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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JK - 미르 제이케이 라고 읽습니다. :)

배나무의 꿈(Pr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MirrJK
작품등록일 :
2015.05.08 21:55
최근연재일 :
2015.05.08 22:0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396
추천수 :
11
글자수 :
44,568

작성
15.05.08 22:03
조회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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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장 : 만남(1)

DUMMY

어제 저녁이었다.


“응? 삼촌 이게 뭐야?”


나는 내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내밀었다.


“뭐긴, 핸드폰이지.”


"‘아하. 이게 바로 핸드폰이란 것이군.’이라고 감탄하려고 물어본 게 아니야.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냐고. 내가 쓰던 건 어디 갔는데?"


“글쎄, 없어졌더라. 일단 연락은 되야 할거 같아서 사왔어.”


“흐음-.”


나는 휴대폰을 이리저리 돌리며 만지작거렸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매끄러운 감촉으로 보아 꽤 심플한 디자인 같았다.


“번호는 그대로야?”


“그렇긴 한데, 전화번호부는 백지가 됐을거야.”


"뭐라고? 하지만 난 친구들 번호, 제대로 외운게 없는데."


내가 투덜대자 삼촌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걱정 말고 단축 버튼 1번을 눌러봐”


미심쩍긴 했지만 시키는 대로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연결 음이 들렸고 이어서 익숙한 벨소리가 내 앞에서 울려 퍼졌다. 띠리링-. 섹시 댄스 가수의 것으로 보이는 노래 소리.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은······.


“잠깐.”


“응?”


"이건 삼촌번호잖아!"


"아하하, 당연하지. 언제든 연락해. 새벽이라도 벌떡 일어나서 널 받아줄···. 으악! 뭐하는 거야"


슬라이드 폰을, 폴더 폰으로 만들려하는 날 삼촌이 말렸다. 하지만 난 여전히 인질을 잡은 채 뒤로 물러섰다


“저리 가!”


“후후후.”


삼촌은 갑자기 음침하게 웃기 시작했다. 소름이 돋은 나는 뒷걸음질 쳤다. 슥슥 거리는 슬리퍼소리가 사냥감을 발견한 상어처럼 주위를 맴돌았다. 그리고 기척이 내 뒤에서 느껴지는 순간, 나는 제 삼의 눈을 통해 적을 찾았다. 는 아니고 그냥 로우킥을 갈겼다. 공격을 받은 적은 비명을, 아니 개소리를······. 질렀다.


"깨갱"


"으앗! 복슬아-!"


이런 비겁한 삼촌! 복슬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후후. 복슬이를 다치게 한 것은 너다."


엉뚱하게 악당 흉내를 내는 삼촌이 얄미웠다.


"꺄악."


그리고 신경이 흐트러진 나는 삼촌의 기척을 놓치고 말았다. 갑자기 무게 중심이 흔들리나 싶더니 나는 균형을 잃고 발버둥치고 말았다. 삼촌이 뒤에서 날 들어 올린 것이다 삼촌은 웃으며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후후. 아직 멀었어.”


어디서 느끼한 목소리를 귀에다 대고. 으윽. 나는 고개를 최대한 돌리며 말했다.


“흥! 비겁해. 복슬이를 이용하다니.”


“···.”


왜 대답이 없어? 찔리는 거야?


“아니, 난 네 다이어트의 길이 멀었단 말을 한건데.”


크악 숙녀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


*****



“하암. 잘 자라.”


“응, 삼촌도 잘 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후 방안은 고요해졌다. 방 안의 공기는 끈적거렸다. 습기가 너무 많아 땀구멍을 막아버린 기분이다. 차라리 식은땀 한 방울도 못 삐져나오도록 막아버렸으면 좋을지도.


삼촌이 먼저 일어나 끙끙거리고 있을 날 발견하기 전에 먼저 일어나야겠지. 괜한 걱정은 끼칠 순 없으니까. 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악몽을 꾸지 않길 바라며 잠에 들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이 시야에 잡혔다. 이젠 익숙한 레퍼토리다. 곧 있음 그녀석이 나타나겠지. 그런데 시선을 돌려보니 내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있었다. 어라? 이게 왜 여기있는거야? 내가 오랫동안 사용했던 낡은 휴대폰이었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갖고 나는 앞을 보았다. 저 멀리서 검은 형체가 흐릿하게 있었다. 그리고 나는 놀랐다. 괴물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죽어라.


