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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판고수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9.14 18:07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203
추천수 :
58
글자수 :
341,454

작성
23.12.14 05:41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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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60화

DUMMY

“아니, 아닙니다. 그런 것은 .”


서둘러 말을 막는 것이 수상했지만, 진우는 그냥 넘겼다.


“그럼 혹시 그곳을 떠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아 볼 수가 있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혜성은 진우의 질문에 대답 하지 않은채 묻고만 있다.


“굳이 알아보고자 한다면 어렵지 않을겁니다. 기록이 다 되어 있어서 말입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목사님이 운영하는 센터를 방문해서 아이들을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


‘아마도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모든 것들을 판단하고 싶은 모양이군’


“언제든지요. 시간이 되시는대로 오시면 됩니다.”


대화는 끊겼고, 풀냄새와 새소리에 묻혀 천천히 걸어갔다.

그들의 걸음이 멈춘 곳은 혜성이 진우를 기다리던 건물앞이었다.


제자리로 돌아와 버렸다.

당연히 자신들의 목적지는 수위실이라 생각하면서 걸었다.

방향도 모르고 이곳의 구조를 모르니 진우는 헤성이 걷는쪽으로 걸었던 것이다.


‘왜 하필이면 다시 돌아와 버린거지? 허, 참내.’


이럴줄 알았다면 자전거를 끌지 않아도 되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자 두 손에 힘이 다 빠졌다.


다시 전화를 드리겠다는 혜성과 악수하고는 진우는 입구를 향해서 자전거를 몰았다.

달리는 동안 기분을 돌릴 수 있기를 바랬다.


어느새 저녁노을이 깔려지기 시작했고, 들녘의 풍경은 환상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다가오는 것을 냄새로 먼저 알던 개들이 마구 설치면서 재회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시간이 좀 걸리셨네요. 목사님. ”


들어오는 시간과 나가는 시간들을 항상 기록하는 그의 일이라 진우의 머문시간은 항상 정확했다.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자전거를 경비초소 옆에다 세우면서 말했다.

개들이 자전거를 세우는 진우 뒤에서 꼬리를 흔들고 뱅뱅 돌기를 반복하면서 짖었다.


“그럼 안녕히 가시고 다음달에 뵙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너희들고 잘 있거라.”


개들은 낑낑거리면서 눈으로 진우의 행동만 쫓았다.

고맙게도 나오는 시간을 맞추어 택시를 불러 놓은 탓에 진우는 쉽게 올 수 있었다.


‘이일도 오래 못하겠구나,’


나이들면 지금같지 않을 것이다.

창밖 풍경은 도심의 불빛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해 왔지만 돌아왔다는 평온함도 있다.


‘왜 아이들이 궁금한거지? 그는 우리 일에 관심이 없었는데...왜지?’


‘설이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선생님들에게 잠깐 데리고 나가 있으라고 말할까?’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고, 피곤한 몸으로 막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 그를 뒤어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목사님. 이제 오시는거예요?”


오늘같은 날에는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는 얼굴이 차에서 내리면서 웃고 있었다.

눈알이 쓰려왔다.

하루의 피곤이 두 눈으로 몰려드는 기분이었다.


그는 오른손 집게와 엄지로 두눈을 지그시 눌렀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

분명 오늘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안된다고 했는데 왜 자신을 기다린 것인지 그런 독단이 정말 짜증스러웠다.


“아예. 어쩐일로 이밤에 여기 계시는 겁니까?”


“지나다 목사님이 들어가시는 걸 보고 잠시 들렀어요. 인사나 하고 가려구요.”


멈춰져 있던 차에서 나오는 걸 봤는데 뻔한 거짓말을 하는 진경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진우는 하느님을 순간 원망했다.


“그런데 어디 멀리 다녀 오신거예요? 조금 피곤해 보이시네요.”


무엇을 찾으려는지 천천히 그를 스캔했다.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빨리 벗어나기 위해 무시했다.


“예, 조금. 들어가서 차라도 하시겠습니까?”


“아니예요. 다시 오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돌아가는 진경을 한참을 보았다.

다음날 진경에게 전화가 왔다.


며칠정도는 지나고 전화를 할줄 알았는데..

점심 식사를 하면서 상담을 받고 싶다 했다. 어제 일도 있고 해서 진우는 그녀가 정하는 시간과 장소를 듣기만 했다.


장소는 진우도 가보지 않았지만 알고 있는 한식집이다.

진경이 미리 음식을 주문해 진우가 도착하자 금방 음식들이 나왔다.


가게의 시크니쳐 전복죽과 활어회, 버섯이 들어간 들깨탕.보쌈과 떡갈비등 반찬들로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중 두세가지만 있어도 뭔가 축하하면서 먹기에 손색이 없을텐데 이곳은 그 가짓수로는 성이 차지 않는 듯 이어지는 음식의 행렬이다.


‘이건 너무 과한데..’


진우는 음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게 차라리 나았다. 진경을 마주 보는 것은 되도록 피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진우가 먼저 말을 꺼냈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만, 이런 대접을 받을 정도로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생각보다 별로 드시지 않으시네요. 음식이 맛이 없나요? 이곳 유명한 곳인데...”


사실 진우는 밥도 반정도만 먹었고, 차려진 음식들은 거의 그대로다.


“아닙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맛도 좋은데 먹기에 양이 많네요.”


진우는 숭늉을 조금 마셨다.


“저 이혼을 하려구요.”


느닷없다.


“이혼이요? 아니, 왜?”


‘상담이라는게 이혼이구나. 미혼인 내게.’


뭐에 한방 맞은 기분이랄까? 진우의 기분이 그랬다.


“남편이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네요. 그래서 이혼을 원한다고. 진지하게 말했어요.”


“그래서 이혼을 하시게요?”


“.......”


“제가 알기로 아이가 있는걸로....”


진우의 말에 진경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들이 하나 있어요. 이혼조건으로 아이를 제가 기를 수 있도록 해 주겠다더군요. 거추장스러운거죠.”


진경의 눈이 촉촉해졌다.


‘이런 모습도 있군.’


진우는 이런 그녀의 모습이 생소했다.


“다행이군요. 아이는 키울수 있어서 말입니다.”


위로의 말이었다.


“다행이요? 제가 왜 아들을 키워야 하죠? 그 남자는 다른 젊은 여자와 잘 살텐데, 나만 왜 자식에게 묶여 있어야 하는건데요. 목사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덤비듯이 말하는 진경의 모습이 당황스럽다.

슬퍼 보였던 건 남편과 이혼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자신이 키워야 해선가?


“그럼..”


진우는 먼저 아는척 했던 걸 후회했다.


‘이 여자도 아이를 버리는 엄마와 다를 게 없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세상살이가 갑자기 서글퍼졌다.


“만약에 목사님이라면 결혼을 하고 싶은 여자에게 자식이 딸려 있다면 괜찮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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