분에 아델라의 기사들이 로베르에게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들의 다음 행동은 부상당한 로베르를 부축해 재빨리 성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로베르만 성으로 무사히 들여보내는데 성공한다면 적들도 굳이 목숨을 걸고 달려들 이유가 없었다.


“빨리!”


난데없이 나타난 벨르와 베닐을 보고 망설이던 로베르였으나 벨르가 다그치자 이내 상당히 지친 듯 힘을 빼며 몸을 두 사람에게 맡겼다.


이미 수세에 몰렸던 후작의 기사들은 기꺼이 지원군의 도움을 받아들였고 벨르와 베닐은 즉시 로베르를 양쪽에서 부축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원군 덕에 가능성을 본 다른 기사들이 힘을 내어 로베르를 부축중인 두 사람 주변으로 따라붙으며 적들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적들의 반격에 잠시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베닐이 로베르를 등에 업고 벨르가 엄호에 가세하며 가까스로 성문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아! 적들이 도망가요!”


그 상황을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일행은 화색을 띠었다. 비록 성문이 열려있다고는 하지만 반란군들이 성문을 향해 돌진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서 이동해야합니다. 더 큰 규모의 반란군이 나타나면 성문을 닫을 겁니다.”


헤링이 소리치자 다들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델라는 도너에게, 키프는 헤링에게 안긴 채 서둘러 성문으로 출발했다.


“낙오자들이 있다! 잡아!”


최대한 몸을 숨긴 채 성문으로 이동하던 일행은 불행히도 모습을 들켜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반란군들 역시 후퇴하던 도중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전력을 다해 달린다면 충분히 성문에 도착할 수 있었고, 실제로도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


하지만 성문은 아델라와 일행, 키프까지 외면한 채 굳게 닫혀버렸다.


세 명의 지친 숨소리 사이에서 키프가 열심히 성문 안에 있을 엄마아빠를 불러보았지만 굳게 닫힌 성문은 묵묵부답이었다.


작가의말

정말 오랜만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도 작가 지망생이라 신작을 계획 중이기 때문에 뜸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별다른 언급이 없는 이상 연재가 중단되지는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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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협조 2편 19.06.07 7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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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조력자 7편 19.01.14 109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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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조력자 4편 18.12.10 146 3 11쪽
54 조력자 3편 +1 18.11.27 241 3 14쪽
53 조력자 2편 +1 18.11.04 15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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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발견 6편 18.10.21 123 6 18쪽
50 발견 5편 18.10.14 141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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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발견 3편 +1 18.09.23 150 7 16쪽
47 발견 2편 18.09.16 154 4 17쪽
46 발견 1편 18.09.01 144 2 13쪽
45 불편한 손님 6편 +1 18.08.01 185 1 11쪽
44 불편한 손님 5편 18.07.18 158 2 11쪽
43 불편한 손님 4편 18.07.10 167 2 9쪽
42 불편한 손님 3편 18.07.01 170 2 14쪽
41 불편한 손님 2편 18.06.23 184 2 18쪽
40 불편한 손님 1편 18.06.16 197 2 16쪽
39 사냥 2편 18.06.07 20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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