뭐라고? 평소에 꾸던 악몽과는 조금 달랐다. 예상하던 레퍼토리가 아니었다. 당황한 나는 삼촌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아니, 말하려했다. 하지만 입은 붕어처럼 뻐끔 거릴 뿐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다급해진 나는 들고 있던 폰을 유령에게 향했다. 무얼 증명하기 위해서인가. 그런 논리학적인 단어는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나는 괴물이 차와 부딪히기 직전, 촬영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굉음이 고막을 뒤흔들면서 모든 게 어지러워졌다.


이 또한 처음 겪는 장면이었다. 보통은 괴물이 차를 덥치는 순간 깨어났었다. 사실, 내가 사고를 당할 때도 여기까지밖에 기억을 못했던 것이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삼촌에게 안겨있었다. 나는 겨우 안심하고 나서,


"흑흑. 삼촌."


울먹이면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눈 앞에는 삼촌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이 끔찍이도 괴롭히던 괴물의 얼굴이 있었다. 두 눈은 퀭하니 빈 채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괴물은 죽어버리라는 저주 섞인 생각을 보내고 있었다.


-죽어버려. 죽어버려!


싫어. 무서워!


“꺄아악!”


나는 발버둥을 쳤고 그대로 벌떡 일어났다.


“하악. 하악.”


나는 얇은 이불을 아무렇게나 걷어냈다. 꿈에서 깬 것 같았다. 여전히 꿈에서 겪었던 장면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아.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최악이야. 삼촌 모습으로까지 나타나 괴롭히다니, 너무하잖아.


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친 뒤 문 앞에 놓아둔 짝짝이 슬리퍼를 신고 거실로 나왔다. 날씨는 정말 더웠다. 안 그래도 불쾌한데, 날씨 때문에 더 짜증이 나서 불쾌지수의 정점을 로켓엔진의 분사로 순식간에 꿰뚫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갈증을 느끼며 더듬더듬, 냉장고로 향했다.


쪼르륵.


물이 거의 바닥났는지 병은 가벼웠다. 보리차를 끓일 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주전자 물을 올려놓는 것도 힘들다. 몇 모금 삼키고 나서 고갈돼 버린 물 컵을 아쉽게 내려놓았다. 그때 ‘벌컥’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삼촌이 일어났나보다. 아빠는 어제 야근하신다면서 안 들어왔으니까.


“삼촌?”


그런데 삼촌의 반응은 이상했다.


“허억, 허억. 읏. 아아. 이수구나.”


보리차가 다 떨어진 것을 말 하려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삼촌 왜 그래?”


잠시 후 거친 호흡소리를 가라앉힌 삼촌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아. 음. 그러니까···, 맞아. 방이 너무 더운 거 있지.”


휴우. 뭐야 놀랐잖아 끔찍한 악몽을 꾼 건 아니고? 그러자 삼촌은 말없이 슬리퍼를 바닥에 끌며 내게 다가왔다.


“음···. 하핫. 꿈에서, 네가··· 나왔으니 악몽이긴 하네.”


뭐라고? 내가? 삼촌은 힘없이 중얼 거린 뒤 멍하니 있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 담배 좀 피고 올게. 냉장고에 물 있니?”


“으응···. 아니.”


그리고 베란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두근.


가슴이 아렸다. 느릿한 삼촌의 말투에서 무언가 힘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웃고 넘길 말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래, 교통사고는 나 혼자 당한 게 아니었다. 삼촌도 그 피해자로써 악몽에 시달리고 있던 것이다. 한심하게, 왜 나는 나 혼자만 생각했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마신 것도 없는데 눈물은 계속 솟기 시작했다. 표정관리를 할 수 없었다. 그때 베란다 문이 열리며 삼촌이 돌아오는 소리가 났다. 나는 황급히 눈을 문지르며 목멘 목소리로 말했다.


