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노케니온
역시 나였다.
차에서 내리는 그들을 맞이한 것은 수많은 기자들이었다.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이게 뭐냐..."
한열이 중얼 거렸다. 황당하지 않은가. 자신이 무슨 연예인도 아닌데 기자들에게 둘려 싸여 있다니, 보통사람으로서는 경험하기 힘든 일이었다. 레인은 카메라가 자신을 찍는 것을 즐기는 듯 했지만 민석은 아니었다.
이렇게 자신이 레노케니온에 들어가는 것이 알려지면 자신의 미래는 어떻게 하는가. 만약 자신이 레노케니온에서 잘하지 못한다면?
좋은 용기사가 되지 못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안 좋게 볼 것이 뻔했다. 그런데 이렇게 촬영까지 한다면 그것이 더욱 커질 것이었다.
두려웠다. 많은 사람에게 실망을 안겨 주는 것이, 많은 사람이 자신을 좋게 보지 않는 것이.
"설마 캐나다에도 기자들이 있지는 않겠지..."
그렇지 않기를 바랄뿐이었다.
레노케니온을 포함한 모든 드래곤 스쿨은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 주지 않았다. 그 사람이 한나라의 대통령이든, 어느 그룹의 회장이든. 드래곤 스쿨에서는 그냥 학생일 뿐이었다. 인정받고 싶으면 뛰어난 용기사가 되면 되었다.
드래곤 스쿨은 학생들의 경쟁심을 유발시키기 위해서 한 달에 한번 등수를 갱신했다. 등수는 학점, 대련 등을 통해 정했는데, 학점이 아무리 높아도 대련을 통해 그 실력을 입증하지 않으면 등수가 바뀌지 않았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대련장에서 대련을 할 수 있었다. 만약 100위가 99위로 올라가고 싶다면 99위와의 대련에서 승리를 해야지만 올라 갈 수 있었다. 그것이 모든 드래곤 스쿨의 법칙이었다.
가끔씩은 드래곤 스쿨의 1,2위가 나와서 다른 드래곤 스쿨의 1,2위와 대련을 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드래곤 월드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교내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원한다면 교외의 사람들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유명했다. 한번 할 때마다 수천, 수만의 관광객들이 오니 드래곤 스쿨은 엄청난 액수의 돈을 벌 수 있었다.
민석이 캐나다에 도착을 한 것은 이륙을 하고 10시간이 지난 후였다.
"역시 캐나다는 멀다..."
민석이 비행기에서 내리며 중얼 거렸다. 캐나다를 올 때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캐나다는 정말 멀었다.
"아이고야...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아프네..."
찬성이 자신의 허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10시간 동안 앉아있기만 하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천국이구나!"
"조용히 해 좀."
진명이 팔을 벌리며 소리치자 민석이 말했다. 레인은 물론이고 찬성의 파트너인 흑룡이와 진명의 파트너인 용이도 자고 있었다.
민석은 레인이 부화한 뒤로 오랜만에 맛보는 평화로운 시간이 정말로 소중했다. 레인이 부화한 뒤로는 정말 소란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조금 힘들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무리 레인을 아낀다고 하지만 인터넷에서 온갖 나쁜 말들을 배우고 또 어떻게 찾았는지 민석이 숨겨놓은 남자들은 꼭 가지고 있는 비밀 영상들을 찾아서 엄마에게 말하기도 하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힘든 나날들의 연속을 겪은 민석은 이 평화로운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랐다.
"일단 짐 찾고 나가자."
찬성이 말했다.
캐나다는 원래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나라였다. 하지만 민석과 찬성, 진명은 그리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냥 자신의 이름으로 날아온 레노케니온의 입학 통지서를 보여 주기만 하면 바로 통과되었다.
사실 아무리 레노케니온의 입학 통지서가 있더라도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바로 파트너인 용이 같이 있지 않는 경우가 그러했다. 간혹 다른 사람의 레노케니온 입학통지서를 들고 오는 경우가 있기에 유의해야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민석과 찬성, 진명은 각자의 파트너가 같이 있었으므로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
"공기 정말 좋다."
민석이 중얼거렸다. 캐나다는 한국의 서울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공기가 좋았다. 그 말은 즉 용이든 사람이든 거주하기에는 캐나다가 좋다는 말이었다. 용은 마나를 먹고사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나에 예민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용이 한국의 서울로 오면 답답해했다. 공기에 많은 마나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마나와 함께 매연 등의 안 좋은 것도 포함되어 있으니 한번 숨을 들이 마실 때마다 얻는 마나는 적고 매연을 같이 들이키니 답답한 것이다.
반대로 서울에서 태어난 용이 캐나다로 오면 시원하고 무언가에서 해방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마셔보는 캐나다 공기네."
"진짜, 얼마만이냐 이게. 거의 10년 만인가?"
"그 정도 된 것같다. 진짜 10년 전에는 레노케니온에 입학하려 캐나다에 다시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러게 말이다."
민석은 찬성과 진명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가 입을 열었다.
"고맙다 자식들아. 기다려줘서.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해줘서. 덕분에 다시 캐나다로 올 수 있었다."
"이 자식은 갑자기 왜이래?"
"가슴이 벅차오르냐?"
찬성과 진명이 민석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고맙다고 하니 뭐라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그냥 놀리듯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민석도 그것을 잘 알았다.
"솔직히 긴장되지 않냐?"
"긴장은 무슨, 아직 실감도 안 나는데."
"킥 네 말이 맞다. 아직 실감도 안 나는데 긴장은 무슨 긴장이냐."
민석의 말에 진명이 대답했고 찬성이 웃으며 뒤이어 말했다.
그들로서는 아직 레노케니온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들은 민석이 파트너를 얻기 전까지는 드래곤 스쿨에 입학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민석이 1년 전 17번째 시도에 실패하자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민석이 파트너를 얻더니 4일 만에 초고속으로 캐나다로 날아오게 된 것이다. 4일 동안 일어난 일이 아직 정리가 되지도 않았는데 레노케니온에 입학이라니. 실감이 날래야 날수가 없었다.
“그럼, 일단은 숙소로 가볼까...”
민석은 일단 숙소에서 며칠을 지내며 집을 알아본 다음 집을 구입하고 나서 레노케니온에 입학을 할 생각이었다. 학교 보다는 집이 중요하지 않은가. 민석도 그냥 레노케니온에 바로 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레인이나 흑룡, 용이는 숙소에서 생활하기가 불편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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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음...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제 주인공이 캐나당서 생활하는 만큼 영어를 사용을 해야 합니다. 그럼 “영어”(번역, 한국어)로 하는게 독자님들이 보기 편하시나요 아니면 그냥 “한국어(하지만 외국인)”이 편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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