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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판고수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9.14 18:07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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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글자수 :
341,454

작성
24.03.0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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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DUMMY

더 이상은 그와 마주하면 안될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미영의 그런 상황을 알리 없는 찬이 역시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 갔다.


그밤 미영은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가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 상태로 이 집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찬이는 불꺼진 자신의 방에서 되도록 빨리 미영을 안전하게 숨길 수 있는. 혜성이 모르는 공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미영과 찬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분리된 생각으로 다른 삶을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도 그둘의 기류에 별다른 변화를 서로가 느끼지 못했다. 서로가 조심을 하였고, 서로가 노력을 하였다.


자신들에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서로 상대방에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모습에 일상을 담아서 보였다.


미영은 미영이대로 찬은 찬이대로 나름의 다음 행동들을 준비하였다.

아침을 준비해서 찬을 먹이고는 미소로 그를 배웅하는 미영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서 떠나 있었고 조만간 찬의 곁을 떠날거라는 마음으로 다른 생각들은 모두 지운 상태였다.


그럴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하던 전날 저녁에 그녀는 아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좀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조금은 덜 힘들게 살고 싶어서 선택했던 임신이었다.


처음에는 좀 찜찜하기는 했어도 단지 자신의 신체를 빌려 주는 것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뱃속 아이의 느낌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엄마라는 느낌을 알게 되었고, 본능의 감정이 그녀에게 아이에 대한 유대감을 알게 해 주었던 것이다.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뱃속에서 아이가 커가는 내내 후회하고 죄스러워했다. 자신이 돈을 받고 팔아야 하는 형세로 태어나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그녀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에게 의사가 다가와서 도망을 권했고, 미영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고맙게 수락했었다.


하지만, 불쌍하게 생명을 받은 뱃속의 아이를 죽게 할 수는 없었기에 태어난지 몇시간 되지 않은 아이를 또 다시 버렸던 기억이 아직도 그녀를 놓지 않고 힘들게 하였다.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지금껏 한 번도 그곳으로 가지 않았었다. 혹시나 누군가가 본다면 아이가 더 위험할 수가 있다는 생각으로 누르고 누른 감정이었다.

지금생각해 보니 그것은 정말이지 잘한 행동이었다.


만약에 찬이와 이렇게 살면서 한 번이라도 아이에게 가 보았다면 아마도 지금 아이는 그 사람들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고, 자신도 어떻게 되었을지를 생각하니 섬칫하였다,


이제는 찬이가 보여준 모든 것들이 꾸며진 것이고, 자신에게서 아이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서 했던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더더욱 아이에게로 갈 수는 없다. 되도록 아이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그녀는 다시 숨어야 한다.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도망을 같이 나온 세희와는 이미 여러달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도 지금 생각하니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니 일방적으로 그녀 자신이 연락을 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런 이기심이 오히려 세희를 안전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었던 찬의 정체를 알게된 지금 미영은 세삼 세희의 안부가 걱정이 되었다.

혹시나 자신처럼 그녀에게도 누군가 다가와서 거짓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이럴줄 알았다면 아이는 엄마가 보호하고 키워야 한다고 자신을 말렸던 세희의 말을 들을 걸 그랬나하는 후회의 감정도 생겼다.


조금만 더 생각을 하면서 그녀와 같이 행동을 했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아이도 자신도 같이 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는 미영이었다.


세희가 생각이 났지만, 이제와서 그녀에게로 돌아 갈 수는 없었고, 그녀가 아직도 그곳에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이래 저래 머리만 복잡한 미영은 자신의 앞으로의 거취와 아이의 걱정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하지? 찬이씨가 나를 찾을 수 없는 곳이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내가 또다시 찬이씨에게 발견되면 그는 나를 정말이지 죽일수도 있을까?’


다시 발견된다 하더라도 아이에 대한 것을 아무것도 알려 줄수 없기에 지금 미영의 생각에는 삶보다는 죽음이 더 가까이 다가와 있는 기분이었다.