“아씨 갑자기 왜 이렇게 눈이 가려운거야?”


얼른 눈물을 닦고는 눈곱 떼는 시늉을 하는데 갑자기 달려온 삼촌이 내 팔목을 잡아챘다.


“눈 문지르지 마. 가렵다고 그랬지? 병원 갈까?"


삼촌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나는 겨우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크게 저었다.


“그건 오바야. 삼촌. 그냥 세수 좀 하게 화장실이나 데려다줘.”


“정말이야? 괜찮은 거지?”


“응. 정말이야. 헤헤헷, 으악! 꺄악!”


그러자 삼촌은 나를 들어올렸다. 어제 밤 장난칠 때처럼, 그리고 꿈속에서 나를 안아 올렸을 때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삼촌은 내게 사족을 붙였다.


“그나저나 아직 멀었다니까.”


빠직!



*****



삼촌이 외출 하고나서 나는 혼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케이스를 열었다 닫기만 하다가 한숨을 쉬고 말았다. 이 상태로 있어봤자 문자를 읽고 쓰기를 못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다른 사람과 연락하기 위해선, 누군가 내게 전화를 걸거나 내가 다른 누군가의 전화번호, 혹은 단축버튼을 알아야 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바로 이렇게 말이다.


“······.”


거 참, 타이밍 하난 기막히네. 누구지? 받아야 할까? 받고나선 뭐라고 해야 하지?

가슴이 콩닥거렸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나서 전화를 받았다.


-삑


[여보세요?]


“앗! 네, 네, 여보세요.”


[와! 이수 맞니? 그동안 왜 이리 연락이 없었어?]


“아하하하. 그게, 그냥···.”


기뻐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전화 속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 제일 친한 친구 명하였다.


"미안."


[미안하긴 뭐가-, 아! 그나저나 속초는 잘 다녀왔어? 그 있잖아 해파리도 만져보고?]


“아아. 음, 하지만 해파리는 만지면 위험해.”


[후훗. 그래. 근데 지금 어디야?]


얼씨구. 참 빨리도 물어 보는구나.


“집에 있어. 밖에는 더워서 나갈 엄두도 못 내겠다.”


게다가 문 밖을 나서면 한걸음조차도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가 문제겠지만 말이야.


[그렇지. 지금 뭐해?]


“그냥 집에 있어-. 너는? 학원은 계속 다니니?”


[응. 하핫. 수학 선생이 너 좀 보고 싶다고 난리라니까. 아무튼, 언제 한번 만나자. 이번 주말은 어때?]


“음, 미안해.”


[그래? 그럼 다음 주는?]


“아니, 그게 아니라 나 당분간은 못 만날 거 같아.”


[어? 왜? 무슨 일 있어?]


“······.”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어. 라고 말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렇게 말했다간 명하가 내게서 떠나갈 것만 같았다.


“정말 미안해. 집 사정 때문에······.”


나는 일방적으로 말하고는 곧바로 휴대폰을 닫아버렸다. 친구와 연락이 된 건 좋았지만 이렇게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내 눈이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 그건 당연한 것이다. 슬펐다. 한 순간에, 이런 식으로 친구들과 이별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두려움이 말이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휴대폰이 울기 시작했다. 명하가 다시 걸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전화를 받고 사과를 해? 사실을 털어 놔? 미움 받더라도 끝까지 감추고 조용히 지낼까?


머릿속 상념이 끊이지 않았다. 괴로웠다. 하지만 제일 강하게 떠오른 것은 사과만큼은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각오를 다지고 조심히 휴대폰을 들었다.


-달칵.


그리고 명하에게 말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울먹이며 말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 해. 흑, 하지만, 흐흑, 이유는···. 말할 수 없어.”


순간적으로 목이 메었다. 갑작스런 감정변화 때문에 명하는 당황했을 것이다. 그럴 만도 하지만 나는 내 할 말을 다 했다. 이젠 처벌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명하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네? 저기, 저, 여보세요?]


그 목소리는 남자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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