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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판고수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9.14 18:07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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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글자수 :
341,454

작성
24.01.0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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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0화

DUMMY

설이는 대답도 없이 주파수 대화를 끊어버린 듯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장형사는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이고 한모금 길게 빨아 들여 폐를 통과한 연기들을 내뿜으면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한동안은 잠잠했던 형사와는 상관없는 영혼과 관련이 된 느낌이 들었다. 조금다른 것은 이번에는 영혼이 아니라 단지 이상한 능력이 있는 아이와의 주파수 대화라는 것이다.


그것이 살아 있는 사람이든 죽은 영혼이든 평범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혹시 설이라는 아이 생령인가?’


생령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예전에 할아버지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죽은 영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이 이해가 안되는 일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영혼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아직 장형사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설이와의 주파수 대화를 하다보면 언뜻 언뜻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이의 그 이상한 능력은 진우와 설이의 그들 스스로도 모르는 연결고리를 찾게 된다면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형사의 감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장형사는 다시 범죄들이 득실거리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다.



***


혜성의 재촉하는 전화를 받은 후로 여러 날이 지났지만, 찬은 여전히 미영에게 아이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다.


이렇게 계속 시간을 보내다가는 분명히 혜성이 미영을 죽이라는 지시가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미영에게 이런 감정이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와 같이 있는 시간이 이렇게 여러달이 되고 보니 찬에게 미영은 감시 대상이 아니라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찬이 혜성과 같이 일을 하면서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맡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목숨도 쉽게 없애버렸었다. 그런 그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가진다는 것은 약점을 스스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지금까지 마음을 닫고 살았다,


미영을 관리하는 일은 그런 일중의 하나였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그녀가 자신의 생각속에 이렇게 많이 자리잡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미영은 어느새 그 자신도 모르게 가슴으로 들어와 버렸고, 이제는 그녀의 아이와 상관없이 그녀의 안전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되도록 빨리 아이를 찾아야 하고, 그녀는 죽음을 위장하여 숨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혜성은 자신이 일처리하는 것을 믿기에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알고 있기에 별탈이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정말이지 직접적으로 아이에 대해서 물어봐야겠다. 시간을 끌다가는 우리둘다 위험할 지도 모르겠군’


미영의 하루하루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적어도 찬이가 보는 시각에서는 그랬다.

찬이와 미영이 저녁에 산책을 하는 것은 이제 완전히 그둘의 일상이 되었고, 누가 먼저 말을 하지 않아도 미영이 설거지를 끝내고 나면 산책을 나갔다.


미영이 아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는지 아닌지는 저녁의 산책시간에 그녀의 말이 많고 적음에 그대로 드러나곤 했다.


조용히 걷기만 하는 날은 낮동안에 미영은 아이에 대한 생각으로 많이 슬퍼하였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그런 감정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찬이와 산책을 하는 동안에도 말이 없곤 했던 것이다.


“미영씨.”


찬이 그날도 아이의 생각을 많이 해서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조용히 걷고 있던 미영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


“미영씨.”


찬이의 생각이 맞았다. 그녀는 지금까지도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녜? ....... 미안해요. 잠깐 머리가 아파서....”


아니다. 그녀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말을 잊고 있었다.


“아이말인데요.”


순간 미영은 자신의 가슴이 심하게 뛰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불안한 시선으로 찬의 얼굴울 보았다, 과연 그의 입에서 나올 다음말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


“그렇게 괴로우시면 데리고 오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


미안합니다. 나는 단지 당신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이 안좋아서......“


“무슨 말씀이신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이 생각으로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신경쓰여서 어쩌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저는 상관없으니 아이를 데리고 와도 된다는 말입니다.”


“.......”


미영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고개를 숙인채 조용히 걷고 있는 찬의 모습에 자신의 비밀을 들킨 것 같아서 당황스러우면서도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은 자신의 사악함을 숨기기 위해서 한없이 선량한 모습을 할 수 있고, 거짓 진심이 담긴 눈물까지 흘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세상을 너무 쉽게 보는 사람이었다.


미영은 자신이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찬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찬이 알고 있는 것을 그 사실 하나뿐이라고 여겼기에 아이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은 그가 단지 아이를 엄마인 그녀가 데려와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혹시 아이의 아빠가 당신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어서 아이만 두고 왔다면 제가 도울 방법을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저를 좀 믿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야 미영씨가 행복한 일이라면 괜찮습니다.”


찬이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 진심인지 일의 한 부분인지 자신도 구분을 못한채로 계속해서 미영을 설득하였다.


‘이 남자는 내가 아이를 어떻게 임신한 것을 안다면 나를 싫어 할 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단지 내가 남자를 잘못 만나서 아이를 낳고 이렇게 도망나온 줄로만 알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미영은 더 가슴이 답답해 왔다. 차라리 그런 것이라면 좋겠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그러면 아이와 자신을 이렇게 위해 주는 남자와 같이 살수도 있을 거라는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하였다.


찬은 자신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생각에 빠져 천천히 걷기만 하는 미영의 팔을 잡고 세웠다.


“미영씨!”


“아. 미안해요. 갑자기 ..... 좀 당황스러워서요. 생각좀 해 볼께요. 시간을 좀 주세요.”


“얼마나.....”


순간 찬은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리고는 입을 닫았다. 더 이상 물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미안해요. 당신은 나에게 정말로 잘해 주었는데 저는 자꾸 제 생각만 하는 것 같아서...”


“아닙니다. 미영씨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말입니다.”


“고마워요.”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인지 미영의 고맙다는 말에는 전혀 영혼이 들어 있지 않았다.


“미영씨.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까? 미영씨가 찾아가면 그 남자가 당신을 어떻게 할 것 같아서 이렇게 피해 있는겁니까?”


미영이 느끼기에 오늘은 유난히도 찬의 말이 많았다. 하지만, 미영은 자신의 괴로움을 줄여주려고 애쓰고 있는 남자의 애정어린 걱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아직은 확신이 없지만, 머지 않아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그에게 얘기해야한다는 생각을 굳혔다.


“찬이씨! 제가 조만간 저에 대해서 모든 것들을 말해 드릴께요. 아이에 대한 생각까지도 말이예요. 그러니 그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미안해요.”


이 날의 산책은 미영과 찬의 대화가 길어져서 여느날에 비해서 많이 길어졌었다.


그래도 찬이 생각하기에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것이다. 무슨 단서던지 하나라도 건지리라 마음먹고 시작한 대화였지만 미영의 심리적 방어가 찬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심해서 별 성과는 없었다.


갑자기 초조하기 시작한 찬은 이날의 기분을 조금 풀기 위해서 미영을 먼저 집으로 들여 보내고는 자신의 가게로 돌아왔다.


한번도 퇴근을 한후에는 다시 가게를 간 적이 없었기에 미영이 이유를 물었고, 그날 마쳐야 하는 일을 잊고 있었다는 일을 핑계삼아 미영을 혼자 집으로 보냈다.


장금장치를 풀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실내의 불을 켰다.

그리고는 이내 불을 다시 껐다. 차라리 컴컴한 실내가 더 마음을 안정시키기가 편할 것 같아서 말이다.


여전히 미영에게서는 알아낸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그녀가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를 어딘가에 두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분명히 아이는 누군가가 보호를 하면서 키우고 있을 것이지만,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그녀는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찬이 많이 불안하고 초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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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3화 23.12.20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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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1화 23.12.15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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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9화 23.12.11 14 0 7쪽
57 58화 23.12.08 15 0 7쪽
56 57화 23.12.04 17 0 6쪽
55 56화 23.12.01 16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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