***



‘아빠, 손님이 오는 것 같아요.’


갑자기 진우에게 설이의 주파수 대화가 연결이 되었다.


‘손님? 누구?’


진우는 교회의 사무실에서 베이비 센터를 후원해 주는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엽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한 달에 한번은 손글씨로 자신들의 감사함을 전한다.


그것은 선생님들에게 맡기지 않고 항상 이곳의 책임자로서 그가 직접하는 일이었다. 설이의 주파수 대화는 진우에게는 거리에 제한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교회가 베이베 센터에서 크게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같은 공간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주파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몰라요. 그냥 어떤 남자가 아빠를 찾아오고 있어요.’


설이도 진우를 찾아오는 남자가 궁금하였는지 이곳을 찾아오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유난히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알았다. 아빠가 알아볼게.’


진우는 엽서뭉치를 잘 정리를 하고. 교회를 나서서 베이비 센터로 들어갔다. 여기는 항상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들이 바쁜 곳이다.


여전히 버려지는 아이들이 이곳을 찾아왔고, 선생님들은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보살핌을 주고 있었다.

며칠전에도 이곳으로 버려지는 아이가 있었고, 선생님들은 번갈아 가면서 그 아이를 정성껏 돌보는 중이었다.


그런 선생님들의 동선을 눈으로 따라 가다가 현관의 종이 울리는 소리에 진우는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젊은 남자의 모습이 어딘가 낯이 익어 보였다.


진우를 쳐다보면서 가볍게 인사를 하는 사람은 혜성이었다.


한번 온다고 하였지만, 이렇게 갑자기 전화도 없이 올 줄은 몰랐다.


“안녕하세요. 혹시나 안 계시면 어쩌나 했는데 이렇게 계셔서 다행이네요.”


“아, 예. 어세 오세요. 전화를 주시고 오시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셨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이근처에 볼일이 있었고, 그 일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는 바람에 전화를 드린다는 것을 미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으니 들어오세요.”


“고맙습니다. 목사님.”


어정쩡한 인사를 나누고는 진우는 혜성을 데리고 서재로 갔다.

혜성이 이렇게 갑자기 진우를 찾아오면서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은 그의 실수가 아니었다.

혹시라도 전화를 하면 자신이 갑자기 와서 볼수 있을 지도 모르는 것들을 놓치게 될까해서 일부러 갑자기 들른 것이었다.


“조금만 계십시오. 제가 커피라도 끊여 오겠습니다.”


“아닙니다. 커피는 마셨습니다. 이렇게 온 것은 저번에 전화로 말씀드린 대로 여기 아이들을 좀 보았으면 해서요.”


나가려는 진우를 혜성이 막았고, 갑자기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아이들을 보겠다는 혜성이 정말 알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의아해지기 시작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커피라도 한잔 하시면서 천천히 하셔도 될텐데요.”


“감사합니다. 저 목사님.....”


혜성이 나머지 말을 계속하려고 하는 차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진우의 대답을 듣고서 순자 선생님이 언제 손님이 온 것을 알았는지 따뜻한 온기를 내뿜고 있는 커피 두잔을 쟁반에 담아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담아서 손님에게 무언의 인사를 보내며 들어 왔다.

항상 고마운 선생님이다. 미리 알아서 해 주는 부분도 많았지만, 항상 진우가 어색함을 느끼는 손님들을 귀신같이 알아보는 그녀였다. 진우에게는 그 누구보다 필요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순자 선생님이 탁자에 커피를 내려 놓고 나갈때까지 조용히 그녀의 모든 행동들을 쳐다보고 있던 두 남자는 그녀의 성의를 생각해 앉아서 한모금의 커피를 마셨다.

무엇이 급한지 혜성은 아직 뜨거운 커피를 입으로 살짝 대고는 자신에게 보여준 성의에 답하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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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4화 23.06.10 21 0 6쪽
42 43화 23.06.08 2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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